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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7]2021 버지니아의 선택

오는 11월2일 예정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10여 명의 후보들이 양당 예비경선에 출마한다고 밝혀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주지사 선거를 치르는 곳은 버지니아와 뉴저지 뿐으로, 2022년 11월 예정된 중간선거의 전국적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풍향계로 여져지고 있다. 버지니아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친기업적인 온건파 인물이 주지사로 뽑혀왔으나, 올해는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퀜틴 키드 크리스토퍼 뉴폿 대학 교수는 “후보 중에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물부터 극우성향 인물까지 이념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탓에, 후보간에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테리 맥컬리프 전 주지사(민주)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2013년 선거에서 당선돼 2018년초 퇴임한 맥컬리프 전 주지사는 주지사 단임제 규정에 의해 연임을 하지 못했으나, 이번 선거에 이긴 후에 대선에 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의 선거자금 모금책으로 일하는 등 민주당 핵심 내부자 중의 한명이다. 맥컬리프 후보 진영에서는 조 바이든의 전략을 모방하고 있다. 맥컬리프는 이미 검증받은 지도자로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인종불평등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경륜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맥컬리프는 다른 민주당 후보의 공격 타겟이 되고 있다. 제니퍼 캐롤 포이 주하원의원(민주)은 “버지니아 주민은 근본적인 정치개혁을 원하는데, 엄청난 백만장자인 맥컬리프 후보가 건강보험이 없는 주민들을 보살피고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복지를 향상시키는데 과연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포이 의원은 버지니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피터스버그 출신으로, 흑인 여성 최초로 버지니아 군사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국선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소개하는 리 카터 주하원의원(민주)도 “맥컬리프 후보가 주지사 재임시절 보였던 친기업적인 행보는 우리를 크게 실망시켰다”면서 “그가 주지사로 다시 선출될 경우 그가 할일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저스틴 페어팩스 부지사(민주)도 두건의 성폭행 의혹 사건으 모두 부인한채 출마를 선언했다. 포이, 카터 의원, 페어팩스 부지사는 모두 흑인이다. 제니퍼 팩클레런 주상원의원(민주) 온건 중도 성향으로, 맥컬리프 후보보다 오른쪽에 속한 인물이다. 공화당은 최근 3번의 주 전체 선거에서 모두 패하는 등, 올해 선거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버지니아와 노폭, 리치몬드 지역 등 도심과 부도심 지역의 민주당 지지세가 확산되면서도 주지사, 부지사, 검찰총장 뿐만 아니라 주상하원의회도 모두 민주당에 다수당 지위를 넘기고 말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욱 결집하면서 공화당에 연패를 안겼다. 하지만 공화당 진영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해 밥 맥도널 주지사(공화)가 당선된 것처럼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화당 후보가 주지사로 당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공화당은 강경파가 지지자 결집으로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 본선에서 형편없이 패배하는 일을 없애기 위해 최근 전당대회가 아닌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고 있다. 현재 공화당에서는 커크 칵스 전 하원의장이 가장 앞서고 있다.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던 칵스 전 의장은 온건파로 알려져 확장성이 높은 인물이다. 북버지니아 사업가 피터 스나이더도 공화당 온건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만다 체이스 주상원의원(공화)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강경파로서, “민주당이 백인을 싫어한다”며 인종주의를 선동하고 “부정선거를 뒤엎기 위해서 트럼프가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제3정당인 자유당에서도 프린세스 블랜딩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김옥채 기자

2021-01-11

[신년기획 6]위대한 워싱턴 한인

이민이라는 고생길에 오르기로 작정은 했지만, 가능하면 성공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길을 택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한인사회 기반이 어느 정도는 있어 대접받을 수준은 돼야 하지만, 한인이 너무 많아 영어권 사회 정착에 방해가 되거나 서로 경쟁 구도가 되는 곳은 싫다. 교육 시스템이 훌륭하고 문화생활도 할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곳에 정착하고 싶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 남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뜻이고, 현실은 언제나 녹록하지 않다. 거기에다 ‘한국에 있었으면 나한테 말도 못 붙였을 사람이 미국 먼저 왔다고 유세 부린다’라는 근거 없고 오만한 태도가 더해지면 화합과 협력은 불가능하다. 자꾸 갈라지는 한인회와 교회는 이미 경직된 이민 사회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역사회 리더들의 행보는 이민사회 구성원의 의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올봄 확진자가 한창 늘어나던 때 한인 그로서리의 라티노 직원 확진 소식에 한인사회가 술렁인 적이 있다. 한 한인은 지역사회 리더가 개설한 단체 카톡방에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면 문을 닫고 방역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주말에 아이까지 데리고 장을 봤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는 불평을 올렸다. 그때는 그로서리 쇼핑이나 응급 의료 상황 등이 아니면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락다운’ 행정명령이 시행되던 중이었다. 먹거리를 사러 나오면서 아이를 같이 데리고 나온 행동 자체가 비상식적인 것이었음에도 무조건 그로서리를 비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혹자는 카운티 보건국에 제보까지 했다. 현장 상황 파악에 나선 보건국 관계자는 한인 그로서리가 운영 지침과 예방 수칙을 잘 따르고 있으며 필수 예방 조건을 뛰어넘는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잘 모르면서 욱하는 마음에 남 탓하는 피해 의식이 너와 나 구분할 것 없이 모두의 지친 마음 한쪽에 존재한다는 것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크건 작건 일단 단체의 장을 맡겼으면 소신껏 일할 수 있게 지지해주지는 못할망정 뒤에서 비판하는 버릇, 말은 자원봉사라고 하면서 식사나 선물 등을 바라는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할 나쁜 버릇이다. 이런 편협한 인식을 이민자의 ‘고단한 삶’이라는 대명제 뒤로 감추는 것부터 그만둬야 변할 수 있다. 고단한 삶을 사는 모두가 편협하지는 않다. 나의 언행은 환경이 어떻든 간에 오로지 내 선택에 의한 것이며, 그 결과 또한 모두 내 몫이라는 성숙한 사고를 깨우치지 않으면 한인사회 체질 개선은 요원하다. 지난 5월 하버드 대학 ‘클래스 데이(Class Day)’ 연설을 통해 많은 미국인에게 감동을 준 박진규씨는 서류미비자다. 부모님이 이민사기를 당한 경우라고 한다. 연설 초반에 그는 본인이 DACA(The Deffered Action for Children Arrivals) 법안 수혜자이며 아버지는 뉴욕 식당의 라인쿡이고 어머니는 뷰티 샵 직원이라고 밝혔다.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으로 자기가 하버드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연설 후 일약 유명인이 된 그는 CNN 방송에 초대받아 인터뷰도 했다. 연설도 연설이지만 옥스퍼드 대학의 로즈(Rhodes) 장학생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116년의 전통 중 불법체류자가 로즈 장학생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신청 자격이 되지 않았으나 하버드대에서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분상 미국을 떠나 영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돌아올 수 있을지의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진규씨는 “고등 교육을 통해 타고난 재능을 갈고닦은 후 해야할 일은 그 재능으로 남을 돕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라며 흔들리지 않는 소신을 피력했다. 이어 제도적 스테이터스와 별개로 자신은 미국에 속한 사람으로서 가족과 친구가 있는 미국이 집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체성은 ‘나는 누구인가’의 문제다. 코리안 이민자의 후손, 남자/여자, 부모/자식, 학생, 직장인, 종교인 등은 어떻게 보면 분류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이 무의식중에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일 것이다. 나는 사회의 일부며 내가 타고난 재능이 나만의 것이 아니기에 남을 위해 쓰겠다라는 신념은 박진규씨의 정체성을 ‘불법체류자’에서 ‘인간’이라는 존엄한 본질적 자아로 격상시킨다. 떠나온 모국, 우리의 대한민국이 경제 및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명문으로 소문난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샘 리차드스 사회학 교수는 ‘내게 자녀가 있었다면 서울로 유학 보냈을 것이다’라고 공언하며 한국인의 우수성을 칭찬한다. 그는 ‘다음 세대를 이끄는 경영인, 금융인, 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BTS를 알아야 한다’고 강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뉴욕 할렘에 있는 ‘데모크라시 프랩(Democracy Prep) 차터 스쿨’이 한국적 교육으로 할렘에 돌풍을 일으키며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전교생이 기존 교과 과정 외에 한국어, 태권도, 고전무용을 배우며 심지어 한국처럼 방과 후 수업까지 한다. 차터 스쿨은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사립 학교처럼 자율권을 보장받는 혼합형 시스템이다. 마약과 갱단,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희망 불모지에 ‘한국식 교육’이 수많은 소외계층 학생들과 가족들의 미래까지 바꾸고 있다. 많은 한인 교사들이 매일 가르치고 있는 것은 문자나 생활 양식, 관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배어 있는 대한민국 정신이다. 미국은 합리적인 사고(이기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른)와 개인주의가 중시되는 사회다.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근시안적 이익에 따라 색깔을 바꾸다가는 그저 그렇게 알 수 없는 색으로 살아가게 된다. 남들 보기에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은 한계가 있고 결국은 들통나게 돼 있다.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 발음과 억양, 나이와 직업에 국한되지 않는 초월적 인류애와 상식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지금 바로 코앞에 놓인 어려움과 고난도 조금쯤은 견딜 힘이 솟아나기 마련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에는 변함이 없지만 내가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정신적 체질 개선은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이며 멀리 내다봐야 하는 지구전이다. 내 자녀와 후세의 성공을 빌어주고 싶다면 하루라도 미룰 수 없는 급박한 이슈이기도 하다. 김은정 기자

2021-01-08

[신년기획 5]새해 워싱턴지역 일자리 전망 “봄부터 급증”

펜데믹으로 인해 워싱턴지역 고용이 크게 악화됐으나, 지난 6월 이후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여러 조건이 성숙된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예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방노동부 노동통계국(BLS)과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DC 노동당국 보고서를 종합하면, 지난 3월 총고용인원은 전년동월 대비 1.0% 증가하고 일부 워싱턴 지역은 2% 안팎의 사상 최저수준의 실업률을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4월부터 총고용인원이 전년동월 대비 -8.9%, 5월 -9.4%로 급락했다. 6월부터 -7.7%, 7월 -7.2%, 8월 -6.1%, 9월 -5.3%, 10월 -5.1% 등으로 간격을 좁혀나가고 있다. 침체가 가장 심했던 5월 대비 10월 실적은 45%나 개선되는 등 그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워싱턴지역은 불황에도 연방정부 등 정부부문 고용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고용탄력이 빠르다. 10월 총고용인원을 정부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눌 경우 정부부문은 전년동월 대비 -1.0%에서 -2.0% 수준이지만, 민간부문은 -6.0%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연방정부 고용인원을 대폭 늘려 부진한 민간부문 고용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든 고용증가를 위해 정부부문 고용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데, 연방정부 기관이 밀집한 워싱턴지역이 가장 큰 혜택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민간부문 고용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코로나 사태 진정과 함께 고용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민간부문 고용은 전년동월대비 17만3000개가 부족한데, 이중 레저 및 요양업 분야의 고용감소인원이 7만7800개로 40% 이상을 차지한다. 10월 총고용인원이 전년동월대비 -6.0%인데 레저 및 요양업은 -23.2%에 이른다. 백신접종이 본격화되고 정부지원이 집중되면 여행수요가 급격하게 살아나 관련업종 고용이 폭증하고 빠른 고용증가세를 견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사태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부문이 오히려 고용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교통 및 유틸리티 부문도 감소율이 -15.4%(1만1600명 감소)로 부진한 상황이지만, 빠른 회복이 기대된다. 교육 및 건강분야도 7.5%가 감소(3만3800명)해 평균감소율을 상회하고 있으나 K-12 공립학교 대면수업이 증가하고 대학등록률이 정상화되면서 빠른 회복세가 기대된다. 급여보호프로그램(PPP)에 대한 기대감도 고용증가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워싱턴지역 기업에 집행된 PPP 자금은 모두 123억달러로, 2019년 워싱턴지역 민간 기업 총급여액의 6.6%에 달한다. 최근 통과된 경기부양법률에도 2840억달러 규모의 제2차 PPP 자금이 풀리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해고를 억제하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새 행정부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접종과 함께 최소 2조달러 규모의 새로운 경기부양법률을 통해 고용회복을 위한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극심한 불황 국면이었던 2009년 취임 이후 모두 20차례 이상 양적완화와 각종 경기부양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새 행정부도 고용회복세가 가시화될 때까지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옥채 기자

2021-01-07

[신년기획4]내적치유 필요한 한인사회

118년의 이민사를 들여다볼 때 타국으로의 이주 혹은 유학을 결심한 개인의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보편적인 이유는 보다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서다. 한국에서 사는 것이 더 나았다면 굳이 고생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10여 년 전엔 역이민 바람이 불기도 했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한국을 떠나는 이민자들은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많이 자리 잡은 ‘한국화된’ 지역은 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고 한인이 아무도 없는 곳을 선택하지도 못한다. 그런 곳은 소위 ‘오지’라 한국보다 생활 수준이 못한 경우도 있고 경제 활동 기회도 적기 때문이다. 한인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도시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이유도 이런 ‘최상의 시나리오’ 추구 현상 때문이다. LA-시애틀, 뉴욕-뉴저지, 버지니아-메릴랜드가 부동의 최대 한인 커뮤니티로 역사를 이어가는 것에 반해 덴버, 보스턴, 텍사스,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은 흥망성쇠의 싸이클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싸이클은 주 단위가 아니라 카운티 단위로 파고들면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주 안에서도 뜨는 카운티와 지는 카운티가 있으며 인종적 인구 유동이 일종의 흐름으로 파악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지역에 유색 인종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백인이 떠난다는 것은 은밀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사회 현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유색 인종이면서 묘하게 유색 인종 같지 않은 한인 인구 유동의 배경은 무엇일까? 볼티모어 카운티 내 특정 지역에 있는 집을 보러 간 한인에게 미국인 에이전트가 ‘이 지역은 유색 인종이 많다’라고 언급하기에 ‘나도 유색 인종이다’라고 답했다는 일화는 사실 그냥 웃고 넘기기엔 시사하는 바가 많다. 한인들은 흑인/라티노가 많은 지역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백인 동네에 집을 구입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게 좋은 동네에 가서 정작 이웃들과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일터에서 지내다가 늦은 시간에 귀가한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커뮤니티에서 외딴 섬처럼 존재하게 된다. 그 있는 듯 없는 듯한 희박한 존재감 때문에 기존 ‘백인’ 이웃의 거부감은 적을지 모르지만, 본인들 개인사 외 사회 참여에 관심이 없어 좀처럼 교류하기 어렵게 된다. 사회가 현대화되면서 몇 대째 뿌리내리는 정착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때에 따라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1960년대에 남부를 탈출한 젊은 흑인 세대가 ‘자유와 평등’ 또는 ‘삶의 가치 추구’라는 매력적인 기회 앞에서도 남부를 떠나지 않고 부당한 대우를 답습하는 부모 세대와 반목한 것은 딱히 잘잘못을 따지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다. 오래된 삶의 패턴을 바꾸는 것은 제도적 변화 외 계몽과 정신적 자각 또한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인의 경우 스스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조국을 떠난 이민자들에게 주 경계나 카운티 경계를 넘는 것은 사실 커다란 모험도 아니다. 한인 만큼 역경 극복에 특화된 민족도 드물 것이다. 고난과 시련은 더 나은 상황으로 ‘발전’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이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며 ‘경제적 성공’에만 집중하는 습관은 결국 삶의 전체적인 균형에 무리를 가져온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 일정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라면서 더 넓은 집이 필요해져서, 사업을 더 키우기 위해서 등은 모두 타당한 이유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 속에 초기 이민 생활 때는 의지했던 친지 또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싶어서, 더 넓은 집도 필요하지만 다니던 교회에서 사람들과 불화가 있어서, 하자 있는 사업을 얼렁뚱땅 팔았기 때문에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등의 이기적인 이유가 섞여 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갈등은 시간과 물리적인 거리를 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일부 1.5세, 2세들은 부모님이 가게 때문에 바빠 늘 혼자 지냈던 것이 사무쳐서 “아내는 일을 안 하고 애들만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방황하는 한인 차세대도 적지 않다. 한창 예민할 사춘기 때 이사를 다녀 친구도 없고 성적도 좋지 않았던 탓에 진학, 취직, 사회생활에 있어 영어 못하는 부모보다 위축된 삶을 살면서 방황한다.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보편적 세계관에 대한 성찰의 부재 속에 멍드는 한인 청소년의 낮은 존재감,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처럼 방치되는 소외감으로 몸부림치는 한인노인들. 그들 속의 굴곡된 사회 정서는 때로 전혀 짐작하지 못한 사건으로 불거지며 한인사회의 단면을 드러내왔다. 가깝게는 작년 9월의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 노인 아파트 살인 사건과 멀게는 2007년의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학생 총기 난사 사건. 두 사건은 모두 한인 이민 사회의 극단적인 아픔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한인사회에도 알콜, 마약, 도박 등 다양한 중독 문제가 존재한다. 불륜, 이혼, 사기, 횡령, 폭행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드러나는 현상이지만 그 밑에 자리한 갈등과 반목의 악순환은 한인회, 교계, 친목회나 동우회를 막론하고 이민사회 어디에나 팽배해 있다. 일부 한인들은 서로 싸운다.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지 못하고 현상만 잠정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남들 이목이 무서워 아무렇지 않은 척 숨기고, 얄팍한 체면 때문에 화해한 척한 후 등에 칼을 꽂는다. 고소가 난무하고 정부 기관에 ‘찌르는’ 고발과 제보도 불사한다. 소셜 네트워크와 인맥을 동원한 험담과 비방은 가벼운 축에 속할 정도다. 가시적인 문제와 현상은 내면의 상함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안정과 성공, 한인 사회에서의 인지도와 지위가 내면의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발상을 전환하지 못한다면, 이민 역사 2백년을 바라본다고 해도 건설적인 ‘한인 고유의 유산’은 아무것도 물려주지 못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군 좋은 동네에 몰려와서, 서로 싸우다가 결국 함께 좌초했다는 부끄러운 역사를 남겨서는 안 된다. 김은정 기자

2021-01-06

[신년기획 3]워싱턴 로컬경제 예측 “3월부터 급상승”

백신 개발과 접종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대규모 경기부양 자금 집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지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지역 경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유일한 씽크탱크인 조지메이슨대학 스티븐 풀러 연구소 지역학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늦어도 초여름 경에는 정상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연구소는 지난 1991년 2월부터 워싱턴경제지수(WEI)를 발표하고 있다. WEI는 워싱턴선행지수(WLI)와 워싱턴합치지수(WCI)로 구성돼있다. WLI는 주로 워싱턴지역 실업률과 소비자 기대심리, 내구재 소매지출, 신규주택건설허가 건수 등을 토대로 향후 6~8개월 동안의 지역경제를 예측하는 지표다. WCI는 워싱턴지역 근로자 임금, 소비자 신뢰도, 비내구재 소매매출, 덜레스공항과 레이건 공항의 국내여행자 숫자 등을 토대로 현재의 지역경제를 진단하는 지표다. 즉 현재 지표를 나타내는 WCI는 지난 7월 이후 꾸준히 전월 대비 3~4%씩 증가하고 있는데, 침체가 극심했던 지난 4월과 비교해서는 32.4% 증가했다. 물론 펜데믹 이전인 2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13% 이상 뒤져있다. 하지만 펜데믹으로 워싱턴지역 경제가 정확하게 반토막났다가 빠르게 성장해 펜데믹 이전보다 13% 정도 뒤쳐지는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의미로 재해석이 가능하다. 8월에 비해서도 소비자 신뢰도가 22.6%, 덜레스공항과 레이건 공항 국내여행객 숫자가 16%, 비 내구재 소매매출이 2.7%, 임금이 0.9% 상승했다. 구체적으로는 비내구재 소매매출은 전년동월대비 4.6% 증가했다. 임금은 8월에 전년동월대비 6.1% 감소했으나 9월에는 전년동월대비 5.3% 감소를 기록해, 감소폭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비자신뢰도는 전년동월대비 40.2% 감소했으나 역시 감소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덜레스공항과 레이건 공항의 국내여행자 숫자는 8월 전년동월대비 77.3%에서 9월 74.7%로 감소폭이 상당히 줄었다. 전체적으로 WCI는 펜데믹 이전인 2020년 2월까지는 전년동월 대비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0년 3월 -8.0%, 4월 -34.0%로 정점을 찍었다가 5월 -29.2%, 6월 -19.1%, 7월 -16.9%, 8월 -16.3%, 9월 -12.96% 등으로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미래경제를 예상할 수 있는 WLI도 9월부터 참조지표 4개중 실업률을 제외한 소비자 기대심리, 소매지출, 신규주택건설허가 지표가 모두 전년동월대비 상승세로 전환됐다. 경제는 심리가 지배하는 영역으로, 현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강할 경우 소비자 지출이 증가하는 등 경제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WLI의 9월 종합지표는 현재 전월대비 3.1% 증가하는 등 향후 6~8개월 이후의 경제상황을 낙관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8월은 전월대비 0.3% 증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주민들의 기대감도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4개 지표중 신규주택건설허가 건수는 8월 대비 43.2% 소비자 기대심리는 18.8%, 내구재 소매매출은 9.0% 증가했다. 워싱턴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2021년 봄과 초여름부터는 지역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신규주택허가건수는 2019년 9월에 비해 13.9%, 비내구재 소매매출은 11.8%, 소비자 기대지수는 3.0% 증가해, WLI 9월 종합지수는 1년전보다 오히려 1.06%나 상승했다. 물론 백신 공급이 원활하고 접종작업이 순조로울 경우를 가정한 것이긴 하다. 현재의 워싱턴지역 경제를 알 수 있는 WCI 지표를 놓고 볼 때 실업률과 국내여행객 숫자는 지난 6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백신접종이 본격화될 경우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내구재 소매매출도 현재 침체상태이긴 하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 90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자금을 집행하기 시작해 신년 초부터 소매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위축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행 소비자심리지수인데, 전문가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될 3월 경부터 기울기가 훨씬 가파게 소비자 심리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옥채 기자

2021-01-05

[신년기획 2]포스트 코로나 한인사회

2021년 신축년을 맞으며 대중이 새해에 거는 기대가 예년과 사뭇 다르다. 2020년이 코로나 때문에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전염병은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12월 22일 남극 소재 칠레 군사 기지 내 확진자 발생을 기점으로 말 그대로 ‘전 세계’를 점령했다. 코로나가 의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는 여전히 진행형인 부분이지만, 발병 후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상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학자든 사회학자든 팬데믹 이후 새로운 사회 규범이 자리잡을 것이라는 데에는 커다란 의견 차이가 없다. 백신과 집단 면역 형성으로 어느 정도 예전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희망사항이다. 팬데믹이 사회 전반에 걸쳐 입힌 데미지가 너무 크다. 복구하는 데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다. 그 기간을 어떻게 지나느냐에 따라 미래는 확연하게 나뉘게 될 것이다. 1903년 하와이 이주를 시작으로 미주 한인 이민 역사는 햇수로 118년을 맞이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인터넷 등장 이후 맞지 않는 속담이 돼 버렸다. AI 스피커, 스마트 가전용품 등 인공지능을 장착한 생활 소품이 보편화 되면서 일상은 빠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는 것에 비해 사람들의 정신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적응하고 있어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괴리는 이민 사회에서 훨씬 더 두드러진다. 지금 우물을 박차고 나오지 않으면 영영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할지도 모른다. 영어 구사력과 상관없이 한인은 겉도는 경향이 있다. 흑백 갈등과 인종차별 문제가 수십 년 째 여전히 뜨거운 이슈인 것을 감안하면 한인들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외딴 섬 경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흑인 인권 운동이 노예제도라는 뚜렷한 사회적 압박과 부조리에 대한 항거라는 것에 반해 아시안 이민자는 백인 주류 사회와 섞이기도 애매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소리를 높일 힘도 없는 어중간한 위치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중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난 흑인이 아니니까 백인이야’라고 생각했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스스로 백인이라고 생각 했다는 이 아이들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자연스레 한국 친구나 아시안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부모들의 생활 반경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인 인구가 25%에 육박한다는 메릴랜드 엘리컷시티에 사는 한 틴에이저는 ‘아빠의 대학 친구가 한국인이 아니어서 굉장히 놀랐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자녀 교육에 열심을 내는 한인 및 아시안이 학군 좋은 지역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어른들도 한국 사람끼리 혹은 피부색이 비슷하고 이민자라는 처지가 비슷한 아시안 학부모들끼리 좀 더 왕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녀들의 사회생활도 자연히 같은 패턴을 따른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미국 온 지 얼마 안 된 이민 초년생, 한인 없는 곳으로 이민 와 주류 사회에 더 많이 동화된 코메리칸 등 제각각 끼리끼리 어울린다. 대학에 가서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아이비리그 등 유수 대학의 한인/아시안 학생 비율이 높은 데 반해 그들이 얼마나 섞이지 못한 채 학점에만 집중하다가 졸업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그 많은 학비를 들이고 그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주류 사회 인맥 형성에 실패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유럽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넘어왔던 세계 주도권이 이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다고 서슴지 않고 단언하는 샘 리차드스(Samuel Richards) 사회학 교수 (Penn State, 펜실베니아 주립대학)의 강의는 800여 명이 수강한다. 사회학119(SOC 119) 강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5만3000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리차드스 교수는 한 강의에서 아시안 학생들을 앞으로 나오게 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미국에서 태어났는지, 본국에서 온 유학생인지를 알아맞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험에 임한 4~5명의 학생은 9명의 남녀 학생들의 헤어스타일, 화장, 옷, 체격 등만 가지고 중국 유학생, 한국 유학생,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중국계 미국인을 대부분 구분해 낼 수 있었다. 같은 피부색과 외형적 보편성이 문화/정신/생활 습관적 유대감과 항상 비례한다는 것은 아님을 증명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절대다수의 아시안 학생들이 편해진 경계 밖으로 나가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양한 경험을 쌓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할 생각을 도무지 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공부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또한, 정체성에 대한 고찰이 없기 때문이고 인류와 사회에 대한 통찰력, 존재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편협한 세상에서 무한 경쟁하도록 길러낸 건 어른들이다. 팬데믹 때문에 일상이 비대면화 되면서 그전부터 안고 있던 문제들을 가장 극명하게 수면 위로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기관이 공립학교다. 겉으로는 비영리 단체인 것 같지만 안으로는 수십억 달러짜리 비지니스기 때문이다. 공립학교 시스템은 지방 정부, 행정 공무원, 교사 노조, 학부모회, 학생회, 조달사업자, 토지 개발 및 건축 회사 등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종횡으로 얽혀있는 거미줄이다. 하지만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의 목표는 의외로 단순하다. 사학 재단과 마찬가지로 이윤 창출이다. 사립학교가 등록금이라는 가시적인 ‘이윤’을 운영하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만, 공립학교는 조금 복잡하다. 드러나는 이윤이 없고, 예산도 지방 정부에서 타서 써야 한다. 그러나, 일단 공립학교 시스템이 훌륭하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자녀를 둔 가정들이 유입되기 시작하고 세금이 거둬 들여진다. 소문난 학군은 집값이 오르고, 집값이 오르면 재산세가 올라 정부의 예산은 두둑해진다. 명백한 이윤이 발생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좋은 학군’의 유명세를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은 체계의 아래쪽에 위치한 ‘일꾼’으로 내몰린다. 공부를 많이 해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하며, 돈 잘 버는 직장에 취직해야 한다. 아시안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이 달갑지 않은 유명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서로 경쟁도 해야 한다. 부모 세대와는 소통이 되지 않고, 교사들도 성적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교과 과정은 늘어나기만 한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팬데믹 후 하워드 카운티에서 고등학생이 두 명이나 자살을 했고, 최근에는 겨우 13살 짜리 중학생이 자살 시도를 했다. 모두 한국 학생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정사의 영역을 넘어선 사회 문제임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작년엔 119 응급콜을 남용하는 한인 노인들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응급콜이 접수되면 출동을 해야 하고, 뚜렷한 증상은 없어 보이지만 고통을 호소함으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특정 노인 아파트에서 비슷한 경우가 반복되자 하워드 카운티 보건국은 ‘통증 자가 관리’ 캠페인에 나섰다. 높아진 앰뷸런스 운영비가 질병 또는 부상 관련 수치와 부합하지 않자 잦은 응급콜이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이유라는 가설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병을 빌미로 주변 사람들의 관심/주의를 갈구하는 정신병리학적 장애를 일컫는 ‘먼차우젠 증후군’까지는 아니어도 고독감과 소외감으로 인한 습관적/충동적 행동은 충분히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모국을 떠난 이민자의 삶이란 서러움과 수고로움으로 점철돼 있기 마련이다. 한인 특유의 근면 성실과 뛰어난 능력이 경제적 윤택함을 가져온 것은 여러 가지 수치를 통해 확인된 바다. 그러나 이런 성취는 안타깝게도 개인사의 경계 안에서 이뤄져 왔다. 한인 커뮤니티는 개인의 능력치를 반영하지도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엽적인 영향력밖에 행사하지 못하며 다수의 권익을 대변하는 구심점 역할도 지속적으로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수백 개의 교회, 수십 개의 한인회, 수평이동하는 교인들, 나 홀로 한인회장들, 마음이 병들어가는 청소년과 노인들, 양쪽으로 그들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중년 세대. 지칠 대로 지친 한인 사회는 체질 개선, 혁신이 시급하다. 김은정 기자

2021-01-04

[신년기획1]"새로운 셀러군단 등장"

워싱턴메트로지역 주택 부동산 시장이 2005년의 정점 시기와 같은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워싱턴지역 주택가격은 2007년 정점을 가능케한 동력을 축적하던 시기다. 2021년 워싱턴지역 주택시장이 2005년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는, 당시처럼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 지역의 주택 가격은 이미 상당히 상승한 상태다. 495벨트웨이 안쪽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두자릿수 이상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아마존 제2본사 고용이 본격화되면서 알링턴과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무서운 가격상승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더 이상 오른다면 부동산 시장은 또한번의 추락을 맞을 수 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셀러는 주택 구입 가능성이 줄어 시장 퇴출을 선언하게 된다. 바이어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서 당장은 좋겠지만, 집을 팔면 또다른 집을 사야하는 바이어가 된다. 부동산 에이전트와 융자에이전트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수입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매매가 많아지는 것을 원한다. 2005년의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아니라 활발한 매매활동으로 모두가 풍요로웠던 시대다. 2021년은 가격 인상 동인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억누르며 각종 호재로 인해 주택매매 거래가 활발한 한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2005년의 귀환으로 칭하는 것이다. 지역 전문가들은 워싱턴지역이 전국평균을 훨씬 넘는 속도로 부동산 시장이 팽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택 매매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워싱턴 메트로 지역은 부동산 위기 이후 다른 지역보다 훨씬 일찍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돼, 한 때 연속해서 두자릿수 이상의 가격 상승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때의 부동산 시장은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주택 수요는 여전하지만, 주택 공급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매년 140만채 이상의 신규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 수년동안 이에 미치지 못했다. 주택 건설업자들은 주택을 지어도 팔리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으며, 건설에 필요한 자본조달도 여의치 않았다. 신규 주택 공급이 많지 않다면 기존주택의 매물이라도 많아야 하는데, 주택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워싱턴지역은 수년래 급격한 가격상승, 그리고 계속된 재융자와 융자재조정 등으로 주택시장의 새로운 셀러 군단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고용 등 외부경제 요인, 바이어 군단의 자체적인 증식으로 주택 가격의 급격한 상승 탄력을, 이러한 일련의 새로운 셀러 군단의 등장으로 무마시키며 완만한 주택 가격 상승과 거래 매매 건수 폭발을 가져올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과 같은 주택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버지니아지역 부동산중개인연합회(VR)는 2021년 버지니아 주택시장 예측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주택판매세가 호조를 보이고 가격도 상승하지만, 리스팅 주택 부족현상에 따른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주택판매량은 2020년 대비 2% 증가한 13만5000채를 예상했다. 기존주택 리스팅은 계속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신규주택건설허가 건수가 올해보다 8.9% 증가한 3만8000채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중간주택판매가격은 작년보다 8.1% 상승했으나, 2021년에는 9.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6년 이상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득증가률을 계속 앞지르고 있고,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시장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리사 스튜터번트 VR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200년대와는 많이 다르다”면서 “주택수요가 강력하고 공급이 제한된 상황이 주택시장의 기초를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예전과 가장 다른 부분” 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됐으나 현재 주택소유주와 바이어군단은 과거와 달리 잘 준비된 이들이기 때문에 위기 국면에도 대규모 차압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관측이다. 과거와 달리 모기지 융자 조건이 엄격해져서,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이 예전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부실 모기지 양산에 따른 거품현상은 아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튜터번트 수석연구원은 “우리는 거품을 우려하기보다는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결국 주택시장 성장의 상당한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내년 연말까지 워싱턴지역 실업률이 5% 정도로 떨어지는 등 상당한 속도로 경기가 반등해 고용이 증가하고 펜더믹 이전 상태로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김옥채 기자

20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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