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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강원도 태백시에서 시작되어 충청북도와 경기도를 거쳐 서해로 흐르는 물줄기를 한강(漢江)이라고 부른다. 한강을 따라 말없이 흐르는 강물은 누군가에게는 넘실대는 추억이기도 하고,어떤 이에게는 흘려보내고 싶은 눈물일 수도 있다. 얼마 전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의 슬픔을 이 강물에 씻어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강을 따라 때로는 낭만을 품은 채, 때로는 아픔을 머금은 채 흐르는 강물이 서울을 가로지를 때면 수십 개의 다리를 지난다. 풍경이 멋진 다리도 있고, 출퇴근 때 막히기로 소문난 다리도 있다. 오래전 사고의 아픔을 간직한 채 서 있는 다리도 있다.  
 
한강 다리는 서울의 남과 북을 잇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이 생을 마감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지난 4년 반 동안 한강 교량 20개에서 발생한 투신사고는 총 2590건에 달하고 투신으로 인한 사망자도 61명이나 된다. 홀로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짐이 얼마나 무거웠길래 그 높은 곳에서 그 아득한 물속으로 뛰어들 모진 생각을 했을까?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한강 다리 위에 선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의 감정이 공존한다. ‘정말 죽고 싶다’라는 마음과 ‘정말 살고 싶다’라는 마음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말 살고 싶다’라는 마음을 일깨워 주기 위해 한강 교량에 ‘SOS 생명의 전화’라는 이름의 상담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20개 교량에 설치된 총 75대의 초록색 ‘SOS 생명의 전화’가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365일 24시간 전화 상담을 운영하며 긴급상황이 감지되면 119구조대 및 경찰과 연계해 생명 구조 작업을 한다.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SOS 생명의 전화’ 부스에 적힌 글귀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갈 문구지만,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이에게는 마지막 순간에 붙잡을 수 있는 생명의 끈이다. 그 끈의 다른 한쪽을 붙잡고 있는 이들은 자원봉사상담원들이다. 낯선 이의 내일을 밝히기 위해 때로는 밤을 새워 전화를 기다리는 이들의 수고가 없다면 생명의 전화는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일을 하는 생명의 전화가 미국에도 있다. 미국에서는 전국 어디서나 ‘988’만 누르면 연방정부에서 운영하는 ‘전국 자살예방 라이프 라인’에 연결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영어에 서툰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 중에는 낯선 문화와 언어의 경계에 가로막힌 채 삭막한 자리로 내몰린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한인 이민자들의 고민과 애환을 듣기 위해 지난 24년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LA 생명의 전화’의 자원봉사 상담원들이다. 지금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866)365-0691혹은 (213)480-0691로 전화하자.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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