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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메우다’와 ‘메꾸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식당, 공연장을 꽉 메운 팬들의 환호…. 어떤 장소를 가득 채우다는 의미로 ‘메우다’ 대신 ‘메꾸다’를 써도 될까? “광장을 가득 메꾼 인파”와 같이 표현하면 안 된다. ‘메운’이라고 해야 바르다. “공연장을 꽉 메운 팬들의 환호”도 ‘메꾼’으로 바꿀 수 없다.   ‘메꾸다’가 표준말이 아니기 때문일까? 과거에는 그랬다. ‘메우다’만 사전에 올라 있었으나 언어 현실을 반영해 2011년 8월 별도의 표준어로 추가됐다. 표준말이 됐지만 ‘메우다’와 뜻이 똑같지 않고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메꾸다’는 세 가지 의미로 쓰인다. “흙으로 구덩이를 메꿔라” “빈틈없이 공란을 메꾸느라 혼났다”처럼 뚫리거나 비어 있는 곳을 막거나 채우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이를 ‘구덩이를 메워라’ ‘공란을 메우느라’로 바꿔도 된다.   시간을 적당히 또는 그럭저럭 보내다는 의미도 있다. “영화관에서 빈 시간을 메꿨다” “무료한 시간을 메꾸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와 같이 쓰인다. 이 역시 ‘빈 시간을 메웠다’ ‘시간을 메우려고’처럼 표현할 수 있다.   부족하거나 모자라는 것을 채우다고 할 때도 ‘메꾸다’를 사용한다. “적자를 메꾸기 위해 애썼다” “업체들이 손실을 메꾸려고 노력했지만 큰 효과를 못 거뒀다”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메우기 위해’ ‘메우려고’로 바꿔도 무방하다.   어떤 장소를 가득 채운다고 표현할 때만 ‘메꾸다’가 아닌 ‘메우다’를 쓰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식당 공연장 가지 의미 언어 현실

2024-02-28

[우리말 바루기] ‘있음’인가 ‘있슴’인가?

‘~읍니다’ ‘~습니다’에 대해 살펴보자. 예전에는 ‘~읍니다’와 ‘~습니다’를 함께 사용했다. 그러나 1988년 표준어 규정이 바뀌었다. 모음 뒤에서는 ‘~ㅂ니다’, 자음 뒤에서는 ‘~습니다’를 쓰도록 개정됐다. ‘기쁩니다’ ‘학생입니다’는 모음 뒤에 ‘~ㅂ니다’가 붙은 경우다. ‘먹습니다’ ‘좋습니다’는 자음 뒤에 ‘~습니다’가 붙은 예다.   표준어 규정은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하나의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정하고 있다. 당시 ‘~읍니다’와 ‘~습니다’의 의미 차이가 명확하지 않고 입말에서는 일반적으로 ‘~습니다’가 더 널리 쓰인다는 판단 아래 ‘~습니다’를 표준어로 삼았다.   이제 ‘~습니다’가 자연스럽게 사용되다 보니 명사형으로 만들 때에도 ‘~ㅁ’을 붙여 ‘있슴’ ‘없슴’과 같이 ‘~슴’으로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명사를 만드는 어미 ‘~ㅁ’은 항상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ㅁ’은 모음 또는 ㄹ 받침으로 끝나는 말 뒤에 붙어 그 단어가 명사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준다. ‘끌리다’가 ‘끌림’, ‘만들다’가 ‘만듦’이 되는 것이 이런 예다.   하지만 자음으로 끝나는 말 뒤에 붙을 때에는 소리를 고르기 위해 매개 모음 ‘-으-’를 넣어 ‘-음’으로 쓴다. 따라서 ‘있다’는 ‘있음’, ‘없다’는 ‘없음’으로 적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표준어 규정 의미 차이 명사 역할

2024-02-15

[기고] 대통령의 경례에 대한 의미

일전에 한국의 한 일간지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있었다는 기사와 함께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각 군 지휘관들과 함께 거수경례하는 모습이 실려 인상적이었다. 군 행사에서 대통령의 경례 의미는 확고한 국가 안보 의지가 엿보이는 결의요 동작이라 느껴지기 때문에 그렇다.   ‘경례’란 상대방 또는 대상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하는 동작이다. 즉, 경례는 국가에 대한 충성의 표시 또는 군인 상호 간의 복종과 존중 및 전우애의 표시로서 행하는 예의이다. 이는 엄정한 군기를 상징하는 군 예절의 기본이 되는 동작이다. 따라서 항상 성의를 가지고 군인의 본분인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야 한다. 군 예의 법에도 경례는 엄숙 단정하게 행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요즘 북한의 불법적인 연쇄 도발이 우려를 낳고 있다. 도발의 강도도 점점 높아져 한국 언론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언론들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등 주목하는 모습이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은 현장지도란 이름으로 미사일 도발 현장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 그는 14살일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와 동족을 향해 갖은 욕설과 악담을 늘어놓으며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다.  그의 이런 태도는 남한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지금 지구촌 두 곳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일 급증하는 인명과 재산 피해에 세계 곳곳에서 전쟁 중단과 평화 회복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로켓맨’이라 일컫는 북한의 세습 독재자 김정은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전쟁준비에 희희낙락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비이성적 집단’으로 규정하고 “올해 북한의 접경지 도발, 무인기 침투, 가짜뉴스, 사이버 공격, 후방 교란 등 선거 개입을 위한 여러 도발이 예상된다”며 국민에 주의를 환기했다.   바로 지난 지휘관 회의는 윤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전후방 각지에서 국가 방위에 헌신하는 지휘관들을 모아 격려하며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확고히 하기 위해 회의가 열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신념이 곧 안보”임을 강조했다.   북한의 김정은은 남한을 교전 상대국이자 주적으로 규정하고 국민 불안과 국론 분열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저들의 공세 앞에 우리 장병들이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관으로 철저한 정신무장을 하도록 지휘관들이 특별히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군은 아무리 우수한 무기와 장비를 갖추어도 철저한  정신무장이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적의 다각적인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압도적 대응으로 적의 의지를 분쇄해야 한다. 또한 절제되지 않은 친북성 언행과 반국가적 정치 행태는 중요한 군 작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양해야 한다. 아무튼 우리 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즉각 출동할 수 있는 통합방위 태세 구축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각 군 최고 지휘관의 경례는 북의 도발을 분쇄하고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는 숭고한 의미의 의식이요 동작으로 존중한다. 현재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 아래 군 최고 수뇌부가 대통령과 함께 하는 경례는 국가에 대한 맹세다. 국민은 상호 존중과 신뢰의 의미로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대통령 경례 경례 의미 윤석열 대통령 지휘관 회의

2024-02-07

[손원임의 마주보기] 행복한 하루의 의미와 요건

행복한 하루의 의미와 요건   우리가 매일매일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듣고 또 주로 하는 인사말 중에는 “건강하세요!” 혹은 “행복하세요!”가 당연히 으뜸을 차지한다. 이는 누구나가 건강하고 싶고 또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인간 모두의 아주 자연스럽고도 처절한 바람과 마음, 그런 생각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일상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행복의 요건들로 과연 무엇들을 우선 꼽을 수 있을까?   언젠가 차 안에서 무심코 듣게 되었던 라디오 방송 내용을 소개하자면, 그것은 바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의 순위’에 관한 설문조사 내용이었다. 이제는 뭘 들어도 돌아보면 바로 잊어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는데도, 이 행복 순위 목록만큼은 아직까지도 이상하리만큼 기억이 잘 난다! 아마도 이 주제가 매우 흥미롭기도 한데다 나 또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심정에서 일 거다.     미국 사람들에게 설문조사 한 결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10가지 요인 중 첫째는 바로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양질의 포근한 수면이었다. 둘째는 당연히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였다. 그리고 셋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였다. 이어서 넷째는 속이 아플 정도로 혹은 오줌을 찔끔 쌀 정도로 아주 대차게 너무나 크게 웃어 젖히는 경우라고 한다. 때론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저 얼빠진 바보처럼 흔쾌히 웃고 나면, 우울함이 줄어들고 기분까지도 왠지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다섯째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이 사이에 낀 팝콘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나서 느끼는 개운함이라고 답했다. 물론 그 10위 안에는 낯선 사람에게 칭찬을 들었을 때도 들어 있었다. 나 역시 이 목록에 100% 동의한다.     이 목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간이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참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요인들이 얼마나 사소하면서도, 기본적인 생리와 본인 스스로의 감정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지가 매우 돋보인다. 또한 칭찬의 중요성이다. 빈말이라도 좋은 말, 즉 ‘칭찬’은 해서도, 들어서도 좋은 것이다. 나도 며칠 전에 어떤 아가씨의 손톱(예술)이 너무 예뻐서 칭찬해주었다. 그 아가씨는 ‘싱글벙글’ 너무 좋아했고 나에게 샘플도 듬뿍(!) 챙겨 주었다. 나도 역시 칭찬을 낯선 사람들에게 들어서 기분이 좋을 때가 참 많다. 얼마 전에는 한 신사분이 내 글씨체가 “너무 아름답다!”고 말해주어서 온종일 무척 유쾌했고, 또 한 카페에서는 한 여성분이 내 운동화가 “너무 예쁘다!”며 “어디에서 샀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칭찬과 뜻밖의 관심들은 항상 나를 매우 ‘흐뭇하게’ 해준다. 이제는 유튜브 상에서 주로 짧은 요약본 위주로 영화를 접하는 게 일상이 되었지만, 오래간만에 아주 감동적이면서 뇌리에 깊게 남는 영화인, 2023년 작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Society of the Snow)을 시청했다. 이 영화는 우루과이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재난 이후, 인간의 처절한 생존의 모습을 2시간 24분 동안 아주 감명 깊게 잘 묘사하고 전달한다. 또한 인간 생존에 대한 ‘3개의 룰(rule)’에 관한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물론 환경과 개인차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인간은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는 3일, 그리고 음식 없이는 3주” 정도를 견딜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에게 매일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며,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마시고, 달콤하고 맛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게 감사한 일인지를 또다시 ‘생생하게’ 깨닫게 해준다.     아침에 잘 자고 일어나서 맛있게 먹고 입을 벌려 깨끗한 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밝고 크게 ‘한 번 두 번’ 웃어보고 또 그날 그날 자신의 기분에 맞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에게 아무리 ‘빈 칭찬’이라도 해주도록 노력하자. 약간의 거짓이면 어떤가? 서로서로 상대방의 얼굴에 “웃음 진 미소”를 띄워보자. 우리 뇌는 너무나 다행히도 아주 잘 속는다! 게다가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매우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행복 의미 행복 순위 위스콘신대 교육학 교수 교육학

2024-02-06

[아름다운 우리말] 반대말과 상대어

반대말과 상대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어떻게 설명이 되어 있을까요? 놀랍게도 반대말과 상대어는 설명이 같습니다. 『명사』 『언어』 그 뜻이 서로 정반대되는 관계에 있는 말. 한 쌍의 말 사이에 서로 공통되는 의미 요소가 있으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한 개의 의미 요소가 있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 ‘총각’과 ‘처녀’, ‘위’와 ‘아래’, ’작다’와 ‘크다’, ‘오다’와 ‘가다’ 따위이다. 이러한 설명은 반대어나 반의어도 같게 나옵니다. 사전이 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와 상대는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반대라는 말과 ‘반대가 되는 말’은 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로 양극단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편과 상대편도 같은 뜻도 아닙니다. 따라서 반대말과 상대어를 설명할 때는 좀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있다와 없다는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과 악도 분명히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도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편 서로 짝을 이루면서 보완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은 주로 상대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은 상대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반대로 보는 사회는 수많은 문제가 일어납니다. 자유가 있으면 평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평등을 이루려면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자유로운 사회는 불평등한 게 당연하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남과 여도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반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짝을 이루고 조화를 이루기에 상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를 반대의 개념으로 보는 순간 많은 차별이 일어납니다. 아들과 딸, 아버지와 아들은 반대말이 아닙니다.   반대말이나 상대어를 국어학에서는 주로 반의어라고 합니다. 반의어는 이러한 두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의어는 양극이 있는 반의어가 있고 중간과 단계가 있는 반의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삶과 죽음은 양극의 반의어입니다. 중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가끔 농담처럼 반죽음이라고 표현하기는 합니다만, 이것도 살아있는 겁니다.     한편 희다와 검다는 수많은 중간이 있습니다. 회색을 중간처럼 이야기하지만 회색만 가운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양극단을 피하는 것을 중도(中道)라고 하기도 합니다. 우와 좌의 사이에도 수많은 중간이 있습니다. 지나친 우를 극우라고 하고, 지나친 좌를 극좌라고 합니다. 치우쳐 있기에 피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불교에서 중도는 중간이 아닙니다. 양극을 피한 자리가 중도입니다. 그래서 종종 중도는 조화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반대말, 상대어, 반의어를 공부하면서 수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나와 다른 것을 바라보면서 수많은 고정관념을 만납니다. 어쩌면 모든 반대는 모두 다 상대일 수 있습니다. 반대라고 생각했던 표현들에 상대의 개념을 붙여보세요. 그러면 모든 게 조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있다의 반대말인 없다도 상대의 개념으로 생각해 보세요. 삶의 반대인 죽음도 상대의 개념으로 바라보세요.     그것을 깨닫는 게 중도일 수 있습니다. 반대되는 쪽이 아니라 상대를 만나면 조화롭고,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반대는 경쟁이나 부딪침이 연상된다면, 상대에는 타협과 어울림이 연상됩니다. 상대에게 쓸 수 있는 개념은 나와 다르다는 것이라면, 반대에는 틀린다는 개념이 생성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를 볼 때는 수많은 중간을 보게 됩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종교와 철학에서 중도와 중용이 중요한 이유일 겁니다. 중도와 중용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힘은 반대라는 관점을 상대로 보는 관점에서 비롯됩니다. 요즘 세상은 그야말로 반대투성이입니다. 따뜻한 어울림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반대말 상대어 반대말 상대어 의미 요소

2024-01-28

[아름다운 우리말] 용이 나타났다

용의 순우리말은 무엇일까? 용의 순우리말은 미르이다. 여기저기에서 미르를 상표로 쓰거나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있어서 미르에 익숙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르가 나타나는 문헌들은 많지만 천자문에 보면 명확히 등장한다. 광주천자문에는 미르 진(辰)/ 미ㄹ·룡(光州千字文)으로 나오고, 한석봉의 천자문에는 미르룡(石峰千字文)으로 나온다. 옛 천자문에 귀한 자료가 많다.     고려 태조 왕건은 작제건(作帝建)과 용녀(龍女)의 소생인 용건(龍建)의 아들이었다. 작제건, 용건, 왕건으로 내려오는 것이 나라를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면, 용녀, 용건으로 내려오는 것은 용족임을 의미한다. 서동요의 주인공 무왕이나 후백제의 견훤도 용의 후손으로 일컫는다.   용은 주로 물을 의미한다. 용왕이 사는 곳을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문무왕은 사후에 호국룡이 되겠다고 하여 동해 큰 바위에 장사를 지낸다. 바다의 왕이 되는 것이다.     용은 왕을 상징하고, 출세를 상징하기도 한다. 용비어천가의 해동육룡이 상징하는 것과 잉어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등용문의 이야기도 상징에 기반을 둔 이야기다.     서양의 용은 주로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주로 퇴치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똑같이 용을 상상하더라도 상징이 주는 상상의 결과는 전혀 다르다. 꿈에 나타났다면 어떨까? 동양이라면 좋은 징조이고, 훌륭한 자선이 나올 징조이겠지만, 서양이라면 기분 나쁜 악몽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빅뱅의 권지용 씨, 즉 지드래곤은 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서양에서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처음 서양 사람들이 지드래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에는 권지용 씨와 마찬가지로 용이 들어가는 이름이 많다. 주로는 남자의 이름에 들어가는데 이는 용이 남성을 상징하기도 한다는 점에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이 이름에 들어가는 것은 태몽과도 관련이 있다. 꿈에 용을 보면 큰 인물이 태어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신사임당이 용꿈을 꾸고서, 율곡 이이(李珥)를 낳았고 그리하여 어릴 때 이름이 현룡이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야기가 길었다.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이다. 청룡의 해라고 말도 많다. 용은 다양한 능력을 갖춘 상상 속의 동물이다. 그리고 용은 나라를 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용은 물을 다스리는 능력을 가져서 가뭄이나 홍수를 막아줄 것이다. 그러기 바란다. 한 해 나라의 운도 올라가고, 어려운 사람이 줄고, 어질게 세상을 이끄는 좋은 지도자가 많아지기 바란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아버지께서 나를 낳으실 때 태몽으로 용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에 용이 들어갔다. 용이 나타났다는 의미로 현(顯)이 함께 쓰였다. 늘 이름의 무게가 간단치 않다는 생각을 한다. 즐겁게,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상징적 의미 용건 왕건 용의 순우리말

2023-12-25

[열린광장] 올해 성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요즘 크리스마스 캐럴이 정답고 별빛 같은 성탄 트리를 올려다보면 마음이 설렌다. 크리스마스는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먼저 떠나보낸 사랑하는 사람들을 회고하며 촛불을 조용히 응시하는 시간, 삶의 도전으로 한 해의 힘겨움에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세레머니, 가족·친지들과 나눈 시간이 부족했던 것에 대한 각성의 시간, 이젠  미국이 제2의 고향이지만 잠시 향수에 잠기는 시간도 소중하다.         임상적으로 이 계절은 마음의 다른 면에도 유의해야 하는데 예상 밖으로 슬픔과 탈진이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프 스터디 (Grief Study) 과정에서 자주 나오는 퀴즈 문제가 이를 반영한다.  ‘할러데이는 행복한 시간이므로 예기치 않은 슬픔의 감정을 새롭게 깨우지 않는다. 그렇다(  )/아니다(  ).’         임상목회돌봄(Clinical Pastoral Care)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맘때 입원해 외롭고 아픈 시간을 보내는 환자들은 유달리 우울해 하거나, 치료 과정에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낙담을 하기도 한다. 환자 가족도 병원 로비 등에 놓인 성탄 트리와 산타클로스 복장의 자원봉사자가 반가우면서도 “왜 하필 이렇게 좋은 시기에 아파야 하나” 하는 우울한 질문과 마주한다.   성탄의 역사는  삶의 힘든 시간을 만났든, 행복한 여정 중에 있든, 그 누구에게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역사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천사들의 성탄 소식을 전해 들은 부모의 놀라움과 각오, 가장 포근한 자리가 아닌 가장 초라한 구유에 뉘어진 아기 예수,  헤롯의 위협을 알고 곧바로 멀리 떠나야 하는 아기 예수와 부모, 의인 시므온이 기다리던 아기 예수를 안고 “내 눈이 만민 앞에 예비하신 주의 구원을 보았다”는 고별찬송…. 그 어디에도 쉽고 편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성탄 계절은 아니었다.       역사를 더 올라가면,  크리스마스가 성취되기까지 이어진 인물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들의 삶의 여정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 가운데 나오미는 타국 생활을 하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슬픔과 애통함에 잠긴 여인이다. 고향 땅으로 돌아올 때 며느리 룻만 동행하였고, 이웃들이 나와서 맞이하는데 나오미가 말한다.  “나를 나오미(희락)라 칭하지 말고 마라(비탄) 라 칭하라…. 나는 괴로운 자라.”     그 나오미를 홀로 귀향하게 하지 아니하고 위로하며 동행한 사려 깊은 룻을 통해 은혜와 사랑이 다시 시작된 놀라운 위로를 성서는 기록한다. “룻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왕을 낳으니….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고, 마리아에게서 예수가 나시니라.”  여기 첫 번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특별히 아파하고 힘든 여정을 가는 길에, 성탄의 경이로움과 함께 임했다.     작곡가 헨델이 가장 힘든 시절에 지혜와 마음을 다해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메시아’ 오라토리오는 올해도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으로 연주가 시작될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이어진 마지막 대 합창 ‘아멘’을 마음으로 찬미하면 어떨까.   “올해 성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어쩌면 나를 위한 성탄임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을 소망해 보자.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든 이 성탄절에 그 소박한 구유 앞에 경배할 수 있다. 어떠한 자리보다 더 낮은 자리를 빌려 오신 주의 성탄이 아닌가. 우리 모두에게 성탄의 위로와 사랑을 기원한다. 김효남 / HCMA 디렉터·미주장신 교수열린광장 성탄 의미 성탄 트리 성탄 계절 성탄 소식

2023-12-22

[사설] ‘김치의 날’ 확산이 갖는 의미

연방하원 의원회관에서 6일 ‘김치 데이’ 행사가 열렸다. 의원과 의회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원래 이날은 11월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하는 하원 결의안 채택이 기대됐었다. 결의안 상정에는 영 김, 미셸 스틸 박, 앤디 김, 매를린 스트릭랜드 등 한인 의원 4인방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결의안 상정과 표결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치 데이’ 행사는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많은 의원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김치의 맛과 풍미뿐 아니라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김치는 K푸드의 상징적인 음식이다. 하원에서 ‘김치 데이’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미국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미 주 단위로는 가주를 비롯해 버지니아주, 뉴욕주, 조지아주, 하와이주, 미시간 등 6개 주와 워싱턴DC가 ‘김치의 날’을 제정했다.     음식은 문화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김치의 날’이 단순히 김치를 홍보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끄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의 분위기도 좋다. 음식은 물론 음악,드라마 등 다양한 한국 콘텐트들이 소개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미국인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한인 사회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과제는 이런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와 한인 단체들의 긴밀한 협력 관계는 기본이다.사설 김치 확산 김치 데이 문화적 의미 한국 음식

2023-12-06

[열린광장] 이름에 담긴 의미

1910년 대한제국과 일본의 병합조약으로 일제가 한국을 강점하게 되었고 이후 우리는 호적의 성을 바꿔야 하는 고통까지 겪었다. 나도 호적에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변씨(卞氏)라는 성 대신 일본인이 만들어 준 도쿠야마(德山)라는 일본식 성으로 기재가 됐었다. 이 치욕스러운 일이 일제 치하에 겪었던 창씨개명(創氏改名)이다.     미국에 와서 첫 직장을 얻었는데 당시 루스라는 이름의 부사장이 내게 베드로라는 이름의 명찰을 만들어 주었다.  루스는 회사 내에서는 동료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하고 내가 베드로를 닮은 데가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백인인 루스는 직장 상사였지만 내가 미국에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분이었다.     사실 당시 나도 미국식인 직장 동료들의 이름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다. 얼굴은 알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당황한 적도 많았다. 차라리 내가 부르기 쉽게 그들의 이름을 지어줬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는 1978년에 시민권을 취득하며 미국 이름을 ‘베드로’로 했다. 당시 아내는 ‘바버라’, 딸은 ‘버지니아’, 아들은 ‘로이’ 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는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개명이었다. 아버님이 지어준 이름을 바꾼다는 죄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새 이름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당시 나는 ‘베드로’ 라는 성경의 인물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다. 그 후 예수님을 영접하고, 새벽기도를 다니는데 어느 집 앞을 지날 때 닭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고 말하자 말베드로가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한 부분이 생각났다. 나는 매일, 어디에서, 얼마나 자주 예수님을 모른다고,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지?     자녀 이름을 지을 때 이름처럼  존귀하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름을 잘 지었다고 사람이 존귀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귀한 삶을 살 때 그 이름이 존귀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좁게는 가정에서, 넓게는 사회와 국가의 영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분들이 좋은 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을 위해 순교하신 분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들처럼 살 수는 없다. 다만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아주 작은 것부터 귀한 일을 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성직자의 입장에서도 훗날 내 이름이 예수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서 욕되지 않게 사는 길을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변성수 / 교도소·사역 목사열린광장 이름 의미 자녀 이름 예수 그리스도 식인 직장

2023-11-13

나눔 의미를 예술애호가와 함께…24인 작가 연말 자선전시회

  샤토갤러리(관장 수 박)가 2023년 연말 자선전시회 ‘에필로그, 2023(Epilogue, 2023)’를 개최한다.     연말을 앞두고 나눔의 의미를 예술 애호가들과 함께하자는 목적에서 계획된 이번 전시회에는 24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사진, 도자기, 조각 등 다양한 예술 매체를 선보인다.     샤토갤러리는 “참여 작가들이 관람객의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고품격 예술 작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예술애호가들에게 제공한다”며 “모든 판매 수익금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고 신진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토갤러리는 2021년 ‘That Time, 2021’ 전시를 통해 장애인 단체(Exceptional Children's Foundation)에 수익 전액을 기부했다. 또 지난해 여름 장애인 전시회 수익금은 세계난민아동구호단체(Global Refugee Aids Foundation)에 전달했다.     '에필로그, 2023' 전시 참여 작가는 에드워드 알파노, 마그다 아우디프레드, 쉐리 번햄, 변혜수, 조미화, 데빗 에딩턴, 현혜명, 정은실, 비니 카만, 박윤정(YC Kim), 카오르 만수르, 마이클 우드, 수 박, 데렉 보시어, 강태호, 미쉘 로빈슨, 에치코 오히라, 미노루 오히라, 김천애, 주선희, 김지영, 오은진, 오경자, 호세 레자 등이다.   전시회는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4주 동안 열린다. 리셉션 오프닝은 18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다.     ▶주소:3130 Wilshire Blvd #104. LA   ▶문의:(213)277-1960 이은영 기자예술애호가 자선전시회 연말 자선전시회 나눔 의미 전시회 수익금

2023-11-12

[열린광장] 어흥축제, 축제의 의미를 생각함

축제의 본질은 인간의 본성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유희와 유흥은 축제의 한 부분일 수 있어도 결코 본질은 아니다. 러시아의 문학비평가 미하일 바흐친(1895~1975)은 축제의 숨겨진 의미를 대화와 관계로 보았고 함께 어울려 살 수밖에 없는 인간들에게 필요한 의식행위로 생각했다. 축제는 대립적인 것들의 공존이며 일상에 찌들고 주눅 들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미주예술원 ‘다루’(이사장 박창규, 대표 서연운)가 풀러턴 시와 함께 지난 달 27일부터 3일간 풀러턴 다운타운플라자에서 개최한 ‘어흥축제’(축제위원장 릭김)는 한인 예술단체가 특정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기획한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앞으로 어흥축제가 천편일률적인 이벤트 중심적 축제, 규모만 확대되는 상업주의적 축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축제 주체인 한인들의 다문화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한 번쯤 깊이 있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민족 고유의 축제인 ‘천제’, 즉 하늘굿이나 서양의 ‘페스티벌’ 또는 ‘카니발’이 열리는 축제 기간에 사람들은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나 신화적인 세계로 몰입했다. 소생과 부활의 의미를 새기면서 풍요로운 생산을 기원했다. 그리고 축제를 통해 공동체의 재결합을 이루어냈다. 우리 선조들은 축제를 통해 모두 하나가 되는 ‘대동세상’을 꿈꿨다.   지구촌 사람들은 이미 K팝과 친밀해졌으며 한국을 ‘문화발신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인들이 미주에서 여는 축제 마당이 축제의 외형적 형식, 포장에 치우쳐 단순한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K팝의 이면에는 한국인들이 억눌려 살아오는 동안에도 그 ‘한’의 정서를 풍류와 흥, 익살과 풍자로 승화시킨 문화적 저력이 있다. 따라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숨결을 신명과 화합의 어우러짐, 즉 K팝으로 창출해냈다는 귀한 가치를 알리는 축제가 돼야 한다.     앞으로 어흥축제의 주최자들은 모국의 전통문화를 답습하기보다, 다문화 사회의 다양한 지역사회와 연대하여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어흥축제만의 콘텐트들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이 K팝의 생산지라면 미주 한인들은 K팝의 재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어흥축제가 이제 그 선봉에 서서 지역사회의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지역시민들과 함께 세계 시민으로서의 비전을 공유하고 진정한 문화 공유의 영역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인적 자원과 동력이 있다. 우리 고유의 멋과 맛에 바탕을 둔 K팝, K푸드, K드라마, K무비를 세계 속에 심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미주 한인들에게 주어진 역할일 것이다.     세계가 우리의 이웃이다. 세계는 지금 한류 속에 살고 있다. 한국인의 가슴 속에 묻혀 있는 창조력을 국경을 초월한 세계시민의 새로운 문화로 키워 나가자. 미주 한인들이 그 주역이 되자. 김정 / 영화평론가열린광장 축제 의미 상업주의적 축제 축제 마당 축제 기간

2023-11-02

[이 아침에] 사막에서 만난 순백(純白)

대륙을 섭렵하는 묘미의 으뜸은 대자연의 진수와 만나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맛보는 것이다. 드넓은 평야와 우람한 협곡, 그 안에서 나름의 형태로 존재하는 온갖 사물들의 의미를 음미하고 일체감을 얻을 때의 깨달음과 기쁨은 가히 희열에 가깝다. 감정은 맑고 순수하며, 성찰의 계제에 세상의 어지러움과 사악함이 파고들 틈새는 없지 싶다.       1980년대 미국에 온 이후 태평양 연안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101번 고속도로를 기회 있을 때마다 수없이 애용했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근래에는 5번 고속도로를 더 선호한다. 몇 시간씩 달려도 동쪽으로는 끝없는 광야가 펼쳐져 있고, 서쪽에는 희끄무레한 화강암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줄곧 따라온다. 뜨거운 햇볕에 메말라 죽은 풀들, 생물들이 살 것 같지 않은 박토, 구불구불 이어지는 구릉, 용암이 융기한 날카로운 바위산과 계곡은 원시의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차를 세우고 들여다보면 뜨거운 돌과 건초 사이로 이름 모를 벌레들이 스멀거리고, 선인장이 앙증스러운 꽃잎으로 반기며, 스프링클러로 연명하는 과수원에는 다람쥐가 쭈뼛거린다.     광대한 황야와 태산을 바라보고 있거나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력을 만날 때면 그 장엄함과 신비함에 매료돼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새삼 반추해 보게 된다. 매료되는 순간에는 마음이 백지처럼 깨끗하다. 세상살이의 난삽함은 모두 지워지고, 앞에 펼쳐진 자연의 현실과 진실만이 눈부시게 다가온다.     존 스타인벡의 명작 ‘분노의 포도’의 마지막 무대인 베이커스필드 갈림길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자동차 연료를 채우고 나서 요기를 하러 바로 옆의 ‘인 앤 아웃(IN-N-OUT)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점심때라 길게 늘어선 줄에 서서 기다렸다. 언뜻 한 백인 부부가 음식을 들고 줄 너머 반대편으로 건너가려고 틈을 찾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좁은 공간임에도 얼른 뒷걸음질 쳐 간신히 길을 열어주었다.     “고맙습니다. 친절하시군요.” “천만에요. 당연하지요.”  정중한 감사 표시에 맞게 미소를 띠며 깍듯이 답례했다.  그들의 평소 삶의 자세가 매우 바르고 성실하겠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전해졌다. 흔한 인사지만 양측의 표정과 음성에도 진정성이 묻어 있었다.  차례가 되어 음식을 받아 아내가 잡아 놓고 있는 자리에 앉는데 아까 그 백인 부부의 옆자리였다. 그들이 파안대소하며 먼저 반겼다. 우리는 자연히 웃는 얼굴로 대화를 나눴다. 서로 여행에 관해 물었고, 여러 이야기 중에 자신들이 UC머세드 교수라는 소개가 나왔다. 낮 가리지 않고 소박한 열린 자세의 향기가 맑디맑고 향긋하게 전해졌다. 아마도 캠퍼스와 자연에서 형성된 청아한 성정이리라.     우리는 미소가 가득한 환담을 하고 교차 포옹으로 작별했다. 떠나는 그 부부의 뒷모습이 긴 여운을 남겼다. 눈빛이 형형한 두 사람의 자태가 자연의 진수가 조각한 형상이라고 여겨졌다. 인상파 화가들이 사막과 산맥을 배경으로 그 형상을 그린다면 어떤 명화가 나올까?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이 아침에 순백 사막 백인 부부 존재 의미 베이커스필드 갈림길

2023-10-16

[기고] 78주년 광복절에 담긴 의미

78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독립운동이 “단순히 빼앗긴 국권을 되찾거나 과거의 왕정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었다”라며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공산 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는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리고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 민주화로 이어졌다”며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고, 공산 전체주의 세력에 맞서 이기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을 강하게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언급한 뒤 “결코 이러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과 확신, 그리고 함께하는 연대의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강도 높게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진보정권에서 방치됐던 반국가세력의 활동이 선동을 넘어 사회적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늦게나마 제동을 걸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한 것은 분단국가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분명한 의무다. 여기에 모든 국민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북한이 남한을 향해 직접적인 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강화 당위성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에 긴밀한 정찰자산 협력과 북한 핵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한반도의 심각성을 인지한 통찰력의 결단이라고 본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를 두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일본을 두고는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첫 번째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북 정책과 관련 ‘담대한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도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증진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한반도 평화’ 의지를 다시 천명했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에는 숭고한 얼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세운 이들은 건국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바른 역사가 세워지길 소원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광복절 의미 자유민주주의 국가 자유민주주의 수호 공산 세력

2023-08-15

[우리말 바루기] 구어체 표현 삼가야

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표현이 ‘~거’라는 말이다. “괜히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거다”처럼 ‘거’나 ‘거다’ 표현이 많이 쓰인다. 여기에서 ‘거’ ‘거다’는 ‘것’ ‘것이다’를 입으로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즉 구어체 표현이다. 구어체(口語體)란 글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로 쓰는 말을 가리킨다. 말할 때는 편리하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것’이나 ‘것이다’ 대신 ‘거’나 ‘거다’로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주의해야 한다. 글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면 맛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글의 문장은 말보다 완전하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글에서 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표현이 나온다면 글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어렵다. 글을 쓸 때는 “괜히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처럼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자 메시지에서 줄임말을 많이 쓰거나 받침을 잘 적지 않는 버릇이 든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문자 메시지에서는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의미 전달만 가능하다면 정확성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해논 것이 없다” “따논 일이나 마찬가지다”처럼 ‘놓은’을 줄여 ‘논’으로 표현하는 것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해논’은 ‘해놓은’, ‘따논’은 ‘따놓은’의 줄임말이다. 우리말 바루기 구어체 표현 구어체 표현 문자 메시지 의미 전달

2023-07-28

[열린광장]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

지난 7월 4일, 독립 기념일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풀러튼의 랄프스 클락 팍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독립 기념 축하 행사가 있었다. 주최자는 매일 아침 이곳에 삼삼오오 모여 함께 운동을 하는 사람들. 무슨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니고 수년 동안 자발적으로 모여 운동을 한 사람들이다. 단체 체조 시간에는 주변의 타인종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곤 한다.    이날은 체조가 끝난 후 바로 독립 기념일 축하 행사를 했다. 미국 국기에 대한 경례로 시작된 기념식에서 미국을 위한 기도는 6·25 참전 용사인 은퇴 목사가, 기도는 6·25에 참전했던 미군의 부인이 맡았다.    기념식 내내 성조기가 게양됐고 한 운동 멤버의 색소폰 연주에 맞춰 미국 국가도 함께 불렀다. 미국 국가의 가사는 법률가이자 시인이었던 프랜시스 스콧 키가 독립전쟁 당시 볼티모어 근교에서 벌어졌던 ‘멕헨리 요새 전투’ 현장을 목격하고 지은 것이다. 그는 거대한 영국 군함들이 밤새 퍼부은 함포 사격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새벽까지 멕헨리 요새에서 휘날리는 미국 국기를 보고 감격해 ‘멕헨리 요새의 방어전’이란 시를 지었고, 그 시가 가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곡은 당시 영국에서 널리 불리던 ‘천국의 아나크레온에게’이라는 노래다. 1931년 미국 국가로 공식 지정된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마음 깊이 울림을 준다.   미국은 독립 당시 13개 주였으나 이후 전쟁과 협상을 통해 지금의 50개 주,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영토를 가진 나라가 됐다.     사회자는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사용하여 미국이 그동안 세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음을 설명했고, 특히 6·25 한국 전쟁 때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켰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메리카 대륙은 1492년 콜럼버스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스페인 왕실의 후원으로 여러 번 이곳을 다녀갔으나 죽을 때까지 인도인 줄 알았다. 그 후 이탈리아 항해가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1503년 항해 중 바람 때문에 지금의 브라질 북부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한 곳이 인도가 아니고 신대륙임을 인지하고 세계에 신대륙 발견을 공표하였다.   4년 뒤 독일인이 세계지도를 제작하면서 신대륙을 아메리카로 부르자고 제안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렇게 브라질 북부에서 시작된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계속 새로운 땅이 발견되면서 확장됐다.   기념식은 여러 사람이 준비해 온 조찬행사로 이어졌다. 타인종 참석자들은 푸짐한 음식에 감사했다. 이렇게 일상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이해와 공감의 폭도 넓어질 것 같아  그날 행사가 더 귀하게 생각됐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의미 행사 신대륙 발견 그날 행사 아메리카 대륙

2023-07-18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잘 살면 잘 죽는다’라고

소멸은 가장 완전한 작별이다. 형태도 없이 사라진다. 소멸 (extinction)은 없어진다는 뜻이다. 다시는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이 영영 사라진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관념 가운데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이다. 죽으면 다시는 형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잘 살면 정말 잘 죽을 수 있을까. 섣부른 예단이나 예측에 잘 동요되지 않는다.   확실한 근거 없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판세나 대세에도 무관심하다. 인생을 중량의 법칙으로 저울질 하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혼자 남아 왕따 당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어차피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사는 게 속 편한 세상이다.   나는 확률을 믿지 않는다. 벼락 맞아 목숨 잃을 확률이 억만 분의 1이라 해도 내 머리에 벼락이 떨어지면 죽을 확률이 100퍼센트고 재수 좋게 안 맞으면 살 확률이 100퍼센트란 생각이다. 국어는 성적이 괜찮았는데 수학이 늘 꼴등이였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이 실질적인 연관성이 없다 해도 삶과 죽음을 동일선상에 놓으면 해답이 생긴다. 평탄한 길 따라 똑바로 걸으면 죽음이든 삶이든 방향이 같아진다고 생각한다.   ‘부대괴재아이형(夫大塊載我以形), 노아이생(勞我以生), 일아이로(佚我以老), 식아이사(息我以死), 고선오생자(故善吾生者), 내소이선오사야(乃所以善吾死也). 대지는 나에게 몸을 주고, 삶을 주어 수고롭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해주며, 죽음으로써 나를 쉬게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을 좋게 여기면 죽음도 좋은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장자의 내편 여섯번째 대종사(大宗師)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사의 절대적 문제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면 죽음이 끝, 종말. 사라짐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된다는 뜻이다. 생명은 한 호흡 사이에 존재했다가 흐르는 물처럼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나이 들면 ‘웰 리빙’ 보다 ‘웰 다잉’이라는 단어에 숙연해진다.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만큼 중요하다.     어머니는 잠자리에 드시기 전 무릎 꿇고 “일주일만 아프다가 데려가 주세요”라고 기도하셨다. “일주일은 왜 아프세요?”라고 짖궂게 물으면, “갑자기 죽으면 너희들 놀랄 테고, 일주일 정도는 돌봄도 받고, 멀리 사는 아들 손주 작별인사 받고 가야지” 하셨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퇴원하신 후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다.     5년째 불치병으로 사투를 벌이며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하늘나라 가기를 간구하는 교인 소식을 들었다. 교회를 분열시키고 목사를 쫒아내고 교만과 중상모략으로 상처 입힌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지금 기억하고 있을까.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중략) 날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나태주 ‘11월’ 중에서     꽃은 홀로 피어나도 시드는 시간과 꽃잎이 흩어지는 순간을 술퍼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동안 사랑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자. 그대를 껴안을 수 있는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사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듯, 죽음이 뜻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마음 문 열고, 노을 등지고 바람 따라 길을 걷는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editions 대표 아들 손주 부정적 의미

2023-06-27

[중앙시평] 한미동맹 70주년의 의미

동부에 여행 중인 여동생이 큰오빠를 위한 사진이라며 사진 한장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버지니아의 한국전 기념관에 있는 미군 동상들이었다. 1950년 발발한 6·25한국전쟁에서 전사하거나 실종된 미군은 3만6000여명에 달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베트남전을 제외하고 미국이 치른 국지전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 피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의 자유와 번영이 그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미국이 공산주의를 물리치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주기 위해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이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     당시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이익을 유지하려면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의 남진을 저지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 일본을 빼앗겨서는 안됐고 완충지대인 한반도의 공산화도 막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 가운데는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명령에 따라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것이다. 좀 냉정하게 말을 하면 미국은 국익이, 미군 병사는 생존이 우선이었다.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은 불리하던 한국전쟁의 판도를 단번에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그가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그를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여러 군사전문가가 지적하듯 맥아더 장군은 중공이 한국전에 참전하지 않을 거라 오판했고 결국 중공군의 대규모 참전으로 전쟁 양상은 뒤바뀌고 급기야 1·4후퇴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맥아더 장군에게 고마움을 잊자는 것도 아니고 미군 병사들의 희생을 깎아내리는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 맥아더 장군, 미군 병사들 덕에 한국은 적화통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너무나 큰 비극을 가져왔다. 남북한 합쳐 최소 200만 명이란 사망 및 실종자가 발생했다. 많은 사람이 가족과 지인을 잃었다.   살아남았었어도 가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이산가족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1000만 이산가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숫자는 많고 그들의 아픔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한국전쟁이 오히려 경제적 부흥에는 도움이 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리 경제적으로 잘 먹고 잘살게 됐어도 전쟁은 우리에겐 너무나 큰 희생이었다. 정작 36년간 우리를 수탈했던 일본은 한국전쟁 덕에 다시 기사회생했으니 화가 나는 역사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6·25 한국전쟁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UN군 병사들도 희생했다.  그 가족들의 슬픔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또한 비록 우리의 적이었지만 한국전에 참전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중공군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공산당은 자국 사정도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항미원조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수많은 젊은이를 한반도의 전쟁터로 내몰았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남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세계의 많은 젊은이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시간이 흘러도 김일성이 저지른 불장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새삼 한국전쟁을 뒤돌아본다.  한미동맹 70주년은 값지고 축하할 일이다. 그리고 이 동맹관계는 앞으로 다시는 한반도에서 6·25 한국전쟁과 같은 세계적, 민족적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든든한 억제 장치가 되어야 한다. 김윤상 / 변호사중앙시평 한미동맹 의미 한미동맹 70주년 올해 한미동맹 한국전 기념관

2023-06-11

[아메리카 편지] 어린이날

우리나라 어린이날은 1923년 색동회와 천도교소년회 주관으로 제정되었다.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정된 국제어린이날보다 앞선다. 손병희의 사위이며 아동 문학가인 소파 방정환이 동학의 제2세 교조 해월 최시형 사상의 영향 하에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 전까지 ‘어리다’의 뜻은 ‘어리석다’는 의미뿐이었다. 동학혁명과 3·1만세독립운동의 정신이 ‘어린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새롭게 굳힌 것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인내천’ 사상이 인류 보편의 휴머니즘으로 발전한 좋은 예다.   사망률이 높은 전근대 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존엄성을 부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의 통과의례는 그만큼 중요했다. 고대 그리스의 경우 여자아이들을 위한 흥미로운 의식이 있었다. 아테네 근처 브라우론에 있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성역에서 해마다 행해지는 ‘브라우로니아(Brauronia) 페스티벌’이다. 사춘기 이전 8∼12세 여자아이들이 1년 동안 그곳에서 지낸 뒤, 떠나기 전에 치르는 행사다. 춤과 달리기 등 여러 종목으로 구성된 이 예식은 사춘기를 맞이하는 여성에게 상징적 의미와 함께 신체 단련의 의미도 있었다.   아르테미스 여신은 산모들의 수호신이기도 했다. 순산을 위해 아르테미스에게 빌었고, 출산 때 입었던 옷을 바치기도 했다. 아이들의 미래 건강을 빌며 그동안 생존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바쳐진 브라우론 성역의 석상들을 보고 있으면 아이를 사랑하는 고대 그리스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어린이날의 의의는 서구 전통의 어떠한 어린이 관념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근원적인 사상의 발로다. 방정환의 어린이 개념은 일체의 신화적 사유를 거부한다. 인간이 곧 하느님이라는 생각, 따라서 어린이가 곧 하느님이라는 사유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어린이날의 바른 의미를 깨달을 수 없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어린이날 우리나라 어린이날 아르테미스 여신 사회적 의미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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