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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삶의 짐으로 찾아오는 건망증

지지난 금요일 오후 병원 시간이 잡혔다. 퇴근시간과 겹치면서 교통흐름이 좋지않고 날씨조차 무더워 가는내내 온통 짜증투성이었다.
 
담당의사를 만나 진찰을 하던 중 호주머니속 휴대폰이 불편하였고 이를 눈치챈 의사가 건네 받아 머리맡 테이블에 둔 것까지는 좋았다. 생각보다 일찍 진찰을 끝낸 뒤 사무실에서 다음 방문 일정을 확인받고 돌아오는 길은 더 혼잡했다. 이제 다왔다고 안도하는순간 아차!, 병원 탁자 위에 두고온 전화기 생각이 이제야 난다. 차를 세운 채 행여나 하며 주머니를 다 뒤져보지만 있을리 없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어렵사리 병원에 다시 갔지만 웬걸, 이미 병원은 불이 꺼진 채 무심한 창 너머로 검붉은 태양만 꼬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 주말을 전화없이 보냈고 월요일 전화기와 반가운 해후를 했다.
 
비슷한 사건은 몇 주 전 골프장에서도 생겼다. 게임을 끝낸뒤 주자창으로 카트를 끌고와 차 키를 찾는 데 키가 없다. 분명 골프백을 차에서 내려 키로 차문을 닫은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후는 깜깜하다. 옷이며 가방이며 주머니라는 주머니는 다 뒤졌고 차에서 내린 뒤 백을 메고 카트가 줄지어 서있던 곳까지 동선을 따라 몇 번을 확인해 보지만 키의 행방은 묘연타.
 


결국 일행의 권고대로 집에 가서 비상키를 찾아 다시 오기로 하고 짐을 옮기는데 이상한 일이 나타났다. 30분도 넘게 뒤지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키의 ‘파란색 끈’ 작은 매듭이 손에 들고 있던 사각형 작은 쿨러 옆, 지퍼를 비집고 나와 있는것이 보이지 않는가? 설마 손에 들고있던 쿨러 안팎을 점검해보지 않았겠는가? 그때는 분명 마시다 남은 음료병 외는 없었다. 문제라면 차키를 쿨러박스에 넣었을 수 없다는 선입견이 작동하여 대충 찾았다면 뭐 할말은 없다. 그래도 키가 왜 그 지퍼 안으로 들어갔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건망증 (Amnesia)이란 의학적으로 단기 기억장애 또는 일시적인 뇌의 검색능력 장애라고 한단다.
 
구체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현상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기억력 전체가 심하게 손상되거나 판단력, 언어능력 ,작업능력들이 현저히 떨어진 치매와는 차이가 있고 치유도 가능하다고 한다.
 
건망증의 원인은 크게 나이, 심리적 요인, 환경 등과 유관하다. 인간의 뇌세포는 30세까지는 자라지만 그후부터는 감퇴하기 시작하는데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복원되거나 재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생의 3분의 2는 죽은 세포로 인해 발생하는 건망증과 씨름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와 긴장, 피로, 수면부족들은 피해갈 수 없다지만 어떤 일에 너무 집착, 또는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 지나친 알콜 섭취 등은 뇌세포의 죽음을 촉발시킨다고 하니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보인다.
 
인간의 수명은 한계가 있고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건망증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짐이다. 이제라도 손 놓고 살았던 영어단어를 외우고 젊어서 연습했던 쉬운 한문조차 쓰면서 기억력을 되살리는 노력과 함께 인스턴트 음식, 짜고 매운 음식, 음주, 과한 스트레스를 피한 뒤 충분한 수면과 가벼운 운동 등을 통해 찾아오는 ‘연세의 짐’을 덜어봄이 어떨까.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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