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운명’과 ‘유명’
“2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운명을 달리했다”처럼 ‘운명을 달리했다’고 쓴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말은 맞는 표현일까?‘운명(殞命)’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형은 아버지의 운명을 보지 못했다” 등처럼 사용된다. 따라서 사람이 죽었음을 뜻할 때는 ‘운명을 달리했다’가 아니라 ‘운명했다’고 써야 바르다.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됐다는 의미로 ‘운명이 달라졌다’고 표현할 수는 있다. 이때의 ‘운명’은 ‘운명(殞命)’이 아닌 ‘운명(運命)’이다. ‘운명(運命)’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나 그것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가리킨다.
운명은 두 가지 뜻이 있어서 사용함에 주의해야 한다. 잘못 사용하면 뜻이 어색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운명을 달리했다’로 잘못 쓰는 이유는 ‘운명’과 ‘유명’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나타낼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은 ‘유명을 달리하다’이다.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저승과 이승을 나타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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