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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월미도

지난봄 LA로 돌아온 지 일 년 여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은 꽃샘추위로 아침저녁은 약간 쌀쌀하지만, 낮에는 포근한 봄 날씨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초록색, 연두색 잎들이 싱그럽고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 등이 저마다의 화사함으로 겨우내 황량했던 도심을 화려한 봄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올해 들어 LA답지 않게 날씨가 춥고 비가 계속 와서 우울했던 마음이 한국 와서 산뜻하게 기분전환이 됐다. 다만 한국에는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가 반갑지 않다.  TV만 틀면 나오는 유치한 정치인들의 싸움도 여전해서 내 마음을 어지럽게 만든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4월 초, 영종도에 사는 가까운 지인이 집으로 초대했다. 코로나 전에 영종도에 몇 번 갔었는데 그때는 공항철도를 타고 영종대교를 지나서 갔다. 탁 트인 바다가 보여 설렜던 기억이 났다. 이번에는 월미도 선착장에서 영종도로 가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는 방법을 택했다. 자동차도 여러 대 실을 수 있는 그림 같이 아름다운 큰 배를 탔는데 배 주변으로 갈매기들이 엄청 많아서 놀랐다.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공격적으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히치콕 감독의 ‘새’ 영화를 연상시켰다.     왜 그렇게 월미도에 갈매기들이 많은지, 또 배의 안팎에서는 새우깡을 파는 곳이 왜 그리 여러 군데 있는지 의아했는데 그 의문은 곧 풀렸다. 새우깡은 사람이 먹으려는 게 아니라 갈매기의 먹이였다. 배에 탄 사람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새우깡 봉지를 손에 들고 하나씩 꺼내 손가락에 쥐고 있으면 갈매기들이 순식간에 날아와서 탁 채 갔다. 갈매기들은 사람이 주는 새우깡을 받아먹으려고 월미도에서 영종도까지 왔다 갔다 배를 따라다녔다. 새우깡 맛에 길들여진 갈매기가 자꾸 늘어나고 있어 큰 문제라고 한다. 새우깡을 주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 없는 갈매기들에게 사람들이 자꾸 먹이를 주는 바람에 갈매기 스스로 먹이 사냥을 안 하게 만들고 있다. 요즘 갈매기뿐 아니라 비둘기는 닭둘기가 된 지 오래고 어느 나라의 가마우지는 날개가 퇴화하고 새들이 날지를 않는다고 한다.   배를 타고 가다 보니 저만치 말로만 듣던 월미도와 영종도 사이에 위치한 작약도가 보였다. 작약도는 무인도로 섬 모양이 작약 꽃 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인천시가 장기간 방치된 작약도를 매입해 유원지로 개발하려 했으나 최근 900억원에 민간업체에 넘어가 무산됐다고 한다.  20여분 배를 타면서 갈매기들에게 새우깡 주는 체험도 하고 시원한 바다와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이 가슴에 새겨진 행복한 경험이었다.     점심을 먹고 밀린 이야기를 나눈 후 월미도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오니 주말이라 그런지 1박 2일 코스로 많은 사람과 차들이 그때까지 배를 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월미도는 섬의 모양이 달의 꼬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월미도라 하면 바닷가로만 생각했는데 인천 ‘월미공원’이 있어 봄가을로 여러 가지 꽃과 식물들을 볼 수 있고 국내 유원지를 대표하는 ‘월미놀이공원’이 있는 관광지로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인천에는 국내 최초, 최대의 차이나타운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외에도 인천에는 가 볼 만한 명소가 많이 있다고 하는데 당일치기로는 힘들어 다음 기회에 가보기로 했다.     이번 월미도 탐방이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역사적인 인천 상륙작전의 첫 도착지점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월미도 유람선 선착장 부근에 세워진, 인천상륙작전의 첫 번째 상륙지점인 녹색 해안을 표시한 기념비를 보며 긴박했던 당시 역사의 숨결을 느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불과 사흘 만에 서울이 함락되고 낙동강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 지역을 점령당했다.     1950년 9월 15일 새벽, 유엔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진두지휘 아래 인민군이 점령하고 있던 인천에서 유엔군과 국군이 펼친 작전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모두가 미친 작전이라고 의심했던 인천상륙작전이었다. 그때부터 전세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인천상륙작전은 가장 성공적인 군사작전의 하나로 전쟁사에 기록되고 있다. 책으로 읽고 영화로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월미도에 와서 직접 확인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또한 잊고 있던 맥아더 장군의 인상적인 모습이 소환됐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콘파이프 담배에 속칭 ‘라이방 선글라스’와 삐딱하게 모자를 쓴 맥아더 장군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맥아더 사령관은 만주 폭격을 계획했다.  그러나 트루먼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사령관에서 해임되면서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미국으로 귀국한 뒤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 은퇴연설 말미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그때 맥아더 장군의 뜻대로 만주폭격을 감행했더라면 우리나라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4월! 박목월 시인의 ‘4월의 노래’ 를 조용히 읊조려 본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시로 김순애 작곡의 노래로 더욱 유명해진 시이다.     목련 꽃 그늘 아래서 /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 꽃 그늘 아래서 /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세파에 찌든 우리네 마음을 정화해 준다. 영종도 어느 공원에 하얀 목련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기막히게 아름답다고 하는데 목련화가 지기 전에 목련 꽃그늘 아래서 LA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지저분한 한국 정치에 얼룩진 마음을 깨끗이 씻고 싶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월미도 월미도 선착장 월미도 유람선 이번 월미도

2023-04-20

휴식 끝판왕 유람선으로 출발

이제는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가장 당황했던 것이 특히 크루즈 여행을 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제 은퇴하고 크루즈 여행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가장 마지막까지 조심해야 하는 여행으로 크루즈를 꼽으니 마음이 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 새로 시작되는 크루즈를 몇 곳을 알아봤다.   올해 새롭게 시작되는 크루즈 리스트에는 화려한 고급 크루즈 선박이 나온다. 크루즈 여행이라는 것이 조기에 예약하거나 2대1 크루즈 요금, 무료 왕복 항공료, 스위트 업그레이드, 특별 단독 요금, 선상 크레딧, 등 다양한 프로모션 및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     ▶익스플로라1   크루즈 전문회사인 익스플로라 저니사의 첫 크루즈 선박인 익스플로라 1은 오는 7월 17일에 출항을 시작한다. 오션뷰와 개인 테라스가 있는 오션 프론트 스위트, 레지던스, 펜트하우스 등 총 922칸의 2인실 객실이 마련돼 있다. 스위트 객실 중 82칸은 여러 세대 가족을 위해 연결이 가능해서 굳이 가족이 아니더라도 동창 모임같이 부분적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전체 모임을 가질 수 있다. 레스토랑은 6곳으로 세계 각국 요리와 와규 쇠고기, 구운 문어와 같은 고급 옵션도 제공한다.     미식가들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개인 주방에서 제공되는 셰프의 식탁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여객선에는 4개의 수영장, 전용 카바나, 선라이즈 요가, 면역 강화 워크숍 등 다양한 웰빙 프로그램, 스웨덴 로얄 오페라 입장 같은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다. 익스플로라1호는 장애인용 스위트룸과 휠체어 사용이 가능하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발하는 3박 코스는 1인당 2150달러부터 시작된다.  ▶웹사이트: explorajourneys.com     ▶세븐 씨즈 그랜저     리젠트 세븐 씨즈사는 세븐 씨즈 그랜저(Seven Seas Grandeur)를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여객선'으로 부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여객선은 오는 11월 첫 항해를 시작한다. 모든 객실은 스위트룸이며 모든 객실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개인 발코니가 있다. 규모는 2인실 732칸이 마련된다. 예술적인 면모도 뛰어나 선내에 훌륭한 예술 작품이 전시된다.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파베르제의 저니인쥬얼(Journey in Jewels)은 선박에 실린 수백만 달러 상당의 아트 컬렉션의 일부다. 크루즈 중에는 강의, 맞춤형 식도락 체험, 애프터누운 티 같은 독특한 선상 학습 활동이 포함된다. 몇몇 스위트룸에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다. 비용은 마이애미에서 출발하는 7박의 경우 1인당 4999달러부터 이용할 수 있다.   ▶웹사이트:rssc.com     ▶실버 노바   실버씨(Silver Sea)사의 실버노바는 오는 8월에 첫 선을 보인다. 특히 이 여객선은 탄소 저배출 및 하이브리드 동력원을 이용해 더블 스위트당 온실 가스를 40%나 감소시킨 첫 유람선이다.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 유람선 중 하나가 된다. 스위트룸에는 전용 유리 난간 발코니와 집사 서비스가 포함된다. 2인용 객실이 728칸이 있고 8개의 레스토랑과 11개의 바가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다면 몰입형 요리 경험인 SALT프로그램이 있다. 현지에서 조달한 재료, 시장 투어 및  셰프 시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오티엄 스파에서 전체적인 웰빙 옵션을 즐기거나 인피니티 월풀에서 휴식을 취하실 수도 있다. 여객선에는  휠체어가 가능한 스위트룸을 제공하며 식당 및 엔터테인먼트 장소와 공공 장소도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다.비용은 미국령인 푸에르토 리코의 산후안에서 출발하는 7박 크루즈의 경우 1인당 4350달러부터 시작한다. ▶웹사이트: silversea.com     ▶비스타   비스타호는 오세아니아 크루즈사의 최신 여객선으로 오는 5월 13일 진수 예정으로 2인실 1200칸을 보유하게 된다. 오세아니아사는 요리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과 고급 요리로 유명하며 비스타호는 12개의 다이닝, 실습 요리 강습, 스모크 버블 및 기타 칵테일 기법을 배우는 믹솔로지 프로그램, 셰프가 주도하는 요리 디스커버리 투어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매일 제공되는 애프터누운 티에는 4단 페이스트리 카트와 클래식 현악 4중주의 음악이 포함돼 있다. 또한 웰빙 센터와 환경 보호에 초점을 맞춘 일련의 여행이 있으며 친환경 와이너리 또는 환경을 생각하는 예술 투어가 마련돼 있다. 객실에 휠체어가 가능하다. 비용은 이태리 로마에서 출발하는 7박 크루즈의 경우 1인당 2199달러 부터다. ▶웹사이트: oceaniacruises.com     ▶노르웨지언 비바   올 여름 크루즈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노르웨이 크루즈라인의 노르웨지언 비바(Norwegian Viva)의 8월 출항을 주목할 만 하다. 2인실이 3100칸으로 숯사우나와 아이스룸이 있는 스파를 포함해 노르웨이 브랜드에 대한 몇 가지 업그레이드를 즐길 수 있다. 대형 객실은 여러 세대의 가족을 수용할 수 있고 독신 여행자를 위한 1인실도 마련돼 있다. 선박에는 칵테일과 춤을 즐길 수 있는 성인 전용 야외 공간인 바이브 비치 클럽과 노르웨이식 인피니티 온수 욕조도 있다. 고급 선박 경험을 위해 선박 뒤쪽에서 음료, 식사, 휴식을 위한 전용 공간인 더 헤이븐(The Haven)이 마련돼 있다. 휠체어가 접근 가능하고 코디네이터가 도와주기도 한다. 비용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항에서 출발하는 7박 여정의 요금이 1인당 999달러부터 시작한다.  끝판왕 유람선 크루즈 여행 고급 크루즈 크루즈 요금

2023-03-26

[삶의 뜨락에서] 유람선 페스티벌에서

미국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친분이 있는 이웃과 카리브해 일곱개의 섬을 하나씩 돌아볼 수 있는 페스티벌(Festival)이라는 유람선 여행을 함께 가기로 뜻을 모았다. 승객들이 자는 동안 항해를 시작해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섬에서 하루 동안 관광을 즐기다 저녁에 유람선으로 돌아오는 여행이었다.     그중에 여자들이 가장 관심이 컸던 곳은 쇼핑으로 유명하다는 세인트토머스 섬이었다. 마침내 그 섬에 배가 도착한 날 나와 이웃인 C부인도 두 아이를 앞세우고 면세점이 있다는 도심으로 서둘러 갔다. 면세점은 관광객들의 심리를 잘 아는 듯 많은 유럽제 고급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팔았고 세금도 없었다. 우리는 쇼핑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엄마 우리가 타고 온 유람선이 오후 2시에 떠난다고 했지. 그리고 두 번 5분 간격으로 고동을 울리면 배의 문을 닫는다고 했잖아”라며 조급해했다. 그래, 그렇구나! 급히 택시를 타고 유람선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는데 첫 번째 고동 소리가 들렸다. 유람선이 정박한 해변이 빤히 보였지만 차량정체로 택시는 꼼짝도 못 했고, 겁먹은 아이들은 훌쩍이고, 운전사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는 SOS를 보냈다. ‘우리를 도와주세요. 하나님!’. 그러나 하나님은 여전히 침묵하시는 듯한데 갑자기 ‘Money talks’란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운전 기사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아저씨, 택시요금이 25달러라고 했지요? 두 배로 지불할 터이니 저 유람선으로 빨리 가주세요”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운전기사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택시를 앞뒤로 조금씩 움직여 간격을 만든 다음 차를 왼쪽으로 틀어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필경 그에게는 익숙한 뒷골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택시는 시간에 맞춰 유람선 앞에 도착했다.       그때 마침 두 번째 고동 소리가 울렸고 막 선박의 문을 닫으려는 순간이었다. 만일 그때 선박 문이 닫혔으면 우리는 별도리 없이 항공편으로 마이애미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선박에 남아 있던 남편들은 우리의 행방을 모르고 애를 태우고 있다가 택시에서 내리는 아슬아슬한 광경을 갑판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Money talks’ 또는 ‘Money works’ 는 돈이 가진 위력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사람들 눈앞에는 커다랗게 확대된 지폐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Money talks’라 속삭이는 자애롭고 전능하신 그분의 모습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황진수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페스티벌 유람선 유람선 페스티벌 유람선 여행 money talks

2022-12-18

[삶의 뜨락에서] 유람선 페스티벌에서

우리 부부에게 미국 생활이 점점 익숙해질 무렵 친분이 있는 이웃 가정과 우리가 캐러비안 해안에 있는 일곱개의 작은 섬들을 하나씩 돌아볼 수 있는 Festival이라는 유람선 여행을 함께 가기로 뜻을 모았다. 그 여행은 이렇게 진행된다 - 밤에는 승객들이 자는 동안 유람선이 항해를 시작하여 한 섬에서 다른 섬들로 이동하고 승객들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면 새로운 섬에 와 있어서 그 섬을 하루 동안 관광하거나 수영을 즐기다가 저녁이 되면 유람선으로 돌아와서 식사도 하고 쉬고 하는 식의 흥미로운 여행이었다.     우리 여자들이 모두가 그 중에도 제일 흥미 있게 기다려지는 섬은 쇼핑으로 유명하다는 세인트토머스 섬이었다. 마침내 그 섬에 배가 도착한 날 승객 대부분이 서둘러 하선하였고 나와 우리 이웃인 C.부인도 두 아이를 앞서 세워가며 면세점이 있다는 도심지로 향해서 서둘러 갔다. 나는 C.부인이 기록해 온 쇼핑할 희망 사항 목록이 종이 한 면에 가득 채워진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곳 면세점은 관광객들의 심리를 잘 아는 듯 수많은 고급 유럽상품을 분명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데다 세금까지 면제해 주어서 우리는 예전에 사기를 주저하던 물건을 골라서 사보려는 마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을 때 우리 애 중한 아이가 소리 높여 말했다 “아, 엄마 우리가 타고 온 유람선이 오후 2시에 떠난다고 했지. 그리고 두 번 5분 간격으로 고동을 울리면 배의 문을 닫는다고 했잖아” 하며 조급해했다. 그래, 그렇구나! 빨리가자 하고 다시 택시를 불러 타고 급히 우리 선박으로 돌아오는데 첫 번 고동 소리가 울려왔다. 우리 유람선이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해변이 뻔히 눈에 보이는 한길 복판에서 차가 꽉 막혀서 택시는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었고, 겁먹은 아이들은 훌쩍이며 울고 있고, 운전사는 자기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이 혼자 여유롭게 앉아 있다.     나는 맘 속으로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는 SOS를 보냈다. 우리를 도와주세요. 하나님! 그러나 하나님은 여전히 침묵하시는 듯한데 내 머리에 ‘Money talks’란 말이 급히 떠올랐다. 나는 운전 기사에게 힘주어서 말했다. “아저씨, 우리 택시요금이 25불이라고 했지요? 그걸 두 배로 지불할 터이니 저 선박으로 급히 달려 가주세요!”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운전기사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택시를 앞뒤로 여러 번 조금씩 움직여 간격을 만든 다음 차를 왼쪽으로 틀어서 좁은 옆 골목으로 안으로 급히 운전해 들어가서 필경 그에게는 익숙한 뒷골목을 이리저리 운전하여 힘 안 들이고 우리가 타고 온 Festival 선박 앞으로 택시를 대 놓았다.     그때 마침 두 번째 고동 소리가 울렸고 배는 막 선박의 문을 닫으려는 순간이었다. 만일 그때 선박 문이 닫혔으면 우리는 별도리 없이 비행기 편으로 마이애미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는 것이다. 그때는 셀폰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선박에 남아 있던 우리 남편들은 우리의 행방을 모르고 애를 태우고 있다가 택시에서 내리는 우리의 아슬아슬한 광경을 갑판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Money talks 또는 Money works 라는 말은 돈이 가진 위력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을 때 어떤 사람들 눈앞에 지폐가 아주 커다랗게 확대되어 떠오를지 모르겠다. 또 다른 어떤 사람들 눈앞에는 우리 귀에다 대고 아주 미세한 소리로 Money talks라 속삭이며 들려주시는 자애롭고 전능하신 그분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황진수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페스티벌 유람선 유람선 페스티벌 유람선 여행 우리 유람선

2022-12-08

헝가리 유람선 참사 실종 한국인 추정 시신 2구 수습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엿새째인 3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인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2구가 수습됐다. 한국 정부 합동신속대응팀 현장지휘관인 송순근 대령(주헝가리 한국대사관 무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후 5시 27분에 (침몰현장인) 현 작전지역에서 한국인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우리가 수습했다"고 밝혔다. 송 대령은 "오전 잠수한 헝가리 측이 낮 12시 20분에 시신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침몰 유람선 인근에서 발견했다"면서 "우리 대원 18명이 모두 현장에 투입돼 한 시간 동안 작전을 준비했고 우리 요원들이 약 1시간 6분 동안 수중에서 1명을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신속대응팀 소속 두 명의 잠수요원은 이날 오후 4시 21분에 차례로 입수한 뒤 사고현장에서 60여 분간 수색활동을 벌였다.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수습된 시신은 침몰한 허블레아니호의 선미 바깥에서 발견됐다. 앞서 이날 오전 사고 지점에서 102km 떨어진 하르타(harta) 지역에서 외관상 한국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가 수습됐다. 신속대응팀은 이 시신이 55~60세로, 현지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신속대응팀은 시신 2구의 신원을 경찰이 계속 확인하고 있으며 시신 발견 소식은 실종자 가족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견된 2구의 시신이 허블레아니호에 탑승한 한국 관광객으로 확인될 경우 사망자는 총 9명으로 늘어나고, 실종자는 17명으로 줄어든다.

2019-06-03

이탈리아 침몰 유람선서 24시간만에 구조 한기석·정혜진 신혼 부부

"살아날 수만 있다면 평생 더욱 사랑하고 아껴주자고 두 손을 꼭 잡고 맹세했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스카나 제도의 질리오섬 인근에서 침몰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한국인 신혼 부부 한기석(29.중학교 교사) 정혜진(29.고교 교사) 씨는 1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사고 선박의 선체 아래쪽 선실에 24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구조됐다. 두 사람은 로마의 호텔에서 하루이틀 머문뒤 귀국할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현재 건강 상태는. "특별한 문제는 없다. 병원에서도 그렇게 진단받았다. 팔과 다리에 찰과상을 좀 입었을 뿐이다." - 탈출하지 못하고 배 안에 갖히게 된 이유는. "저녁 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 배가 많이 흔들리고 소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유람선 여행이 처음이라서 원래 그런 줄 알았다." - 배의 선원이 탈출을 유도하지는 않았나. "누군가 객실로 들어와 뭔가 말을 하고 간 기억은 있다. 잠결이라서 방을 잘못 찾은 사람인 줄 알았다." - 배 안이 어둡지는 않았나. "낮에는 한켠에서 가느다란 불 빛이 들어와서 아주 어둡지는 않았다. 그러다 저녁이 되니 칠흙같이 어두워졌다. " - 구조 경위는. "휴대 전화로 확인한 시간으로 자정 무렵에 밖에서 배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듣고 우리가 안에 있는 것을 밖에서도 알게된 것으로 여겨졌다. 몇 군데에서 구멍을 뚫는 작업이 진행되더니 서너시간 뒤에 구조대가 들어와 우리를 배 밖으로 인도했다." - 두 사람이 24시간 이상 갖혀있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는 배가 가라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서로 작별인사까지 했다. 그러다 배가 더이상 기울지는 않아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침몰 유람선 선장 체포 최소 3명 사망·17명 실종 13일 오후 9시(현지시간)쯤 승객과 선원 4229명을 태운 이탈리아 호화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가 지중해에서 전복됐다.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52)와 선원들은 승객들이 배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배를 포기하고 먼저 대피한 것으로 드러나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됐다. 유람선에는 승객 3216명과 선원 1013명이 승선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최소 3명이 숨졌고 17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는 40여 명으로 이 가운데 2명은 위중하다. 배에는 승무원 2명을 포함해 34명의 한국인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다고 외교통상부는 밝혔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2012-01-15

[14만톤 초호화 유람선 지중해 크루즈-하] 문화와 예술···'찬란한 유산'의 도시들

트레비 분수의 포세이돈이 그렇고, 박물관에서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든 페르세우스가 그랬다. 신화는 박제된 얘기라고? 주위를 둘러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오디세이 자동차가 여전히 항해(?)를 하고 있고, 사이렌은 앰뷸런스 위에서 여전히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프쉬케(사이키)는 의사를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질 않는가. 나이키는 운동화로, 박카스는 강장제로 모습을 달리해 현존하고 있다. 여행이 후반부로 접어 들면서 다시 인간이 이룩해 놓은 찬란한 예술의 세계로 돌아온다. 르네상스 미술 압권 ■ 피사(대성당 사탑) 피렌체(미켈란젤로의 언덕-꽃의 성모마리아 대성당-베키오 궁전) 12세기의 웅장하고 화려했던 예술 시대를 겪은 화려한 이태리 중부의 해안 도시인 피사에는 기울어져 유명한 '사탑'이 있다. 토스카나 지방에서 가장 훌륭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로 손꼽히는 피사 대성당과 세레당 묘지 사탑이 한데 모여 있다. 입장료를 내면 사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으나 기울어진 광경은 멀리서 보는 게 최고다. 마침 파랗게 개인 하늘과 상큼한 공기가 일품이다. 동화속 주인공 '피노키오'가 이 고장 출신(?)이라서 노점에는 피노키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피렌체는 훌륭한 문화유산들이 가득한 곳. 먼저 미켈란 젤로의 언덕에 올라 시내를 굽어 본다. 시내를 통과하는 아르노 강 저편에 거대한 꽃의 성모마리아 대성당과 베키오 궁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언덕에서 내려와 대성당의 광장에 서니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새삼 놀란다. 일찌기 피렌체 공화국(토스카나 공화국)의 청사였던 건물로 현재도 시청사로 쓰이고 있는 베키오 궁전 원래 피렌체의 사법과 행정 업무를 담당할 시설로 세워져 이름이 우피치(영어 오피스)가 된 이 갤러리는 이태리 미술 특히 피렌체의 르네상스 미술이 압권이다. 이곳에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등이 소장돼 있다. 최고 휴양지 니스 해변 ■ 프랑스(니스-칸느) 모나코 르네상스 시대의 찬란한 문화 유산들을 중심으로 한 이태리를 뒤로 하고 드디어 프랑스 남부 코트 다쥐르(Cote D'Azur감청색 해안)주의 중심도시 니스에 도착했다. 영어 '나이스'와 철자가 같으니 모든 것이 좋을 것만 같다. 겨울에도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와 각종 축제로 니스 해변은 일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프랑스 최고의 휴양지다. 일행은 개장 준비로 바쁜 노천 시장에서 발길을 멈춘다. 비로소 사람 냄새가 풍겨 온다. 이국적인 과일도 맛보고 어떤 이는 카페의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에 영화속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한다. 다음 목적지는 어쩌면 우리에게 파리보다도 더 익숙할 것 같은 도시 칸느다. 박찬욱 김기덕 전도연 등 수많은 우리들의 영웅들이 섰던 그 극장의 계단에서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일행들은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도 아랑곳 없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모처럼 한식당엘 들러 상추에다 갈비를 얹고 된장까지 듬뿍 찍어 올리니 행복감은 무한대. 그레이스 켈리와 F1 그랑프리 카지노 등으로 알려진 모나코 공국은 지난 해부터 축구선수 박주영이 뛰고 있는 AS 모나코팀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근해진 곳. 니스에서 동쪽으로 10마일을 달려 버스는 바로 그곳으로 들어선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는 왕궁과 그레이스 켈리가 잠들어 있는 성당 등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 여전히 하늘은 꾸물거리지만 여행하기엔 덥지 않아서 그만이다. 고흐 마지막 머물던 곳 ■ 프로방스(마르세이유-아를르) 지중해 여행의 마지막 날 오늘은 프랑스 남부 지방인 액상 프로방스의 아를르와 마르세이유를 들른다. 아를르는 고대 로마시대의 유물들인 원형극장(콜로세움)과 경기장 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 유적 도시이지만 아는 이들에겐 말년의 고흐가 15개월간 머물렀던 곳으로 더 친숙하다. 그는 이 곳에서 약 200여점의 그림과 100점의 스케치를 하는 등 거의 전성기에 가까운 활동을 하게 된다. 먼저 일행은 고흐가 그렸던 '아를르의 다리와 빨래하는 여인들'의 배경이 됐던 도개교를 들른다. 이어 그가 입원해서 작품활동을 했던 정신병원 아를르 시내를 돌아 본다. 가는 곳마다 그의 행적을 좇는 발길로 분주하다. 고흐의 행적을 좇던 일행들의 눈앞에 갑자기 거대한 원형극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축소해 놓은 듯하지만 그 완벽한 보존상태와 이런 시골의 소읍에서 마주하게된 대서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로마시대의 콜로세움은 유럽전역에 스무 개 정도가 남아있다고 한다. 다리도 무지근하고 배도 고파올 즈음 예약된 식당으로 찾아간다. 아를르 시내를 관통하는 론(Rhone)강이 내려다 보이는 강둑에 올라 앉은 식당 페티오는 이미 '아를지앙'들이 차지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어느새 내일이면 돌아가야 하는 날 언제 다시 오게 될 날이 찾아 올까. 트레비 분수에 동전이라도 던졌어야 했는데…. ▷문의:나라관광 (213)365-0389 글.사진 백종춘 기자 [email protected]

2009-10-01

[14만톤 초호화 유람선 지중해 크루즈-상] 지구 반대편 '신화와 역사의 땅'으로···

지중해 말만 들어도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눈부시도록 푸르른 바다에 내리는 하얀 햇살 그 바다 연안의 절벽 위에 자리한 새하얀 집들 세월 마저 더디 갈 것 같은 너그러운 기후…. 쉽사리 가볼 수 없어서 더욱 그리운 지중해 연안국을 기자가 다녀왔다. 크루즈로 한인여행업계의 분수령을 이룬 나라관광이 마련한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통해서다. 대서양에 속한 바다로 스페인과 모로코의 지브롤터 해협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바다가 땅으로 둘러 싸인 지중해는 그를 끼고 있는 나라들마다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진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말의 뜻은 '지구의 한 가운데'이다. 터키에서는 '하얀 바다'로 이슬람과 아랍문학에서는 '로마(비잔틴 제국)의 바다'로…. 지중해는 대개 길다란 장화모양의 이태리를 중심으로 오른쪽의 아드리아해와 에게해를 끼고 있는 그리스와 터키를 위시한 동 지중해와 서쪽의 이태리 프랑스 모나코 스페인을 잇는 서 지중해로 나뉜다. 크루즈여행에서는 각각 열흘 안팎의 동 서 지중해를 따로 하거나 이 둘을 한번에 다 돌아 볼 수 있는 보름간의 일정이 있다. 여행 내내 그 넓은 지중해 연안을 돌아보자면 여간한 체력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그러나 자고 나면 새로운 기항지에 도착해서 근사하게 차려진 식사를 하고 관광에 나섰다가 해질녘이면 다시 해상도시나 다름없는 크루즈선으로 돌아오면 되는 크루즈 여행 이보다 더 편한 여행이 어디 있을까? 이번 일정은 약 14만 톤의 거대한 크루즈선 로열 캐리비안 보이저호를 타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이태리의 나폴리ㆍ폼페이유적ㆍ로마ㆍ피사ㆍ피렌체 이태리 수도 로마 안의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 프랑스의 니스ㆍ깐느ㆍ아비뇽ㆍ마르세이유 축구선수 박주영이 적을 두고 뛰고 있는 모나코 등지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 가슴 부푸는 낭만의 일정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 나폴리(폼페이 유적-소렌토-카프리섬) "본 죠르노!" 만화영화에서나 나옴직한 현지 가이드의 명랑한 아침 인사에 버스 안의 공기는 거짓말처럼 맑아진다. 가뜩이나 하늘은 언제 한바탕 소나기를 퍼부을지 모를 참에 가이드마저 늦으니 여행객들의 마음도 흐릴 수 밖에.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로 꼽히는 나폴리항이 한눈에 내려다 뵈는 부실리꼬 언덕에 올라서니 멀리 바다 건너 폼페이를 덮친 베수비오 화산과 오른쪽 뒤로 흐릿하게 카프리섬이 보인다. 고속도로를 한 시간여 달려 도착한 곳은 폼페이 유적. AD 79년 베수비오산의 화산 폭발로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던 로마 제국의 도시 폼페이 전체가 날아온 용암과 재로 하루 아침에 7m 아래 지하에 고스란히 묻혀 버린 곳이다. 발굴 작업은 1948년에야 시작되었고 그 당시 모습 그대로의 도시가 드러나게 된 것이라는데 과연 한눈에도 과거의 융성했던 문화가 그대로 느껴진다. 나폴리를 통해 로마로 이어졌다는 돌로 포장한 도로는 그 당시 전차의 바퀴자국까지 선명하다. 오랜 세월 화석화된 미이라와 유물들을 보니 과거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하다. 원형극장을 들르자 성악가의 길을 가는 가이드 박정섭씨가 '오 솔레 미오'를 멋지게 뽑는다. 일행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모인 관객들이 우레같은 박수를 보낸다. '돌아오라 쏘렌토로'라는 노래로 유명한 항구 쏘렌토에서 카프리섬으로 가는 쾌속선을 탄다. 나폴리에서 20마일 정도 떨어진 이 조그만 섬은 로마황제 아우구스투스황제와 티베리우스 황제가 좋아했던 '황제의 섬'이다. 활기에 찬 항구에서 일행은 해발 290피트의 아나카프리 정상으로 가기 위해 미니버스에 나눠 탄다. 버스는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을 요리 조리 빠져 나가는데 일행들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겨우 차 한대 지나다닐 길을 차 두대가 지나치는데 그 틈이 불과 10cm 안팎이다. 게다가 전혀 속도는 줄이지 않은 데다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다. 아예 아래쪽을 외면하고 고개를 드니 카프리섬의 그림같은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로마(바티칸 시국-베드로 대성당-트레비 분수-스페인 광장-콜로세움) 두번 째 기항지는 옛날 로마의 군사항이었던 치비타베키아. 오늘의 첫 방문지는 이태리 수도 로마 안에 있는 또 하나의 국가인 바티칸 시국이다. 인구 약 1000명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으로 전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이라는 의미 외에도 미켈란 젤로의 불굴의 명작인 '천지창조'와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등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이태리 미술의 보고이기도 하다. 하나의 거대한 성처럼 자리한 바티칸 시국 앞에는 벌써 아침부터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여러 보물들과 미술품들이 전시된 회랑들을 지나 드디어 일행은 숨죽이며 천정을 올려다 본다. 이곳은 시스틴 소성당으로 이 천정에는 미켈란 젤로가 4년 5개월에 걸쳐 완성한 그 유명한 '천지창조'가 그려져 있다. 성 베드로 광장의 정면에 자리한 웅장한 성 베드로 대성당은 4세기의 바실리카 양식으로 16세기에 이르러 미켈란 젤로를 비롯한 당시의 대표적인 건축가들에 의해 전성기를 맞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재건되었다. 한참동안 줄을 서서야 비로소 대성당으로 들어섰다. 장엄함과 화려한 예술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시간은 짧고 갈 곳은 많으니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으로 유명해져 관광객들이 붐비는 스페인 광장을 지나 트레비 분수에 이르니 이곳 역시 발 디딜 틈이 없다. 뒤돌아 서서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오게 된다는 속설 때문에 분수에는 관광객들이 던진 동전으로 수북하다. 마지막으로 일행은 로마를 대표하는 명소 콜로세움 앞에 섰다. 정식 명칭은 훌라비오 황제 때 착공하여 '훌라비오 원형극장'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근처에 있었던 네로 황제의 거대한 동상(colossus)에서 유래한다. 이 모두를 하루에 다 해치워야 한다니 아쉽기가 그지 없다. 며칠이 걸려도 모자랄 유적과 보물들이 그야 말로 지천으로 널려 있다. 오죽하면 '로마를 보고 죽어라'고 했겠는가. ▷여행 문의:나라관광 (213)365-0389 ■로열 캐리비언 보이저호는… -13만 8000톤으로 4만 6000톤의 ‘타이태닉’호의 3배, 길이 1020피트(약 310미터), 넓이 157피트(약 48미터), 높이 15층-207피트(약 63미터) -승객 3114명, 승무원 1181명 수용 -3개 층이 탁 트인 고급 레스토랑, 카지노, 극장, 도서관, 웨딩 채플, 수영장과 스파, 레스토랑과 샤핑몰이 들어선 프롬나드 등 선내에 적절히 배치된 편의 시설 -아이스 링크, 인공 암벽, 인라인 스케이트장, 9홀 미니어쳐 골프, 농구장, 탁구장 등의 다양한 스포츠 시설 글.사진 백종춘 기자 [email protected]

200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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