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내 잃은 유가족, 마지막 대화도 “사랑해”
비극적인 워싱턴DC 포토맥강 여객기 참사로 67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가운데, 믿을 수 없는 비보를 접한 한인 유족들도 통곡으로 긴 하루를 지새우고 있다. 한인 강새라 변호사(33세,세라 리 베스트)의 아버지 강영주(65세, 트루먼 베스트)씨와 어머니 이인숙씨(65세)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직도 슬픔을 가눌 길이 없다고 전했다. 강씨는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애써 추스리면서 “막내딸이 남을 위해 봉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에, 좋은 사람 만나 결혼도 하고 변호사가 돼 하고 싶은 것도 다했기 때문에,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면서도 “우리 부부는 딸이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달리한게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누리고 살았기에 딸을 잃은 슬픔을 줄여보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강영주씨는 1982년 메릴랜드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2001년 전역한 예비역 소령이다. 그는 군복무 시절 한국의 해군본부에서 파견된 적이 있으며 한국 해군사관학교에서 군사영어와 영어회화 교수로 활약하기도 했었다. 퇴역 후에는 테네시주의 한 대학에서 수학과 교수로 일하다 현재 은퇴했다. 강영주씨는 “새라가 딸 셋 중 막내였으나 속이 가장 깊고 말도 잘했다”면서 “새라가 7학년때 자기 언니가 내게 혼나는 것을 보고 ‘아빠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왜 자식에 대한 사랑이 없느냐’면서 언니를 보호했던 장면이 가장 깊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고인의 미국 이름 라스트네임이 ‘베스트’인 이유는 강영주씨의 모친이 미국인과 재혼하면서 양부의 라스트네임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강새라 변호사는 결혼 후에도 자신의 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강영주씨는 최근 모친을 여의고 장례 등의 문제로 LA에 체류 중으로, 4일(화) 테네시를 거쳐 워싱턴DC에 와서 장례식 등의 절차에 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영주-이인숙 부부에게 세 딸은 큰 자랑이었다. 큰 딸과 큰 사위는 모두 외과의사이며 둘째딸 부부도 대기업에 다니며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고인은 고교 재학 시절 1등 도맡아하고 밴더빌트 대학 거쳐 펜실베이니아 대학 로스쿨을 나와 연방법원 로 클럭을 거쳐 최근까지 워싱턴DC의 로펌 윌킨슨 스태크로프에서 근무했다. 고인의 남편 대니얼 솔로몬은 고인의 모교인 밴더빌트 대학 고전 및 지중해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솔로몬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내이자 소울메이트인 새라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새라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지적이고 분석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내가 매사에 모든 것을 마스터하려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항상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대학 졸업후 봉사를 위해 멤피스와 내슈빌의 취약지역 공립학교에서 4년간 교사로 일했으며 펜실베이니아 로스쿨에서도 아시아 학생 친화 그룹(APALSA)을 아시아, 흑인, 히스패닉 학생들을 하나로 묶는 옹호 단체로 변화시키는게 큰 공헌을 했다”고 전했다. 솔로몬 교수는 “아내의 제자들과 동료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아내의 가장 친한 한국인과 중국인 친구들이 사고 직후부터 이곳 워싱턴DC에서 계속 제 곁을 지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솔로몬 교수는 “새라와 나는 항상 서로에게 우리 중 한 명이 먼저 죽더라도 후회 없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았으니 슬픔에 빠져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곤 했다”면서 “우리는 일주일 전에도 서로에게 이 말을 반복했으며 새라가 비행기 이륙 직전, 항상 그랬듯이 셀폰 비행기 모드로 바꾸기 전 마지막 문자로 ‘사랑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말이 아내가 저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기에 매우 감사하게 여긴다”고 고인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솔로몬 교수는 “아내는훌륭한 변호사였지만, 매일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가장 친절하고 사려 깊은 아내이자 동반자였다”면서 “이벤트 때마다 항상 멋진 그림과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만드는 등 항상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솔로몬 교수는 이번 사고에 대해 석연찮은 의문이 제기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이 비극에 대해 의문을 보내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적어도 아직까지는 분노는 느끼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지속적인 슬픔만 느낄 뿐”이라고 전했다. 솔로몬 교수는 “워싱턴DC 소방당국이 지난 주말 고인의 시신을 인양했으나 아직까지 유족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조만간 공개할 수 있는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강영주씨는 “사위가 고인의 시신을 화장한 후 화장재를 반으로 나눠 추모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옥채-김윤미 기자유가족 아내 솔로몬 교수 펜실베이니아 대학 아버지 강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