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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국민을 화나게 한 외교협상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북한외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이 희망을 걸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에 또 속았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었다. 결국 70%의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북한 외교에 답답해하고 화가 났다.  그렇게 잘해주고 맨날 뒤통수만 맞는 정부가 바보로 보였다.  
 
이젠 윤석열 정부 때문에 70%의 국민이 복장이 터지고 있다. 북한이 일본으로 바뀐 것뿐, 뒤통수 맞고 상대에게 제대로 얻을 것도 못 얻고 큰소리 못 치는 건 문재인 정부와 판박이다.  
 
왜 북한과 일본에 환심을 사기 위해 줄 거 다 주면서 우리가 정작 얻을 건 제대로 얻지 못하는 걸까. 상대를 완전히 오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컵의 반을 채워주면 나머지 반을 채워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전쟁과도 같은 외교 협상에선 금물이다.  우리가 선의로 상대를 대하면 상대도 우리에게 같은 선의를 보이겠지라는 순진함 역시 금물이다.  
 
이런 기대감과 순진함은 상대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환상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그동안의 역사나 통계 같은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상대가 대략 어떤 식으로 움직일 거라는 걸 파악해볼 수 있다. 북한이나 일본이 우리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덥석 잡고 “손에 손잡고”를 부르며 평화를 추구할 상대들이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수에도 근거 없는 환상에 의존하며 민족의 운명을 걸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 줄 것이라는 착각으로 인해 큰 낭패를 본 대표적인 인물이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은 엄청난 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러시아를 침공했다. 나폴레옹은 모스크바만 점령하면 차르가 협상을 요청해 올 것이고 이를 이용해 얻을 거 얻은 후에 전쟁을 끝내고 겨울이 오기 전에 돌아간다는 전략을 구상했다.  그는 당시 러시아 차르는 자기와 말이 통하는 개혁군주라고 판단했으며,  러시아가 자신에게 어깃장을 놓는 것은 차르를 둘러싼 기득권 귀족들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모스크바를 점령하면 차르가 협상을 위해 찾아올 거라고 믿었던 나폴레옹은 모스크바에서 황금 같은 5주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물렀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차르로부터 소식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폴레옹은 갑자기 차가워진 아침 공기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서리를 보며 문뜩 깨달았다. “망했다.” 나폴레옹은 부랴부랴 철수를 명령한다.  그 뒷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다.  
 
협상을 해야 할 상황은 외교와 전쟁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겪게 된다. 필자도 업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상대와의 협상이다. 노동법 관련 일을 주로 하다보니 거의 매주, 상대방 변호사, 정부 관계자, 또는 상대방 직원하고 직접 협상을 벌인다.  
 
개인적으로 깨달은 협상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움직여줄 거라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적게는 3가지,  많게는 5가지까지 생각하면서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책을 세운다.  
 
가끔 상대가 우리의 배스트 시나리오로 들어올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확률이 훨씬 높다.  왜냐하면 양측의 이익이 극단적으로 상충하기 때문에 상대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힘으로 눌러서 하는 것이 아닌 통상적 협상의 타결 방식은 결국 주고받기다.  그 주고받기는 무조건 주고받기가 아니라 조건부 주고받기다.  
 
한국의 진보·보수 정권은 모두 북한과 일본 문제에서 우리가 선의로 대하면 상대도 그만큼 선의로 대응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협상을 해왔다. 협상이란 우리가 주는 것보다 더 받으려는 냉철한 계산 하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 절반이라도 얻을 수 있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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