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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스타샷 프로젝트

1865년 프랑스의 쥘 베른은 '지구에서 달까지'란 소설을 발표했다. 대포알에 사람을 태워서 달까지 보낸다는 내용이었는데, 백 년 후 미국의 아폴로 11호는 비슷한 원리의 로켓을 이용하여 달 착륙에 성공하였고 인류 최초로 달을 밟았다.     2016년 소련의 대부호 유리 밀너와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스티븐 호킹 박사가 만나서 엄청난 일을 구상했는데 그 이름도 거창한 Breakthrough Starshot Project(스타샷 프로젝트)다.   이제까지 밝혀진 바 태양계 안에 지적 생명체는 우리 인류밖에 없고, 이주해서 살 만한 행성이나 위성도 마땅히 없는 편이다. 그래서 태양계 밖으로 눈을 돌려 보지만 거리상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 은하에는 약 4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그 중 우리 별인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까지 최첨단 우주선으로 수만 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태양의 끝자락을 지나는 보이저 1호는 발사된 지 벌써 반백 년이나 되었다. 그런 속도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는 데 7만 년이나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스타샷 프로젝트는 은하수 은하의 많고 많은 별 중 왜 알파 센타우리를 택했을까? 태양계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도 빛의 속도로 4년 4개월이나 걸린다.   17세기의 위대한 천문학자 케플러는 갈릴레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빛을 받아 움직이는 우주 범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마치 대항해 시절 바람을 받아 큰 돛을 펄럭이며 대양을 누비던 그런 모습이다. 코스모스라는 TV 프로그램으로 일반에 널리 알려진 칼 세이건도 생전에 빛의 힘으로 움직이는 우주 범선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전자기학에 따르면 빛에도 운동량이 있어서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마치 지상의 바람처럼 물체를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바탕에서 8년 전 뉴욕에서 만난 그 세 사람은 소위 스타샷 프로젝트라는 조금 공상과학적인 계획을 세웠다.     * 스타칩이라고 불리는 강낭콩 정도 되는 크기의 소형 우주선을 약 1,000개 정도 만든다.   * 각 우주선 안에 컴퓨터, 항법 장치, 전원, 통신 장비, 탐사 장비 등을 구겨 넣는다.   * 4m x 4m 크기의 돛을 만든다.   * 준비한 것을 로켓에 실어 우주 공간으로 옮긴다.   * 우주 공간에서 돛을 펼치고 그 위에 1,000개나 되는 스타칩 우주선을 고정한다.   * 지상에 설치한 레이저빔을 돛에 정조준하고 빛을 쏜다.   레이저빔을 이용하려면 미국 하루 전력 소비량의 10% 정도 필요한데 그렇게 하면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광속의 약 20%까지 가속할 수 있고 알파 센타우리까지 20년에 갈 수 있다. 극소형 우주선을 1,000개씩이나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 정도 속도면 먼지와 부딪혀도 대파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990개가 부서지고 10개만 목적지에 도착해도 성공이다.   근접 비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각종 탐사를 한 후 자료를 지구로 보내는데 빛이 4년 4개월 걸리는 거리여서 전파도 똑같은 기간이 걸린다. 스타샷 프로젝트는 발사로부터 시작해서 결과를 손에 넣기까지 대충 30년이나 걸리는 엄청난 계획인데 발사 일정이 연기되었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프로젝트 박종진 스타샷 프로젝트 스타칩 우주선 최첨단 우주선

2024-12-13

[기고] 우주선 스타라이너 착륙과 복구

지난 9월 7일, 보잉사의 우주선 ‘스타라이너(Starliner)’가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스타라이너는 60여명의 ‘착륙과 복구팀’이 열렬히 환영하는 가운데 뉴멕시코 주의 화이트 샌즈 스페이스 하버에 무사히 착륙했다.     우주여행의 화려한 조명은 대부분 우주 비행사들이 받는다. 우주 정거장에서의 일상, 지구와의 교신, 과학 실험, 또는 우주 유영 등 지구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장면이 일반인에게 소개된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들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수많은 지원팀의 숨은 노고가 있다. 이번 비행 임무에도 8개로 구성된 ‘착륙과 복구팀’은 사막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스타라이너의 착륙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 임무를 완수했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8개 팀을 간략히 소개하면, 첫 번째가 ‘블랙 커맨더팀(Black Command Team)’이다. 전반적인 착륙 과정과 복구작업을 총괄하면서 모든 상황에 대비한 절차와 훈련을 주도했다.     두 번째 ‘퍼플팀(Purple Team)’은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의 데이터와 영상 정보를 추적하여 휴스턴과 케네디 우주 센터의 중앙 관제소와 교신하는 역할을 했다. 세 번째 ‘골드팀(Gold Team)’은 위험 물질 보호복을 입고 제일 먼저 착륙한 우주선에 접근해 유독성 증기의 유무를 확인했다. 이들은 소방, 환경, 건강, 안전 전문가들로 착륙과 복구팀원들은 골드팀의 판단과 결정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했다.     네 번째 ‘실버팀(Silver Team)’은 골드팀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위험 물질 보호복을 입고 우주선으로부터 정전기를 방출하고 낙하산을 옮긴 후, 모래 위에 착륙한 우주선을 안전하게 세우는 작업을 했다. 특히, 실버팀원들은 낙하산 디자인, 제조, 실험 및 복구 전문가들이었다.     다섯 번째 ‘그린팀(Green Team)’은 골드팀과 실버팀이 작업을 마치면 안전한 거리에서 시간을 측정했다. 그린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우주선 착륙부터 지상 냉각기 연결까지 단 30초 였다. 왜냐하면 이 30초가 우주선의 항공 전자 기기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주선의 해치가 열리면 그린팀은 선실 내의 습도를 제거한 후 내부 공기를 정화하는 작업을 했다.     여섯 번째 ‘레드팀(Red Team)’은 착륙과 복구팀원들, 그리고 비행사들의 메디컬 모니터링과 돌보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우주선의 해치를 열고 화물 장비를 옮기는 작업과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NASA(항공우주국)로 보내온 분초를 다투는 화물 장비를 돌보는 작업을 했다. 레드팀은 의사, 건강 관리사, 소방대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주선 착륙과 복구 현장의 ‘응급실’로 불린다.     일곱 번째 ‘블루팀(Blue Team)’은 보잉사 커뮤니케이션팀과 NASA의 홍보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타라이너의 착륙 과정을 일반인에게 생중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생중계되는 이 영상은 미션팀에게 전반적인 상황 인식과 효과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줬다.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 ‘오렌지팀(Orange Team)’은 우주선을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 우주 센터로 옮기는 운송을 담당했으며, 한 명은 우주선에 머물면서 최적의 온도 유지를 통해 캡슐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오렌지팀은 레드팀과 함께 우주선이 하강하면서 버린 부품들을 수거해 케네디 우주 센터로 보냈다.     이번 임무에도 많은 팀원의 희생과 노고가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된다. 시스템의 신용도처럼, 모든 팀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때 놀라운 성과를 올릴 뿐 아니라 최고의 신용도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명의 팀원이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의 신용도는 그 팀원의 수준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이것이 구성 요소와 시스템과의 밀접한 관계성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기고 스타라이너 우주선 우주 비행사들 착륙 과정 케네디 우주

2024-10-0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벤처 스타

우리 지구가 속해 있는 은하수 은하에는 약 2천억에서 4천억 개의 별이 있다. 그 많은 별 중 하나가 우리의 별인 태양이다. 그런데 태양계에는 지적 생명체가 우리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므로 외계인을 찾으려면 태양 말고 다른 별에 눈을 돌려야 한다. 문제는 거리다.     우리 은하 안의 수천억 개의 별 중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까지도 빛의 속도로 4년 4개월 걸리는데, 지금까지 45년 동안 날아서 태양계를 막 빠져나간 보이저호가 거기까지 가려면 앞으로 약 2만 년을 더 가야 한다. 참고로 보이저호의 현재 속도는 시속 6만km로 이는 총알보다 40배나 빠른 속도다.     우리는 지금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 먼 별까지 가려면 빛의 속도로도 백 년, 천 년, 만 년 이상이 걸린다. 마침 알파 센타우리 주위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그곳을 도는 행성이 있다. 그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판도라라는 이름의 가상의 위성이 영화 아바타의 무대다. 쉽게 비교하자면 태양계에서 지구를 도는 달이 알파 센타우리에서는 판도라인 셈이다. 영화의 설정이 그렇다는 말이다.   영화에서는 과학의 발달로 우주선의 속력이 엄청나게 향상되었는데 벤처 스타라는 이름의 지구-판도라 왕복 우주선은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움직인다. 현재 로켓에 이용하는 화석 연료 엔진은 이미 사라졌고 벤처 스타 성간 우주선은 반물질 엔진, 레이저빔 돛, 핵융합 엔진 등 세 가지 엔진을 교대로 사용하여 최고 광속의 70% 정도 낼 수 있다. 빛이 4년 4개월 걸리는 두 별 사이를 벤처 스타는 약 7년 걸려 갈 수 있는데 우주선에 승선한 사람들에게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한 시간 지연 현상으로 1년 정도 덜 걸린다. 6년의 긴 여행 동안 승무원은 교대로 근무하지만 모든 승객은 동면 상태에 들어간다.   물론 지금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대체로 영화에서 소개된 최첨단 발명품이 나중에 실제로 현실 세계에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미래의 성간 여행은 마치 아바타에서 보듯 그런 식으로 진행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광속의 70%를 낸다는 것도 엄청난 과학적 발전인데 그래 봤자 우리 은하 안의 가장 가까운 별에 가는 것도 냉동 상태로 잠든 채 6년을 가야 한다. 그 속도로 북극성까지는 600년을 가야 한다. 그런 상상 속의 최첨단 우주선으로도 우리 은하를 횡단하는 데 7만 년이나 걸린다.     그런 형편이니 우주에 널린 다른 은하로의 여행은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다. 현재 우리의 과학 기술로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지름이 930억 광년이다. 벤처 스타를 타고 신나게 달린다 해도 장장 1,300억 년 걸려야 우주를 횡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상상도 정도껏 해야 한다면 결국, 우주여행은 불가능하다.   영화에서처럼 빛의 속도의 70%를 낼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었다고 해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데 지구 시간으로 7년 걸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알파 센타우리에는 지적 생명체가 없다. 그렇다면 더 멀리 가야 한다. 달팽이가 대양을 건너고 사막을 지나야 하는 지구 일주 여행을 떠나는 격이다.     그러니 더 기댈 곳은 혹시 먼 미래에 가능할지도 모르는 웜홀을 이용한 성간 여행을 꿈꿔본다. 아니면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만든 휜 공간의 짧은 거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벤처 스타 벤처 스타 최첨단 우주선 왕복 우주선

2023-06-30

[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우주 돛단배

'언젠가는 우주 공간에 부는 바람을 이용하는 돛단배들이 떠다니고, 끝없는 우주를 무서워하지 않는 자들이 광활한 우주로 나아갈 것이다.'   17세기에 활동했던 요하네스 케플러가 한 말이다. 그는 비록 같은 시기에 활동하던 갈릴레이나 데카르트에게 밀리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점성술에 가까웠던 천문학에 물리학을 도입하여 지금의 천체물리학을 시작한 선구자였다. 비록 상상 속 이야기였다고 해도 과학자로서 미래를 내다본 유의미한 추측이 아닐 수 없다. 실용 가능한 솔라 세일(햇빛을 이용한 항해)의 아이디어를 맨 처음 낸 사람은 '코스모스'란 TV 시리즈로 유명한 칼 세이건이다. 그는 우주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한 선구자였다.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고 관찰한다. 돌이 손을 떠나서 호수를 향해 날아갈 때 돌은 입자다. 그 돌이 수면에 떨어질 때 생긴 동심원이 호수면 위에 퍼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파동이다. 파동이란 수면 위에 보이는 여러 동그라미처럼 물리량의 변화가 어떤 주기를 가지고 공간에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하는 논쟁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모크리토스는 빛은 입자라고 생각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빛에 대한 논쟁은 뉴턴 때에 이르러 입자설이 주류가 되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빛이 입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당시는 뉴턴의 권위에 그 누구도 대들 수 없던 형편이었다.     19세기에 들어와서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파동설이 슬며시 고개를 들다가, 전기의 아버지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에 의해 빛이 전자기파로 밝혀지면서 빛의 파동설이 정설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로 인해 다시 입자설이 부상하다가 지금은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양면성을 갖는다고 정리되었다.   입자로서의 빛은 그 충돌 에너지가 너무 약해서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에 쏟아지는 빛도 작은 나뭇잎 하나를 흔들지 못한다. 하지만 대기가 없고 중력이 약한 우주 공간에서는 형편이 다르다.     통통한 거미 한 마리를 잡아서 손가락에 거미줄을 몇 바퀴 감아 봐도 아무 감각이 없다. 그러나 무시해도 될 만큼 가는 거미줄이라고 해도 손가락에 수백 바퀴를 감으면 나중에 피가 안 통해서 손가락이 파랗게 변한다. 그대로 며칠 놔두면 결국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     마찬가지로 빛의 충돌 에너지가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우주 공간에 펼쳐놓은 돛을 계속 때리면 부딪히는 광자에 포함된 운동에너지가 돛으로 옮겨져서 그 힘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는 것이 솔라 세일의 원리다. 실험은 벌써 성공했고 이제는 실용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만 남았다.   현대 우주선은 여전히 화석 연료를 산화시켜서 생기는 힘으로 난다. 하지만 우주 돛단배는 큰 돛을 펼쳐놓고 태양에서 나오는 빛 알갱이가 돛에 부딪힐 때 얻는 충돌 에너지로 비행한다.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식으로 광속의 1/5 정도를 최대 속도로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솔라 세일은 우주여행의 혁명이다. 손으로 노를 저어서 배를 움직이던 인류는 나중에는 배에 돛을 달고 바람을 이용하여 지구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이제는 태양 빛이 돛을 때리는 힘을 이용하여 우주를 여행할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돛단배 우주 우주 돛단배 현대 우주선 우주 공간

2023-05-26

[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지구에서 달까지

1865년 프랑스의 작가 쥘 베른은 기상천외한 소설을 발표했다.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이름의 공상과학 소설이었는데 그 무대는 미국이었다.     남북전쟁 동안 대포 제조업자들은 미국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더는 대포 만들 일이 없어지자 이번에는 눈을 돌려서 지구에서 쏜 대포알로 달에 명중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가 그 대포알을 타고 가겠다는 자원자가 나타났다. 애당초 승무원이 없던 무인 계획은 사람이 대포알을 타고 가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되었다.     그들은 천체물리학자들의 조언을 통해서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계산하고 두 천체가 가장 가까워질 때를 맞춰 대포를 발사하기로 했다. 그렇게 인류 최초로 유인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 달을 향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소설이 나오고 한 세기가 지난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고 인류는 달에 첫발을 디뎠다. 소설 속 이야기가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신기한 일은 100년 전의 아이디어가 거의 그대로 구현되어 발사체가 거대한 대포의 원리였다거나, 우주선의 항로가 대포알의 궤적과 흡사한 것, 심지어는 발사 장소도 현재 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와 가까운 플로리다의 탬파라는 것이다.     만약 지구에서 달까지 쉬지 않고 걸어서 간다면 꼬박 11년이 걸리고, 자동차를 타고 가면 다섯 달 걸린다. 물론 우주 공간을 걷는다거나 운전을 해서 갈 수는 없으니 그저 상상의 나래를 펴본 것이다.     올해 2022년 6월 한국도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8월에는 달 탐사궤도선인 다누리호의 발사에도 성공하여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일곱 번째 우주 강국이 되었다. 반세기 전에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는 나흘 걸려서 달에 갔고, 현재 지구에서 달까지 사흘 정도 걸린다는데 우리 다누리호는 다섯 달 후에나 달 궤도에 안착할 것이라고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 이유는 연료 절약에 있다. 다누리호는 3일에 갈 수 있는 지름길을 놔두고 그 대신 5개월에 걸쳐 돌아가는 덕택에 연료의 4분의 1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연료 절약을 하여 내년 초부터 매일 두 시간에 한 번씩 달 주위를 돌면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2031년에 한국은 드디어 달에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다. 반세기 전 미국이 달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먹고 살기도 힘들었던 우리가 드디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달 탐사의 대열에 끼었다.   언젠가 인류는 화성으로 이주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화성까지 가는데 첨단 우주선으로도 편도당 7달이나 걸린다. 만약 화성으로 가는 중간 기지를 달에 건설하게 되면 사람이 화성에 가는 일이 상당히 쉬워진다고 한다. 또 달에는 향후 지구에서 500년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핵융합 발전의 원료가 되는 헬륨-3가 있다.   작년에 중국에서 달 뒷면에 착륙선을 안착시켰다. 그러자 인도도 달 탐사에 뛰어들고, 이어서 우리나라도 그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1903년 인류는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했고 고작 반세기를 넘기며 달에 첫발을 디뎠다. 갑자기 우주가 손바닥 안에 들어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지구 현재 지구 향후 지구 첨단 우주선

2022-12-02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1969년 인류는 드디어 달에 그 첫발을 디뎠다. 60억이나 되는 지구인들이 TV를 시청하며 환호했다. 우리는 곧 달나라 여행을 갈 것으로 생각했고, 조만간 유인 화성 탐사와 태양계 밖 성간 여행을 할 줄 알았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왜 그럴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처럼 우리는 우주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지구 밖 천체에 발자국을 남기자 그저 손만 뻗으면 어디든 닿을 것처럼 우주를 대했다. 그러나 우주는 생각처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천문학적인 거리에 있는 천문학적 숫자의 별을 상대하려면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했다. 농작물 재배는 힘들게 일 년만 투자하면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대학은 4년 다니면 졸업하고 취직할 수 있다. 그런데 우주 탐험은 투자의 결과가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몰라서 아주 부자 나라 빼놓고는 선뜻 덤벼들지 못했다.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고, 첨단 과학기술이 필요하고, 투자비 회수가 오래 걸리고, 위험한 사업인 우주 탐사가 지연됐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우주에 대해 참 많이 알게 되었다. 우주의 시작이 빅뱅이라는 것, 빅뱅 후 우주 급팽창이 있었다는 것,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 우주에 산재한 은하 중 우리가 속한 은하수 은하와 이웃 안드로메다은하, 태양계의 구석구석,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와 우리 우주의 미래까지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주의 규모다. 우리 생각에는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가는 것처럼 언젠가는 화성에도 가고 북극성에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상상을 했던 것 같다.     참고로 지금 첨단 우주선을 타고 달까지는 3일이면 갈 수 있다. 그런데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까지는 편도당 7달 걸린다. 게다가 현재 태양계를 막 빠져나갔다는 보이저호는 지구를 떠난 지 벌써 45년이나 지났다. 우리 태양계를 벗어나는데 반백 년이 걸린다. 그리고 우리가 속한 별인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앞으로 약 2만 년 더 날아야 도착한다고 한다. 그런 별들이 우리 은하에 무려 4천억 개 정도가 있고, 이웃 안드로메다은하에는 약 1조 개나 되는 별이 있다. 그런 은하가 수천억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고 한다.     관측할 수 있는 우주는 지름이 약 930억 광년이라고 하지만, 기껏 백 년 사는 우리에게는 무한한 거리이고 무한한 세월이다. 그런 우주는 로마자(영어) 표기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Space는 공간이란 의미도 있지만 좁은 의미의 우주를 뜻하며 일반적으로 지구 대기권 밖을 지칭하는데 쉽게 말해서 우주 비행사가 활동하는 범위, 즉 태양계 내의 공간을 말한다.   둘째, Universe는 일반적으로 물리학에서 일컫는 우주를 말하는데 우리가 보통 말하는 우주는 이 Universe다. 그러니 우주를 영어로 번역할 때 Universe라고 쓰면 된다.   셋째, Cosmos라는 단어도 있다. 철학적인 의미의 우주를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말인데 과학책에 나오는 우주가 Universe라면 철학책에 등장하는 우주는 Cosmos가 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첨단 우주선 아폴로 우주선 우주 급팽창

2022-09-2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제2의 지구를 찾아서

우리가 속한 별이 태양이다. 태양은 수소 원자 두 개가 헬륨 원자 한 개가 되는 거대한 핵융합 원자로다. 그 과정에서 미세한 질량 결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E=mc²에 의해서 막대한 빛과 열을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별은 너무 뜨거워서 절대로 생명체가 살 수 없다. 생명체는 그런 별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 위에서나 살 수 있다.     그렇다고 별의 주위를 도는 행성 모두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적당한 온도와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야만 한다. 중심 별에 너무 가깝게 있으면 뜨거워서 살 수 없고, 너무 멀리 있어도 추워서 살기가 불가능하다. 태양계에서는 우리 지구가 공전하는 궤도가 바로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이다.   우리는 먼저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지금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 화성까지 최첨단 우주선으로도 편도 당 7개월이 소요된다. 지구의 바로 이웃 행성인 화성까지의 여행도 이러한데 보이저 1호는 태양계의 끝자락까지 가는 데 무려 35년이나 걸려서 지금 막 태양이라는 별을 떠나 다른 별로 향하는 중이다.     우리의 별인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까지 빛의 속도로 4년이 조금 넘게 걸리는데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가 거기까지 가려면 7만 년이 걸리며 최첨단 우주선을 타고 가도 3만 년이나 걸리는 곳이다. 성간 여행이 아주 불가능해 보이는 이유다.   아프리카 한 귀퉁이에서 시작된 호모 사피엔스가 전 세계로 퍼지며 바닷길을 택했을 때 우리의 선조는 배에 돛을 달고 바람의 힘을 이용해 항해했다. 그리고 그 후손들도 우주여행을 할 때 똑같은 생각을 했다.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을 여행할 때 우주선에 큰 돛을 달고 태양풍을 이용해서 여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사실 Light-Sail의 아이디어는 오래 전 케플러가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갈릴레이에게 농담처럼 얘기했던 적이 있다. 미래의 무인 우주선은 크기가 신용카드보다 작다. 카메라, 전원 장치, 내비게이션, 통신 장비 일체를 장착한 그런 소형 우주선 수천 개를 발사체를 이용해서 지구 궤도 위에 띄우고 우주 공간에 큰 돛을 펼치고 그 위에 그 작은 우주선들을 고정한 다음 지구에서 강한 레이저 빔을 그 돛에 쏘아 가속하면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빛의 속도의 20% 정도까지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속력이면 우리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20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한 번 가속된 속도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계속 레이저를 쏘면 우주선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준비하는데 20년, 우주선이 성간 여행하는 데 20년이 걸리고, 두 별이 4광년 정도 떨어져 있으니 결과를 전파로 쏘아 지구까지 도달시키는 데 4년이 조금 더 걸리니 넉넉잡고 50년 후면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을 공전하는 제2의 지구가 될지도 모르는 행성 사진을 우리가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돼서 그 행성이 정말 지구와 환경이 비슷해서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하다고 해도 문제는 실제로 사람이 거기로 이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의 예를 든 것인데, 설사 빛의 속도로 난다고 해도 가는 데만 4년이 조금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지구 최첨단 우주선 지구 궤도 유인 우주선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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