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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설레는 사랑 오늘부터

새해 첫날에는 떡국을 먹는다. 긴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자른 떡 위에 색색으로 얌전히 고명을 얹는다. 오방색을 띤 고명은 식욕을 돋우려고 음식 위에 얹는 것인데 이를 달리는 교태(交胎)라고도 불렀다. 처음 벗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 음식은 누구도 손대지 않은 새것이라는 말이고, 이제 벗을 만나듯 사귀라는 뜻이니 가히 대단한 운치가 아닐 수 없다.  
 
고명이 음식을 새롭게 만난다면 새로운 해를 만나는 것은 설이다. 예전에 설이라면 음력 새해 첫날이었지만 이제는 양력설도 챙긴다. 설은 시작하는 날을 말하지만, 어떤 학자는 ‘낯설다’의 어근인 설에서 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설은 시작하는 새로운 날이고 낯선 시간에 발을 디디는 날이다.  
 
낯선 벗을 만나 사귀기 시작하는 날. 새롭고 낯설기에 두렵고 불안하다. 새로운 것만 낯선 것은 아니다. 지나간 시간이 새겨놓은 무거운 짐들도 익숙해지지 않는 낯섦으로 우리를 두렵게 한다. 아픔이란 아무리 만나도, 만날 때마다 낯설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낯선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이기도 하다. 우선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이 주는 설렘이 있다. 또는 우리를 소풍 가는 아이처럼 들뜨게 하는 설렘도 있다. 그래도 우리를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그토록 어둡고 무거운 시간, 아무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곁에서 걸어주던 사랑. 갑자기 등불을 켜고 나타나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사랑. ‘울어라. 마음껏울어라’ 하며 눈물을 받아주고 다음 날 햇살을 비춰주던 고요했던 그 사랑. 내가 그 선한 품에 안겨있는 것도 모르고 잘난 줄 알다 넘어질 때, 두려워 말라 너는 내 품에 있다고 놀라게 하셨던 그 사랑. 그 낯선 사랑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새해 첫날은 낯선 사랑을 기대하는 날이다. 낯선 사랑과 사귀기 시작하는 날이다. 익숙해지지 않는 그래서 우리를 항상 놀라게 하시는 선하신 주님으로 설레는 날이다.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어두운 짐조차도 친구로 만드시는 그 사랑을 만난다. 익숙해지지 않는 놀라움으로 항상 설레게 하는 사랑을 만난다.
 
그래서 오늘이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렘도 없고 색깔도 없는 고명이 아니라, 국 속에 섞여서도 맛을 내고 향을 뿜어내며 아름답게 모양을 내어 여전히 낯설게 우리를 놀라게 하는 주님의 날이기를 바란다. 어둡고 무거운 짐조차도 누르지 못하는 주님으로 놀라고 설레는, 올 한해 내내 우리를 붙잡고 가실 사랑, 그 사랑과 사귀는 시작이 오늘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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