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감동 받은 ‘미주 시학’ 시 낭송회
요즘 핫하다는 SNS Short 비디오를 보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사고 순간을 모은 것인데,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온전했을까 걱정하게 하는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사람의 말초적 흥미를 자극해 3초 안에 시선을 잡지 못하면, 대중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세상인데, 시 낭송회라니…. 미주 시학이라는 단체의 이벤트 초대를 받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궁금해졌다. 카밀월드에 미주 시학 가상 전시관을 준비해 준 적이 있다. 처음엔, 하얀 백지에 ‘시’만 달랑 프린트해서 전시관을 만들었는데, 미주 시학의 정한옥 대표가 시화전처럼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림이요?” 처음엔 손사래를 치며 “그런 건 작가님들이 해주셔야지 우리 회사는 못합니다”라고 거절했다. 그런데 그날 밤 곰곰이 생각해 보니, AI(인공지능)로 만들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미주 시학 2024년 가상 전시관이 탄생했다. 전시관을 통해, 미주 시학에 기부도 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시는 디지털 컬렉터블(Digital Collectible)로 구매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LA 한국교육원에서 미주 시학의 제15호 출판 기념회 워크숍 및 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축사를 위해 참석한 오석환 시인은 올해 배정웅 문학상을 받은 강남옥 시인의 ‘이사간다 _ 오래된 의자 네 개’라는 작품을 소개했다.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종달새’로 영미 문학상을 받은 린다 도브 작가의 시낭송과 시상식이 진행됐다. 작년 배정웅 문학상 수상자 이용언 시인의 작품 ‘고전’ 시 낭독도 있었다. 이렇게 시인이 직접 자기 시를 읽는 시낭송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계속 시 낭독이 이어졌다. 전시관을 준비하면서, 이미 읽어본 시들이었지만 작가들이 직접 낭독할 때 느낌은 또 달랐다. 시 낭독을 위해 캐나다와 알래스카에서 온 작가들도 있었다. 모임과 작품에 대한 작가들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참석 등록을 할 때 이름표를 달아 주셨던 분이 시낭송을 하기도 했다. 모두 십시일반으로 만들어가는 멋진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브레이크 후에는, 린다 도브 시인이 20세기 중엽 스페인의 가장 슬픈 시들에 관해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런 멋진 모임을 15년이나 지속하고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내년에는 더 큰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니 벌써 기대가 된다. 아무도 모르게 예쁜 꽃밭을 가꾸고 있는 이웃을 발견한 것 같은 감사한 오후였다. 허수정 / Ohhh 대표열린 광장 낭송회 감동 미주 시학 가상 전시관 문학상 시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