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대출경쟁이 부른 화근
성과급 위주 급여…규정 벗어난 융자 유혹
대출 사무소장이 행장보다 수입 많기도
윌셔은행에서 발생한 불법 커미션 착복사건에 충격에 휩싸인 한인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건은 경기가 호황일 때 은행을 방만하게 운영해온 한인 은행들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적인 고속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한인 은행들이 총대출 규모를 늘려 몸집 부풀리기 위해 대출사무소(LPO)를 여기저기에 우후죽순 설립했다는 것.
실제로 은행계가 한참 호황이던 2006년 한 해에만 한인 은행들은 거의 20여개에 달하는 대출사무소를 세웠다.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4대 상장 은행의 대출사무소는 30개 정도였으나 지금은 3분의 1 수준인 10여개로 줄었다. 이처럼 대출사무소 설립경쟁은 대출사무소 소장 스카웃 경쟁으로 번졌고 소장의 기본급과 성과급을 합친 급여가 행장보다 많은 경우까지 생길 정도로 과열 양상을 띠었다.
한 한인 은행 관계자는 "급성장이 부른 부작용으로 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했고 이에 자질이 부족한 행원을 고용할 수 밖에 없었다"며 "특히 대출을 담당하는 론 오피서의 몸 값은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솟아 경력과 자질에 상관없이 고용하기에 바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기본급 보단 성과급이 많았기 때문에 일단 여기저기서 융자 끌어오기에만 급급했다"며 "지나친 은행간 대출경쟁에다 성과급 위주의 급여체계로 대출규정에 벗어난 융자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한숨 쉬었다.
또 은행에 대출손님을 소개해주는 론 브로커들이 소개비 명목으로 받는 커미션은 대출금액의 1~1.5%까지 였지만 한창 은행간 대출경쟁이 심했을 당시에는 이보다 더 높은 '2%+알파'까지도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즉 500만달러의 융자를 성사시켰을 경우엔 최대 10만달러의 커미션을 론 브로커들이 챙길 수 있었다는 것.
현재 한인 은행권이 고통받고 있는 융자부실 문제도 그 본질은 바로 이런 문제들과 연관돼 있다고 일부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에 도덕성보다는 그가 내는 성과만 보고 중요직책을 맡기는 성과만능주의 풍토가 부실 대출을 키우는데 한 몫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성과 만능주의는 또 대출사무소 관리부재로 연결됐다. 대출성적이 우수한 대출사무소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은행 본점의 정기적인 감사나 관리를 느슨하게 받아 왔다고 한인 은행권은 전했다. 4년 동안 커미션 착복사건을 적발하지 못했던 윌셔은행의 사건에서도 이런 경향은 알 수 있다.
한 한인 은행 관계자는 "은행측이 대출심사 및 대출사무소 관리와 철저한 감사를 해왔다면 이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윌셔은행의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이라고 아쉬워했다.
지난 해에는 모 한인 은행에서 직원들이 공모 수년에 걸쳐 금고에 보관 중인 현금 50만달러 이상을 유용하는 사건도 벌어져 행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나 행원들의 자질에 대한 점검 등 은행권의 다양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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