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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밤을 지샐 수 없는 이유

우리 민족에게 내려오는 풍습 가운데 ‘수세(守歲)’라는 것이 있다. 수세는 설 전날인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 집 안 구석구석에 등불을 밝히고 밤을 새우는 일을 뜻한다. 이날 밤에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믿었기 때문에 자지 않고 놀면서 밤을 보냈다.   어린아이들은 수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오늘은 안 자고 밤을 샐 거야”라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숨도 자지 않고 밤을 지낸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밤(을) 새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새다’는 잘못된 표현으로 ‘새우다’를 써야 바르다.   ‘새다’는 ‘날이 밝아 오다’는 뜻을 지닌 자동사다. 자동사는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이나 작용이 주어에만 미치는 동사로, 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새우다’는 타동사로, 동작의 대상인 목적어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와 같이 조사 ‘을/를’이 붙는 목적어 뒤에서 사용된다.   정리하면 주격조사 ‘이’가 붙는 ‘밤이’ 뒤에는 ‘새다’를, 목적격조사 ‘을’이 붙는 ‘밤을’ 뒤에는 ‘새우다’를 써야 한다.   이는 ‘지새다’와 ‘지새우다’에서도 마찬가지다. “밤이 지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다”에서와 같이 ‘밤이’는 ‘지새다’와, “며칠 밤을 지새우며 공부를 했다”에서처럼 ‘밤을’은 ‘지새우다’와 짝을 이뤄 써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동사로 목적어 음력 섣달 풍습 가운데

2024-11-13

아메리칸드림, 화려한 음력 설날 축하 이벤트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북부 뉴저지 이스트러더포드에 있는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 쇼핑몰은 새로운 용의 해를 맞아 오는 2월 25일까지 약 한 달 여에 걸쳐 음력 설날(루나 뉴이어)을 축하하는 풍부한 행사, 축제 퍼포먼스, 그리고 다채로운 음식이 펼쳐지는 릴레이 이벤트를 개최한다.   아메리칸드림의 브라이언 고스 부사장 겸 총괄이사는 "다가오는 음력 설날을 우리 모두 기쁘게 맞으면서 이에 맞춰 개최하는 이 특별한 축제를 통해 풍부한 문화 전통과 지역 사회의 정신을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메리칸드림은 멋진 퍼포먼스를 감상하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기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메리칸드림은 "1월과 2월에 손님들은 다양한 형식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상점, 레스토랑, 그리고 명소에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이러한 할인은 전통과 디지털 보너스 봉투의 형태로 배포되며, 힘과 존귀, 영광, 행운과 성공을 상징하는 용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아메리칸드림은 올해를 시작하면서 이미 지난 1월과 2월초에 걸쳐 ▶어린이 교육 센터 전통 중국 패션쇼 및 아메리칸드림 미인 대회 ▶아메리칸드림 댄스 대회 ▶용의 해를 맞이하는 개막식 ▶용의 해 새해 쇼 ▶제7회 미국 스타 라이트 청소년 재능 대회 ▶패션쇼 ▶에이랜드 K-팝(Aland K-pop) 댄스 대회 등을 개최했다.   이어 아메리칸드림은 오는 ▶2월 7일: 드림 휠 등불 쇼 ▶2월 10일: 설날 이브 오페라의 밤 ▶2월 11일: 다채 청소년 교향악단 음력 설 음악회 ▶2월 24일: 음력 설날 축제 ▶2월 25일: 정월 대보름 축제 현장 공연 ▶해바라기 댄스 음악 센터 공동 기념회 등을 개최한다.   아메리칸드림은 "특히 오는 2월 8일부터 10일 사이에 A지역 고객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는 첫 300명의 손님들은 서프라이즈 선물과 할인 혜택으로 가득 찬 빨간색 봉투(쇼핑 센터 전체에서 사용 가능)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매일 한 명의 행운 방문자에게는 500달러 상당의 쇼핑 퍼레이드가 증정된다"고 밝혔다.   아메리칸드림은 이와 함께 1월부터 2월까지 쇼핑몰 내 드림 스테이지(A지역 1층)에서 전통 사자춤 공연, 그리고 현장 밴드 공연 등을 진행한다. 모든 행사는 변경될 수 있음.   아메리칸드림은 올해 음력 설날 축하 이벤트에 대해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https://americandream.com/lunarnewyear)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종원 기자 park.jongwon@koreadailyny.com아메리칸드림 아메리칸드림 몰 아메리칸드림 쇼핑몰 아메리칸드림 음력 설날 행사 아메리칸드림 설날 이벤트 아메리칸드림 루나 뉴이어

2024-02-04

[등불 아래서] 설레는 사랑 오늘부터

새해 첫날에는 떡국을 먹는다. 긴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자른 떡 위에 색색으로 얌전히 고명을 얹는다. 오방색을 띤 고명은 식욕을 돋우려고 음식 위에 얹는 것인데 이를 달리는 교태(交胎)라고도 불렀다. 처음 벗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 음식은 누구도 손대지 않은 새것이라는 말이고, 이제 벗을 만나듯 사귀라는 뜻이니 가히 대단한 운치가 아닐 수 없다.     고명이 음식을 새롭게 만난다면 새로운 해를 만나는 것은 설이다. 예전에 설이라면 음력 새해 첫날이었지만 이제는 양력설도 챙긴다. 설은 시작하는 날을 말하지만, 어떤 학자는 ‘낯설다’의 어근인 설에서 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설은 시작하는 새로운 날이고 낯선 시간에 발을 디디는 날이다.     낯선 벗을 만나 사귀기 시작하는 날. 새롭고 낯설기에 두렵고 불안하다. 새로운 것만 낯선 것은 아니다. 지나간 시간이 새겨놓은 무거운 짐들도 익숙해지지 않는 낯섦으로 우리를 두렵게 한다. 아픔이란 아무리 만나도, 만날 때마다 낯설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낯선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이기도 하다. 우선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이 주는 설렘이 있다. 또는 우리를 소풍 가는 아이처럼 들뜨게 하는 설렘도 있다. 그래도 우리를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그토록 어둡고 무거운 시간, 아무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곁에서 걸어주던 사랑. 갑자기 등불을 켜고 나타나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사랑. ‘울어라. 마음껏울어라’ 하며 눈물을 받아주고 다음 날 햇살을 비춰주던 고요했던 그 사랑. 내가 그 선한 품에 안겨있는 것도 모르고 잘난 줄 알다 넘어질 때, 두려워 말라 너는 내 품에 있다고 놀라게 하셨던 그 사랑. 그 낯선 사랑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새해 첫날은 낯선 사랑을 기대하는 날이다. 낯선 사랑과 사귀기 시작하는 날이다. 익숙해지지 않는 그래서 우리를 항상 놀라게 하시는 선하신 주님으로 설레는 날이다.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어두운 짐조차도 친구로 만드시는 그 사랑을 만난다. 익숙해지지 않는 놀라움으로 항상 설레게 하는 사랑을 만난다.   그래서 오늘이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렘도 없고 색깔도 없는 고명이 아니라, 국 속에 섞여서도 맛을 내고 향을 뿜어내며 아름답게 모양을 내어 여전히 낯설게 우리를 놀라게 하는 주님의 날이기를 바란다. 어둡고 무거운 짐조차도 누르지 못하는 주님으로 놀라고 설레는, 올 한해 내내 우리를 붙잡고 가실 사랑, 그 사랑과 사귀는 시작이 오늘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사랑 사랑 오늘 음력 새해 엽전 모양

2024-01-01

'한미동맹 70주년 결의안' 뉴저지 하원 통과

뉴저지 주하원에서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과 미국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원들의 결의안이 통과됐다.     엘렌 박 뉴저지 주하원의원(민·37선거구)은 "지난달 30일 트랜튼 주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국 커뮤니티를 대표해 최근 발의한 한국 관련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결의안의 정식 이름은 '한국전쟁 종식 정전협정 70주년 기념 결의안(Commemorates 70th anniversary of armistice that ended Korean War: 일명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AJR 228)'으로 이는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리고 한국과 미국의 상호 동맹이 양국의 국가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뉴저지 주상원에도 현재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상정돼 있는 상태다. 주상원 결의안은 지난달 20일 소위원회에 보고됐다.     박 의원은 "현재 소위원회에 보고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은 곧 상원 본회의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박 의원은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김치의 날 뉴저지 기념일 제정 ▶음력 설 뉴저지 기념일 제정 ▶베트남 참전 한국군인 명예 결의안 등 첫 임기 2년 동안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 관련 결의안을 발의해 통과시킴으로써 뉴저지주 유일한 한인 주하원의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엘렌 박 의원실 문의: AswPark@njleg.org 윤지혜 기자한미동맹 70주년 결의안 엘렌 박 뉴저지 주하원의원 한국전쟁 종식 정전협정 70주년 기념 결의안 김치의 날 뉴저지 기념일 음력 설 뉴저지 기념일

2023-07-02

BC 한인사회, 설날 밥상을 '차려줘도 못 먹나'

 2000년대 초만 해도 음력설을 모두 중국 새해(Chinese New Year)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음력설(lunar new year)이라고 부르는데, 한인 최대 명절인 설날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다.   밴쿠버의 새해 첫 대규모 행사 중 하나로 차이나타운 스프링 페스티발(CHINATOWN SPRING FESTIVAL 2023) 퍼레이드이다. 음력설이 중국 사회만의 명절이 아니어서 차이나타운 스프링 페스티발 주최측에 한인 문화단체도 참여하느냐고 이메일을 보냈고, 돌아온 대답은 한국의 총영사만 참석한다고 대답이 왔다. 결국 중국계 중심으로 진행되는 행사에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행사로 보이기 위한 구색맞추기에 한국 총영사도 불러 세우겠다는 뜻이다.   음력설을 한인은 설날이라고 부르는 반면 중국인들은 춘절(春節, 春节)이라 부르기 때문에 SPRING FESTIVAL이란 중국 새해라는 뜻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BC주 정부도 음력설을 중국 새해(Chinese New Year)라며 축하를 했고, 주류 언론도 모두 Chinese New Year라고 표기했다. UBC의 아시안도서관도, 대형쇼핑몰도 모두 Chinese New Year라고 표기했다.   이에 기자가 BC주 정부와 언론사와 아시아도서관 등에 이메일과 구두로 그러면 '캐나다 새해, 미국 새해, 영국 새해가 언제냐'고 질문을 보냈다. 모두 당황한 표정이나 무슨 질문인지 모른다는 대답을 해 왔다. 중국 새해가 아니고 음력 새해라고 일러주고, 음력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줬다.     그 후 점차 중국 새해가 음력 새해로 바꿔 표기를 했고, 지금은 중국 새해로 표기하는 곳은 찾기 힘들어질 정도가 됐다.   음력설을 명절로 새는 나라는 한민족과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전부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모든 음력을 모두 양력으로 바꾸어 추석도 한 여름인 양력 8월 15일에 지낸다.   하지만 BC주에서 한인의 고유 명절인 설날을 제대로 각인시키지 못해 말만 Chinese New Year에서 lunar new year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중국 새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매년 BC주정부는 유대인 새해인 Rosh Hashanah, 이슬람 새해인 "Maal Hijrah" 또는 "Muharram Hijrah" 등을 챙겨서 축하 인사를 한다. 데비드 이비 주수상이 올해도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베트남어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음력설을 맞아 차이나타운, 다운타운, 리치몬드 등 중국계가 많은 도시들을 비롯해 대형 쇼핑몰과 중국계 문화 센터 등에서 음력설 행사를 진행한다.   차이나타운 스프링 페스티발도 대규모 퍼레이드 등을 펼치고, 대만계 중심으로 아시안-캐네디언 스페셜 이벤트 어소시에이션(Asian-Canadian Special Events Association)은 1월 9일부터 2월 20일까지 한 달 반 가까이 음력설 행사를 메트로밴쿠버 곳곳에서 펼친다. 이 단체는 추석행사도 매년 다운타운에서 크게 치르고 있다.   한인사회가 메트로밴쿠버 소수민족 중 중국, 인도 뒤를 이어 주요 민족 사회이지만 제대로 캐나다에 있는 한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K-POP이 유행하지만,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한인문화를 주류 사회에 제대로 인식시켜줄 대표 단체가 없기 때문이다. 추석이나 음력설을 이용해 중국 문화를 알리고 중국 비즈니스를 알리고, 중국인의 역량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인 사회에서는 역량을 모으기 위한 노력도 없고, 그럴 구심점도 없다.     현재 노스로드를 중심으로 한인 상권이 형성되어 있어, 차이나타운 행사나 리치몬드 행사와 같이 한인 고유 명절 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작년에 매년 해 오던 추석 행사도 치르지 못할 정도로 아직 단합되지 못한 상태다.     한인 이민역사가 짧다고 하지만 올해가 수교 60주년이고, 오래 전부터 베트남전 한국 민간들과 독일 광부와 간호사 등이 캐나다에 들어오기 시작한 역사도 꽤 길다. 또 캐나다나 BC주와의 경제, 사회, 인적 교류에서도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도 핑계만 대면서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자기합리화만 하고 있다. 하지만 복합문화사회 속에서 현재 한인 사회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 민족사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느냐에 따라 한인 2세 3세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연방 부총리는 우크라이나계 이민자 집안 출신으로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캐나다의 러시아 강경 노선 유지에 가장 앞장서고, 국제사회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소수민족으로 독립운동을 하던 타밀족이 1997년 미국에 의해 타밀 반군이 테러단체로 찍혔을 때 캐나다에서는 타밀족 이민자들이 적극적으로 테러단체 지정을 반대하는 활동을 해 캐나다가 2006년까지 테러단체로 지정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필리핀 이민자들이 입주요양사(Live-in Caregiver Program)로 2000년 전후로 많이 들어오면서 현재는 인도, 중국에 이어 강력한 이민사회를 구축하고 다양한 민족 행사를 주최하는 등 주요 이민사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표영태 기자중국 한인사회 음력설 행사 캐나다 새해 음력 새해로

2023-01-26

[살며 생각하며] 동포사회를 하직할까 안타까운 음력 설

오늘이 양력으로 2023년 1월 21일! 음력으로 임인년 섣달 그믐날이고 내일이 계묘년 ‘설’날이다. 양·음력 사이가 불과 22일에 불과한 경우다. 몇 년 못 가 양·음력이 바뀌어 음력 오뉴월에 흰 눈이 내리거나 추석에 파종하라는 등의 농가달력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선조들이 지혜를 발휘하여 몇 년에 한 번씩 윤달을 넣어 시간의 흐름을 조정했는데 올 2월이 이에 해당한다. 이유는 음력은 달이 차고 기우는 시간을 29.530일로 기준으로 하는데 그렇다 보니 일 년이 354.37일에 불과해 지구의 공전주기인 365.24일에 약 11일 정도 모자라면서다.   전통적으로 설의 시작은 Eve 즉 섣달 그믐날인 오늘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아침 어른들은 안방 미닫이 넘어 장롱, 서랍, 가구들은 물론 신주 옹기까지 모두 대청마루로 옮긴 뒤 작년 이후 겹겹이 쌓인 먼지, 쓰레기, 쥐똥 같은 것들을 깨끗이 쓸어낸다. 그런 뒤 방의 돗자리를 걷어 바깥 양지에 말리고 황토를 이겨 온돌 구들 틈새나 벽의 쥐구멍을 막아 침투하는 연기의 원천을 막는다.   설 명절이 사람의 축제이지만 소, 돼지, 닭 같은 가축에게도 호사다. 이날 짐승들의 침실인 마구간의 젖은 짚들이 보숭보숭한 새 이불로 바뀌고 멍석 커튼들이 달리어 엄동설한의 찬바람을 피하게 해준다. 이후 어른들은 삽과 괭이, 굵은 싸리비로 마루 밑이며 마당, 창고, 뒤뜰은 물론 사립문 넘어 동구 밖까지 장마에 드러난 돌부리와 잡풀들을 제거하면서 분주했던 낮 일과가 얼추 마무리된다. 오늘 하루 아이들 또한 발에 땀이 나게 바쁜데 주로 이웃의 빌린 돈이며 쌀, 계란은 물론 낫, 톱, 망치 같은 연장들을 반납하라는 어른들의 심부름으로 인해서다.   이제 남은 중요행사, 가족의 목욕재계다. 산뜻하게 맞이해야 할 새해! 여름 이후 묵히다 싶이한 몸의 때를 지닌 채 설을 맞이함은 어불성설이어서다. 시설이야 헛간이나 골방에 항아리와 수세미, 비누를 비치함이 전부다. 순서는 보통 아이들부터 시작되는데 이때 어른들은 속옷 포함 입던 옷을 바깥 추위에 던져 이, 벼룩 같은 것을 동사케 하라는 통쾌한 훈수를 하신다.     목욕 후 아이들이 발가벗은 채 아! 추워를 반복하며 방으로 뛰어들면 어느새 어머니는 아랫목에서 기분 좋게덮인 새 솜으로 지은 무명바지, 저고리를 꺼내어 입히시고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을에 송아지 팔아 만든 깔깔한 1000원짜리 지폐 뭉치를 꺼내 ‘돈을 많이 품고 자야 명이 길어진다’는 덕담과 함께 품에 밀어 넣어 주신다.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이자 이날의 피날레! 엿 썰기 시간이 온다.   엿을 만드는 일은 대략 자정 무렵인데 아이들이 그 시각까지잠을 안 자겠다는 다짐은 잠귀신으로 인해 대개 허언이기 일쑤다. 그리고 설날 아침! 엿 제작의 현장을 미스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향해 어른들은 “눈썹이 하얗게 휘어졌다”며 “먼저 거울부터 보라”고 놀렸던 이중고를 격은 ‘설 Eve’가 끝났다.   내일은 2600만명이 민족대이동을 한다는 수천 년 전통의 설 명절이다. 그러나 이곳 동포사회는 너무 조용하다. 추억의 설 이야기조차 전혀 공감대를 얻을 수 없는 격세지감이 시간이 가면서 우리 곁에서 ‘설’을 영영 빼앗아갈까 아쉽고 안타깝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동포사회 하직 음력 오뉴월 음력 사이 섣달 그믐날인

2023-01-20

[이 아침에] 칠월의 노래

예배를 마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예배당을 나서는 젊은 여성들을 바라보니 내 딸들 생각이 났다. 바람 때문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만지려고 살짝 올린 손가락에 낀 7월의 보석 ‘루비’ 가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보니 7월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한국어로는 달마다 숫자가 들어 있는 이름이 있다. 이로 인해 일곱번째 달을 7월이라 부르지만,  영어나 프랑스어는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까닭에 한 해의 몇 번째 달인 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레고리안 달력에 따르면 7월은 로마의 유명 정치인인 줄리우스 시저의 이름을 본따서 ‘줄리우스(Julius)’ 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이것이 영어와 프랑스어의 어원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7월에 일어난 사건과 태어난 인물들이 매우 흥미롭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7월 4일이다.  그런데 필리핀의 독립기념일도 똑같이 7월 4일이다.       7월이 독립기념일인 나라들은 더 있다.  캐나다는 ‘캐나다 데이’ 라고 부르는 국경일이 7월 1일이다.  프랑스는 7월 14일이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국경일 ‘쥬드 바스티유’ 다. 또 베네수엘라 7월 5일,  아르헨티나 7월 9일,  벨기에 7월 21일 그리고 페루가 7월 28일이다.   한국인들에게도 7월에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1953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 휴전 합의가 이뤄진 날이다.     7월에 태어난 유명인들도 많다.   먼저 스위스에서 종교활동을 한 프랑스의 종교개혁자 존 칼뱅이 1509 년 7월 10일에 태어났고, 프랑스인 비행사 루이스 블레리오트가 1872년 7월 1일에 태어났다.  그리고 1908년 7월 2일엔 미국 첫 흑인 대법관인 서굿 마샬이  태어났으며, 1899년 7월 21일엔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출생했다.     7월에 태어난 미국 대통령도 3명이 있다.  제 6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가 1767년 7월 11일, 30대 대통령 캘빈 쿨릿지는 1872월 7얼 4일에 태어났고, 1913년 7월 14일에 제럴드 포드가 태어나 제 38대 대통령이 되었다.   한국의 음력달 이름에도 뜻이 담겨있는 것도 있다. 음력 1월은 ‘정월’,  11월은 동짓달,  그리고 12월을 섣달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7월을 소재로 된 속담도 있는데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진 않다. ‘칠월 더부살이가 주인 마누라 속곳 걱정한다’ 란 속담이다.  이 속담이 뜻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는 일에 주제넘게 걱정한다’ 란 의미다.  또 ‘칠팔월 은어 끓듯’ 이란 속담도 있다.  줄어든 가을 물에 은어가 살기 어렵듯이 갑작스레 수입이 줄어들어서 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의 국경일 가운데 7월에 있는 것은 ‘제헌절’  하나 밖에 없는 듯 하여 좀 허전하다.  그리고 음력 이름으로 된 절기 가운데 ‘대서’ 가 있는데 소서와 입추 사이의 절기로 올해는 양력 7월 23일이다.   끝으로 견우와 직녀가 한 해 만에 오작교에서 만나 꿈을 이룬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7월의 꽃’ 수련을 나름대로 좋아하는 연못가에 심어서 ‘칠석’ 의 꿈을 이루는 음력 칠월 초이렛날을 맞이했으면 참 좋겠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이 아침에 노래 음력달 이름 음력 이름 프랑스인 비행사

2022-07-08

음력 설 앞두고 물류난 또 우려돼

LA·롱비치항에서 일하는 하역 근로자 800여명이 이번 주부터 병가 및 휴직에 돌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인력의 10% 수준으로 2월 1일 음력 설을 앞두고 물류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부 항만 운송사업자 연합회인 ‘퍼시픽 마리타임 어소시에이션’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격리에 들어가거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몸이 아픈 경우 등 두 항구 합계 800여명의 근로자가 이번 주부터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하루 평균 투입되는 인력의 10% 규모로 최근 늘어난 물량 속에서 노동력 부족이 심각했던 두 항구와 화주 및 해운사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평가다.   LA 항의 ‘유센 터미널’ 관계자는 “인력난이 연말을 지나 연초로 이어지면서 생산성이 20% 떨어졌다”며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미 두 항구에 입항해 하역을 기다리고 있던 컨테이너선 2척은 전담 인력 감축 통보를 받았고 다른 13척은 하역을 요청했지만, 항만청으로부터 어떤 답도 듣지 못하고 또다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두 항구에서는 수주일 전 하루 평균 10여건이던 확진 케이스가 지난주는 하루 평균 150건으로 빠르게 늘었다.   항만 안팎에서는 외항 대기 컨테이너선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100척을 돌파한 외항 대기 규모는 새해 들어 지난 1일 106척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한편 11일 롱비치항을 방문한 연방 교통부의 피트 부티지지 장관 등은 연말 성수기는 그나마 버텼지만, 다음 달 1일 음력 설을 앞두고 물류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휴 준비에 들어가기 위해 중국에서 미리 보낸 물량이 몰리면 적체가 더욱 심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LA 항만청의 진 세로카 청장은 “아무리 항구에서 하역 속도를 올려도 트럭, 물류창고 등 민간 영역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적체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물류난 음력 물류난 우려 하역 근로자 항구 합계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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