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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외교에 일타쌍피는 없다

임상환 OC취재담당·국장

임상환 OC취재담당·국장

고스톱을 칠 때는 누구나 일타쌍피를 원할 것이다. 그런데 외교에선 화투패 한 장을 내고 피 두 장을 가져올 수 없다. 외교의 원칙은 ‘기브 앤 테이크’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26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는 한국이 핵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이 핵 자산을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실효적 강화다.
 
한국 국민 사이에선 한국의 독자 핵무장 여론이 확산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민 중 일부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경제적 고통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나, 이는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를 상대로 한 외교에서 일타쌍피를 취하겠다는, 매우 비현실적인 희망이다. 당연히 한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자는 이도 있다. 독자 핵무장보다는 현실적이나, 동북아 정세 급랭을 포함한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5일 한국 순방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굳건한 약속을 실현,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미동맹은 계속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할 것을 원한다”며 “평화롭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오래된 차이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커비 조정관이 정상회담 하루 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언급했으니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할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한다. 결국 현재로선 한, 미 정상이 회담 이후 어떤 형태든 현재보다 진전된 확장억제 방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국민 중 상당수가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지만, 미국은 여전히 확장억제 강화를 최선책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국무부 산하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22일 ‘워싱턴 톡’ 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군사 담당 부차관보에게 한국의 핵무장 등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유튜브로 시청한 대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콜비 전 부차관보의 확장억제에 관한 시각이다. 그는 냉전 시대엔 소련의 위협이 너무 커 미국이 자국 도시들을 희생해서라도 이익을 지키겠다고 할만했으며, 미국과 대등한 초강대국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할 수 있지만 북한은 미국에 옛 소련이나 현재의 중국처럼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한반도에 국한돼 일어나는 일은 미국인들이 많은 도시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할 만큼 큰 위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 상황은 확장억제를 지탱할 수 없도록 만드는 압박을 준다. 흔히 말하는 더 많은 확신이나 협의보다 나은 해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 방법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인혼 전 특보도 현재의 어려움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안감을 이해한다고 전제했지만, 북한을 억제하는 핵심적 역할은 한미 동맹이며 미국의 확장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아인혼은 핵무장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며 중국을 자극할 것이라고 했다. 또 확장억제 약속을 넘어서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그 해법은 핵무장이 아니라 미국의 핵 운영 계획과 의사 결정에 한국을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확장억제가 한층 강화되면 한국의 핵무장론은 다소 수그러들겠지만, 동북아 정세 변화에 따라 언제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동북아 정책을 펴나가는 데 필수적인 동맹국이다. 양국 정상의 발표가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주길 바란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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