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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운명’을 달리하다?

죽음 앞에선 누구나 엄숙하다. 종교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불교계에선 승려가 죽었을 때 ‘입적(入寂)’이라 한다. ‘고요한 상태로 들어간다’는 뜻. ‘번뇌나 고뇌가 없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열반(涅槃)’이라고도 한다. 개신교에선 ‘하늘의 부름을 받아 돌아간다’는 뜻으로 ‘소천(召天)’이란 표현을 쓴다. 가톨릭에선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이란 의미로 ‘선종(善終)’이라 한다. 천도교에선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환원(還元)’이라 부른다.     언론 매체의 부음 기사에서는 ‘사망’ 외에 ‘별세(別世)’ ‘타계(他界)’ ‘서거(逝去)’ 같은 말들이 흔히 보인다. 이 가운데 ‘사망’을 빼면 다 죽음을 높인다. ‘별세’의 사전적 의미는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이다. ‘타계’는 “인간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이다. ‘서거’는 “죽어서 세상을 떠남”이란 말이지만, 대통령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만 쓴다. 언론 매체는 마음대로 이 말들에 서열을 정해 놓았다. 사망, 별세, 타계, 서거 순으로 높아진다.   일상에서는‘숨지다’ ‘돌아가시다’ ‘작고(作故)하다(고인이 되다)’ ‘영면(永眠)하다(영원히 잠든다)’라고 한다. ‘운명(殞命)하다’도 ‘목숨이 끊어지다’라는 말이다. 그러니 ‘운명을 달리하다’는 어색하다. ‘달리하다’는 ‘유명(幽明)’과 어울린다. ‘유명’은 저승과 이승을 가리킨다.우리말 바루기 운명 사망 별세 언론 매체 사전적 의미

2024-11-07

[삶과 믿음] 선택이 운명을 좌우한다

빌 게이츠가 대학교 3학년 때 하루는 아버지에게 상의드릴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진지하게 무엇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니 빌 게이츠 아버지는 약간 긴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는 아버지에게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이 자기 관심이고 열정이며 이를 위해 대학을 중퇴해야겠다고 말합니다. 아버지는 “하버드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고 혹시 사업에 실패할 수도 있으니 그래도 대학교 졸업장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쉽게 승낙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Now or Never” 지금 아니면 미룰 수가 없고 지금 해야 한다고 말하고 하버드를 3학년을 중퇴하고 그는 우리가 잘 아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듭니다.     우리가 미국에서는 영어로 소통하듯, 컴퓨터를 이용할 때 빌 게이츠가 이때 만든 소프트웨어를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1세기 가장 성공적인 기업이 됩니다. 빌 게이츠는 대학을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었습니다.   개인에 있어서나 회사 혹은 국가에 있어서나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사람들이 바른 실행을 하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대범, 우리 인류가 선(善)이 좋은 줄은 알되 선을 행하지 못하며, 악이 그른 줄 알되 악을 끊지 못하여 평탄한 낙원을 버리고 험악한 고해로 들어가는 까닭은 그 무엇인가. 그것은 일에 대하여 시비를 몰라 실행이 없거나, 설사 시비는 안다 할지라도 불같이 일어나는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철석같이 굳은 습관에 끌리거나 하여 악은 버리고 선은 취하는 실행이 없는 까닭이니, 우리는 정의어는 기어이 취하고 불의어는 기어이 버리는 실행 공부를 하여, 싫어하는 고해는 피하고 바라는 낙원을 맞아오자는 것이니라.”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지혜롭고 바른 취사를 하지 못하는 첫째 이유는 ‘일에 당하여 시비를 몰라서…’ 즉 어떤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옳음과 그름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도 “내 백성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 도다” 한 선지자 말씀입니다. (호세아 4:6)   원불교 정전 ‘고락의 법문’에서도 낙을 버리고 고로 들어가는 첫째 원인을 “고락의 근원을 알지 못함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많은 사람이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옳은 일, 불리한 것은 그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즉 자기 이해가 옳고 그른 것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한때 한국에서 한 코미디언이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라는 책을 써서 회자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좋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고 건강이 금방 나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음식이 분명 우리 몸에 영향을 줍니다. 우리의 옳은 혹은 그른 행동은 반드시 어떤 결과를 초래합니다.   한 경찰이 자기와 친분 있는 한 스님께 자기 경험담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분은 경찰로서 도굴꾼을 체포하는 담당이었습니다. “스님, 전 불교 신자는아니지만 부처님의 인과 진리 말씀은 확실히 믿습니다. 과거에 도굴꾼들이 값비싼 유물을 도굴해서 몰래 팔아 큰돈을 버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서 잡혀 번 돈을 다 빼앗기고 결국 패가망신하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습니다. 그들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식까지 망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심은 데로 거두는 것이 인과의 진리입니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모든 사람에게 천만가지경전을 다 가르쳐 주고 천만가지 선(善)을 다 장려하는 것이 급한 일이 아니라, 먼저 생멸 없는 진리와 인과보응의 진리를 믿고 깨닫게 하여 주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니라.”   필자의 스승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부처님의 어떠한 법문을 믿지 않아도, 짓는 데로 받는다는 인과 진리 만은 꼭 믿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삶과 믿음 선택 운명 게이츠 아버지 인과 진리 대종사 말씀하시기

2024-07-18

'김치는 내 운명' ... 김치 담는 소문난 남자들

      미국, 특히 워싱턴에서 수십 년 살아온 한인들이 가장 격세지감을 느끼는 변화 중 하나가 "어디서나 마음 껏 사먹을 수 있는 다양한 한국 식품"이다. 70~80년 대 워싱턴 지역에 온 한인 이민자들은 그당시 느꼈던 '한국 음식'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웠던 먹거리가 바로 '김치'. 한국식 배추를 구할 수 없어 양배추를 쓰고, 젓갈은 물론 고춧가루도 쉽게 찾을 수 없어 한국을 오가는 친척, 친구들에게 부탁하기 일쑤였다고. 이제 K푸드가 미국은 물론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으며 김치는 한국식품점은 물론 코스트코나 미국 식품점에서도 판매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의 다양한 종류의 김치와 최고급 재료를 쓰는 명품 김치는 워싱턴에서 손쉽게 맛볼 수 없는 '호사'이며 '별미'다. 그런 맛을 나누고 전달하고자 이 지역에서 '명품 김치 공장'을 야심차게 기획한 한인 1.5세들이 있다. 'PK김치' 제임스 박 대표와 브라이언 한 부사장을 만났다.       "김치 맛의 많은 부분은 고춧가루의 질과 양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 김치는 그래도, 재료 아끼지 않고 만드니까 손님들이 좋아 하더라.. 쉽게 말해 '두 멍청이' 들이 배워 가면서 꾸려 가는 곳이 우리 'PK김치다." 맛 보니까 'PK김치'는 말 그대로 '명품 김치'다. 김치 명인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브라이언 한 부사장의 '대구출신 장모님'이 전수한 맛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지만, 워싱턴 지역 젊은 주부들에게서는 '카톡방'을 통해서 퍼져 인기몰이다. 'PK김치'라는 브랜드명보다 '대구김치'라는 별칭이 더 퍼졌다.   두 남자가 만든 PK김치는 본인들이 이야기 하듯 "야심 차면서 바보 같다". 명품 김치공장으로 미국 대형식품점에 대량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한인 식품점에서 판매하는 '대량생산 김치'에서 느낄 수 없는 '깔끔하고 깊고 정갈한 맛'을 내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재료비 안 아껴 제대로인 김치를 만들고,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앞뒤 맞지않는 듯한 사업 계획과 목표가 'PK 김치'를 돋보이게 한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 되고, 미국민들도 한국 음식이 갖고 있는 '깊은 맛'을 음미하기 시작한 이 시대. 'PK 김치'가 설정한 제대로 된 사업전략 아닐까?     PK 김치공장은 메릴랜드 락빌에 위치했다. 5500SF 규모의 대형 시설이다. 김치 생산을 위한 임시 공장으로 전공정 자동화를 이루기 위해서면 4~5만 SF 규모의 공장이 필요하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김치 생산을 위한 전자동 공정에는 15개의 기계가 필요하다. 절삭, 절임용 기계 등 관련 설비는 한국에서 직수입 준비중이다. 그러나 기계설비 수입 허가가 시일이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서두르지는 못한다. 박 대표는 "지금은 일관된 김치 맛을 완성하고, 브랜드를 다지는 시기"라고 소개했다.     왜 이렇게 여유로울까? 대체로 업체 사장들은 조급한 사람들이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마인드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5세 두 남자들은 (지금 현재는) 김치에 미친 상태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은 미래를 위한 공부이자 연구고 투자"라면서 기자에게도 개발중인 각종 먹거리와 김치들을 잔뜩 내놨다.     제임스 박 대표는 1965년 생으로 8살인 1973년 미국에 이민 왔다. 어렸을 때 집에서 그냥 먹었던 김치가 "캘리포니아 대학 기숙사 시절에 너무나도 그리웠다"고 말했다. 요식업에 종사했던 부모님을 돕기위해 열두살 때 부터 가게 일을 했다.   "내가 아는 한국 문화는 어린 시절 먹던 '김치 맛'이 절반"이라고 말한 박 대표는 김치로 한국을 알리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대량생산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면 '대형 김치 공장'을 건립해 그 안에 워싱턴 지역 최초의 '김치 박물관'을 세우고 싶다는 포부를 말했다. 그는 "김치 담는 과정과 각종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직접 만들 수 있는 박물관에서 모두가 한국의 맛과 문화를 체험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고 했다.   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부동산 투자 등의 전문적 분야의 일을 했지만 "먹는 사업을 반드시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시작했던 버지니아 애난데일의 '본촌치킨(현 치맥)'이 대박을 쳤고, 지금까지 부동산 일을 겸해 각종 요식업 사업에서 성공을 일궜다. 그런 성공을 바탕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체가 'PK김치'다.           박 대표가 대외적인 사업을 담당한다면 브라이언 한 부사장은 내정에 충실하다. 서비스 업 출신 답게 상냥하고 친절함이 몸에 밴 한 부사장의 친화력은 한번 들른 고객들을 단골로 만드는 비결이다. PK김치는 현재 김치 뿐 아닌 다양한 한식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각종 '덮밥류'와 기계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김밥'은 K푸드의 열풍과 함께 PK김치를 대표할 대표적 아이템들이다. 이런 메뉴들은 각종 기업과 업체들이 몰린 메릴랜드 노스베데스다 및 락빌 지역 각종 업체들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점심'으로 인기다.   한 부사장은 "작년 11월 문 열고 처음엔 걱정 많았는데, 어느새 입소문이 나있어 스스로도 어리둥절 했다"고 이야기 했다. 먼 곳에서 김치 사려고 들리는 한인 고객들에게 고맙고, "맛 보시고 '이거 맛있다'하고 칭찬을 들으면 힘이 난다"고도 했다. "함께 사는 장모님에게 김치 비법을 전수 받으면서 공부 하고 있다"는 한 부사장은 "얼마 전 태어난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아이 돌보기에 해방 되시는 장모님도 직접 출근 할 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끝으로 "각종 요식업 사업을 하면서 했던 '홈런'만 치자는 생각은 접은 상태"라고 털어놨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고, 홀푸드 나 미국 대형 식품업체 납품을 염두해 두고 있지만 지금은 로컬화를 추구하고 브랜드를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분들을 위해 비싸도 제대로 된 재료 다 넣은 고급 김치도 만들어 팔고 있다"면서 "반찬이 아닌 요리같이 진짜 맛있는 김치를 맛보고 싶다면 꼭 찾아 달라"고 성원을 부탁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김치 운명 명품 김치공장 pk 김치공장 pk김치 제임스

2024-04-12

[문예 마당] 고독은 운명

‘99, 88, 231’ 의 소망은 마법의 숫자인가? 듣는 귀가 즐겁다. 누구든지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동안 잠자듯이 육신을 벗고 훌훌 날아가 버리는 상상만으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부지런하게 육신과 두뇌를 훈련시키는 습성을 키우라는 조건이 붙긴 해도 의지력과 사지를 움직일 수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노후의 삶은 열정이 원동력이다.   나에게 이 동기를 불러 일으킨 것은 쓰레기 줍기였다. 2년 동안 관심조차 없었던 쓰레기가 눈에 밟히기 시작한 것이 화근이 되어 자전거와 롤러불레이드 타는 것도 그만두고 바닷가에서 쓰레기 줍는 청소부로 20년이 흘렀다. 쓰레기도 주으며 바다에서 혼자 즐기는 시간은 열정 그 이상이었다. 사유하며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찾고 나의 길을 가는 것이 외롭지만 참으로 이상적이었다.     취미라는게 이상적인 수준이 된다면 일종의 도가 텄다고 볼 수도 있다. 영혼과 육신에 넘치는 에너지로 충만케 하는 바다의 넉넉함은 나의 삶을 바꾸도록 만들었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자아 중심적인 삶에서 치유 가능한 삶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은총이었다.   협력하는 시간 보다 혼자 나아가는 시간이 많았던 것도 지나고 보면 누군가와의 여정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어쩌다가, 외로움으로 인하여 정신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말인가? 외로움이 사람을 고립시키고 우울증을 만들어 끝내는 극단적 선택까지…. 사회적인 문제로서 정부가 손을 써야될 위기라고 한다.   정신 건강과 소셜 라이프의 관심사가 팬데믹 이후에 더욱 독보적인 물살을 타고 있다. 친교가 없는 삶을 마치 외로운 늑대로까지 보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요즘의 트렌드는 모이면 살고 흩어져 외톨이가 되면 문제있는 사람으로, 내몰리는 이 비정상적인 색안경을 어느 쪽에서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친교하는 사람들을 극히 정상이라 믿게 되는건 그렇게 보일뿐인 가시적인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누군가의 유행어를 비판없이 받아들인 결과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늘 바뀌는 먹걸이와 맛집 순례가 만남의 최대 관건이라 볼 때 만나고 헤어지는 일상의 반복이 만족스러워서만은 아닌 것 같다. 친교했던 시간을 되집퍼 보면 무슨 말을 했고 들었는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 공허함에 외로움까지 군중속의 고독이 떠오른다.   그렇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다. 철학과 문학 예술의 출발점이기도 한 존재의 근원적인 접근으로서 대중성을 뛰어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지 않는가. 사색하며 가는 길에 만남의 인연이 있어도 좋겠지만 없다고 해서 문제답지 않은 문제에 휘말려 외로움을 정신병의 관문으로 취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팬데믹 때문에 정신 건강이 악화 됬다고 믿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마다 잠재해 있던 문제와 사회적 시대적 물살에 성찰없이 살아온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쉽게 답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외로워서 쓰고 또 쓸 수 밖에 없는 나의 수필은 세상에 외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일 수도 있다. 공감의 관계를 무시하고 아우성치는 말잔치보다, 뻬곡히 써내려간 손편지 한 장과 수필 한 편을 쓰는 일은 나 자신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외로움과 고독한 시간을 자청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일이다.   팔팔한 장수세대에 들지 못한다 해도 삶의 끝자락에 편안히 당도하여 생명의 한계를 명료하게 맞이 하고 싶은 소망 만큼은 간직하고 싶다. 진정한 내적 자아로의 여행은 홀로 가는 길이라서 만남을 갈구하는데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 보다 너도 홀로 나도 홀로 그렇게 가는게 아닐까 싶다. 죽음을 직시하는 이 길을 피하도록 별의 별 수단을 다하여 유도하는 사회의 흐름을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음은 비대면이 아니라 대면 해야 할 고독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최경애 / 수필가문예 마당 고독 운명 정신 건강 철학과 문학 소셜 라이프

2024-03-28

[마음 읽기] 운명이 당신에게 나쁜 카드를 주었는가

하루하루가 쌓여 달이 되고 계절이 되더니, 이내 해가 바뀌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참 많은 것들이 허망하게 자리를 잃고 사라졌다. 무탈한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지난 한 해는 돌풍에 휩싸이지 않고 그냥저냥 견뎌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사이 떠난 이들의 자리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풍경으로 무심히 채워졌다. 이것이야말로 무상(無常)한 변화다.   조고각하(照顧脚下)! 제 발밑을 보라 했던가. 사실 내 삶은 해가 바뀌어도 딱히 변한 것은 없다. 오늘도 나는 작은 암자에서 부처님을 뵙고 향을 올린다. 이른 아침, 찻물을 다리며 문득 드는 한 생각, ‘올 한해를 지혜롭게 살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힘들어도 괜찮은 척, 좋은데도 별일 아닌 듯 덤덤한 척, 불편해도 신간 편한 척!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수행자에게는 미덕이 될 때가 많다. 물론 그 덕에 꽤 잘 다듬어져 제법 의젓하고 기댈 만한 사람으로 비출 때도 있다. 그럼 계속해서 그렇게만 살아가면 괜찮을까?   제주도 〈원천강본풀이〉에 이런 무속신화가 전해온다. 들판에 홀로 버려진 여자아이 얘기다.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난 날을 모르니, 오늘을 생일로 정하고 이름도 ‘오늘이’라고 지었다. 당장 하루가 걱정인 오늘이는 부모가 원천강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게 된다. 마치 〈화엄경〉에서 구법여행을 떠나는 선재동자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이는 부모를 찾아 남쪽으로 가다가 흰모래 별천강에서 한 도령을 만났다. 푸른 옷을 입은 도령은 자신을 장상이라고 밝히며, 글을 읽으라는 옥황의 분부로 종일 책만 읽는다고 했다. 원천강 가는 길을 묻는 오늘이에게 방향을 일러주고, 그 다음은 연못에 가서 연화나무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자신은 밤낮없이 글만 읽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쳇바퀴처럼 살아가는 자신의 운명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연못을 찾아간 오늘이는 청수 바닷가에 사는 이무기를 소개받는다. 알고 보니 이 어여쁜 연화나무에게도 고민은 있다. 겨울에는 뿌리만 살아 있다가 봄이 되면 꽃이 피는데, 왜 맨 윗가지만 피고 다른 가지에는 꽃이 피지 않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무기는 오늘이에게 “남들은 여의주 하나만 물어도 용이 된다는데, 나는 세 개나 물고 있는데도 왜 승천을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그리고는 장상이처럼 매일 글만 읽는 소녀, 매일이를 소개해주었다. 매일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답답한 처지를 부탁하며, 목적지에 가다 보면 구멍 난 바가지로 물을 퍼내며 울고 있는 시녀가 있을 거라고 했다.   시녀의 딱한 사정을 본 오늘이는 정당풀과 송진으로 바가지의 구멍을 막아주고 옥황께 축도한 후에 물을 대신 퍼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시녀는 원천강까지 오늘이를 데려다준다. 드디어 원천강에 도착, 그러나 문지기가 매정하게 발걸음을 막아섰다. 절망한 오늘이는 원천강 앞에서 통곡한다. 그 구슬픈 통곡 때문이었을까? 굳게 닫힌 원천강의 문이 열린다.   고생 끝에 부모를 만난 오늘이는 그간의 일들과 부모의 사정을 알게 되고, 늘 지켜보았다는 위로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부모를 만나면서 큰 성장을 이룬 것이다. 현실이 제아무리 고달파도 꾸준히 살아야 할 이유가 이것인가 싶은 대목이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이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들의 괴로운 운명을 풀어준다. 중요한 가르침은 여기 담겼다. 먼저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괴로워하는 매일이와 장상이에게는 부부의 연을 맺어준다. 서로 사랑하게 하여 외롭지 않게 해준다.   꼭대기에만 꽃이 맺히는 연화나무의 고민에 대해 오늘이는 우듬지 꽃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따주라고 했다. 그렇게 연못에 있는 우듬지 꽃을 다 솎아주니 가지마다 꽃이 만발한다. 처음 핀 꽃에만 애지중지해서 다른 꽃들이 피기 어려웠던 것이다. 소중한 것을 내어주어야만 더 풍성해진다는 가르침이다.   이러저러한 절박한 삶의 해결방책을 읽으며 지혜롭게 사는 것에 해답을 얻은 듯 나는 기뻤다. 지나친 재물의 소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이룬 것들에 대한 애착이 크면 클수록 그다음 다가올 행복을 놓치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오늘이의 신화를 읽으며, 올 한 해를 꾸준히 살아갈 것을 다짐해본다. 사랑하는 이를 찾아도 좋고 높은 이상을 꿈꾸어도 괜찮다. 다만 사랑은 누구에게나 힘이 되지만, 한편 너무 지나치거나 많이 소유하는 것은 장애가 된다. 비워야 할 것을 비우지 못하는 것이 앞길을 막기 때문이다. “운명의 여신이 당신에게 나쁜 카드를 주었는가? 그렇다면 지혜를 발휘하여 이겨라” 영국의 시인 프랜시스 퀄스의 메시지와 같이 갑진년에는 푸른 빛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처럼 모두가 지혜로 빛나는 삶 되기를 소망한다. 원영 스님 / 청룡암 주지마음 읽기 운명 카드 오늘이의 신화 시인 프랜시스 청수 바닷가

2024-01-07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운명의 느티나무

세월이 시간의 묵은 때를 벗긴다. 느티나무는 덩치만 크게 자란 게 아니다. 세월따라 나이테가 생긴다. 나무를 가로로 자르면 짙은 색의 동심원이 보이는데 나이테로 연륜(年輪)을 짐작할 수 있다.   보통 1년에 하나씩 고리가 생겨 나이테를 만드는데 성장기 동안 갑자가 기온이 내려가거나 성장 말기에 기온이 올라가면 거짓 나이테를 만들기도 하고 생장조건이 열악하면 나이테가 형성되지 않기도 한다. 배수가 잘되고 완만한 비탈에 자라는 나무는 나이테가 뚜렷하고 너비도 잘 구별되는데 비해 가파른 절벽이나 바위산에 자라는 나무들은 나이테가 한 해에 하나씩 생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계곡이나 강둑에 자라는 나무들은 수분이 충분해 나이테가 고르게 자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환경이 좋아야 정상적으로 성장한다.     비탈이나 절벽에 자라는 나무들은 죽을 힘을 다해 몸을 벼랑에 붙인다. 죽기 살기로 버티며 목숨을 부지한다. 사는 것이 힘들고 벼랑 끝에 매달릴 힘조차 없어도 움켜쥔 생명의 ‘목숨줄 포기하지 마라’한다.     벼랑 끝에 핀 이름 모를 들꽃은 작은 손을 큰 바위 가슴에 얹고 자란다. 천길 절벽 아래 떨어져 흩날리는 낙화 되지 않으려고 움켜진 손 놓지 않는다.     삼국유사에 실린 ‘백제고기(百濟古記)’에 의하면 백제 의자왕은 한 때 신라를 쳐서 천하에 성세를 높인 군주였지만 정사는 돌보지 않고 망해정(望海亭)에서 궁녀들과 향락에 빠진다. 백제 용장 계백(階伯)은 군사 5000을 이끌고 신라 무열왕과 김유신, 나당연합군과 결전을 벌렸으나 패배하고 왕은 웅진성으로 달아난디. 수많은 궁녀들은 슬피 울며 적군에게 굴욕을 당하느니 깨끗하게 죽는 것이 옳다며 대왕포(大王浦)높은 바위에서 치마를 뒤집어 쓰고 사비수 깊은 물에 몸을 던진다. 이승에서 서리 맺힌 한이 저승에서 하얀 꽃잎으로 흩날리는 풍경을 화폭에 담을 수 있을까.     느티나무의 꽃말은 ‘운명’이다. 운명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다.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말한다. 영어로 운명을 ‘Destiny’로 적으면 행동에 의해 결과가 결정된다는 인과적인 운명을 말하고, ‘Fate’는 이미 정해져 있어 어쩔 수 없는 숙명을 뜻한다.     마을의 수호신인 느티나무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흉사와 길사, 기막힌 일들을 모두 듣지만 까치들이 둥지를 틀어도 입밖에 내지 않는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추운 겨울 건너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오랜 가뭄 이겨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중략) 돌아보면/ 아득하지 않은 길이 어디 있으랴/ 어질병의 현기증 일던 모진 시련 없었으랴 (중략) 사람의 아이가 자라나서 아버지가 되어가는 일/ 세상의 한 하늘을 넉넉하게 받쳐줄/ 기둥을 세운다는 일이다’- 박남준의 ‘젊은 느티나무’ 중에서   라틴어 ‘아모르-파티(amor fati)’는 독일 철학자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단어로 ‘운명에 대한 사랑’이란 뜻이다. 운명에 매달리지 않지만 맞장 뜰 용기도 없다.     나이 들면 세월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서도 목숨 건 적 없어 지난 날들이 부끄럽지만, 세월이 허리에 감아준 나이테를 센다. 낭떠러지던 평지던 운명의 말이 이끄는 마차의 고삐를 놓지 않는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느티나무 운명 수호신인 느티나무 거짓 나이테 신라 무열왕

2023-07-11

풀러턴의 한인업소 밀집 쇼핑센터 ‘선라이즈몰’ 운명 내년 결판

풀러턴의 한인업소 밀집 쇼핑센터 ‘선라이즈 빌리지’ 몰의 운명이 내년 초 결판 날 것으로 보인다.   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7일 회의에서 약 12.5에이커 규모의 몰 부지에 113유닛 규모 주택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숍오프 리얼티 인베스트먼트사의 개발안을 커미셔너 5명 전원 일치 찬성으로 승인했다.   도시계획위는 가결을 마친 개발안을 시의회에 송부했다.   시의회는 내년 1월 중순 또는 2월 초에 개발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숍오프사가 추진하는 ‘더 파인즈 앳 선라이즈 빌리지’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도시계획위와 시의회를 오가며 진통을 겪고 있다.   임페리얼 스파와 학원, 식당, 치과 등 이 몰 다수 업소를 운영하는 한인 업주들과 교통 체증을 우려한 몰 인근 주민 일부는 지속적으로 개발에 반대해 왔다.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64유닛을 건립하려는 프로젝트 원안을 도시계획위에 돌려보내며 숍오프 측에 단지 규모를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숍오프 측은 올해 4월 유닛 수를 153개로 축소한 안을 제출했고 도시계획위는 이 안을 승인, 시의회에 송부했다.   시의회는 7월 들어 숍오프에 또 다시 단지 규모 축소를 요구했으며, 숍오프 측은 113유닛 건립안을 내놓았다. 이 안이 이번에 도시계획위를 통과한 안이다.   시의회가 내년 초 개발안을 승인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12월 표결에서 찬성 2표, 반대 2표가 맞선 가운데 캐스팅 보트를 던진 프레드 정 시장은 아직도 단지 규모가 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 시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100유닛 이하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시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정 시장은 개발이 시작될 경우, 몰을 떠나야 할 한인 업주에게 숍오프 측이 이사 비용 부담, 시설 투자 비용 일부 보전 등을 포함해 적정 수준의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 시장은 “내겐 한인 업주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가 유닛 수 축소만큼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몰에서 영업 중인 한인 업소는 5곳이다. 숍오프 측이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이 안의 내용은 업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임상환 기자선라이즈 운명 운명 내년 승인 시의회 한인업소 밀집

2022-12-08

[우리말 바루기] ‘운명’,‘유명’

부고 기사 등에서 “2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운명을 달리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등과 같이 ‘운명을 달리했다’고 쓴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말은 맞는 표현일까?   ‘운명(殞命)’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이 죽었음을 뜻할 때는 ‘운명을 달리했다’가 아니라 ‘운명했다’고 써야 바르다.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됐다는 의미로 ‘운명이 달라졌다’고 표현할 수는 있다. 이때의 ‘운명’은 ‘운명(殞命)’이 아닌 ‘운명(運命)’이다.     ‘운명을 달리했다’로 잘못 쓰는 이유는 ‘운명’과 ‘유명’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나타낼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은 ‘유명을 달리하다’이다.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저승과 이승을 나타내기도 한다. ‘유명을 달리하다’는 이승의 밝은 세상을 떠나 저승의 어두운 곳으로 갔다는 의미로 ‘죽다’를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우리말에는 이 밖에도 죽음을 완곡하게 나타내는 표현이 많다. “세상을 떠나다” “한 줌의 재가 되다” “잠들다” “돌아가다” “고동을 멈추다” 등과 같은 표현이 있다. “별세(別世)하다” “타계(他界)하다” “영면(永眠)하다” “작고(作故)하다”와 같은 한자어식 표현도 있다.우리말 바루기 운명 한자어식 표현 투병 생활

2022-11-0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의 운명

이 세상 모든 것은 시작이 있고 그 끝이 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태양도 약 45억 년 전에 태어나서 앞으로 80억 년 후에는 생을 마칠 것이다. 기껏 백 년 사는 우리 인간에 비하면 무한한 시간이다.     1930년경 에드윈 허블은 외계 은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아낸 후, 그런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은하들이 멀어지고 있는 속도를 계산해 낸 후 그 속도로 시간을 거꾸로 돌렸더니 모든 은하는 137억 년 전에 어떤 한 점에서 시작하게 된 것을 알았다. 마치 반쯤 보던 비디오테이프를 다시 거꾸로 감은 것처럼 우주의 시간을 되돌린 것이다.   은하끼리는 서로 멀어진다고 한다. 우주가 여전히 팽창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은하들은 서로 가까워져서 과거 어느 시점에는 한 지점으로 모이게 된다. 마치 부피는 없고 질량이 무한대인 블랙홀의 특이점 같다.     137억 년 전에 있었던 빅뱅 후 우주는 한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 천체물리학이다. 그런데 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의 밀도가 문제다. 우주 전체에 퍼져있는 물질의 밀도가 임계치 이하인 경우를 닫힌 우주라고 하고, 반대로 임계치보다 높을 경우를 열린 우주라고 한다.     다행히 우리 우주는 딱 그 임계치의 경계선에 있는데 그런 우주를 평탄하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우주는 일부러 미세 조정을 해놓은 것처럼 평탄하다.     우주 물질 밀도의 임계치를 구하면 세 변이 각각 1미터인 정육면체, 그러니까 1세제곱미터의 공간에 달랑 수소 원자 몇 개가 전부다. 오히려 진공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여기서 물질이란 크든 작든 기본적으로 원자핵으로 이루어진 것을 말하는데 우주에 물질이 어느 정도 미만이면 닫힌 우주라고 해서 팽창이 점점 더뎌지다가 중력 때문에 수축하여 결국 찌그러지는 최후를 맞게 된다. 이를 Big Crunch라고 한다.     반대로 우주의 물질이 임계치 이상일 경우를 열린 우주라고 하는데 이 경우 더욱 가속 팽창을 하다 결국 찢기며 끝난다. Big Rip이다. 다행히 우리가 사는 우주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미세 조정이 되어있어서 팽창은 하지만 영원히 존속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찰나를 사는 우리가 거창하게 우주의 미래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대신 우리 은하의 미래나 알아보자. 우리가 속한 은하수 은하의 바로 이웃이 빛의 속도로 250만 년이 걸리지만 그래도 제일 가까운 안드로메다은하다. 은하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약 4천억 개가 있고, 안드로메다은하에는 대충 1조 개나 되는 별이 있다고 한다. 그 두 은하는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40억 년 후에 합쳐지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시간은 우리 인류가 종속 가능한 시간을 훨씬 넘는 미래다. 따라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시야를 더 좁혀 우리 태양계를 들여다보자.   태양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밝고 뜨거워져서 앞으로 10억 년 후에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멸종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부풀어 적색 거성의 단계를 지나 나중에는 백색 왜성이 되어 오랜 세월이 지나 빛과 열을 완전히 잃은 후 우주의 암흑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역시 수십억 년이란 시간은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먼 미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운명 우주 물질 우주 전체 우리 우주

2022-10-07

[쉽게 하는 내 사업체 디지털 마케팅 (15)] 못 맡기는 오너의 운명 바꾸기

뭐든지 직접 해야만 속이 시원한 오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남이 해 놓은 일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얼까? 일을 맡겨본 경험이 많지 않거나 위임 기술 부족일 수 있다. 주위에 특정한 과제를 맡길 자격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또한 예산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오너가 해야만 하는 스몰비즈니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건 조금씩이라도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체 성장은 어려워진다. 디지털 마케팅 분야도 해당 전문가에게 맡길 때 원하는 효과를 보는 때가 많다. 오늘은 디지털 마케팅에서 오너가 직접 하는 부분과 맡겨야 하는 부분의 핵심을 살펴보자.   ▶오너가 직접 하는 계획   플랜은 언제나 오너의 몫이다. 필요에 따라 전문가의 조언도 받지만, 사업계획과 마케팅 방향은 오너의 책임 영역이다. 따라서 내 사업체의 경쟁력과 타겟층을 깊이 이해하자. 고객의 필요가 무엇인지 어떤 불편함과 갈증이 있는지 늘 확인해야 한다.   ▶고유 메시지와 프로모션 결정도 직접   가장 핵심이 되는 메시지와 프로모션 고안도 마찬가지다. 고객 눈길이 멈추고 관심을 끌어내는 메시지와 오퍼는 무엇인가? 나만의 특별함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매력 향기를 뿜어내는 것이 차별화이며, 남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경쟁력이 된다. 추가 서비스를 제공? 늦게까지 오픈? 오가닉 재료를 사용? 아니면, 착한 가격? 무엇이 됐건 나의 고유 메시지에 연결하고 프로모션과 오퍼를 결정하라.   ▶광고나 마케팅 예산도 오너의 결정     디지털 마케팅은 오너가 마음대로 예산을 정할 수 있어서 스몰비즈니스엔 꿈이 현실을 만나는 교차로이다. 믿기 어렵지만, 하루에 5달러로 시작해도 된다. 내 로컬 지역만 커버해도 되고, 주변 도시까지도 알릴 수 있다. 엿장수 마음대로, 아니 오너 마음대로 결정하기에 알고도 안 하면 바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이제는 맡겨야 하는 부분이다. 디지털 마케팅 실행은 맡겨라. 직접 다 공부해서 실행하는 분도 있지만 오너의 시간으로 때우는 건 그리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다. 셋업, 광고카피, 최적화, 변경과 조정 등 지속적인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오너가 직접 할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이 많은데 대부분 가려져 있는 게 문제이다. 구글 광고와 유튜브, 페이스북 광고에서도 오너가 직접 할 때 디폴트 옵션의 많은 부분은 비용을 낭비하게끔 되어 있다. 단순하게 따라가며 셋업하면 결국은 실제적 효과에서 현저히 떨어진다.     ▶가려진 함정   디지털 광고는 옵션이 많기 때문에 전문 지식 없이 오너가 직접 셋업, 운영할 때 필요 없는 지출이 생기도록 설계되었다. 전문 관리비는 아끼지만 불필요한 광고 예산이 많이 새어나간다. 타겟 세팅만 보더라도 가려놓은 부분이 많다. 모두 열어서 하나씩 검토해서 선택해야 하는데 어드밴스 옵션을 선택해도 일반인은 분별하기 어렵다. 눈먼 오너의 광고비를 더 많이 챙기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적화도 주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불리한 위치와 광고비 상승으로 불리해진다. 시간이 없는 오너가 전부 배워서 하기엔 무리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를 찾아보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여전히 맡기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직접 6개월 정도 해보라. 그 후엔 믿을 만한 전문가에게 맡겨보고 통계 리포트를 비교해서 그 차이를 확인해보라.   ▶문의: (703)337-0123 윤필홍 / InteliSystems 대표쉽게 하는 내 사업체 디지털 마케팅 (15) 오너 운명 디지털 마케팅 디지털 광고 마케팅 예산

2022-05-04

[쉽게 하는 내 사업체 디지털 마케팅 (14)] 맡기지 못하는 오너의 운명

제대로 된 결과 없으면 전문가에 맡겨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다. 가깝고 믿을만한 사이라도 방심하지 말고 확인할 부분이 있다고 해석하면 된다. 위험하니까 연장 사용이나 과제의 위임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잘못 풀이하면 안 된다. 적절한 도구 사용과 과제 위임은 또한 관리자에게 필수이다.   ▶내가 직접 하는 게 손해?   스몰비즈니스 오너가 많이 하는 큰 실수의 하나가 맡겨야 할 일을 직접 하려는 행위이다. 어느 정도 그 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손대보는 것은 좋지만, 직접 다 하려면 정작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물론, 스몰비즈니스 내적 자원의 부족과 비용 절약을 원하는 오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위임의 기술과 경험?   비용을 절약해보려는 욕심의 이슈만도 아니다. 맡기는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서일 때가 많다. 하지만, 사업의 성패는 과제를 얼마나 잘 위임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느냐에도 달려있다. 혼자 할 수 없는 게 사업이고 또 어떤 인력을 얼마큼 잘 사용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스몰비즈니스의 경우에도 사업 성장은 위임 체계나 관리 능력에 비례한다. 직접 다 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지만, 오너나 내부 일반 직원이 전문 과제를 직접 핸들 할 때의 손실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효율성 추락은 물론, 결과의 미미함으로 시간이 갈수록 경쟁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내부인력 vs. 전문 인력   특히 디지털 마케팅은 내부 인력이나 오너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비용이나 시간의 낭비뿐 아니라 결과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오너와 직원 몇 명이 직접 하는 업체와 맡기는 곳의 세일즈와 경쟁력은 차이가 난다. 단순히 디지털 영역뿐 아니라 대부분의 전문 인력이 요구되는 영역은 다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디지털 경쟁 시대의 스몰비즈니스 오너는 빨리 위임하거나 맡기는 기술을 습득하지 않으면 점점 뒤처지고 경쟁력을 상실하기 쉽다는 것도 기억하자.   ▶위임할 때 오너의 고민   제대로 업무를 맡기려면, 때론 복잡한 설명도, 중간 확인 절차도 필요하다. 때에 따라 지원도 해야 하므로 드는 시간과 노력, 업무가 복잡하게 꼬이게 될 우려도 크게 보인다. 궁극적으로 신속하게 원하는 모양으로 진행되지 않을 때의 대응과 불편함에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마케팅 맡기는 스텝?   이럴 때는 작은 스텝으로 하나씩 위임하는 연습,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마케팅에서는 작은 부분에서 전문가나 에이전시에 하나둘 맡겨보고 그걸 통해 전체적인 그림을 쉽게 이해하면 일거양득이다. 전문업체에 따라 가격 차이는 나지만, 합리적인 비용으로 적절한 전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 절약은 물론 마켓 타이밍도 놓치지 않는다.     ▶효율과 성장을 위한 균형은?   비용과 아웃풋, 그리고 오너의 시간 절약으로 결정하면 된다. 배워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지만, 그 시간이 점점 쌓이거나 경쟁력과 전문 기술이 필요한 프로젝트나 과제인 경우에는 그 이상의 알파를 고려해야 한다. 많은 경우 오너나 비전문 직원이 손을 댔을 때 제대로 결과가 나지 않으면, 신속하게 바꾸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음 시간에는 디지털 마케팅에서 맡길 수 있는 부분, 맡겨야 하는 부분, 그리고 직접 해야 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다루겠다.   ▶문의: (703)337-0123   윤필홍 / InteliSystems 대표쉽게 하는 내 사업체 디지털 마케팅 (14) 오너 운명 스몰비즈니스 오너 디지털 마케팅 시간 절약

2022-04-20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지지율 1위 급부상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라는 그의 캠페인 슬로건처럼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호출로 역사의 한가운데 섰다.   윤석열 당선인은 1960년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최성자 씨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넉넉하고 학구적인 가정환경은 여유로우면서도 호기심 많은 성격의 밑거름이 됐다.   서울 대광초·충암중·충암고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 방과 후 동대문운동장에 들러 야구 경기 관람을 즐겼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 당선인은 무려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본인이 “온 동네 관혼상제를 다 다녔다”고 회고할 만큼 주변 사람들을 챙기다 낙방을 거듭한 탓이다.   ‘스타 검사’ 윤석열의 성장기는 반전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대구지검에서 초임 검사로 시작해 초반에는 늦깎이로 평범한 이력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굵직굵직한 특수 사건에 투입되며 ‘칼잡이’로서 명성을 쌓았다.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했고, 1년 만에 “검찰청 복도에서 나는 짜장면 냄새가 그립다”며 친정으로 복귀한 뒤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남다른 보스 기질로 ‘윤석열 사단’을 구축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내지른 국감장의 작심 발언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정권에 밉보여 지방 고검 검사로 좌천, 4년여간 유배지를 떠돌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윤 당선인은 2016년 탄핵 정국을 맞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위 ‘촛불 혁명’의 공신으로 선배들을 제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됐다. ‘적폐 청산’ 수사와 공소 유지를 진두지휘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수감시켰다.   검찰 수장으로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문자 그대로 행동에 옮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밀어붙이다 정권과 전면전을 선포한 모양새가 됐다.   반문의 기수를 찾던 야권은 ‘거물급 신인’을 환영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섰던 윤 당선인은 자연스레 야권 대장주로 꼽혔다.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 정신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는 그의 출사표는 진보를 표방한 정권 주류 정치 세력의 ‘불공정’과 ‘내로남불’에 지친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운명 문과 이의 청와대 본관 윤석열 신임

2022-03-09

[독자 마당] 한국 대선에 거는 기대

 한국의 대선일이 임박하면서 각 후보와 소속 진영의 선거전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투표권이 없는 입장에서 먼 바다 건너 일일 수밖에 없지만 조국에서의 중대사이니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된다. 여러 매체로 전달되는 소식에 이목을 기울이다 보면, 과거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운 것을 느끼게 된다.     시대에 따라 내용이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도 국가의 근본 목적은 국리 민복이다. 국가 체계를 바르게 세워 외세의 부당한 영향을 막아내고, 소속 국민의 안녕과 복리를 증진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의 기능이고 책무다.     시대가 변해 삶의 여건이 달라지면서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필연적 경쟁이 생기고, 남보다 앞서려는 효율성 추구가 과열돼 무질서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럴 때 국가는 법과 제도로 억제하고 조정해서 국민들의 의식 속에 윤리와 도덕이 존중되고 공정, 정의, 양심이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국가가 바로 선진 복지국가이다.     이를 위해 가장 선두에서 국가 체제를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은 국가 운명을 가름하는 중대한 교차점이고 분수령이다. 건국 이후 많은 국가 지도자들의 공과와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어야할 것임에 아직도 이에 미흡한 것 같다.     누구든 지난 행적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가 있다. 따라서 후보들의 과거사를 들춰 세상에 내보임으로써 유권자들로 하여금 그 자격 여부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후보에 대해 있지도 않는 과거사를 거짓으로 꾸며내거나 과장해서 악의적으로 모략하는 것은 안 된다. 이는 스스로 후보 자격을 실격시키는 부끄러운 행동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지혜로운 판단으로 국가 운명을 좌우할 막중한 임무를 제대로 감당할 적합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윤천모 / 풀러턴독자 마당 한국 대선 한국 대선 국가 운명 이번 대선

2022-02-27

[이 아침에] 새날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온다

설날, 다시 새날이다. 새벽이 오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는가. 눈보라 치는 벌판에 떨며 혼자 한 밤을 지새워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흑암, 깊고 깊은 어둠으로부터 새벽이 온다는 사실을.   스무 살 무렵 설날 저녁, 강가 절벽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새날을 기다린 적이 있다. 그 밤, 어둠은 깊고 시간은 무거웠다. 새벽은 더디게 왔다. 녀석이 길을 잃어버렸나 싶을 때, 멀리 하늘과 땅 사이에 실금이 생겼다. 세상이 희미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먼 산이 산을 보듬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등성이와 골짜기가 서서히 구분되고 산 사이로 난 길이 보였다. 숲속에 묻혀 있던 가까운 곳의 나무가 보이고 백조가 날아올랐다. 어둠은 더디게 물러났다. 희뿌옇게 여명이 찾아왔다.     산마루가 붉게 물들더니 햇살을 타고 세상에 온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썰물에 개펄이 제 모습을 먼저 드러내자 차츰차츰 큰 개울이 나타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물고랑까지 또렷이 보였다. 깨진 얼음조각들이 서로 부딪쳐 와글거리며 강물 따라 떠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갈대숲에서 새들이 푸드득 푸드득 날개 쳐 솟아올라, 마파람을 가르며 날기 시작했다. 강물에서 물고기 한 마리 퍼덕이며 튀어 올랐다. 비늘이 햇살에 반짝였다. 빠르게 흐르는 물길을 거슬러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라니. 그렇다. 살아있는 놈은 저렇게 물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심장이 뛰었다.     저곳 갯벌 속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숨죽이며 겨울을 나고 있을 터였다. 장어, 낙지, 맛, 게…. 눈보라 치는 이 시절이 지나면 저들은 갯벌 구멍에서 빠져나와 다시 세상을 활개칠 것이다. 그래, 지금은 내 인생의 겨울 한 철일 뿐이다. 길을 찾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지 않던가.   결단을 내렸다. 이제라도 학교에 가자. 내가 학생이 되다니… 가슴이 뛰었다. 지게를 벗어 던지고 그 길로 집을 떠났다. 스물 한 살 나이에 광주에 있는 야간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 밤이 내 생의 갈림길이었다. 긴 인생에서 방향이 중요하지 몇 년 빠르고 늦고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도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는 없다. 태어나는 순간 우리 생은 큰 틀에서 결정된다. 운명이다. 누구나 순응해야 한다.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운명을 탓하지 않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운명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 앞에 운명은 길을 열어준다. 고등학교, 방송통신대학, 그리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을 마치고 굽이굽이 살아오는 동안, 운명이 사람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어김없이 설날이다.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지만 그해 설날 새벽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설은 일 년의 첫날. 새날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새날은 아니다. 새날은 간절한 사람의 것이다.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새날이다.    정찬열 / 시인이 아침에 새날 고등학교 방송통신대학 순간 운명 동안 운명

2022-02-03

[독자 마당] 대통령의 운명

 코로나19를 물리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서 지난 한 해에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에도 멈출 줄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아직까지 이 질병 퇴치의 완전한 방법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호랑이띠 새해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한 해의 복을 빌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와 한국의 대선 때문에 세월이 뒤숭숭하다.     세월이란 흘러가는 시간을 말하는데 그럼 시간이란 무엇인가? 과학적으로 말한다면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달의 운행 관계를 시계로 재는 단위이다. 철학적으로 말한다면 과거로부터 현재와 미래에 머물지 않고 같은 빠르기로 이어져 내려간다는 인식의 기본 형식이다. 삶의 길이를 재는 기본 단위임과 동시에 사물이 일어남을 아는 기준이다.     그래서 임마누엘 칸트는 시간을 이렇게 정의했다. ‘시간이란 사물이 일어 나는 것을 우리가 인식하는 기초 형식이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처럼 시간은 양보를 모르고 흘러가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량을 베풀기도 한다. 바로 기회를 남겨 놓는다. 우리의 삶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두 세번 온다고 하지만 이 기회를 잡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기회도 때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금세 흘러 버리고 만다.   3월 9일 한국에서 대선이 치러진다. 현재 두 후보가 격돌하고 있다. 선거의 결과가 이들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여기서 대선 후보들은 성 토머스 아퀴나스가 말한 명언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인간은 누구나 그의 삶과 행위가 지배 받는 운명을 타고 난다.” 한국의 대권 승자는 그의 통치 능력이 지배 받은 운명을 타고 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 타고난 운명은 아무 때나 실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때를 잘 만나야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제왕은 하늘이 낸다는 말도 있는 것 같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독자 마당 대통령 운명 대선 후보들 토머스 아퀴나스 임마누엘 칸트

202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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