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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숫자 ‘3’의 의미

‘삼겹살 데이 세일’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3월 3일, 삼이 겹쳐 삼겹살 데이라고 한단다. 기발한 상술이다.  
 
‘3’이라는 숫자는 많은 의미로 쓰인다. 어릴 적 가위바위보나 내기를 하면 삼세번을 했다. 실패를 해도 세 번째에는 성공할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셋째 딸은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 집 셋째 딸 역시 마찬가지다.  
 
남편에게 ‘3’ 하면 생각나는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삼시세끼’라고 했다. 은퇴 후 집에 같이 있다 보니 하루에 세 번 식탁을 차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린 같이 웃었지만,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틀림없다. 한 끼라도 굶으면 몸이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이다.
 
삼일절의 만세 삼창은 옷깃을 여미는 경건한 애국심을 일으킨다. 법정에서 판사는 중요한 의제를 결정할 때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린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왜 한 살이 아니고 세 살부터라고 했을까? 세 살은 온전한 사람으로 살기 위한 시작점이기 때문이리라. 이외에도 3, 삼, 석 자가 들어가는 많은 속담이 있다. ‘내 코가 석 자다.’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 ‘개 꼬리 3년 두어도 황모 못 된다.’ ‘귀머거리 삼 년이요 벙어리 삼 년이라.’ ‘사흘 굶어 도둑질 아니할 놈 없다.’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위에서 나온 3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특별하고 적절한 시간과 양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세 번 이사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교육은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또한 전인적인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세 번은 시행착오를 통해 완벽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의미를 준다.  
 
우리의 자부심인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살펴보자. 먼저 17개의 자음을 발음기관의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어 11개의 모음을 음양의 원리에 따라 천, 지, 인(天, 地, 人)을 본떠 만들었다. 삼제이다. 둥근 하늘은 아래 아 ‘·’, 평평한 땅은 ‘ㅡ’, 사람이 서 있는 모습 ‘ㅣ’가 모음의 기본자가 된 것이다. 삼제가 중심이 된 후 이들이 서로 결합하여 다른 모음을 추가해 만들었다. 이 자음과 모음의 결합 후 글자는 초성, 중성, 종성의 삼분법 원리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런가 하면 에이브러햄 링컨이 남북전쟁 당시 게티즈버그에서 한 연설 “국민의(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은 가장 많이 인용되고 유명한 연설이다. 이 또한 세 글귀로 이루어져 있다. 연설하거나 논설문을 쓸 때도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삼 단계로 말하거나 써야 논리적이고 조직적으로 된다.
 
세 꼭짓점이 만난 삼각형은 안전감을 준다. 하나만 있으면 불완전하고 둘이 있으면 대립하나 3은 완전함을 뜻한다. 사람들은 ‘3’을 행운이 있고, 완전하고 안정적인 숫자로 인식한다. 이 숫자를 내 생활 속에 효과적으로 활용해보자. 균형 잡힌 생활 태도로 꼭짓점을 향해 3의 세 제곱 번을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올라가 보련다.
 
 3월이 내 곁에 있다.  

이희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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