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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4비자<한국인 전용 취업비자> 법안 통과’ 범동포 추진위원회 결성

10년 넘게 번번이 무산됐던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범동포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꾸려졌다.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가진 한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펼치고, 이번에는 꼭 E-4비자 신설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법안은 전문 교육을 받고 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전문직 취업비자를 발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다른 국가들은 이미 누리고 있는 혜택이지만, 한국 정부는 FTA 체결 당시 E-4비자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1일 ‘E-4비자 법안 통과 추진위’는 맨해튼 뉴욕한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4비자 신설법안 등을 담은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을 통과시키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뉴욕한인회 ▶한미연합회(AKUS) ▶뉴욕한인경제인협회▶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미주한인총연합회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한국무역협회(KITA) 등 8개 단체로 구성됐다.     이창무 뉴욕한인경제인협회 이사장은 “ 늦게나마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연방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 미국 내 한인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 기업, 미국 내 한인기업들은 투자는 늘렸지만, 그에 걸맞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이사장은 “수많은 한국 하청업체들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한국인 인력을 못 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각 단체의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청원운동(change.org/PartnerWithKoreaAct)을 펼치고, 지역별 연방의원을 상대로 법안 스폰서로 나서 줄 것을 독려할 계획이다. 이 법안은 현재 연방하원 30명, 연방상원 2명의 공동 발의자만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펀딩이다. H마트 등에서 참여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정작 한국 대기업 중에선 이와 같은 움직임에 선뜻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아직 없다. 이 이사장은 “펀딩을 위한 경제위원회도 곧 조직해 10만 달러 가량의 자금을 조성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주류사회 상공회의소 회장들도 참석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마크 재피 뉴욕상공회의소 회장은 “E-4 비자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며, 미국인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등교육을 받은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기업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글·사진=김은별 기자E4 E-4 E4비자 전문직비자 취업비자 미국 비자 윤석열 외교 한인회 뉴욕한인회

2024-04-02

[중국읽기] 외교관 푸바오, 돌아올까?

푸바오는 천생 외교관이다. 그의 태어남 자체가 판다 외교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상징하는 판다가 처음 한국에 온 건 1994년, 한중 수교 2년 만의 일이다. 수컷 밍밍과 암컷 리리 등 한 쌍을 보냈다는데, 나중에 밍밍이 암컷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안겼다. 오래 있지는 못했다. 아시아금융위기가 터지자 비싼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99년 돌려보냈다. 판다 한 쌍의 연간 대여료만 100만 달러다.   1983년 워싱턴 조약이 발효되며 희귀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했다. 중국은 그래서 대여료를 받고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판다 외교를 진행한다. 각국서 받은 대여료는 중국 내 판다 보호에 쓰인다는 게 중국의 설명이다. 판다의 한국 도입이 다시 거론된 건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때다. 박근혜-시진핑 정부 초기 한중 밀월 관계를 반영한다.   그 결과 2016년 3월 푸바오의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가 에버랜드 개장 40주년에 맞춰 한국에 왔다. 한데 공교롭게도 그해 7월 사드(THAAD) 사태가 터졌다. 2020년 초엔 코로나 사태가 덮쳤다. 한중 관계는 얼어붙었다. 이런 가운데 그해 7월 20일 푸바오가 용인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출생한 첫 판다로 ‘용인 푸씨’라는 애칭이 주어졌다. 운명처럼 힘든 시기 한중 관계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됐다.   푸바오는 2021년부터 공개돼 이제까지 3년여 동안 550만 시민을 만났다. 그런 푸바오가 내달 3일 한국을 떠난다. 멸종위기종 보전 협약에 따라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규정에 따라서다. 지난 3일까지 진행된 작별 만남의 열기는 뜨거웠다. 오전 10시 개장이건만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푸바오로선 한중 우호를 잇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셈이다.   한데 그가 중국으로 간다고 임무가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한국에선 조만간 푸바오가 잘 있는지를 보러 중국으로 갈 여행단이 조직되지 않을까 싶다. 벌써부터 푸바오의 신랑감 판다가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 내 식지 않는 푸바오 열기는 중국에 뜻밖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푸바오가 행여 제대로 중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그 비난의 화살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법은 간단하다. 푸바오를 다시 한국으로 파견하는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에는 한국에 몇 번씩 와 일하는 외교관이 많다. 푸바오에게도 한국에서 다시 근무할 기회를 주면 된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외교관 한국 도입 한중 관계 판다 외교

2024-03-25

[칼럼] 미국의 오랜 고립주의가 돌아오고 있다

“미국은 지쳤소. 그러니 이제부터 당신네 지역은 당신들끼리 알아서 잘해보시오.”   어느 날 미국 대통령이 유럽, 아시아, 중동의 동맹국 지도자들에게 그렇게 통보하고 미군도 철수했다고 상상해 보자. 그러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미 제국주의자들의 횡포가 끝났다고 좋아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마저 철저하게 실망할 상황들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   권력은 공백을 싫어한다. 미국이 빠져나간 공백을 미국의 경쟁국들이 파고들 것이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중동에서는 이란이다. 민주주의나 인권의 가치를 무시하는 이들 국가들이 지역 패권이 되면, 그들의 권위주의 정치체제도 주변 국가들로 서서히 확산될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지금의 국제정치 상황이 그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올 11월 5일 미국 대선이 결정적인 분기점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책정한 610억 달러 상당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했다. 트럼프 후보는 당선되어 취임하면 곧바로 우크라이나에서 빠져나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는 사이, 전쟁은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다가 만일 러시아에게 점령지역을 양보한 채 휴전이 된다면, 그것은 실질적인 푸틴의 승리를 의미한다. 그 경우 자유주의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해 온 미국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아마도 4~5년쯤 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전략적으로 방어하기 힘든 발트국가들을 다음 타깃으로 공격할 것이다. 미국 없이 유럽 나토 국가들이 홀로 대응하기 힘들 것이고, 나토의 와해와 함께 유럽은 서서히 러시아의 영향권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승리의 효과는 곧바로 동아시아 대륙으로 파급될 것이다. 중·러 협력은 더욱 힘을 얻고, 미국의 의지 약화를 감지한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더욱 과감해질 것이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트럼프 치하의 미국은 대만 보호를 위해 중국과 전쟁을 불사할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에게 더 시급한 문제는 북한이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10월 이래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해 온 북한은 더욱 의기양양해질 것이다.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가 약화되는 것을 감지하고 오판할 가능성도 훨씬 커질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고립주의, 우크라이나 전쟁, 한국의 안보는 서로 직결되어 있다.   미국이 설마 고립주의로 갈까? 그러나 미국의 고립주의는 국제주의 외교보다 역사가 훨씬 길다. 1776년 건국 때부터,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 그리고 1차 세계대전 때 잠시 참전한 것을 빼놓고는,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격 때까지 고립주의 외교로 일관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1796년 이임사에서 미국은 외국과 어떤 동맹도 맺지 말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자연 장벽이 미국을 보호해 주기에, 타 대륙의 일에 관여할 필요 없이 홀로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스페인과의 전쟁이나 1차 대전 참전 결정도 대단히 인기가 없었다. 1차 대전 후에는 전쟁 후유증으로 더욱더 고립주의로 갔고 1940년대 초에 정점에 달했다. 지금처럼 그때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나치가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프랑스까지 점령하게 되었는데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처칠의 간청을 외면한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진주만 공격을 받고서야 움직였다.   미국 외교사의 수면 아래 잠겨있던 고립주의가 지금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고립주의자들은 고립이 가져올 부메랑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상업적 연계는 모두와 하고, 정치적 연계는 아무와도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때는 그래도 되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미국이 타 대륙에서 발을 빼면 권위주의 국가들이 지역 패권을 잡는 과정에서부터 정치적, 경제적 혼란이 커질 것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경제적 적대로 이어져, 미국에 타격을 줄 것이다. 트럼프 후보가 주장하는 10% 일괄 수입 관세에도 대상 국가들이 분명 보복할 것이다. 국제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기후변화, 팬데믹, 이민 같은 문제들을 놓고 모두 각자도생으로 간다면, 2~3년 전 코로나 팬데믹 때처럼 미국도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가 시대적 흐름이기에, 트럼프 후보의 지지도가 높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트럼프 당선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인기 없는 81세 후보의 출마를 말리지 못했다며 민주당 간부들을 트럼프 후보에 휘둘린 공화당 간부들이나 마찬가지로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난세에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대책들을 모색할 수 있겠지만 최우선 과제는 통합이다. 국민과 정치지도자들이 냉전적 이념이나 진영논리, 정파 싸움에 빠져 분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분열하면, 국민의 의지와 에너지를 한군데로 모으지 못하고 기민하게 전략적 외교로 대응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난세를 극복하지 못해 망한 것이 조선이었다. 그런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윤영관 /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칼럼 미국 고립주의 고립주의 우크라이나 고립주의 외교 트럼프 후보

2024-01-23

[워싱턴 읽기]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이 남긴 궁금증

2009년 출범한 오바마 정부 앞에 중국은 공룡이 되어 나타났다. 9·11사태 이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중국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 커졌다. 미국의 위치가 흔들릴 정도였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서 외교·군사 전략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겼다. 소위 오바마의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전략이다. 백악관은 미국이 태평양 강국임을 선언하면서 우선 중국의 팽창을 지역에 묶어두기로 했다. 일본 내 미군 기지를 정비했고 호주에 해병대를 배치했으며, 필리핀 군사기지를 확장했다. 환태평양 12개국을 중국에 대항하는 체제로 묶었다.     중국은 이를 냉전 방식의 중국 봉쇄로 이해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주장을 강화하고 대만을 겨냥 ‘하나의 중국’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시진핑 체제가 되면서  더 강화됐다.       중국을 지역에 묶어두기로 한 백악관과 국무부 내 전략가들의 공통점은 일본 중심주의자들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보좌진은 커트 캠벨, 엘리 래트너, 제이크 설리번, 앤소니 블링컨, 제프리 프레스콧, 사만타 파워, 웬디 셔먼, 다니엘 럿셀 등이었다.       오바마 정부 외교·안보팀의 ‘중국 묶어두기’ 전략 핵심 가운데 하나가 한·일 관계의 밀착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못할 것이 없었지만 한국은 사정이 달랐다.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묵인, 2002년 발생한 ‘미순·효순이 사건( 한국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압사)’ 등으로 반미 감정이 남아있었고,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바로 잡기 운동으로 한·일 관계도 껄끄러웠다. 양국은 일본군 강제 위안부, 강제 노역, 독도 영유권, 동해 표기 문제 등으로 갈등이 격화됐다.   일본은 지속된 경제 침체로 우파가 정권을 장악했다. 고이즈미에 이어 아베가 총리에 올랐다. 미국은 한·일 관계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팀은 한국대사관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을 타진했다.       아베가 총리 복귀 후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있을 무렵 미국의 ‘중국 압박·봉쇄 전략’ 실무 핵심인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이 서울을 방문했다. 당시 셔먼 차관은 “과거의 적을 비난해서 값싼 박수를 얻고 있다”며 일본군강제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국 정부와 국민을 비판했다. 아베의 워싱턴 방문과 한·미·일  3각 동맹이란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셔먼의 이 발언은 한국은 물론 미주 한인사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인들은 연방의회로 달려갔다. 한인들의 성화에 연방의원들은 국무부에 “미국에 인권을 앞서는 어떤 전략도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국무부도 진실에 기초한 과거사 정리 없이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밀착시키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며 한 발 물러섰다.       바이든의 외교·안보팀이 2021년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중국은 더 위협적으로 커졌다. 바이든은 대통령 선거 당시 동맹을 결속시켜 망가진 국제 사회 내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미국의 외교 전략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문제는 더 중요해졌다. 백악관엔 캠벨이, 국무부엔 셔먼이 다시 중심에 포진했다. 이들의 동북아 외교 전략 공통점은 일본을 중심으로 하고 한국을 달래 끌어들인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그리고 얼마 후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곧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에서 국무부 내 2인자로 등장했던 셔면 부장관은 지난달 사임했다. 셔먼 부장관의 사임과 관련 “우선 할 일은 했다는 선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이 발표되었고, 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여러분, 내가 행복해 보인다면 그것은 정말로 행복하기 때문”이라며 회담 결과를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새 시대를 열었다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사실인 강제위안부 문제, 강제 노역 문제, 독도 문제는 어떻게 돌파했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고 누구도 묻지 않는다.     이런 의문을 갖는 필자가 이상한 것일까?    김동석 / 한인유권자연대 대표워싱턴 읽기 데이비드 정상회담 정부 외교 전략 핵심 한국 여중생

2023-08-22

[노트북을 열며] 외교의 귀환, 샴페인은 이르다

지난달 18일 프랑스 파리 외교부 청사. 보안검색대를 지나 본 건물로 이어지는 복도엔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을 담은 액자들이 빼곡했다.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꿋꿋이 출근하는 여성, 아빠의 손을 꼭 잡은 소녀의 표정은 담담해서 되레 슬펐다. 국민의 삶을 평온히 지키는 것이 외교의 숨은 역할이라는 점을 웅변했다.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프랑스의 외교부가, 모든 방문객이 지나가는 이 복도에 이들 액자를 걸어둔 의미는 크다. 미·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외교를 리드하겠다는 포부가 엿보였다. 프랑스 외교부는 이번에 한국뿐 아니라 인도·일본·호주의 주요 매체 기자들을 초청했다. 외교부와 대통령실 엘리제궁의 고위·실무 관료들, 그리고 관련 학자들은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다. 이들은 궁금해했다. 한국의 인·태 정책 조직은 어떻게 꾸려졌고, 예산은 어떻게 되는지.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한·일 정상회담은 의미가 컸다. 그러나 샴페인은 여기까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를 듣고 박수를 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횡성 한우 불고기를 두 접시 비웠다고 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매듭이 풀리진 않는다. 매듭을 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에 만족해선 안 될 일이다. 북한을 위한 외교가 아닌 한국 자신의 국익을 위한 외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제정세의 체스판은 한국에 절대 유리하지 않다. 어찌 보면 격동의 구한말만큼, 아니 그보다 더한 외교 난타전이 펼쳐질 것이다. 최근 찾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일본과 조선의 운명을 가른 씨앗은 이곳에서 움텄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등 조슈(長州) 출신 5인, 일명 ‘조슈 파이브’가 밀항을 감행하며 서구 문물을 배우고 일본 경제와 산업 발전의 초석을 닦은 곳이다. 한국엔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정신적 지주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며, 정한론(征韓論) 등으로 반일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곳이지만,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의 국익을 위해 돌아볼 점은 분명히 있다. 이곳에서 만난 가이드, 와타나베는 “‘조슈 파이브’는 서구 문물을 밤낮으로 흡수하며 새로운 나라 건설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라고 자부했다. 외교의 문을 걸어 잠그고 쇄국의 막다른 길을 택한 조선의 오판이 떠올랐다.   동북아가 들끓고 있다. 윤 정부의 실리 외교 귀환이 반갑다. 하지만 자화자찬은 금물이다. 숨 가쁘게 변하는 세계 외교에 동참하려면 더욱 예민한 촉수를 세워야 한다. 국익과 실리, 잠시라도 방심할 틈이 없다. 최소한 100년 전과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팀장노트북을 열며 샴페인 외교 프랑스 외교부 실리 외교 외교 난타전

2023-05-10

[중앙칼럼] 외교에 일타쌍피는 없다

고스톱을 칠 때는 누구나 일타쌍피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외교에선 화투패 한 장을 내고 피 두 장을 가져올 수 없다. 외교의 원칙은 ‘기브 앤 테이크’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26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는 한국이 핵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이 핵 자산을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실효적 강화다.   한국 국민 사이에선 한국의 독자 핵무장 여론이 확산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민 중 일부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경제적 고통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나, 이는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를 상대로 한 외교에서 일타쌍피를 취하겠다는, 매우 비현실적인 희망이다. 당연히 한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자는 이도 있다. 독자 핵무장보다는 현실적이나, 동북아 정세 급랭을 포함한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5일 한국 순방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굳건한 약속을 실현,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미동맹은 계속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할 것을 원한다”며 “평화롭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오래된 차이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커비 조정관이 정상회담 하루 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언급했으니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할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한다. 결국 현재로선 한, 미 정상이 회담 이후 어떤 형태든 현재보다 진전된 확장억제 방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국민 중 상당수가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지만, 미국은 여전히 확장억제 강화를 최선책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국무부 산하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22일 ‘워싱턴 톡’ 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군사 담당 부차관보에게 한국의 핵무장 등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유튜브로 시청한 대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콜비 전 부차관보의 확장억제에 관한 시각이다. 그는 냉전 시대엔 소련의 위협이 너무 커 미국이 자국 도시들을 희생해서라도 이익을 지키겠다고 할만했으며, 미국과 대등한 초강대국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할 수 있지만 북한은 미국에 옛 소련이나 현재의 중국처럼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한반도에 국한돼 일어나는 일은 미국인들이 많은 도시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할 만큼 큰 위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 상황은 확장억제를 지탱할 수 없도록 만드는 압박을 준다. 흔히 말하는 더 많은 확신이나 협의보다 나은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 방법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인혼 전 특보도 현재의 어려움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안감을 이해한다고 전제했지만, 북한을 억제하는 핵심적 역할은 한미 동맹이며 미국의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아인혼은 핵무장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며 중국을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 또 확장억제 약속을 넘어서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그 해법은 핵무장이 아니라 미국의 핵 운영 계획과 의사 결정에 한국을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확장억제가 한층 강화되면 한국의 핵무장론은 다소 수그러들겠지만, 동북아 정세 변화에 따라 언제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동북아 정책을 펴나가는 데 필수적인 동맹국이다. 양국 정상의 발표가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주길 바란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외교 확장억제 강화 확장억제 의지 확장억제 방안

2023-04-25

[중앙시론] 국민을 화나게 한 외교협상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북한외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이 희망을 걸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에 또 속았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었다. 결국 70%의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북한 외교에 답답해하고 화가 났다.  그렇게 잘해주고 맨날 뒤통수만 맞는 정부가 바보로 보였다.     이젠 윤석열 정부 때문에 70%의 국민이 복장이 터지고 있다. 북한이 일본으로 바뀐 것뿐, 뒤통수 맞고 상대에게 제대로 얻을 것도 못 얻고 큰소리 못 치는 건 문재인 정부와 판박이다.     왜 북한과 일본에 환심을 사기 위해 줄 거 다 주면서 우리가 정작 얻을 건 제대로 얻지 못하는 걸까. 상대를 완전히 오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컵의 반을 채워주면 나머지 반을 채워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전쟁과도 같은 외교 협상에선 금물이다.  우리가 선의로 상대를 대하면 상대도 우리에게 같은 선의를 보이겠지라는 순진함 역시 금물이다.     이런 기대감과 순진함은 상대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환상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그동안의 역사나 통계 같은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상대가 대략 어떤 식으로 움직일 거라는 걸 파악해볼 수 있다. 북한이나 일본이 우리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덥석 잡고 “손에 손잡고”를 부르며 평화를 추구할 상대들이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수에도 근거 없는 환상에 의존하며 민족의 운명을 걸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 줄 것이라는 착각으로 인해 큰 낭패를 본 대표적인 인물이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은 엄청난 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러시아를 침공했다. 나폴레옹은 모스크바만 점령하면 차르가 협상을 요청해 올 것이고 이를 이용해 얻을 거 얻은 후에 전쟁을 끝내고 겨울이 오기 전에 돌아간다는 전략을 구상했다.  그는 당시 러시아 차르는 자기와 말이 통하는 개혁군주라고 판단했으며,  러시아가 자신에게 어깃장을 놓는 것은 차르를 둘러싼 기득권 귀족들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모스크바를 점령하면 차르가 협상을 위해 찾아올 거라고 믿었던 나폴레옹은 모스크바에서 황금 같은 5주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물렀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차르로부터 소식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폴레옹은 갑자기 차가워진 아침 공기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서리를 보며 문뜩 깨달았다. “망했다.” 나폴레옹은 부랴부랴 철수를 명령한다.  그 뒷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다.     협상을 해야 할 상황은 외교와 전쟁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겪게 된다. 필자도 업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상대와의 협상이다. 노동법 관련 일을 주로 하다보니 거의 매주, 상대방 변호사, 정부 관계자, 또는 상대방 직원하고 직접 협상을 벌인다.     개인적으로 깨달은 협상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움직여줄 거라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적게는 3가지,  많게는 5가지까지 생각하면서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책을 세운다.     가끔 상대가 우리의 배스트 시나리오로 들어올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확률이 훨씬 높다.  왜냐하면 양측의 이익이 극단적으로 상충하기 때문에 상대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힘으로 눌러서 하는 것이 아닌 통상적 협상의 타결 방식은 결국 주고받기다.  그 주고받기는 무조건 주고받기가 아니라 조건부 주고받기다.     한국의 진보·보수 정권은 모두 북한과 일본 문제에서 우리가 선의로 대하면 상대도 그만큼 선의로 대응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협상을 해왔다. 협상이란 우리가 주는 것보다 더 받으려는 냉철한 계산 하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 절반이라도 얻을 수 있다. 김윤상 / 변호사중앙시론 외교협상 국민 상대방 변호사 외교 협상 통상적 협상

2023-04-17

[중앙시론] 국민을 화나게 한 외교협상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북한외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이 희망을 걸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에 또 속았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었다. 결국 70%의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북한 외교에 답답해하고 화가 났다.  그렇게 잘해주고 맨날 뒤통수만 맞는 정부가 바보로 보였다.     이젠 윤석열 정부 때문에 70%의 국민이 복장이 터지고 있다. 북한이 일본으로 바뀐 것뿐, 뒤통수 맞고 상대에게 제대로 얻을 것도 못 얻고 큰소리 못 치는 건 문재인 정부와 판박이다.     왜 북한과 일본에 환심을 사기 위해 줄 거 다 주면서 우리가 정작 얻을 건 제대로 얻지 못하는 걸까. 상대를 완전히 오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컵의 반을 채워주면 나머지 반을 채워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전쟁과도 같은 외교 협상에선 금물이다.  우리가 선의로 상대를 대하면 상대도 우리에게 같은 선의를 보이겠지라는 순진함 역시 금물이다.     이런 기대감과 순진함은 상대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환상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그동안의 역사나 통계 같은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상대가 대략 어떤 식으로 움직일 거라는 걸 파악해볼 수 있다. 북한이나 일본이 우리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덥석 잡고 “손에 손잡고”를 부르며 평화를 추구할 상대들이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수에도 근거 없는 환상에 의존하며 민족의 운명을 걸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 줄 것이라는 착각으로 인해 큰 낭패를 본 대표적인 인물이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은 엄청난 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러시아를 침공했다. 나폴레옹은 모스크바만 점령하면 차르가 협상을 요청해 올 것이고 이를 이용해 얻을 거 얻은 후에 전쟁을 끝내고 겨울이 오기 전에 돌아간다는 전략을 구상했다.  그는 당시 러시아 차르는 자기와 말이 통하는 개혁군주라고 판단했으며,  러시아가 자신에게 어깃장을 놓는 것은 차르를 둘러싼 기득권 귀족들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모스크바를 점령하면 차르가 협상을 위해 찾아올 거라고 믿었던 나폴레옹은 모스크바에서 황금 같은 5주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물렀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차르로부터 소식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폴레옹은 갑자기 차가워진 아침 공기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서리를 보며 문뜩 깨달았다. “망했다.” 나폴레옹은 부랴부랴 철수를 명령한다.  그 뒷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다.     협상을 해야 할 상황은 외교와 전쟁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겪게 된다. 필자도 업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상대와의 협상이다. 노동법 관련 일을 주로 하다보니 거의 매주, 상대방 변호사, 정부 관계자, 또는 상대방 직원하고 직접 협상을 벌인다.     개인적으로 깨달은 협상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움직여줄 거라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적게는 3가지,  많게는 5가지까지 생각하면서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책을 세운다.      가끔 상대가 우리의 배스트 시나리오로 들어올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확률이 훨씬 높다.  왜냐하면 양측의 이익이 극단적으로 상충하기 때문에 상대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힘으로 눌러서 하는 것이 아닌 통상적 협상의 타결 방식은 결국 주고받기다.  그 주고받기는 무조건 주고받기가 아니라 조건부 주고받기다.     한국의 진보·보수 정권은 모두 북한과 일본 문제에서 우리가 선의로 대하면 상대도 그만큼 선의로 대응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협상을 해왔다. 협상이란 우리가 주는 것보다 더 받으려는 냉철한 계산 하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 절반이라도 얻을 수 있다.     김윤상 / 변호사중앙시론 외교협상 국민 상대방 변호사 외교 협상 통상적 협상

2023-04-12

영 김 의원, 한인 최초 하원 소위 위원장 선출

영 김 연방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사진)이 3일 연방하원에서 한미 외교 현안을 다루는 외교위원회 산하 인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에 선출됐다.   한미 관계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대만과의 민감한 외교 쟁점 등을 다루는 주요 의회 직책인 인도·태평양 소위 위원장을 한인 의원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 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17대 의회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외교 문제를 ‘아시아·태평양·중앙아시아·비확산 소위’에서 다뤘으나 이번 118대 의회에서는 그 명칭이 ‘인도·태평양 소위’로 변경됐다.   재선인 영 김 의원은 “미국의 국가 안보는 우리 삶의 방식을 보장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아메리칸드림을 보호한다”며 “이를 위해 미국은 동맹의 신뢰를 확보하고 적에게는 두려움을 줘야 하며 우리 지도자들의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외교 정책 결정은 미국의 미래를 결정하고 미국이 세계 무대에 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 김 의원은 “세계 인권 증진,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들에 대한 지지 활동, 동맹국과의 자유 무역 강화 등을 위해 겸허한 마음으로 이 중요한 소위 위원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포부를 강조했다. 이어 한미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맡아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이클 매콜(공화·텍사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영 김 소위 위원장과 함께 이 지역(인도·태평양)에서 중국 공산당의 강압과 공격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을 기대한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내 외교 인력과 미군에 대한 지원,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미국 행정부에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출신인 영 김(한국명 김영옥) 의원은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친한파 정치인 에드 로이스 전 하원의원의 보좌관으로 20년 넘게 일하며 정치력을 키웠다.   그는 연방의회 입성 이후 하원 외교위에서 활약하며 한미의원연맹 부활에 앞장서는 등 한미 관계의 가교를 자임했다.   117대 의회에선 아시아·태평양 소위(현 인도·태평양 소위) 공화당 간사와 중국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회기 영 김 의원은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헤어진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의 상봉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 등에 중점을 두고 의정 활동을 전개했다.   아울러 대만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기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무기 인도를 촉진하는 법안,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인권 지원법 등의 처리도 주도했다.위원장 한인 하원 외교위원장 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 태평양 외교

2023-02-03

[J네트워크] 설리번의 ‘중산층 외교’ 다시 읽기

‘미국의 외교정책을 중산층에 더 적합하게 만들기’(카네기 국제평화재단, 2020년) 보고서를 처음 봤을 땐 으레 선거철 나오는 자료집 정도로 여겼다. 제목도 워싱턴 엘리트에 대한 반감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들렸다.   이후 집필에 참여한 살만 아메드는 국무부에 들어갔고, 제이크 설리번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됐다. 2년여가 지난 지금 보니 그간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이 보고서 내용을 착실히도 따랐다.   미국은 사회·경제 모든 면에서 중산층이 핵심인데, 그간 미국 외교는 이와 괴리됐다는 문제의식에서 보고서는 출발한다. 세계화는 일부 기업만 살찌우고 미국 내 수백만 제조업 일자리를 없앴다. 따라서 앞으로 외교는 중산층의 수입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 관계가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경쟁을 관리하면서도 경제·기술 패권을 쥐려는 시도에 반격해야 한다고 적었다. 안보를 지키기 위해선 공급망에 대한 보호조치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잘 안다며 위기 순간에 먼저 전화를 걸면서도, 뒤에선 CIA ‘중국미션센터’, 국무부 ‘차이나 하우스’를 만들어 이전 정권보다 더 견제에 나선 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북미산에만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특정국에 시설 투자를 막는 반도체법 등 무역규정을 무시하는 듯한 입법을 거리낌 없이 추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도 “규탄하지만 대화에 열려있다”는 대응을 반복하고, 여러 갈등에 현상 유지만 바라는 듯한 모습이었던 것은, 앞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은 덜 야심 차 보일 것’이라고 예고한 보고서 내용과 맞닿아 있다.   보고서는 이 전략을 실행하는 데 무엇이 걸림돌일지도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 보조를 맞춰야 할 동맹들이 미국을 믿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정권만 바뀌어도 약속이 지켜질 거란 확신이 없다 보니, 동맹들은 미국과 좋은 관계는 유지하되 중국이란 옵션 역시 놓지 않으면서 위험을 분산하려 한다고 봤다.   최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IRA가 “너무 공격적”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시 주석을 만나고 온 독일 숄츠 총리는 “중국을 고립시켜선 안 된다”며 슬쩍 중국 편을 들었다. 보고서가 우려한, 동맹 신뢰에 균열이 가고 있는 모습이다. 과연 미국은 ‘중산층을 위한 외교’라는 실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동맹의 관심을 온통 집중시킨 IRA에 바이든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가 그 중간평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설리번 중산층 중산층 외교 제이크 설리번 그간 외교

2022-12-25

외교·안보·경제…새벽 0시부터 바쁜 일정

윤석열 대통령은 제20대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임기를 시작한 10일 0시(이하 한국시간)부터 그야말로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의 법적인 권한과 역할인 통치권을 공식적으로 넘겨받게 되는 윤 대통령은 이날 0시에 용산 대통령실 ‘지하벙커’에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으며 집무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첫 업무로 합참 보고를 받는 것은 국내외 국군의 근무상황과 군사대비태세를 국가지휘통신망을 통해 가장 먼저 보고받음으로써 군 통수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후 서초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뒤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로 일정을 재개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도 참배 일정부터 동행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오전에 자택을 나서며 지역 주민들과 별도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 내외는 참배 후 곧장 취임식이 열리는 여의도 국회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쯤부터 취임식 본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내빈 환송까지 약 1시간가량 머물렀다.   취임식이 끝나는 정오를 즈음해 용산 집무실로 이동해 외빈접견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주요국 공식 외교사절단과 면담이 이어졌다. 새 집무실에서 열리는 첫 행사였다.   윤 대통령은 이후 여의도로 되돌아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리는 경축행사에 참석했다.   이어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개최된 외빈초청 만찬까지 끊임없이 ‘취임식 외교’에 집중했다. 만찬에는 각국 외교사절단과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   용산벙커서 군통수권 인수     O...윤석열 대통령은 10일 0시를 기해 제20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지하에 자리한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 상황실에서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를 받으며 공식 집무에 돌입했다.   군 통수권 인수는 국가원수로서 법적인 권한과 역할을 넘겨받는 핵심 절차다.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취임일에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이나 자택에서 합참 보고를 유선상으로 받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이와 달리 이른바 ‘용산벙커’ 보고를 택한 것은 정권교체기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하고 북한의 무력 시위에 따른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이 열리는 곳으로 원래 청와대 지하벙커에 있었으나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용산 청사에 새롭게 설치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의전·경호 수준도 이날 0시부터 국가 원수로 격상됐다.       ━   만찬주로 전통주 선보여       O...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장에는 국내에서 제조된 전통주 6종이 선보였다. 그동안 청와대 만찬장에는 해외 와인이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국내 증류주가 주로 쓰였다. 이번 만찬에는 도수가 약하면서도 전국 각지 농산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한국 와인이 주로 선택됐다.   10일 오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릴 만찬에는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외국 사절단 대표, 5대 그룹 총수 등이 귀빈으로 참석한다.     공개된 만찬주는 ▶강원 홍천의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 와인 ▶경기 양평의 ‘허니문’ 와인 ▶제주의 ‘니모메’ ▶전북 무주의 ‘붉은진주 머루’ 와인 ▶충북 영동의 ‘샤토미소 로제스위트’ 와인 ▶경남 사천의 ‘3004’ 와인 등 모두 6종이다. 알코올 도수는 8~12도 사이다. 홍천의 사과와 양평의 꽃꿀, 사천의 키위 등 지역 농산물로 만든 우리 술이다. 6종 모두 전통주산업법에 따라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아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정부가 지난 1998년부터 전통주를 중심으로 온라인 주류 판매 규제를 점차 완화해왔기 때문에 일반 온라인 쇼핑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   보신각 타종과 함께 ‘첫 발’     O...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개시를 알리는 타종 행사가 10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렸다.   조수빈 아나운서 사회로 진행된 타종 행사는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는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전날 밤 11시30분 아카펠라 그룹 ‘제니스’의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의 인터뷰 끝에 10부터 0까지 표시하는 카운트다운 영상이 상영됐고 지지자들의 환호성 속에 첫 번째 종이 울렸다.   이날 타종에는 국민대표 20명이 참여했다. 지역, 세대, 직능을 비롯해 다문화, 탈북민, 귀화 국민 등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대표성을 고려해 선발한 대표들이었다.   이들은 5명씩 4개 조로 총 33회에 걸쳐 보신각 종을 쳤다. 33회 타종으로 도성 8문을 열었던 ‘파루(罷漏)'의 전통에서 착안했다고 한다.외교 안보 용산 대통령실 대통령 내외 참배로 일정

2022-05-09

[시론] 윤·바이든이 만나면 어떤 말을 할까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이렇게 상상해 본다.   ▶윤석열 대통령=환영합니다. 나의 취임식 후 바로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동맹들과 자유 수호를 위해 함께할 일을 논의하는 건 늘 기쁩니다.   ▶윤=전 세계에서 유일한 한·미 연합군의 구호는 ‘같이 갑시다’입니다. 새 정부 구호도 같습니다. 한국 외교 정책의 방향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잘 압니다만, 이제 한국은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민주 가치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 더 번영하는 세계를 위해 이제 ‘같이 갈 것’입니다.   ▶바이든=전임자께서 중국·러시아·북한을 건드리지 않으려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 듯도 했지만 지리적 상황을 보면 이해도 됩니다. 중요한 건 한·미관계가 굳건하다는 것이죠. 미국에 한국보다 좋은 우방은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여러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윤=새 정부는 역내 및 글로벌 무대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려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국의 안보에도 직접 영향을 주는 일입니다. 자유 국가 국민이 독재국의 침공에 맞서는 모습은 한국 등 전 세계에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살상 무기를 지원한 31개국에 감사 인사를 전할 때 한국이 빠진 것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6·25전쟁 때 자유 세계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한국이 어떻게 됐겠습니까. 개량된 대포병레이더와 다른 타격수단 지원을 오늘 발표하려 합니다.   ▶바이든=오늘 발표로 한국도 캐나다, 호주 등 70년 전 한국을 지키려 피 흘린 우방국과 나란히 서게 됐습니다. 민주국가와의 강한 유대는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는 길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이나 침공을 저지하고, 기회가 온다면 외교적 해결에도 전력할 것입니다.   ▶윤=외교적 해결 기회가 오겠지만, 현재 북한은 도발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한·미·일 3자 협력과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하려 합니다. 한·일관계 회복도 매우 중요합니다. 인수위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이 기시다 총리와 건설적인 대화를 했습니다. 일본의 조야가 초당적으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과시한 건 전례없는 일입니다. 일본이 전향적 태도를 취하도록 조용히 역할 해 준 것, 감사합니다. 최근 ‘한·일 현인(賢人) 회의’를 만들어 양국 미래를 설계하자는 안이 나왔습니다. 기시다 총리와 이 회의체를 통해 강제징용 문제를 잠시 뒤에 놓고 공동의 가치와 이익에 기초한 관계로 재설정하자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바이든=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말씀 주십시오. 박진 외교장관이 블링큰 국무장관에게 인도·태평양의 회복력 증진에 한국이 더 나서겠다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윤=중국의 눈치를 보는 소위 ‘전략적 모호성’은 결과적으로 한국이 역내 미래와는 무관한 국가로 비쳐지게 했습니다. 한국은 미국·일본·호주 등과 동남아 경제를 위한 인프라 기금, 군사 역량 강화에 협력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쿼드 협력에도 관심이 많은데, 사안별 협력이 될 것 같습니다.   ▶바이든=한국과 캐나다·영국·프랑스,동남아 국가들이 가입하면 좋겠는데 인도가 급작스러운 확대에 신중한 입장이라, 말씀대로 한국이 역량과 영향력을 미칠 분야에 협력을 집중하면 큰 변화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윤=한국은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도 고려 중입니다. 미국이 경제 규범 형성에서 리더십을 되찾는 게 역내 국가들에 중요합니다. 도쿄에서 발표하신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가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시론 한국 외교 자유 세계 자유 국가

2022-05-06

[시론] 바이든 행정부 외교 정책의 ‘수읽기’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랑이는 예상과는 달리 200kg의 육중한 몸을 날려, 순식간에 목표를 제압한다. 이 정글의 법칙은 국제사회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초강대국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국제 정세를 살펴보자. 미국과 중국은 차세대 글로벌 패권을 두고 다툼이 치열하다.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두 나라의 경제 격차는 2020년 기준 두 배 정도. 과거보다 많이 줄었지만 아직은 미국이 절대 우위다. 이밖에 하드 및 소프트 파워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호랑이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고는 결코 중국과의 전쟁에 쉽게 승리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무대의 핫 이슈다. 외견상 일촉즉발 양상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국방 전력 면에서 러시아는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전선을 확대할 경우 미국이 감당해야할 피해도 그만큼 커진다.     손자는 ‘모공편’에서 적을 공격할 때는 적어도 군사력이 5배는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법칙은 군병의 숫자보다 무기의 첨단화가 지배하는 현대전에서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않는 이상 공격의 피해도 크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게다가 지정학적으로도 불리하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동아시아에 이어 동유럽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중국에 초점을 맞춰도 다소 힘든 상황이다. 바둑 격언에도 ‘곤마를 만들지 말고, 빨리 안정시켜라’는 말이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전쟁을 불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국제 정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미국 주류언론에선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관여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후 외교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런 그가 왜 삼척동자도 아는 실수를 범하고 있을까? 트럼프 전대통령과 가까웠던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국을 사실상 사면하려는 속내라고 외교전문가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단순히 미국민들의 정서를 달래기 위한 국내 정치용 제스처라는 일각에서의 비판도 설득력이 있다.   동계올림픽이 지난 4일부터 시작해 20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 당국은 이번 올림픽을 ‘굴기(Rising)’의 시점으로 삼고 있다. 만일 바이든 전략이 중국의 승천을 방해하기 위해서라면? 가능한 얘기다. 바이든은 일찌감치 베이징에 공식 방문단을 파병하지 않기로 선언, 김 빼기에 들어간 바 있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부추겨 올림픽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사태 속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저조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중국의 굴기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다.   이 같은 유추로 어쩌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퍼즐도 풀 수 있다. 북한은 올 들어 연이어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 발사된 화성12호는 최대 사거리 5000km정도로, 미군 기지가 있는 괌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분명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었는데도 미국은 그다지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실효도 없는 제재조치와 힘없는(?) 유엔결의만 남발할 뿐이다.   이 상황은 올림픽의 관심을 주변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설명이 가능하다. 아닌 게 아니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예전처럼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관여정책이나 북한 미사일 발사 방치는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일 수도 있다. 과연 중국을 잡기 위한 묘수일까, 아니면 군사적, 외교적 해결이 힘에 부쳐 나온 고육지책일까. 바이든의 수읽기가 궁금하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시론 행정부 외교 외교 사회 대북정책 퍼즐 우크라이나 위기

2022-02-09

[시론] 세계 민주주의 리더, 미국의 귀환

지난 9~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민주주의 정상회의’(화상)가 열렸다. 세계 정상들과 초청자들은 권위주의 확산의 저지, 부패 방지, 인권 존중 3대 의제를 놓고 독재에 대항해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역설했다.   111개 초청국 중 민주주의 성적표가 좋지 않은 이라크·콩고는 들어가고 터키·헝가리는 빠지는 등 기준이 모호했다. 힌두 포퓰리즘으로 인도 민주주의 질을 떨어뜨린 나렌드라 모디 총리나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을 초청한 것은 지정학적 고려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정상회의에 앞서 중국은 돈과 소수가 지배하는 미국 민주주의보다 ‘중국 민주주의’야말로 인민 다수를 위하고 감염병 문제도 더 잘 해결하는 체제라는 백서와 선전물을 내놓았다. 이 회의에 신경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주도의 대표적 민주주의 다자회의로는 2000년 시작한 ‘민주주의 공동체 회의’가 있다. 미국은 2017년에 8차 회의를 주관하게 돼 있었는데 당시 민주주의 의제에 관심이 없었던 트럼프 행정부는 회의 규모를 대폭 축소해 조용히 치렀다. 이러한 점에서 정상급으로 격상된 이번 회의는 세계 민주주의 리더로서 미국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민주주의 외교는 어려운 조류 속에서 시작됐다.     첫째, 민주주의가 수세에 몰렸다. 지난 15년간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 소수 집단에 대한 자유와 인권 침해, 언론 자유 억압, 정치적 반대자 탄압, 사법부 무력화 등 전제주의 확산에 민주 진영은 위기감을 갖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으로 쳐들어가는 등 문제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민주주의 역행 흐름을 되돌리고자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재생을 이 시대의 결정적 도전이라고 이번 회의에서 말했다.   둘째, 미국이 중국·러시아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동유럽으로 퍼지면서 중국식 체제를 대안 모델로 삼게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자유 세계 곳곳에 침투해 불공정 경쟁을 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국에 이로운 새로운 비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만들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자유 민주주의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의 보전을 원한다면 민주 진영은 경제적·기술적 협력을 통해 중국의 굴기를 억지해야 한다는 것이 바이든 민주주의 외교의 새로운 점이다.   민주주의가 정치체제의 선택만이 아니라 중국과의 체제 경쟁으로 비화하면서 대중 경제 의존이 높은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은 딜레마를 맞고 있다. 한국은 호주·일본과 비교해 가치외교라는 관점에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접근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도 개방·자유·탄력성과 같은 가치 기반 질서가 아시아에 자리 잡았을 때 이롭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제사회는 한국이 민주주의를 앞장서 보호하고 지원할 것을 바라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2년 민주주의 공동체회의를 의장국으로 주최했고 다양한 다자회의를 통해 민주 진영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해외 원조를 통해 공공 행정이나 자유 선거도 돕고 있다. 이제 한국 정부는 민주적 가치와 규범을 옹호하는 시각에서 그간의 정책을 가다듬고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미얀마 사태에 그랬던 것처럼 한국 민주주의 경험을 공유해 가면서 이웃 나라들의 민주주의에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축적돼 민주주의 연대가 활발해지면 경제적 영향력으로 강압 외교를 펼치는 중국도 공동으로 견제할 수 있다.     민주주의 자체의 재생을 위해서도, 자유주의적 규칙 기반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도 부활한 미국의 민주주의 외교에 협력해야 한다. 이숙종 /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시론 미국 민주주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세계 민주주의 민주주의 외교

2021-12-17

日언론이 본 이재명과 윤석열…"대일 강경"vs"일본을 이웃 규정"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국민의힘이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확정하자 일본 언론은 여야 주요 후보의 일본에 대한 태도에 주목했다. 교도통신은 "주요 두 후보는 모두 (한일) 관계 개선을 지향하는 자세를 보이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과거 대일(對日) 비판 발언에서 강경파 이미지가 강하다"고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이 전 지사가 "영토나 역사 문제에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고 하는 한편 교류나 협력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의 대일 외교 기본노선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영토나 역사 문제에서는 '당당한 입장을 견지한다'고 하면서도 일본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으로 규정"했다고 소개했다. 그가 징용 문제나 위안부 문제, 안보, 경제, 무역 등을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으로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일본 언론은 이날 후보로 결정된 윤 전 총장의 이력에 관심을 보였다. NHK는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한 수완이 혁신계(진보 성향이라는 의미)인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높이 평가받아 재작년에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문 대통령의 측근이며 법무부 장관에 기용된 조국 씨를 둘러싼 의혹을 추궁해 사임으로 내모는 등의 행동을 한 결과 정권과의 대립이 깊어졌다"고 그가 현재의 여권과 대립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일본 일언론 이웃 규정 이재명 후보 대일 외교

2021-11-05

NC 한인들, '민간 외교 앞장'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한인회(회장 방경률)는 지난 21일 애쉬빌 중심지 타운 스퀘어 불러바드에 있는 로이터 패밀리 브랜치 YMCA에 태극기를 게양했다. 이번 태극기 게양은 지난달 한 한인 은퇴 목사로부터 YMCA 체육관 내 만국기 대열에 태극기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방경률 회장이 YMCA와의 협조 끝에 성사시켰다.   이 YMCA는 수영장, 농구장, 헬스클럽장, 클래스룸 등이 구축된 대형 시설로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방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장기(일본 국기)도 걸려 있는데 태극기가 없다는 사실에 서운했다"면서 "정작 YMCA 측은 태극기가 빠져 있는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애쉬빌에는 한인 약 10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방 회장에 따르면 대부분 학교와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지만 인구의 60%가 은퇴한 시니어 세대인 애쉬빌에서는 아시아계에 대한 관심도 적고 한국과 한인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방 회장은 곧바로 조 왓슨 헬시 리빙 코디네이터에게 정중하게 항의했다. 또 한국과 한인 사회에 대해 설명하고 태극기 게양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단 생각에 이달 초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면서 손수 태극기를 준비해 YMCA에 태극기를 직접 기부했다. 방 회장은 "이번 일을 겪으며 여기말고도 3곳에 태극기가 빠져 있다는 걸 알았다"면서 "이참에 태극기와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YMCA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태극기를 게양했다. 한 직원은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다며 좋아하는 깃발 중 하나가 태극기라고 말해 분위기가 훈훈했다고 방 회장은 전했다.   애쉬빌 한인회는 미국 사회에서 한인 사회를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2012년 출범했다. 방 회장은 "어찌 보면 작은 일일 수 있는데 지나치지 않고 알려준 우리 지역 한인들 덕분에 태극기도 함께 펄럭이게 됐다"면서 "이런 일이 다른 지역에서도 비일비재할텐데 이번 기회에 많이 알려져서 각 지역 한인들이 작은 부분에서부터 한국을 알리는 데 동참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은나 기자민간 외교 지역 한인들 한인 사회 한인 은퇴

2021-10-21

"한·미 위대한 동맹…조기 방미 희망"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관계기사 2면> 외국 정상 중 첫 번째였다. 서울 홍은동 사저에서 이날 오후 10시30분부터 약 30분간 축하 전화를 받은 문 대통령은 "해외 정상 중 첫 축하 전화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게 돼 기쁘다"며 "트럼프 대통령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와 앞으로 양국의 안정·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뒤 "트럼프 대통령께서 북한 도발 억제와 핵 문제 해결에 대해 (미 정부의)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어렵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한·미 동맹 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great) 동맹 관계'"라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에게 "조기에 방미해 정상회담을 갖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조속한 시일 내 한국 특사대표단과 미국 고위자문단을 상호 보내기로 했다. 정상회담은 빠르면 6월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허진 기자

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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