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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주 '최저 임금 인상안' 부결 의미

가주의 ‘최저 임금 인상안’ 부결 의미 11월5일 가주 선거에 상정됐던 ‘주민발의안 32’가 부결됐다. 기존 시간당 16달러인 최저임금을 18달러로 올리자는 내용이다. 투표 결과는 박빙이었다. 반대가 50.8%, 찬성이 49.2%로 집계됐다.     가주에서 최저 임금 인상안이 좌절된 것은 이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나왔던 인상안들은 대부분 큰 저항 없이 시행됐다. 이로 인해 가주의 최저 임금은 2010년 이후 두 배로 올랐다. 시간당 16달러인 현 최저 임금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더구나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은 20달러, 의료계 종사자는 23달러로 최저 임금 기준이 훨씬 높다. 15년째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과는 이미 상당히 격차가 크다.     이번 부결 결과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먼저 가주 유권자의 보수화 경향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33과 36도 관심을 모았다. 주민발의안 33은 렌트 컨트롤의 확대, 36은 경범죄자 처벌 강화 등이 골자였다. 결과는 33은 압도적 표 차의 부결, 36은 압도적 표 차의 통과됐다. 모두 보수 진영에서 원하던 결과다. 특히 33의 통과는 최저임금 인상안이 부결된 것만큼이나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가주의 진보 일변도 정책의 부작용이 커지자 유권자들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학습 효과’다. 최저 임금이 15년간 배로 올랐지만 생활의 질은 별로 나이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최저 임금이 인상되면 주거비와 물가도 함께 오르는 패턴이 반복됐다. 결국 명목 소득은 늘었지만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인 결과로 이어졌다. 최저 임금 인상에는 양면성이 있다.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일자리 감소로 인한 고용 불안도 상황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인건비 증가 부담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안의 부결은 유권자들이 이런 악순환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한 것이다.사설 임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안 부결 의미 저임금 근로자

2024-11-20

[추수감사절 유래와 의미] 한 해에 감사하며 가족의 소중함 되새겨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미국인이 가장 중요시하는 명절이 돌아왔다. 도시던 시골이든 추수감사절은 따뜻한 온기가 감돈다. 거대한 미국 땅에 흩어진 가족들도 이날만큼은 장거리 비행을 마다치 않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칠면조, 으깬 감자, 고구마, 호박파이, 옥수수’ 등 추수감사절 전통음식을 나누며 삶의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미국에 사는 이들이 추수감사절을 진심으로 대하는 이유는 뭘까. 연방 국무부는 웹사이트를 통해 ‘추수감사절은 온 가족이 한 해 동안 받은 수확 등 결과물에 감사하며, 나이 든 연장자와 이웃을 대접하는 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꼭 기려야 하는 사연이 담긴 날이라는 의미다.   추수감사절의 역사와 이야기가 곧 ‘미국의 건국정신’ 자체를 상징한다. 추수 감사절에는 박해와 폭력을 피해 자유의 항해를 나섰던 ‘순례자의 시조들(Pilgrim Fathers)’의 고난과 개척정신, 낯선 이방인을 가족처럼 반겨준 ‘원주민(Native American)’의 환대가 담겨 있다.       ▶원주민, 굶주린 이민자를 품다   1600년 전후 시작된 미국 역사는 ‘영국 이민자 중심으로 미 동부에 정착해 13개 식민지를 건설, 원주민을 내쫓고 영토를 서부까지 확장했다’로 요약되곤 한다.     하지만 추수감사절은 당시 영국 등 유럽발 이민자가 겪은 혹독한 정착기와 낯선 이민자를 대한 원주민의 포용 정신이 깃들어 있다. 서로 다른 두 문명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 초기에는 적대와 대결 대신 ‘포용과 통합’을 추구한 셈이다.     특히 당시 원주민이 굶어 죽어가던 영국발 이민자에게 생존의 방법을 알려준 역사적 사실은 추수감사절이 지닌 의미와 상징을 한층 깊게 한다.   연방의회 도서관과 국무부에 따르면 가장 잘 알려진 추수감사절은 1621년 가을 열렸다. 1620년 9월 16일 잉글랜드 남서부 플리머스에서 출항한 메이플라워호에는 청교도로 알려진 순례자의 시조 102명이 승선했다. 이들은 당초 목표로 한 미국 허드슨강 하구 버지니아주가 아닌 북쪽으로 600마일 떨어진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11월 21일 닻을 내렸다. 종교적 박해와 폭력을 피해 자유를 찾고자 이민 길에 오른 이들은 배에서 내리기 전 ‘메이플라워 서약’을 작성, 자치·민주·평등의 원칙에 기반해 독립된 식민정부를 세우자고 약속했다. 1607년 4월 26일 버지니아주에 당시 국왕 이름을 딴 정착촌 제임스타운이 건설됐지만, 이민자가 자체 규약을 맺고 공동체를 이뤄 새로운 세상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미국 이민 선조로 꼽힌다.     하지만 신대륙에 도착한 순례자의 시조들은 낯선 땅에서 정착하는 데 어려움에 부닥쳤다. 겨울을 나면서 46명이 추위와 괴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국부무 웹사이트는 “이들에게 첫 겨울은 힘들었다.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었고, 식량도 부족해 절반이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당시 역사를 전한다.     이들의 생명을 구한 은인은 현지 ‘이로쿼이(Iroquois), 왐파노그아(Wampanoag)’ 원주민이었다. 이듬해 봄 원주민들은 물고기 뱃속에 씨앗을 넣어 옥수수를 재배하는 법을 알려줬다. 또한 이민자들이 낯선 땅에 적응해 재배할 수 있는 여러 작물, 사냥법, 낚시법도 선입견 없이 공유했다.     국무부 웹사이트는 “1621년 가을 이주민들은 옥수수, 보리, 콩, 호박 등 풍성한 작물을 수확했다. 이주민들은 첫 수확물 등 감사할 일이 많아 잔치를 계획했고, 원주민 추장 등 90명의 원주민을 초청했다. 원주민은 칠면조, 사슴을 구웠고 이주민은 원주민에게 크랜베리, 호박 요리법을 배웠다”며 가장 널리 알려진 추수감사절의 시작을 설명한다.     이처럼 추수감사절은 수확기 사흘 동안 먹고 마시던 원주민 전통과 이주민의 미국 개척사가 모두 담겨 있다. 원주민은 전통에 따라 낯선 이민자를 호의로 환대했다. 하지만 늘어난 이주민들은 원주민을 배척하고 정복과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런 아이러니한 미국 역사는 400년이 지난 지금도 역사의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추수감사절을 통해 미국의 참된 아메리칸 드림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민자의 후손들이 새로운 이민자를 배척하는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 순교자의 시조들과 원주민들이 서로를 보듬고 함께 감사할 줄 알았던 지혜가 미국의 건국정신이다.       ▶추수감사절은 연방 국경일   추수감사절은 연방 국경일이다. 연방 의회와 정부가 11월 네 번째 목요일에 기념한다고 수정했다.     추수감사절을 연방 공휴일로 처음 선포한 이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다. 워싱턴 대통령은 1789년 11월 26일을 ‘국민 추수감사의 날(Day of Publick Thanksgivin)’로 선포했다. 앞서 연방 의회는 1789년 9월 28일 추수감사절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마지막 목요일을 지정하면서 날짜도 고정됐다. 하지만 11월에 네 번째 목요일, 다섯 번째 목요일이 있는 해는 혼선을 빚었다.     결국 1941년 연방 의회는 네 번째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기념한다는 결의문을 통과시키며 공휴일 날짜를 못 박았다.         ▶원주민의 상처도 치유해야   순교자의 시조들 등 건국 초기 유럽발 이민자에게 원주민은 생명의 은인이었다. 하지만 이주민은 경작지를 넓힌다며 원주민을 총으로 학살했고, 원주민 수백만 명은 이주민이 옮겨 온 감염병 세균에 면역력이 없어 몰살됐다. 1830년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서명한 ‘원주민 강제이주법(Indian Removal Act)’은 폭력의 역사다. 정부 차원에서 당시 미시시피강 동쪽에 살던 원주민을 강 서쪽의 척박한 땅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원주민은 1970년부터 추수감사절을 ‘국가 애도의 날’로 삼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왐파노아그 부족을 중심으로 유럽인의 원주민 학살, 노예화 등 참상을 잊지 말자는 취지의 연례행사다.     원주민들은 1975년부터 추수감사절에 반추수감사절(Unthanksgiving Day) 행사를 열어 억울하게 죽은 조상들을 추모하고 있다. 2005년에는 원주민 강경파들이 독립을 요구하며 1969년 11월부터 19개월간 점거농성을 벌였던 샌프란시스코 앨커트래즈섬을 찾아 기념식을 치르며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아니라 추수강탈절(Thankstaking Day)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원주민에게 추수감사절이 기쁘지만은 않다. 유럽계 이주민의 만행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다. 미국 역사의 주인공을 편향되게 서술해서도 안 된다는 문제 제기다. 미국에 뿌리내린 이민자와 자손이라면 진지하게 공유해야 할 안목이기도 하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추수특집 추수감사절 의미 추수감사절 전통음식 원주민과 감사 건설 원주민

2024-11-17

[우리말 바루기] ‘운명’을 달리하다?

죽음 앞에선 누구나 엄숙하다. 종교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불교계에선 승려가 죽었을 때 ‘입적(入寂)’이라 한다. ‘고요한 상태로 들어간다’는 뜻. ‘번뇌나 고뇌가 없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열반(涅槃)’이라고도 한다. 개신교에선 ‘하늘의 부름을 받아 돌아간다’는 뜻으로 ‘소천(召天)’이란 표현을 쓴다. 가톨릭에선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이란 의미로 ‘선종(善終)’이라 한다. 천도교에선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환원(還元)’이라 부른다.     언론 매체의 부음 기사에서는 ‘사망’ 외에 ‘별세(別世)’ ‘타계(他界)’ ‘서거(逝去)’ 같은 말들이 흔히 보인다. 이 가운데 ‘사망’을 빼면 다 죽음을 높인다. ‘별세’의 사전적 의미는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이다. ‘타계’는 “인간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이다. ‘서거’는 “죽어서 세상을 떠남”이란 말이지만, 대통령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만 쓴다. 언론 매체는 마음대로 이 말들에 서열을 정해 놓았다. 사망, 별세, 타계, 서거 순으로 높아진다.   일상에서는‘숨지다’ ‘돌아가시다’ ‘작고(作故)하다(고인이 되다)’ ‘영면(永眠)하다(영원히 잠든다)’라고 한다. ‘운명(殞命)하다’도 ‘목숨이 끊어지다’라는 말이다. 그러니 ‘운명을 달리하다’는 어색하다. ‘달리하다’는 ‘유명(幽明)’과 어울린다. ‘유명’은 저승과 이승을 가리킨다.우리말 바루기 운명 사망 별세 언론 매체 사전적 의미

2024-11-07

[중앙칼럼] 내가 던지는 한표의 의미

우리는 어떤 이유로 정치인에게 주머니를 열고 어떤 근거로 표를 줄까.     다음 주 민심의 심판을 앞둔 많은 후보의 재정보고를 보면 법적으로 허용된 최고액을 기부한 사람들도 있지만 20~30달러의 소액 기부자도 많다. 아니면 지지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거나 집 앞에 선거 홍보용 팻말을 설치하는 일에 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것을 알면서도, 그의 당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게 흥미롭다. 왜 그럴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믿음과 신뢰를 갖고 군소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그들의 기부나 활동, 그리고 한표의 행사가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 것이다. 표를 많이 받아 당선되는 것도 정치지만 숫자는 적어도 의미 있는 표를 받는 후보도 분명히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는 뜻이다.     11월5일 선거에서 LA 한인타운이 포함된 가주하원 54지구에 출마한 존 이 후보의 후원금 모금 상황은 형편없다. 상대 후보가 100만 달러 가까이 모금하며 세를 과시하는 동안 이 후보가 모은 돈은 그와 같은 또래 직장인의 1년 치 연봉 정도에 불과했다. 그의 후원자 가운데는 20달러 기부자도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는 예선에서 돌풍에 가까운 표를 얻었다. 같은 당 소속의 경쟁자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경쟁 후보가 1만9600여 표를 얻을 때 그는 1만4900여 표를 얻었다. 미시간에서 공부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비영리단체 직원으로 일하던 신출내기 정치인이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경쟁 후보는 이 후보가 한인이라는 사실을 감안, 발 빠르게 한인 인사들의 지지 확보에 나섰다. 선거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전술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유세 막바지인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그와 잠깐 만날 때면 항상 땀방울이 가득한 얼굴이었고, 전화 통화를 하면 길거리 소음이 들려왔다.      한인이라고 무조건 한인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일 수 있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소위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제시한 정책과 정치적 소신에 공감한다면 ‘낙선할 가능성’이 높더라도 그를 후원하고 그의 메시지를 전파하려고 노력하는 유권자들은 자본이 지배하는 오늘날 미국 선거판에서 보석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한인 정치력 신장을 표방하는 단체에 이 후보 지원 여부를 물었더니 ‘될 사람에게 얼굴도장을 찍는 것이 낫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식의 접근이라면 한인 사회는 항상 얼굴도장만 찍고 돈만 주는 ATM을 자처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 후보에 대한 한인들의 지지는 어떻게든 한인 정치인이 가주 의회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열망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모인 에너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당선이 안 되면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커뮤니티 밖에서는 강력한 결집력과 구심점으로 여기며 주시한다. 앞으로도 선거는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같은 목적으로 모이는 한인표는 한인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된다.     선거 때면 한인 유권자들은 또 선택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뭔가 용기 있게 바꿔보려는 사람들이 새크라멘토와 워싱턴 DC에 더 필요한 것 아닐까.     세상에 ‘사표(死票)’는 없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지 후보의 당락만큼이나 한인 사회 일원으로 내가 던진 한 표의 의미도 되새겨보면 좋겠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한표의 의미 한인 정치력 지지 후보 한인 사회

2024-10-31

[우리말 바루기] ‘회자(膾炙)’의 뜻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걸 이를 때 자주 쓰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회자되다’라는 낱말이다.     ‘회자되다’는 언론 매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보도할 때도 “그의 악행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등처럼 종종 등장한다. 앞 문장에 잘못된 표현이 숨어 있다고 하면 많은 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릴 듯하다.   ‘회자되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면 안 되는 단어다. ‘회자되다’를 이렇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회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자(膾炙)’는 ‘회 회(膾)’ 자와 ‘구울 자(炙)’ 자로 이뤄진 낱말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음식인 ‘회’와 ‘구운 고기’를 뜻한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맛있는 음식처럼 칭찬받을 일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뜻으로 ‘회자되다’의 의미가 변화해 굳어진 것이다.   따라서 “그 노래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 사이에 널리 회자되는 명곡이다”와 같이 긍정적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는 ‘회자되다’를 쓸 수 있지만, “그의 악행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등처럼 부정적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부정적 의미를 나타낼 때는 ‘회자’ 대신 ‘구설’을 쓰면 된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로, 긍정적 의미에는 쓸 수 없다. 우리말 바루기 회자 부정적 의미 긍정적 의미 언론 매체

2024-10-23

[사설] 가주의 ‘레거시 입학’ 금지 의미

가주 대학들의 ‘레거시 입학(Legacy Admission)’ 제도가 전면 금지된다. ‘레거시 입학’은 동문이나 주요 기부자의 자녀 등에게 입학 특혜를 주는 제도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레거시 입학’을 금지하는 법안(AB 1780)에 서명하며 “대학 교육의 문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주는 이미 1998년부터 주립대학의 ‘레거시 입학’을 금지한 바 있어 새 법은 주요 사립대학으로 이를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     ‘레거시 입학’은 아이비리그 등 이른바 명문 대학들이 주요 기금 확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제도다. 즉, 부모가 특정 대학에 많은 돈을 기부하면 자녀의 해당 대학 입학은 보장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부는 물론 학벌의 대물림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연방 교육부 산하 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00개 가까운 대학에서 레거시 입학 사례가 있었다.      ‘레거시 입학’에 대해 비판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지난해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이후다. 연방대법원이 형평성을 이유로 ‘어퍼머티브 액션’의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소수계에 혜택을 주는 ‘어퍼머티브 액션’을 없앴으면, 부유층 백인이 주 수혜자인 ‘레거시 입학’도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탠퍼드와 USC의 지난해 레거시 입학생 비율이 14% 정도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국의 ‘레거시 입학생’은  적지 않은 숫자일 것이다.        특혜 폐지는 물론 대학 내 다양성 확대를 위해서도 ‘레거시 입학’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레거시 입학 제도를 금지한 주는 가주 외에 콜로라도. 메릴랜드, 버지니아, 일리노이 주 등에 불과하다. 더 많은 주 정부와 대학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최대 규모인 가주에서의 AB1780 시행은 의미가 크다. ‘어퍼머티브 액션’이 위헌이면   ‘레거시 입학’도 위헌이다.   사설 가주의 레거시 레거시 입학생 금지 의미 현재 레거시

2024-10-02

[사설] 학교 폭력 30년 만의 폭로 의미

토런스 지역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인 여성이 30년 만에 학교 폭력 피해를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여성이 폭로한 내용은 한인 여고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녀는 본인과 친구 1명이 2년간 5명의 한인 선배 학생들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들은 졸업파티를 한다며 이들을  4시간 넘게 감금하고 폭력을 휘두른 적도 있다고 한다. 더구나 가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신고할 경우 집에 불을 지르고 가족을 해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조폭 영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다.     이 여성은 아직도 당시의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가해자 중 한 명과 우연히 마주쳤고 조금의 미안한 기색도 없는 모습에 화가 나 폭로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5명 가운데 일부는 아직 토런스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인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종종 발생했다. 특히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한인 학생이 많은 학교가 심했다. 미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가 어울려 다니며 잘못된 한국식 선후배 문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 했던 것이다. 토런스 학교 폭력 가해자들도 90도 인사를 요구했다는 것을 보면 이런 부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피해자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지금까지 정신적으로 버텨온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할 정도다.   그녀는 최근 용기를 내 경찰 신고를 마쳤다고 한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어려움은 있겠지만 최선의 수사를 기대한다. 범죄자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지금이라도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은 한인 학부모들이 자녀를 살펴보는 계기도 되었으면 한다.  사설 학교 폭력 학교 폭력 토런스 학교 폭로 의미

2024-09-04

[우리말 바루기] 닻을 올리나, 돛을 올리나?

“희망의 닻을 올렸다” “재도약의 닻을 올렸다”처럼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 ‘닻을 올리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희망의 돛을 올렸다”와 같이 ‘닻’ 대신 ‘돛’이란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닻’과 ‘돛’은 표기가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단어다. ‘닻’은 배를 한 곳에 멈춰 있게 하는 기구다. 닻을 내리면 배가 멈춰 서고 반대로 닻을 올리면 배가 출발하게 된다. 그래서 ‘닻을 올린다’가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관용적 표현으로 쓰이게 됐다.   ‘돛’은 배 바닥에 세운 기둥에 매어 펴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있게 만든 넓은 천이다. 배가 출항하려면 일반적으로 접혀 있는 돛을 잡아 올려 편다. 그래야 바람을 받아 배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돛을 올린다’는 표현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돛은 출항할 때만 펴는 것이 아니라 운항 중에도 올렸다 내렸다 한다. 그래서 ‘돛을 올리다’가 ‘시작하다’는 의미의 관용구로 지정되진 않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닻을 올리다’만 관용구로 올려 놓고 있다.   따라서 “순풍에 돛을 올렸다”에서와 같이 돛을 올린다는 사실 자체를 언급할 때엔 ‘돛을 올리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희망의 닻을 올렸다”처럼 ‘어떤 일을 시작하다’는 비유적 의미로 사용할 때엔 ‘닻을 올리다’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우리말 바루기 관용적 표현 표현 자체 비유적 의미

2024-08-27

[문예 마당] 결혼식의 의미

  한국의 미를 표현하는 고사성어로 ‘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가 잘 알려져 있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 문화유산을 관통하는 정신이다. 이 말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하고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답사기’로  유명해졌다. 유 교수는 우리 문화유산을 설명할 때 자주 이 문구를 강조한다.   가장 인상적인 결혼식 주인공을 꼽으라면 아마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일 것이다. 그들의 결혼식은 많은 사람에게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1981년 7월 29일, 영국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열린 ‘동화 같은 결혼식’, ‘세기의 결혼식’이었다. 전 세계에서 7억 5000만 명이 TV를 통해 지켜봤다. 영국은 이날을 국경일로 선포했고 영연방 국가들에서도 행사가 열렸다.     신랑 찰스 왕세자는 가슴에 영국 왕실 문장이 그려진 해군 정장을 입었다. 신부 다이애나비는 옅은 아이보리 색에 수천 개의 진주가 달려 있고, 7.6m 길이의 긴 트레인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 그들은 70년 된 왕실 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으로 입장했다. 다이애나비는 현대판 신데렐라가 되어 선망의 대상이 됐다. 이 특별한 날을 보기 위해 6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고, 공식 초대 하객만 3500명이 넘었다. 그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건만 불화로 15년 만에 이혼했다.   그 결혼식이 있을 무렵 한국에서도 나름 화려한 결혼식이 있었다. 친척 조카의 결혼식이었다. 조카는 당시 실세였던 장관의 아들과 결혼했다. 인물 좋고 가문 좋은 조카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마담 뚜’라 불리는 중매쟁이가 나섰고 몇 번 만나지도 않고 결혼이 성사됐다. 이 서두름은 조카의 비극적 운명의 전조였다. 결혼식은 유명 호텔에서 열렸는데 축하 화환이 시내 큰길까지 늘어섰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조카는 남편과 함께 LA로 떠난 후 소식이 끊겼다.     10여년 후 우리가 LA로 왔을 때 그 조카가 찾아왔다. 그동안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조카는 갑자기 울면서 “아줌마, 내가 그 사람 버렸어”라고 했다. 아직 아이도 갖기 전이라고 했다. 너무나 착하고 순진한 조카가 남편을 버렸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기에 캐묻지 않았다.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남편의 의처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했다. 행복하게 잘살고 있겠지 생각했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얼마 후 조카네 집을 방문했는데 주차장에서부터 2층까지 벽에 촘촘하게 그림이 붙어 있었다. 조카는 남편과 별거 후 두문불출하며 전공했던 회화만 그리며 살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동창회 골프클럽에 가입하는 등 사람들과 어울렸다. 한국문화원에서 민화 전시회도 했는데 유방암이 발견됐다. 조기 치료 덕에 완치 판정을 받았고, 5년이 지나 안심을 했다. 그런데 재발이 됐고 이번에는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형제들이 사는 한국으로 갔다 이듬해 세상을 뜨고 말았다. 혹시 결혼에 실패하고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암이 생긴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최근 인도 최고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의 막내아들 결혼식이 화제가 됐다.  암바니는 세계 9위이자 아시아 최고 부자이다. 지난 1월 약혼식을 시작으로 7개월에 걸쳐 행사가 진행되다 드디어 7월 12일 결혼식이 시작됐다. 사흘간 열리는 결혼식엔 세계 유명 인사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도 포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인도 전통 의상을 입고 이들과 함께 했다. 결혼식 축하연에도 저스틴 비버 등 유명 연예인의 공연이 있었다.       암바니 가문은 하객들을 위해 전세기를 100대 이상 빌리는 등 결혼식 비용으로 6억 달러를 썼다고 한다. CNN에 따르면 뭄바이 지역 주민들은 암바니 가의 흥청망청 결혼식에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어떤 주민은 “본인 재산이지만 하는 짓이 정도를 벗어나 우스꽝스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가치 없게 쓰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들린다. 요란한 결혼식만큼이나 그들은 오래도록 행복할까?     세계적인 거부로 유명한 록펠러는 ‘나는 수천만 달러를 모았으나 그것이 나에게 행복을 주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포드 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도 ‘돈과 행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던 때였다’고 했다.     반면 그 결혼식에 참석했던 세계 3위 부자 저커버그는 소박한 결혼식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2년 집 뒤뜰에서 결혼식을 했다. 초대받은 하객 90여 명은 뒤뜰로 안내를 받고 나서야 결혼식임을 알았다고 한다. 본인이 디자인한 소박한 루비 반지를 신부 손가락에 끼워줬고, 인근 식당 음식을 주문해 피로연을 했다. 호화 결혼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울림을 준다. 인도식 초호화 결혼식이 저커버그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 궁금하다.   나의 결혼을 돌아봤다. 결혼식 무렵 무역회사를 하던 아버지의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 남편도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을 형편이 못됐다. 비가 오면 물이 발목까지 차는 이문동 버스 종점 인근에서 전세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맞벌이를 하며 열심히 살았다. 비슷한 시기 부모가 마련해 준 큰 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친구가 있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그녀 앞에서 전혀 누추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몇 년 후에는 집을 장만했다. 남편도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그녀가 나를 부러워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사치할만한 형편이 되었지만 검소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젊은 시절부터 책상머리에 김천택의 시조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 부디 긋지 말고 촌음을 아껴 쓰라.  가다가 중지곳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를 붙여놓고 교훈으로 삼았다. 또 ‘정직이 최고의 방책’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같은 말도 붙여 놓았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답사기' 강의를 들은 후로는 '검이불루 화이불치'를 또 하나의 좌우명으로 마음 속에 담아두고 지낸다. 배광자 / 수필가문예 마당 결혼식 의미 막내아들 결혼식 결혼식 주인공 친척 조카

2024-08-08

[독자 마당] 효도의 의미

효도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며 보답하려는 마음가짐이고 행위이다. 동양 윤리에서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 했는데 이는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어떤 윤리, 도덕도 효가 밑받침되지 않고서는 온전하다 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불가사의한 우주 만물의 생성, 운행과 그 안에 존재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멀리는 조상으로부터, 현실적으로는 부모로부터 연유되었음을 알고 이에 감사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효의 동기는 감사라 할 수 있다. 감사는 필요한 것을 내, 외로부터 받아 채워졌을 때의 순 반응이다. 만물의 운행법칙인 작용에 대한 같은 양의 반작용, 또는 심은 대로 거둔다 함은 같은 원리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사물에 대해 생각하고 분별하는 지각 능력이 있어 주변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길을 찾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자칫 감사에 대한 정도를 벗어나 부모에 대한 통상적 효의 도리를 저버리게 된다면 이는 불효로 여긴다. 불효는 감사에 이어지지 않는 천지 만물 운행질서의 천리를 거스르는 일이기에, 그에 따른 어떤 언행심사도 바르고 온전할 수 없다. 세상 어느 것과도 바르게 연결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효는 단순히 예로부터 내려온 윤리,도덕의 한 축이기 이전에 불변하는 만물 운행과정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삶의 인적,물적 환경이 달라지고 심한 생존경쟁에 내 몰리면서 기존의 도덕률이나 가치관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 지식이나 기능만으로 저마다의 입지를 다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활 여건이 아무리 변해도 이 모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서로가 정직,존중,신뢰의 고리로 엮어질 때 관계는 완성되며, 이를 통해 효도의 범주에도 들어서게 된다. 윤천모·풀러턴독자 마당 효도 의미 만물 운행과정 천지 만물 우주 만물

2024-07-30

[아름다운 우리말] 부부유은(夫婦有恩)이라는 말

부부라는 말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말입니다. 일단 부부(夫婦)라는 한자어를 나누어 보면 지아비 부(夫)와 지어미 부(婦)가 만나서 이루어진 말입니다. 지아비와 지어미, 두 단어에 보이는 ‘지’는 ‘집’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원적으로 보면 짓다와 관련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중세 국어에서는 ‘짓아비’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아비의 ‘지’가 ‘짓다, 집’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집에 사는 사람이 부부인 셈입니다. 요즘은 집사람이 아내를 의미하지만 원래 ‘집’이란 함께하는 곳이었습니다. 따라서 원래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남편도 아내도 모두 집사람입니다.     한편 지어미와 지아비에서 눈에 뜨이는 것은 바로 ‘어미’와 ‘아비’입니다. 부부는 근본적으로는 아이의 엄마와 아빠를 의미하였습니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을지 모르나 예전에는 부부의 매개는 아이였음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아이가 없으면 부부의 존재 의미까지 없다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보통 3을 완벽한 숫자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3은 부모와 나를 의미하는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나는 가장 기본적인 숫자이면서 완벽한 숫자입니다.   부부의 순서를 보면서 남자가 앞에 있음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남자가 앞에 나오는 것이 무슨 대수냐,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릅니다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한자어에서는 거의 남자가 앞에 나옵니다. 부모라는 말이나 남녀라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순우리말에서는 순서가 다릅니다. 엄마아빠가 대표적입니다. 비하의 표현처럼 보이기는 하나 암수나 연놈도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아들딸보다 ‘딸아들’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부의 순우리말이 가시버시라는 점입니다. 여기에서 가시는 아내라는 뜻입니다. 우리말에서는 남자보다 여자에 해당하는 말이 앞에 온다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부부라는 말과 함께 쓰이는 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도 대부분이 ‘관계’나 ‘유별’을 떠올렸을 겁니다. 그중에서 부부유별이라는 말은 오륜에도 등장하는 말이니 자연스러울 수 있을 겁니다. 남녀도, 부부도 서로 가장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다르다는 표현을 쓴 것이겠죠. 맞습니다. 부부만큼 다른 존재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다름이야말로 특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유별은 특별의 다른 말입니다. 유별을 차별로 잘못 해석하는 순간 세상은 엉망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 번역소학을 공부하다가 부부에 관한 어떤 표현에 놀랐습니다. 바로 부부 유은(有恩)입니다. 여기에서 은(恩)은 은혜라는 뜻입니다. 은의 뜻을 찾아보니 사랑하고 예쁘게 여긴다는 뜻도 나와 있습니다. 부부는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은혜로워하는 존재입니다. 참 귀한 사이지요. 아버지는 의(義), 어머니는 자(慈), 형은 우(友), 아우는 공(恭), 자식은 효(孝)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새길만한 이야기입니다. 번역소학에서는 의를 ‘씩씩하다’로 번역하였습니다. 자는 어엿비 여기는 것으로, 우는 사랑하는 것으로 번역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씩씩하고 의롭고, 어머니는 자애롭고 따뜻하며, 형제간에는 서로를 아끼는 사랑과 온공함, 자식은 효도함이 있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부는 서로를 은혜로워하고 고마워하고 예쁘게 여기기 바랍니다. 소학은 어린아이가 배우는 책입니다만, 이렇게만 살면 도리에 어긋남이 없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할 것은 소학에서 모두 배운 셈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남녀도 부부 존재 의미 요즘 번역소학

2024-06-30

[중앙시론] 5월 ‘아태문화유산의 달’의 의미

미국에서 5월은 ‘아시아·태평양계 문화유산의 달(아태문화유산의 달)’이다. 아·태계가 미국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하기 위한 것으로 각 시나 주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다인종·다민족 사회인 미국은 2월은 흑인 역사의 달, 4월은 여성의 달, 10월은 라티노 문화유산의 달, 11월은 인디언 문화유산의 달 등 기념하는 것도 많다. 그동안 차별과 억압을 받은 소수계와 여성들의 공헌을 되새기고 훌륭한 스토리를 발굴해 차세대 등에 귀감이 되도록 기념하는 것이다.   올해는 요바린다에 있는 닉슨 라이브러리에서 5월 14일 오후 6시 아태문화유산의 달을 기념하며 필자의 저서 ‘파차파 캠프’ 북토크를 하기로 되어 있다.  한인들도 많이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행사는 타 커뮤니티에 한인 사회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세운 파차파 캠프는 미국 최초의 한인 타운일 뿐 아니라 1919년 상해임시정부에서도 도입한 민주공화정을 제도화하여 정착시킨 곳으로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매우 중요한 장소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배우고 알리지 않으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며, 알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TV 채널 11인 KTTV 방송에서는 아태문화유산의 달에 김영옥 대령을 집중 조명하고 싶다며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UC 리버사이드의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에서 녹화할 예정인데 김영옥 대령 역시 미주 한인 사회는 물론 일본계 미국인,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을 대표하는 전쟁 영웅이자 인도주의자이다. 김영옥 대령은 세계 2차 대전과 6·25 한국전쟁 등에서 엄청난 공을 세워 많은 훈장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곁에서 총상을 입은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전쟁에서 살아남으면 우리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드는데 평생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영옥 대령은 1972년 명예 제대 후 평생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여성, 그리고 입양아 등을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들을 몸소 실천했다.     이제는 한인 사회의 대표적 비영리단체로 성장한 한인건강정보센터, 코리아타운 청소년회관, 그리고 한미연합회 등을 공동 설립한 장본인이 바로 김영옥 대령이다. 그는 또한 일미박물관 설립에도 관여했고, 고포 브로크 이사장을 맡는 등 일본계 커뮤니티에서도 존경받는 리더로 활동했다.     최근 주류 사회에서 한인 사회와 한인들의 업적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인다. 32년 전 LA폭동 당시 한인 사회가 배척당했던 것과는 완전히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기억해 차세대에게 전달하는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며, 멈출 수 없는 중요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태문화유산의 달’은 우리 것을 지키면서 타인종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고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아직 발굴하지 못한 인물들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1970년대 본격적인 한인 이민이 시작되면서 1세들은 억척같이 일하고 노력해 지금의 한인 사회 토대를 닦았다. 하지만 한인 차세대는 이런 스토리를 알지 못하고 별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으로 한인 1세들의 스토리를 차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연구와 인터뷰가 필요하다. 물론 연구 기금이 확보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태문화유산의 달’은 그냥 기념하고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필자는 차세대에게 “자신의 역사를 모르는 것은 닻을 내리지 못한 배처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이라며 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태문화유산의 달’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번 차세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장태한 / UC 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중앙시론 아태문화유산 의미 한인 사회 한인 차세대 한인건강정보센터 코리아타운

2024-05-12

[우리말 바루기] “밥 한번 먹자”의 띄어쓰기

다음 중 ‘한 번’ 띄어쓰기가 바른 것은?   ㉠ 언제 밥 한 번 먹자   ㉡ 한 번 해보겠습니다   ㉢ 너 말 한 번 잘했다   ㉣ 한 번만 봐주세요   한국인의 뻔한 거짓말 1위가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한다. 이를 글로 적는다면 ‘한번’을 붙여 써야 할까, 띄어 써야 할까? ‘한번’ ‘한 번’ 띄어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부분이다.   먼저 정리하면 ‘한번’은 기회·시도·강조를 뜻하고, ‘한 번’은 횟수를 의미한다.   ㉠“언제 밥 한 번 먹자”에서는 기회를 뜻하므로 ‘한번’으로 붙여 써야 한다. “시간 날 때 한번 놀러 오세요” “언제 한번 찾아뵙고 싶습니다”도 이런 경우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는 시도를 의미하므로 ‘한번’을 역시 붙여 써야 한다. “한번 먹어 보자” “일단 한번 가 보자” 등도 마찬가지다.㉢“너 말 한 번 잘했다”도 강조를 나타내므로 ‘한번’으로 붙여 써야 한다. “춤 한번 잘 춘다” “공 한번 잘 찬다”도 이런 예다.   ㉣“한 번만 봐주세요”에서는 위 예들과 달리 횟수를 나타내므로 ‘한 번’으로 띄어 쓰는 것이 맞다. ‘한 번’ ‘두 번’ ‘세 번’과 같이 횟수를 나타낼 때 띄어 쓰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답은 ㉣.   그렇다면 여기에서 어려운 문제 하나 더. ‘다시 한번’ ‘다시 한 번’은 어느 것이 맞을까? 이에 대해 다소 혼란이 있었으나 국립국어원은 2015년 의미 구별 없이 붙여 쓰는 것으로, 즉 ‘다시 한번’으로 통일하기로 했다.우리말 바루기 띄어쓰기 의미 구별 거짓말 1위 문제 하나

2024-04-21

[우리말 바루기] ‘메우다’와 ‘메꾸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식당, 공연장을 꽉 메운 팬들의 환호…. 어떤 장소를 가득 채우다는 의미로 ‘메우다’ 대신 ‘메꾸다’를 써도 될까? “광장을 가득 메꾼 인파”와 같이 표현하면 안 된다. ‘메운’이라고 해야 바르다. “공연장을 꽉 메운 팬들의 환호”도 ‘메꾼’으로 바꿀 수 없다.   ‘메꾸다’가 표준말이 아니기 때문일까? 과거에는 그랬다. ‘메우다’만 사전에 올라 있었으나 언어 현실을 반영해 2011년 8월 별도의 표준어로 추가됐다. 표준말이 됐지만 ‘메우다’와 뜻이 똑같지 않고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메꾸다’는 세 가지 의미로 쓰인다. “흙으로 구덩이를 메꿔라” “빈틈없이 공란을 메꾸느라 혼났다”처럼 뚫리거나 비어 있는 곳을 막거나 채우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이를 ‘구덩이를 메워라’ ‘공란을 메우느라’로 바꿔도 된다.   시간을 적당히 또는 그럭저럭 보내다는 의미도 있다. “영화관에서 빈 시간을 메꿨다” “무료한 시간을 메꾸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와 같이 쓰인다. 이 역시 ‘빈 시간을 메웠다’ ‘시간을 메우려고’처럼 표현할 수 있다.   부족하거나 모자라는 것을 채우다고 할 때도 ‘메꾸다’를 사용한다. “적자를 메꾸기 위해 애썼다” “업체들이 손실을 메꾸려고 노력했지만 큰 효과를 못 거뒀다”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메우기 위해’ ‘메우려고’로 바꿔도 무방하다.   어떤 장소를 가득 채운다고 표현할 때만 ‘메꾸다’가 아닌 ‘메우다’를 쓰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식당 공연장 가지 의미 언어 현실

2024-02-28

[우리말 바루기] ‘있음’인가 ‘있슴’인가?

‘~읍니다’ ‘~습니다’에 대해 살펴보자. 예전에는 ‘~읍니다’와 ‘~습니다’를 함께 사용했다. 그러나 1988년 표준어 규정이 바뀌었다. 모음 뒤에서는 ‘~ㅂ니다’, 자음 뒤에서는 ‘~습니다’를 쓰도록 개정됐다. ‘기쁩니다’ ‘학생입니다’는 모음 뒤에 ‘~ㅂ니다’가 붙은 경우다. ‘먹습니다’ ‘좋습니다’는 자음 뒤에 ‘~습니다’가 붙은 예다.   표준어 규정은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하나의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정하고 있다. 당시 ‘~읍니다’와 ‘~습니다’의 의미 차이가 명확하지 않고 입말에서는 일반적으로 ‘~습니다’가 더 널리 쓰인다는 판단 아래 ‘~습니다’를 표준어로 삼았다.   이제 ‘~습니다’가 자연스럽게 사용되다 보니 명사형으로 만들 때에도 ‘~ㅁ’을 붙여 ‘있슴’ ‘없슴’과 같이 ‘~슴’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명사를 만드는 어미 ‘~ㅁ’은 항상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ㅁ’은 모음 또는 ㄹ 받침으로 끝나는 말 뒤에 붙어 그 단어가 명사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준다. ‘끌리다’가 ‘끌림’, ‘만들다’가 ‘만듦’이 되는 것이 이런 예다.   하지만 자음으로 끝나는 말 뒤에 붙을 때에는 소리를 고르기 위해 매개 모음 ‘-으-’를 넣어 ‘-음’으로 쓴다. 따라서 ‘있다’는 ‘있음’, ‘없다’는 ‘없음’으로 적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표준어 규정 의미 차이 명사 역할

2024-02-15

[기고] 대통령의 경례에 대한 의미

일전에 한국의 한 일간지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있었다는 기사와 함께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각 군 지휘관들과 함께 거수경례하는 모습이 실려 인상적이었다. 군 행사에서 대통령의 경례 의미는 확고한 국가 안보 의지가 엿보이는 결의요 동작이라 느껴지기 때문에 그렇다.   ‘경례’란 상대방 또는 대상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하는 동작이다. 즉, 경례는 국가에 대한 충성의 표시 또는 군인 상호 간의 복종과 존중 및 전우애의 표시로서 행하는 예의이다. 이는 엄정한 군기를 상징하는 군 예절의 기본이 되는 동작이다. 따라서 항상 성의를 가지고 군인의 본분인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야 한다. 군 예의 법에도 경례는 엄숙 단정하게 행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요즘 북한의 불법적인 연쇄 도발이 우려를 낳고 있다. 도발의 강도도 점점 높아져 한국 언론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언론들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등 주목하는 모습이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은 현장지도란 이름으로 미사일 도발 현장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 그는 14살일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와 동족을 향해 갖은 욕설과 악담을 늘어놓으며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다.  그의 이런 태도는 남한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지금 지구촌 두 곳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일 급증하는 인명과 재산 피해에 세계 곳곳에서 전쟁 중단과 평화 회복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로켓맨’이라 일컫는 북한의 세습 독재자 김정은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전쟁준비에 희희낙락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비이성적 집단’으로 규정하고 “올해 북한의 접경지 도발, 무인기 침투, 가짜뉴스, 사이버 공격, 후방 교란 등 선거 개입을 위한 여러 도발이 예상된다”며 국민에 주의를 환기했다.   바로 지난 지휘관 회의는 윤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전후방 각지에서 국가 방위에 헌신하는 지휘관들을 모아 격려하며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확고히 하기 위해 회의가 열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신념이 곧 안보”임을 강조했다.   북한의 김정은은 남한을 교전 상대국이자 주적으로 규정하고 국민 불안과 국론 분열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저들의 공세 앞에 우리 장병들이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관으로 철저한 정신무장을 하도록 지휘관들이 특별히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군은 아무리 우수한 무기와 장비를 갖추어도 철저한  정신무장이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적의 다각적인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압도적 대응으로 적의 의지를 분쇄해야 한다. 또한 절제되지 않은 친북성 언행과 반국가적 정치 행태는 중요한 군 작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양해야 한다. 아무튼 우리 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즉각 출동할 수 있는 통합방위 태세 구축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각 군 최고 지휘관의 경례는 북의 도발을 분쇄하고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는 숭고한 의미의 의식이요 동작으로 존중한다. 현재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 아래 군 최고 수뇌부가 대통령과 함께 하는 경례는 국가에 대한 맹세다. 국민은 상호 존중과 신뢰의 의미로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대통령 경례 경례 의미 윤석열 대통령 지휘관 회의

2024-02-07

[손원임의 마주보기] 행복한 하루의 의미와 요건

행복한 하루의 의미와 요건   우리가 매일매일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듣고 또 주로 하는 인사말 중에는 “건강하세요!” 혹은 “행복하세요!”가 당연히 으뜸을 차지한다. 이는 누구나가 건강하고 싶고 또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인간 모두의 아주 자연스럽고도 처절한 바람과 마음, 그런 생각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일상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행복의 요건들로 과연 무엇들을 우선 꼽을 수 있을까?   언젠가 차 안에서 무심코 듣게 되었던 라디오 방송 내용을 소개하자면, 그것은 바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의 순위’에 관한 설문조사 내용이었다. 이제는 뭘 들어도 돌아보면 바로 잊어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는데도, 이 행복 순위 목록만큼은 아직까지도 이상하리만큼 기억이 잘 난다! 아마도 이 주제가 매우 흥미롭기도 한데다 나 또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심정에서 일 거다.     미국 사람들에게 설문조사 한 결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10가지 요인 중 첫째는 바로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양질의 포근한 수면이었다. 둘째는 당연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였다. 그리고 셋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였다. 이어서 넷째는 속이 아플 정도로 혹은 오줌을 찔끔 쌀 정도로 아주 대차게 너무나 크게 웃어 젖히는 경우라고 한다. 때론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저 얼빠진 바보처럼 흔쾌히 웃고 나면, 우울함이 줄어들고 기분까지도 왠지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다섯째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이 사이에 낀 팝콘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나서 느끼는 개운함이라고 답했다. 물론 그 10위 안에는 낯선 사람에게 칭찬을 들었을 때도 들어 있었다. 나 역시 이 목록에 100% 동의한다.     이 목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간이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참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요인들이 얼마나 사소하면서도, 기본적인 생리와 본인 스스로의 감정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지가 매우 돋보인다. 또한 칭찬의 중요성이다. 빈말이라도 좋은 말, 즉 ‘칭찬’은 해서도, 들어서도 좋은 것이다. 나도 며칠 전에 어떤 아가씨의 손톱(예술)이 너무 예뻐서 칭찬해주었다. 그 아가씨는 ‘싱글벙글’ 너무 좋아했고 나에게 샘플도 듬뿍(!) 챙겨 주었다. 나도 역시 칭찬을 낯선 사람들에게 들어서 기분이 좋을 때가 참 많다. 얼마 전에는 한 신사분이 내 글씨체가 “너무 아름답다!”고 말해주어서 온종일 무척 유쾌했고, 또 한 카페에서는 한 여성분이 내 운동화가 “너무 예쁘다!”며 “어디에서 샀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칭찬과 뜻밖의 관심들은 항상 나를 매우 ‘흐뭇하게’ 해준다. 이제는 유튜브 상에서 주로 짧은 요약본 위주로 영화를 접하는 게 일상이 되었지만, 오래간만에 아주 감동적이면서 뇌리에 깊게 남는 영화인, 2023년 작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Society of the Snow)을 시청했다. 이 영화는 우루과이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재난 이후, 인간의 처절한 생존의 모습을 2시간 24분 동안 아주 감명 깊게 잘 묘사하고 전달한다. 또한 인간 생존에 대한 ‘3개의 룰(rule)’에 관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물론 환경과 개인차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인간은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는 3일, 그리고 음식 없이는 3주” 정도를 견딜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에게 매일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며,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마시고, 달콤하고 맛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게 감사한 일인지를 또다시 ‘생생하게’ 깨닫게 해준다.     아침에 잘 자고 일어나서 맛있게 먹고 입을 벌려 깨끗한 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밝고 크게 ‘한 번 두 번’ 웃어보고 또 그날 그날 자신의 기분에 맞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에게 아무리 ‘빈 칭찬’이라도 해주도록 노력하자. 약간의 거짓이면 어떤가? 서로서로 상대방의 얼굴에 “웃음 진 미소”를 띄워보자. 우리 뇌는 너무나 다행히도 아주 잘 속는다!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매우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행복 의미 행복 순위 위스콘신대 교육학 교수 교육학

2024-02-06

[아름다운 우리말] 반대말과 상대어

반대말과 상대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어떻게 설명이 되어 있을까요? 놀랍게도 반대말과 상대어는 설명이 같습니다. 『명사』 『언어』 그 뜻이 서로 정반대되는 관계에 있는 말. 한 쌍의 말 사이에 서로 공통되는 의미 요소가 있으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한 개의 의미 요소가 있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 ‘총각’과 ‘처녀’, ‘위’와 ‘아래’, ’작다’와 ‘크다’, ‘오다’와 ‘가다’ 따위이다. 이러한 설명은 반대어나 반의어도 같게 나옵니다. 사전이 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와 상대는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반대라는 말과 ‘반대가 되는 말’은 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로 양극단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편과 상대편도 같은 뜻도 아닙니다. 따라서 반대말과 상대어를 설명할 때는 좀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있다와 없다는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과 악도 분명히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도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편 서로 짝을 이루면서 보완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은 주로 상대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은 상대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반대로 보는 사회는 수많은 문제가 일어납니다. 자유가 있으면 평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평등을 이루려면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자유로운 사회는 불평등한 게 당연하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남과 여도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반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짝을 이루고 조화를 이루기에 상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를 반대의 개념으로 보는 순간 많은 차별이 일어납니다. 아들과 딸, 아버지와 아들은 반대말이 아닙니다.   반대말이나 상대어를 국어학에서는 주로 반의어라고 합니다. 반의어는 이러한 두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의어는 양극이 있는 반의어가 있고 중간과 단계가 있는 반의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삶과 죽음은 양극의 반의어입니다. 중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가끔 농담처럼 반죽음이라고 표현하기는 합니다만, 이것도 살아있는 겁니다.     한편 희다와 검다는 수많은 중간이 있습니다. 회색을 중간처럼 이야기하지만 회색만 가운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양극단을 피하는 것을 중도(中道)라고 하기도 합니다. 우와 좌의 사이에도 수많은 중간이 있습니다. 지나친 우를 극우라고 하고, 지나친 좌를 극좌라고 합니다. 치우쳐 있기에 피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불교에서 중도는 중간이 아닙니다. 양극을 피한 자리가 중도입니다. 그래서 종종 중도는 조화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반대말, 상대어, 반의어를 공부하면서 수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나와 다른 것을 바라보면서 수많은 고정관념을 만납니다. 어쩌면 모든 반대는 모두 다 상대일 수 있습니다. 반대라고 생각했던 표현들에 상대의 개념을 붙여보세요. 그러면 모든 게 조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있다의 반대말인 없다도 상대의 개념으로 생각해 보세요. 삶의 반대인 죽음도 상대의 개념으로 바라보세요.     그것을 깨닫는 게 중도일 수 있습니다. 반대되는 쪽이 아니라 상대를 만나면 조화롭고,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반대는 경쟁이나 부딪침이 연상된다면, 상대에는 타협과 어울림이 연상됩니다. 상대에게 쓸 수 있는 개념은 나와 다르다는 것이라면, 반대에는 틀린다는 개념이 생성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를 볼 때는 수많은 중간을 보게 됩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종교와 철학에서 중도와 중용이 중요한 이유일 겁니다. 중도와 중용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힘은 반대라는 관점을 상대로 보는 관점에서 비롯됩니다. 요즘 세상은 그야말로 반대투성이입니다. 따뜻한 어울림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반대말 상대어 반대말 상대어 의미 요소

2024-01-28

[아름다운 우리말] 용이 나타났다

용의 순우리말은 무엇일까? 용의 순우리말은 미르이다. 여기저기에서 미르를 상표로 쓰거나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있어서 미르에 익숙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르가 나타나는 문헌들은 많지만 천자문에 보면 명확히 등장한다. 광주천자문에는 미르 진(辰)/ 미ㄹ·룡(光州千字文)으로 나오고, 한석봉의 천자문에는 미르룡(石峰千字文)으로 나온다. 옛 천자문에 귀한 자료가 많다.     고려 태조 왕건은 작제건(作帝建)과 용녀(龍女)의 소생인 용건(龍建)의 아들이었다. 작제건, 용건, 왕건으로 내려오는 것이 나라를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면, 용녀, 용건으로 내려오는 것은 용족임을 의미한다. 서동요의 주인공 무왕이나 후백제의 견훤도 용의 후손으로 일컫는다.   용은 주로 물을 의미한다. 용왕이 사는 곳을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문무왕은 사후에 호국룡이 되겠다고 하여 동해 큰 바위에 장사를 지낸다. 바다의 왕이 되는 것이다.     용은 왕을 상징하고, 출세를 상징하기도 한다. 용비어천가의 해동육룡이 상징하는 것과 잉어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등용문의 이야기도 상징에 기반을 둔 이야기다.     서양의 용은 주로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주로 퇴치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똑같이 용을 상상하더라도 상징이 주는 상상의 결과는 전혀 다르다. 꿈에 나타났다면 어떨까? 동양이라면 좋은 징조이고, 훌륭한 자선이 나올 징조이겠지만, 서양이라면 기분 나쁜 악몽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빅뱅의 권지용 씨, 즉 지드래곤은 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서양에서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처음 서양 사람들이 지드래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에는 권지용 씨와 마찬가지로 용이 들어가는 이름이 많다. 주로는 남자의 이름에 들어가는데 이는 용이 남성을 상징하기도 한다는 점에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이 이름에 들어가는 것은 태몽과도 관련이 있다. 꿈에 용을 보면 큰 인물이 태어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신사임당이 용꿈을 꾸고서, 율곡 이이(李珥)를 낳았고 그리하여 어릴 때 이름이 현룡이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야기가 길었다.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이다. 청룡의 해라고 말도 많다. 용은 다양한 능력을 갖춘 상상 속의 동물이다. 그리고 용은 나라를 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용은 물을 다스리는 능력을 가져서 가뭄이나 홍수를 막아줄 것이다. 그러기 바란다. 한 해 나라의 운도 올라가고, 어려운 사람이 줄고, 어질게 세상을 이끄는 좋은 지도자가 많아지기 바란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아버지께서 나를 낳으실 때 태몽으로 용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에 용이 들어갔다. 용이 나타났다는 의미로 현(顯)이 함께 쓰였다. 늘 이름의 무게가 간단치 않다는 생각을 한다. 즐겁게,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상징적 의미 용건 왕건 용의 순우리말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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