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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보호색

신호철

신호철

보호색은 주변 환경과 비슷한 모양과 색상으로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때 사용 되었다. 보호색은 비단 동물이나 곤충, 문어와 같이 바닷속 연골류, 북극곰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이 원리를 이용해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얼룩무늬 위장복을 입기도 하고 철모에 나뭇잎사귀를 달아 위장을 하기도 했다.  
 
특별히 카멜레온은 보호색의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환경에 맞춰 몸의 색깔을 스스로 의식하지 않아도 자유 자재로 변화 할 수 있어 자신을 상대에게 노출 되지 않는 자율적인 변화를 가진다. 문어도 위협을 느끼는 순간 몸이 색깔은 물론 형태마저 주변 환경과 흡사한 모양을 갖춘다. 자벌레는 나무를 기어다니다 위험을 느끼면 작은 나무가지 모양과 색으로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로마 군인들이 투구 위에 짧고 붉은 깃털을 사용해 위압감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행군 시 화려한 깃발들을 앞세워 긴장감과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이 모든 것들은 일종의 보호색 원리를 이용한 예가 될 것이다.  
 
케냐 나이로비에 한 야생동물 구조단체가 전한 사연이 Epoch times에 실려 화제가 되었다. 사자들의 사냥에 엄마를 일은 아기 얼룩말 한마리가 인근 농장 주인에게 구조돼 야생동물 보호소로 이송되었다. 한 순간에 엄마를 잃은 아기 얼룩말은 관리인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심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를 믿고 따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관리인들은 아주 작은 선의의 속임수를 쓰기로 했다. 다름 아닌 줄무니 옷이었다. 얼룩말 줄무늬 옷을 입고 아기 얼룩말에 다가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하던 아기 얼룩말이 사람들을 따르기 시작했다. 아기 얼룩말은 엄마 곁을 맴돌듯 사육사들 곁으로 다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몸을 부딪히며 따라다녔다. 한 관계자는 “녀석은 우리가 껴안아주는 것을 마치 엄마가 껴안아주는 것처럼 무척이나 좋아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육사들의 보살핌 속에 행복을 찾은 아기 얼룩말은 보호소 들판을 껑충껑충 뛰어 다니다가도 줄무니 옷을 입은 사육사가 다가오면 반가워 꼬리를 흔들며 사육사에게 달려와 안겼다.
 
보호색을 사용해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본능을 감안하더라도 보호색 원리가 이렇게 필요한 부분에 요긴하게 사용된다면 우리는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들을 목도할 것인가. 비단 동물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이런 보호색 원리는 적용될 것임을 확신한다.  
 
힘들어 하는 이웃에게 눈높이로 다가 가는 것, 그의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의 필요를 채워 주는 것, 나의 모습을 내려놓고 낮은 자세로 상대의 입장으로 이해해 주는 것.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최상의 덕목이 아닌가. 한결같은 사랑은 두려움을 없애 준다. 그것이 보호색으로 바뀐다 할지라도 결국 사랑은 모든 것들을 녹여 하나로 만들어 준다. 일용할 양식처럼 내려 주시는 그 사랑은 봄철과 또 여름 가을과 겨울 가릴 것 없이 봄에는 봄빛 연두처럼, 여름에는 작렬하는 따가운 태양빛으로, 가을엔 누렇게 익어가는 풍성한 추수의 감사로, 겨울에는 주홍빛 같은 죄도 하얗게 덮는 순결한 눈꽃이 되어 뿌려질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보호색이 되어 기쁨과 행복의 통로가 되어봄이 어떠한가. 보호색이 서로를 경계라는 경계색이 아닌 서로를 향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랑으로 결론지어지는 아름다운 가정, 단체와 사회, 국가와 세계가 되어지기를 바래본다.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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