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BTS, 10년 이야기
서울 시내 지하철을 타 본 적이 없었던 그는 신사동 1번 출구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기숙사가 있다는 청구 빌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크리스마스이브라 강남의 길거리는 사람의 물결로 넘쳤다. 2010년 4월 광주에서 뽑힌 뒤, 연습하다 드디어 서울로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은 소년, 정호석의 기숙사 첫날 이야기다. 전화로 설명을 들은 뒤 찾아간 기숙사에는 이미 대구에서 올라온 17세의 작곡가 민윤기(나중에 슈가)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랩에 심취해 자신을 랩 몬스터(Rap Monster)라고 부른 김남준은 일산 출신의 영재였다. 중학교 2학년이던 정국은 부산의 어느 댄스 학원에 등록한 뒤 6개월 만에 오디션에 합격했다. 고교 1학년이던 지민과, 훗날 뷔라고 불리게 된 태영은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사무실로 오는 동안 택시 운전사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데뷔 후 진으로 불린 김석진은 조부모의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가 기숙사로 왔다. 이렇게 서로 배경도,특기도 다른 7명의 젊은이는 좁은 기숙사에서 서로 가르치고, 같이 연습하며 불안한 3년을 보내야 했다. 기숙사에 있던 다른 연습생들이 떠나는 것을 보면 자신들에게도 그런 불운이 닥칠까 봐 두려웠다. 그때마다 더 열심히 연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었다. 이상은 BTS를 다룬 ‘Beyond The Story’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도 올랐다. 책 중간에 인쇄된 QR 코드 링크를 열면 BTS공연 영상도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지루할 시간이 없다. BTS는 2013년 6월 13일 데뷔를 했다. 처음에는 악평이 쏟아졌다. 당시 대형 연예 기획사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훨씬 높았다. 불안한 마음이 들면 새 노래를 만들어 계속 연습했다. 이후 팬클럽이 만들어져 멤버들에게 용기를 주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많은 상도 받았지만 “반가워야 할 때에 반갑지 않고, 행복해야 될 때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15세에 집을 떠나 기숙사에 왔던 정국은 인생의 많은 것을 6명의 형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오랜 시간 가족 대신 형들과 지낸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민은 우울함을 극복해 낸 방법의 하나가 가로·세로 3미터의 작은 방에 혼자 들어가, 자신들의 공연 영상을 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팬들이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후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힘들거나 우울해도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공연하는 것”이 그들의 문제 해결 방법이었다. 이들이 10년이라는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경험과 모든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불평도 하고, 투정도 부려야 했어요.” 그래서 가끔 술도 마셨고, 많이 토하기도 했단다. BTS는 2018년 9월 18일 유엔 빌딩에서 공연했고, 유니세프와 공동으로 ‘Generation Unlimited’에도 참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섭씨 40도 폭염에도 3만 명이 넘는 여성 팬들이 히잡을 쓴 채 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였다. 2018년 유엔 이사회에서 한국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했고,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또 비틀즈 이후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빌보드 핫100에서 1년 간 4번이나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올해 열세살이 되는 손녀는 BTS의 열성 팬이다. 한글도 열심히 배운다. 내가 손녀에게 바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7명의 젊은이가 서로 돕고, 가르치며 스스로 멋진 길을 개척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불확실했던 미래를 꿈의 전당으로 이끈 그들의 모습 말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이야기 기숙사 첫날 유엔 빌딩 한국 연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