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우주 돛단배
17세기에 활동했던 요하네스 케플러가 한 말이다. 그는 비록 같은 시기에 활동하던 갈릴레이나 데카르트에게 밀리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점성술에 가까웠던 천문학에 물리학을 도입하여 지금의 천체물리학을 시작한 선구자였다. 비록 상상 속 이야기였다고 해도 과학자로서 미래를 내다본 유의미한 추측이 아닐 수 없다. 실용 가능한 솔라 세일(햇빛을 이용한 항해)의 아이디어를 맨 처음 낸 사람은 '코스모스'란 TV 시리즈로 유명한 칼 세이건이다. 그는 우주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한 선구자였다.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고 관찰한다. 돌이 손을 떠나서 호수를 향해 날아갈 때 돌은 입자다. 그 돌이 수면에 떨어질 때 생긴 동심원이 호수면 위에 퍼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파동이다. 파동이란 수면 위에 보이는 여러 동그라미처럼 물리량의 변화가 어떤 주기를 가지고 공간에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하는 논쟁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모크리토스는 빛은 입자라고 생각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빛에 대한 논쟁은 뉴턴 때에 이르러 입자설이 주류가 되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빛이 입자라고 생각했는데 그 당시는 뉴턴의 권위에 그 누구도 대들 수 없던 형편이었다.
19세기에 들어와서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파동설이 슬며시 고개를 들다가, 전기의 아버지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에 의해 빛이 전자기파로 밝혀지면서 빛의 파동설이 정설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로 인해 다시 입자설이 부상하다가 지금은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양면성을 갖는다고 정리되었다.
입자로서의 빛은 그 충돌 에너지가 너무 약해서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에 쏟아지는 빛도 작은 나뭇잎 하나를 흔들지 못한다. 하지만 대기가 없고 중력이 약한 우주 공간에서는 형편이 다르다.
통통한 거미 한 마리를 잡아서 손가락에 거미줄을 몇 바퀴 감아 봐도 아무 감각이 없다. 그러나 무시해도 될 만큼 가는 거미줄이라고 해도 손가락에 수백 바퀴를 감으면 나중에 피가 안 통해서 손가락이 파랗게 변한다. 그대로 며칠 놔두면 결국 손가락을 잘라야 한다.
마찬가지로 빛의 충돌 에너지가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우주 공간에 펼쳐놓은 돛을 계속 때리면 부딪히는 광자에 포함된 운동에너지가 돛으로 옮겨져서 그 힘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는 것이 솔라 세일의 원리다. 실험은 벌써 성공했고 이제는 실용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만 남았다.
현대 우주선은 여전히 화석 연료를 산화시켜서 생기는 힘으로 난다. 하지만 우주 돛단배는 큰 돛을 펼쳐놓고 태양에서 나오는 빛 알갱이가 돛에 부딪힐 때 얻는 충돌 에너지로 비행한다.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식으로 광속의 1/5 정도를 최대 속도로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솔라 세일은 우주여행의 혁명이다. 손으로 노를 저어서 배를 움직이던 인류는 나중에는 배에 돛을 달고 바람을 이용하여 지구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이제는 태양 빛이 돛을 때리는 힘을 이용하여 우주를 여행할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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