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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불확정성의 원리

우선 제목만 보고 이 글 읽기를 포기할지 모른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할 일도 많은데 뜬금없이 불확정성의 원리라니,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학문이란 원래 쉬운 지식을 공연히 복잡하고 어렵게 포장해서 우리를 애먹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양자역학이란 엄청난 이론을 떠받치고 있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 정체나 살펴보기로 하자. 알고 나면 참 별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반에 원자를 다루는 미시세계가 밝혀지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원자의 세계에서는 뉴턴의 운동 법칙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구와 달은 물론, 태양계의 모든 행성의 움직임, 나아가서는 우주의 모든 운행에 철석같이 맞아떨어졌던 뉴턴역학이 원자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가 하나인 핵 주위를 전자가 공전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지구를 중심으로 인공위성이 돌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거시 세계에서는 인공위성의 속도를 높이면 고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속도를 높여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전자는 순간적으로 다른 궤도로 옮아갔다. 유식한 말로 양자 도약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의 위치를 알면 속도가 불분명해지고, 반대로 속도를 파악하고 나면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소위 고전역학이라고 부르는 뉴턴역학에 익숙한 일반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때 혜성과 같이 나타난 사람이 바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였다. 31살의 젊은 청년이었던 그는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이론으로 원자 세계에서 일어난 이런 이상한 현상을 해결해 버렸고,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하이젠베르크에 따르면 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는 그 속도를 알면 위치를 알 수 없고, 위치를 알면 속도를 알 수 없다. 마치 우리가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볼 수 없는 것처럼 미시세계에서는 전자의 움직임과 속도를 동시에 파악할 수 없었다. 이런 사실을 학문적으로 멋들어지게 표현한 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다. 전자의 공전 궤도가 그렇게 멋대로인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양자역학이고, 전자의 그런 엉뚱한 운동을 대변한 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다.   이때 딴지를 건 사람이 바로 고양이 사고실험으로 유명한 슈뢰딩거였다.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이란 신종 엉터리 학문을 어떻게 해서라도 뒤집고 싶어서 고양이 사고실험을 했지만, 그 실험은 오히려 양자역학을 대변하는 실험이 돼버렸고, 파동방정식이란 수학 공식을 만들어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에서 나온 답과 같았다. 같은 현상을 정 반대 각도에서 접근했는데 똑같은 해를 얻었다.   불확정성의 원리 때문에 원자 안에서 전자가 위치한 곳이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고 확률에 의한 전자구름으로 보였다. 구름이 짙으면 그곳에 전자가 있을 확률이 높을 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질량을 가진 전자는 엄연한 입자다. 그런데 일단의 신진 과학자들은 그런 전자도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고 하며 '양자'라는 아예 새로운 이름으로 불렀다. 양자역학이 막 태동하는 순간이었고 이 새로운 이론을 잘 설명한 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불확정성 원리 원리 때문 원자 세계 고양이 사고실험

2024-01-26

[이 아침에] 숫자 ‘3’의 의미

‘삼겹살 데이 세일’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3월 3일, 삼이 겹쳐 삼겹살 데이라고 한단다. 기발한 상술이다.     ‘3’이라는 숫자는 많은 의미로 쓰인다. 어릴 적 가위바위보나 내기를 하면 삼세번을 했다. 실패를 해도 세 번째에는 성공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셋째 딸은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 집 셋째 딸 역시 마찬가지다.     남편에게 ‘3’ 하면 생각나는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삼시세끼’라고 했다. 은퇴 후 집에 같이 있다 보니 하루에 세 번 식탁을 차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린 같이 웃었지만,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틀림없다. 한 끼라도 굶으면 몸이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이다.   삼일절의 만세 삼창은 옷깃을 여미는 경건한 애국심을 일으킨다. 법정에서 판사는 중요한 의제를 결정할 때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린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왜 한 살이 아니고 세 살부터라고 했을까? 세 살은 온전한 사람으로 살기 위한 시작점이기 때문이리라. 이외에도 3, 삼, 석 자가 들어가는 많은 속담이 있다. ‘내 코가 석 자다.’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 ‘개 꼬리 3년 두어도 황모 못 된다.’ ‘귀머거리 삼 년이요 벙어리 삼 년이라.’ ‘사흘 굶어 도둑질 아니할 놈 없다.’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위에서 나온 3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특별하고 적절한 시간과 양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세 번 이사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교육은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또한 전인적인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세 번은 시행착오를 통해 완벽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의미를 준다.     우리의 자부심인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살펴보자. 먼저 17개의 자음을 발음기관의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어 11개의 모음을 음양의 원리에 따라 천, 지, 인(天, 地, 人)을 본떠 만들었다. 삼제이다. 둥근 하늘은 아래 아 ‘·’, 평평한 땅은 ‘ㅡ’, 사람이 서 있는 모습 ‘ㅣ’가 모음의 기본자가 된 것이다. 삼제가 중심이 된 후 이들이 서로 결합하여 다른 모음을 추가해 만들었다. 이 자음과 모음의 결합 후 글자는 초성, 중성, 종성의 삼분법 원리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런가 하면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북전쟁 당시 게티즈버그에서 한 연설 “국민의(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은 가장 많이 인용되고 유명한 연설이다. 이 또한 세 글귀로 이루어져 있다. 연설하거나 논설문을 쓸 때도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삼 단계로 말하거나 써야 논리적이고 조직적으로 된다.   세 꼭짓점이 만난 삼각형은 안전감을 준다. 하나만 있으면 불완전하고 둘이 있으면 대립하나 3은 완전함을 뜻한다. 사람들은 ‘3’을 행운이 있고, 완전하고 안정적인 숫자로 인식한다. 이 숫자를 내 생활 속에 효과적으로 활용해보자. 균형 잡힌 생활 태도로 꼭짓점을 향해 3의 세 제곱 번을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올라가 보련다.   3월이 내 곁에 있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숫자 의미 삼분법 원리 삼겹살 데이 생활 태도

2023-03-15

[이 아침에] 숫자 ‘3’의 의미

‘삼겹살 데이 세일’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3월 3일, 삼이 겹쳐 삼겹살 데이라고 한단다. 기발한 상술이다.     ‘3’이라는 숫자는 많은 의미로 쓰인다. 어릴 적 가위바위보나 내기를 하면 삼세번을 했다. 실패를 해도 세 번째에는 성공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셋째 딸은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 집 셋째 딸 역시 마찬가지다.     남편에게 ‘3’ 하면 생각나는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삼시세끼’라고 했다. 은퇴 후 집에 같이 있다 보니 하루에 세 번 식탁을 차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린 같이 웃었지만,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틀림없다. 한 끼라도 굶으면 몸이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이다.   삼일절의 만세 삼창은 옷깃을 여미는 경건한 애국심을 일으킨다. 법정에서 판사는 중요한 의제를 결정할 때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린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왜 한 살이 아니고 세 살부터라고 했을까? 세 살은 온전한 사람으로 살기 위한 시작점이기 때문이리라. 이외에도 3, 삼, 석 자가 들어가는 많은 속담이 있다. ‘내 코가 석 자다.’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 ‘개 꼬리 3년 두어도 황모 못 된다.’ ‘귀머거리 삼 년이요 벙어리 삼 년이라.’ ‘사흘 굶어 도둑질 아니할 놈 없다.’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위에서 나온 3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특별하고 적절한 시간과 양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세 번 이사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교육은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또한 전인적인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세 번은 시행착오를 통해 완벽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의미를 준다.     우리의 자부심인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살펴보자. 먼저 17개의 자음을 발음기관의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어 11개의 모음을 음양의 원리에 따라 천, 지, 인(天, 地, 人)을 본떠 만들었다. 삼제이다. 둥근 하늘은 아래 아 ‘·’, 평평한 땅은 ‘ㅡ’, 사람이 서 있는 모습 ‘ㅣ’가 모음의 기본자가 된 것이다. 삼제가 중심이 된 후 이들이 서로 결합하여 다른 모음을 추가해 만들었다. 이 자음과 모음의 결합 후 글자는 초성, 중성, 종성의 삼분법 원리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런가 하면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북전쟁 당시 게티즈버그에서 한 연설 “국민의(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은 가장 많이 인용되고 유명한 연설이다. 이 또한 세 글귀로 이루어져 있다. 연설하거나 논설문을 쓸 때도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삼 단계로 말하거나 써야 논리적이고 조직적으로 된다.   세 꼭짓점이 만난 삼각형은 안전감을 준다. 하나만 있으면 불완전하고 둘이 있으면 대립하나 3은 완전함을 뜻한다. 사람들은 ‘3’을 행운이 있고, 완전하고 안정적인 숫자로 인식한다. 이 숫자를 내 생활 속에 효과적으로 활용해보자. 균형 잡힌 생활 태도로 꼭짓점을 향해 3의 세 제곱 번을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올라가 보련다.    3월이 내 곁에 있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숫자 의미 삼분법 원리 삼겹살 데이 생활 태도

2023-03-13

[보험 상식] 보험의 원리

“화재보험을 오랜 기간 가입해왔는데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어 보험료가 아깝다.” “차 사고로 한 번 클레임했더니 보험료가 엄청 올랐다.” 보험 관련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불평을 종종 듣는다.     도대체 보험은 왜 존재해서 우리를 귀찮게 하는 걸까.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는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지진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위험이 있으며, 운전자는 운전 중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의 가능성이 있다. 또한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암, 당뇨병, 뇌졸중과 같은 병마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내 삶과 내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 이에 해답으로 우리는 보험이란 제도를 만들어냈다.   보험은 ‘가입자에게 증권에 명시된 재해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주는 계약’이다. 가입자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험자(보험회사)로부터 보장받는 대신 약정된 보험료를 지불한다. 이로써 보험 가입자는 잠재적인 경제적 위험과 손실에 대한 보상을 보험회사에 전가하게 된다. 다시 말해 예상은 되지만 발생이 불확실한 손실의 위험을 피보험자가 보험자에게로 이전하는 것이 바로 보험이다. 보험가입자는 적은 금액을 지불하는 대신 잠재적인 큰 손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수많은 보험가입자 중 극히 일부만이 손실을 본다. 보험회사는 이들의 손실을 보험가입자 전체로부터 거두어들인 보험료에서 충당한다. 보험회사는 가입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를 예측하여 보험료를 측정하고 징수한다. 동일한 위험에 처한 다수의 보험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모아 실제로 사고를 당한 소수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위험분산의 원리가 보험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다.     보험업계는 표준화된 위험군을 만들어 운영한다. 동전을 한 번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100% 혹은 0%지만, 여러 번 던지면 50%에 가까운 확률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각 사업장에서 발생할 사고의 가능성도 발생하냐 안 하냐에 따라 100% 또는 0%이지만, 사업장의 수가 많을 경우, 그 위험의 확률과 피해의 정도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는 이러한 통계로 보험료의 산정기준을 정하게 된다.     그러나 그 표준에 벗어나는 경우 혹은 별도의 위험군을 형성할 경우, 이들을 별도의 체계로 보고 운영해 보험료를 산정하고 그에 대한 합리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해 클레임한 경력이 있다면 수년간 높은 사고 위험군에 속하게 되어 보험료가 올라가게 된다.   보험료율은 보험료 산출을 위해 설정되는 위험 노출 단위당 가격으로 백분율로 표시된다. 보험료율 중 위험률이 위험 노출 단위당 0.1%라는 것의 의미는 1000번의 위험 노출당 사고가 한 번 발생한다는 뜻으로, 생명보험의 경우엔 피보험자 1000명 중 1명이 사망하는 확률을 의미한다. 재물보험에서는 보험가입금액 1000달러에 대해 보험사고 발생으로 1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1000번 중 1번의 사고가 나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실제 보험료율은 매우 낮다. 대부분의 가입자는 평생 보험을 유지하고 보험 클레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도 지극히 정상이라 볼 수 있다.   ▶문의: (877)988-1004         [email protected] 진철희 / 캘코보험 대표보험 상식 보험 원리 보험가입자 전체 보험료 산출 보험 가입자

2022-11-06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보호색

보호색은 주변 환경과 비슷한 모양과 색상으로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때 사용 되었다. 보호색은 비단 동물이나 곤충, 문어와 같이 바닷속 연골류, 북극곰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이 원리를 이용해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얼룩무늬 위장복을 입기도 하고 철모에 나뭇잎사귀를 달아 위장을 하기도 했다.     특별히 카멜레온은 보호색의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환경에 맞춰 몸의 색깔을 스스로 의식하지 않아도 자유 자재로 변화 할 수 있어 자신을 상대에게 노출 되지 않는 자율적인 변화를 가진다. 문어도 위협을 느끼는 순간 몸이 색깔은 물론 형태마저 주변 환경과 흡사한 모양을 갖춘다. 자벌레는 나무를 기어다니다 위험을 느끼면 작은 나무가지 모양과 색으로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로마 군인들이 투구 위에 짧고 붉은 깃털을 사용해 위압감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행군 시 화려한 깃발들을 앞세워 긴장감과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이 모든 것들은 일종의 보호색 원리를 이용한 예가 될 것이다.     케냐 나이로비에 한 야생동물 구조단체가 전한 사연이 Epoch times에 실려 화제가 되었다. 사자들의 사냥에 엄마를 일은 아기 얼룩말 한마리가 인근 농장 주인에게 구조돼 야생동물 보호소로 이송되었다. 한 순간에 엄마를 잃은 아기 얼룩말은 관리인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심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를 믿고 따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관리인들은 아주 작은 선의의 속임수를 쓰기로 했다. 다름 아닌 줄무니 옷이었다. 얼룩말 줄무늬 옷을 입고 아기 얼룩말에 다가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하던 아기 얼룩말이 사람들을 따르기 시작했다. 아기 얼룩말은 엄마 곁을 맴돌듯 사육사들 곁으로 다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몸을 부딪히며 따라다녔다. 한 관계자는 “녀석은 우리가 껴안아주는 것을 마치 엄마가 껴안아주는 것처럼 무척이나 좋아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육사들의 보살핌 속에 행복을 찾은 아기 얼룩말은 보호소 들판을 껑충껑충 뛰어 다니다가도 줄무니 옷을 입은 사육사가 다가오면 반가워 꼬리를 흔들며 사육사에게 달려와 안겼다.   보호색을 사용해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본능을 감안하더라도 보호색 원리가 이렇게 필요한 부분에 요긴하게 사용된다면 우리는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들을 목도할 것인가. 비단 동물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이런 보호색 원리는 적용될 것임을 확신한다.     힘들어 하는 이웃에게 눈높이로 다가 가는 것, 그의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의 필요를 채워 주는 것, 나의 모습을 내려놓고 낮은 자세로 상대의 입장으로 이해해 주는 것.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최상의 덕목이 아닌가. 한결같은 사랑은 두려움을 없애 준다. 그것이 보호색으로 바뀐다 할지라도 결국 사랑은 모든 것들을 녹여 하나로 만들어 준다. 일용할 양식처럼 내려 주시는 그 사랑은 봄철과 또 여름 가을과 겨울 가릴 것 없이 봄에는 봄빛 연두처럼, 여름에는 작렬하는 따가운 태양빛으로, 가을엔 누렇게 익어가는 풍성한 추수의 감사로, 겨울에는 주홍빛 같은 죄도 하얗게 덮는 순결한 눈꽃이 되어 뿌려질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보호색이 되어 기쁨과 행복의 통로가 되어봄이 어떠한가. 보호색이 서로를 경계라는 경계색이 아닌 서로를 향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랑으로 결론지어지는 아름다운 가정, 단체와 사회, 국가와 세계가 되어지기를 바래본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보호색 보호색 원리 야생동물 보호소 아기 얼룩말

2022-10-03

[이 아침에] 갈대는 흔들리며 어울려 산다

갈대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 해만 자랐다가 죽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리지만 목을꺾고 칼로 베고 갈아엎어도 봄이 오면 다시 자란다. 연못 가장자리, 도랑, 하천가, 강가 등 습하며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데 뿌리줄기로 뻗어가며 큰 군락을 이룬다. 자주색 꽃이삭이 9월이면 줄기 끝에 원뿔 모양의 꽃차례를 만든다.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바람 부는 언덕에서, 어두운 물가에서/ 어깨를 비비며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마른 산골에서는 밤마다 늑대들 울어도/ 쓰러졌다가도 같이 일어나 먼지를 터는 것이’-마종기 ‘밤노래4’ 중에서   오하이오주 톨리도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마종기 시인은 외롭게 죽은 친구의 기일이 오면 4시간을 운전해 내가 사는 도시 공원묘지를 다녀가셨다.     근대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철학자, 계산기의 발명자인 파스칼은 그의 유고집 ‘팡세’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명언을 남긴다. 브레즈 파스칼은 어려서부터 수학의 신동으로 불리며 특출한 재능을 드러냈다. 기하학을 배우지 못했지만 12살 때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사실을 자력으로 발견하고 13살 때 파스칼의 ‘삼각형 원리’를 정립한다.  39세에 요절할 때까지 그때그때 기억하는 사건과 연관되는 단상들을 기록한 ‘팡세’는 그가 세상을 떠난지 7년 만에 발간되는데 인간 이성의 한계와 불완전성을 지적한다. 이성의 마지막 단계는 그것을 넘어서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를 깨닫지 못하면 저급하다고 설명한다. 사람들 사이에 불평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진실이지만 일단 이 사실이 승인되면 최선의 정치를 향해서가 아니라 최악의 압제를 향해서 개방된다고 설파한다.     학교 다닐 때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하고많은 일 중에 왜 하필이면 곱하기 더하기 빼기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수학이 돈이 된다고 가르쳤으면 정신을 차렸을지도 모른다. 미술을 공부하고 화랑을 경영하며 황금비율과 원근법, 소실점과 구도의 공간개념을 공부하며 수학에 대한 경외감이 생겨났다. 무용지물이던 ‘숫자’는 사업을 하면서 ‘돈’이 된다는 실용적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한 분야에 뛰어난 위대한 사람은 인간의 삶을 고찰하는 철학자의 고뇌를 지니게 된다. 자신이 추구한 학문이나 성취를 바탕으로 독단과 편견을 넘어 인간성의 보편타당한 이성을 구축하는 해법을 찾아낸다.     가방끈이 긴 사람, 아는 것이 많은 사람보다는 못 배워도 한 곳에 몰입해 골몰하는 사람은 인생의 깊은 굴곡을 관통하는 생의 의미를 깨닫는다. 갈대처럼 흔들려도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자신이 처한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철학자다.     ‘철학’(philosophy)은 고대 그리스어 필레인(사랑하다)과 소피아(지혜)가 합쳐서 된 단어로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파스칼이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로 인식하는 것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와 상통한다.   사는 것이 부대끼고 갈대처럼 속이 비고 흔들려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몸을 비비며 어울려 살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기희 / Q7 Fine Art 대표, 작가이 아침에 갈대 물리학자 철학자 삼각형 원리 삼각형 내각

2022-08-03

[열린광장]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산과 들, 강이나 바다에 나갈 때면 으레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속살거림이 등을 떠민다. 계몽주의 시대 장 자크 루소가 외쳤던 이 선언적 레토릭은 원래 18세기 당시에 세상을 옥죄고 있던 권위적인 사회제도와 문화적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성과 자유로움을 찾자는 부르짖음이다. 그 후 300여 년의 역사가 뒤척이면서 정치·사회제도는 괄목하게 시민의 편이 됐고, 인간의 실존적 본질도 많이 밝혀지고 존중돼 인간적인 삶이 크게 신장하였음은 분명하다.         인류는 그렇게 되찾은 인간상을 어떻게 지키느냐 하는 또 다른 명제 앞에 서 있다. 빠른 도시화와 대중화, 과학기술의 첨단화는 인간성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고,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조종하는 시대에 기형적으로 변형되는 인간형을 우려하게 되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는 이제 새로운 개념으로 옷을 갈아입은 격이다.     자연의 품에 안긴다고 곧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자연 안에 담긴 핵심적 원리와 섭리, 그리고 자연에 임하는 인간의 자세에 깊은 터득이 없다면 그 피상성이 수박 겉핥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낳는 졸탁(卒啄)의 신비, 서로 다름이 공존하는 조화의 메커니즘, 죽음과 삶의 윤회(輪廻), 만물이 어우러져서 거대한 세계가 운영되는 묘(妙)가 자연의 속성이고 원리 아닌가?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다. 자연에서 나와 자연을 숨 쉬고 섭취하며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간 생명의 원형이며 본태이다. 그런 인간들이 안락하고 편리하게 살려고 자연을 무자비하게 정복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연 속의 무시무시한 위험을 누르지 않으면 편안할 수가 없어서 싸움은 시작됐을 것이다.     천재지변이나 맹수들의 공격, 기아, 각종 질병을 극복하는 인류의 지혜는 놀라웠다. 자연을 이기기 위한 문명은 내친김에 고도의 산업사회로 발전됐고, 인간은 지구의 게걸스러운 주인이 되었다. 자연은 끔찍하게 파괴됐고, 훼손됐다.  인간의 탐욕이 이대로 그악스럽다면, 문명이 인간을 계속 변형시키기만 한다면 인간의 몸과 마음이 자연의 품에 온전히 들어가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들은 더욱 편리해지고 싶고, 영리해지고 있어서 교묘하게 자연을 이용하고 차지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날로 첨단화되고, 인간을 건조하고 고지능의 신인류로 변용시키며 자연스러움과는 반대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화해와 공생은 인간들이 자연 원리의 오묘함과 엄중함을 깨닫고, 내재해 있는 깊은 진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첫걸음이다. 인간들은 자연 속에서 가치와 철학을 찾아야 하며, 그 순수함을 배우고, 배려한다는 뜻을 모아야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며, 그러면 인류의 퇴화를 면하고 번성을 찾게 될 것이다. 자연의 원리 속에는 지금까지의 문화도, 신의 섭리도, 미래의 비전도 모두 들어 있다. 자연을 온전히 품으면 자연도 자연히 인류의 편이 될 것이다.  송장길 / 언론인, 수필가열린광장 자연 자연 원리 대중화 과학기술 핵심적 원리

2022-07-11

[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상대성 이론

우리는 상대성이란 말만 나오면 자동으로 아인슈타인을 떠올리지만 사실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주위 사람들이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를 잇는다는 취지에서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상대성 이론'이라고 불렀다. 자기 이론을 확신하고 있던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이론 자체가 상대적 사실로 오해 받을 것을 염려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결국 상대성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후세에 길이 남게 되었다.   밤낮이 바뀌는 것이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긴 현상임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 생각한다.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일상생활의 경험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라는 당연한 진실 속에서 살던 중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직장을 구하지 못 했던 아인슈타인은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여 스위스 베른에 있는 특허청에 취직했는데 여유 시간이 많아 자신의 전공인 이론물리학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먼저 그는 시간은 속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상대적임을 깨달았다. 속력이 빨라지면 시간이 지연된다는 사실이다. 철수는 기차에 타고 있고, 영희는 철길 옆 언덕에서 달리는 기차를 보고 있다고 상상하자. 기차 안에서 철수가 보는 사과는 직선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반면, 밖에서 영희가 본 사과는 기차가 달리고 있음으로 사선을 그리며 비스듬히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직각삼각형에서 사선 변은 직선 변보다 길다. 영희가 본 사과가 철수의 사과보다 상대적으로 더 긴 거리를 움직였다는 말이다.     더 먼 거리를 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영희는 철수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철수의 시간은 영희의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흘렀다. 그 이유는 철수의 기차 속력 때문이다. 즉 속력이 빨라지면 시간은 늦게 흐른다. 이것이 특수상대성 이론이다.     그 다음에 공간은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태양처럼 무거운 질량을 가진 천체 주변을 지나는 빛은 중력 때문에 휜다. 이는 빛은 직진한다는 성질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큰 질량이 공간을 휘게 함으로 휘어진 공간을 직진하는 빛은 관찰자의 눈에는 휘는 것처럼 보인다. 한술 더 떠서 뉴턴이 말한 인력이라는 힘도 사실은 어떤 천체의 질량이 공간을 휘게 하고, 그 휜 공간에 갇힌 작은 천체는 무엇인가에 붙잡힌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이불 빨래를 하여 젖은 이불 소창을 잘 펴서 말리려고 두 사람이 양손으로 소창의 네 끝을 잡고 팽팽하게 당기는 모습을 예로 들어 보자. 두 사람이 힘을 주어 소창을 넓게 펴서 당기고 있는데 손자가 가지고 놀던 농구공을 그 위에 올려놓자 농구공이 놓인 소창의 중심부는 공의 무게 때문에 아래로 불룩 쳐졌다. 재미를 붙인 손자는 이번에는 탁구공을 던졌는데 탁구공은 농구공을 중심으로 경사면에서 원을 그리며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만약 공기의 저항과 소창 표면에서 오는 마찰이 없다면 탁구공은 농구공 주위를 영원히 돌 것이다. 이때 농구공이 태양이라면 탁구공은 지구다. 이것이 일반상대성 이론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상대성 이론 상대성 이론 상대성 원리 전공인 이론물리학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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