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간부가 유령회사 설립…대출 수수료 불법 착복
최근 아이비은행의 대출창구인 SBA 부서 직원들이 돌연 집단 사퇴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 부서장이 윌셔은행 재직시 수년동안 서류를 조작, 대출 수수료를 불법으로 착복한 사실이 알려져 한인 은행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인 금융계에 따르면 아이비은행의 SBA 부장으로 근무했던 K씨는 2002년부터 2006년 초까지 4년여동안 윌셔은행의 시애틀 대출사무소(LPO)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친인척 명의로 유령 회사를 설립한 뒤, 대출 커미션 명목으로 수십만달러를 불법으로 챙겼다. ▶관계기사 3면 K씨는 당시 한인 은행들이 대출경쟁을 벌이면서 대출손님을 은행에 소개하는 브로커에 커미션을 제공하는 점을 이용, 고객이 은행을 직접 찾아와 대출한 케이스에 대해서도 자신이 세운 유령회사의 융자 브로커가 소개한 것으로 서류를 꾸며 커미션을 착복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같은 사실은 K씨가 2006년 2월 아이비은행으로 이직한 뒤, 그해 4월 윌셔은행의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윌셔은행측은 이를 문제 삼아 K씨로 부터 13여만달러를 배상받는 조건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윌셔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K씨가 은행을 그만둔 뒤 고객 관리차원에서 일부 고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이들이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 직접 대출사무소를 방문해 융자를 받은 것을 알게 됐다”며 “은행측이 이를 문제삼자 그가 불법으로 수령한 커미션을 단기간에 모두 갚는 조건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고 설명했다. 통상 은행은 계좌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의심쩍은 거래 등이 발견되면 이를 은행 감독국에 즉시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윌셔은행은 K씨 사건과 관련해 “보고 여부는 철저하게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K씨는 윌셔은행 떠난 뒤 아이비은행 SBA 대출 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를 해오며 1년 만에 LA 금융권에서 SBA 대출실적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K씨는 윌셔은행의 수수료 착복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출권한이 줄어들고, 또 다른 대출건과 관련해 은행 내부의 자체 감사 타겟이 되자 지난달 자진사퇴했다. 또 아이비은행 LA다운타운 지점 SBA 직원, 시애틀 대출 사무소 직원 등 4명도 K씨와 함께 자진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비은행측은 SBA 관련 부서 직원들의 갑작스런 집단 사퇴에 대해 “자체 내부감사가 진행 중 이를 불편해 하는 직원들이 사표를 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인 은행권에서는 그러나 은행 간부가 오랜기간 공문서를 조작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K씨 사례가 한인 은행이 당면하고 있는 대출부실과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모 은행의 지점장이 수년동안 은행 금고에서 돈을 훔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한인 은행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모럴 해저드의 극치”라고 씁쓸해 했다. 이들은 이어 “한인 은행들이 브로커에 수수료까지 줘가며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리면서 부실대출도 커지고 이같은 어이없는 사건도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