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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이든 행정부 외교 정책의 ‘수읽기’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랑이는 예상과는 달리 200kg의 육중한 몸을 날려, 순식간에 목표를 제압한다. 이 정글의 법칙은 국제사회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초강대국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국제 정세를 살펴보자. 미국과 중국은 차세대 글로벌 패권을 두고 다툼이 치열하다.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두 나라의 경제 격차는 2020년 기준 두 배 정도. 과거보다 많이 줄었지만 아직은 미국이 절대 우위다. 이밖에 하드 및 소프트 파워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당분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호랑이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고는 결코 중국과의 전쟁에 쉽게 승리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제무대의 핫 이슈다. 외견상 일촉즉발 양상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국방 전력 면에서 러시아는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전선을 확대할 경우 미국이 감당해야할 피해도 그만큼 커진다.  
 
손자는 ‘모공편’에서 적을 공격할 때는 적어도 군사력이 5배는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 법칙은 군병의 숫자보다 무기의 첨단화가 지배하는 현대전에서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않는 이상 공격의 피해도 크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게다가 지정학적으로도 불리하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동아시아에 이어 동유럽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중국에 초점을 맞춰도 다소 힘든 상황이다. 바둑 격언에도 ‘곤마를 만들지 말고, 빨리 안정시켜라’는 말이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전쟁을 불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국제 정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미국 주류언론에선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관여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후 외교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런 그가 왜 삼척동자도 아는 실수를 범하고 있을까? 트럼프 전대통령과 가까웠던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국을 사실상 사면하려는 속내라고 외교전문가들은 분석하기도 한다. 단순히 미국민들의 정서를 달래기 위한 국내 정치용 제스처라는 일각에서의 비판도 설득력이 있다.
 
동계올림픽이 지난 4일부터 시작해 20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 당국은 이번 올림픽을 ‘굴기(Rising)’의 시점으로 삼고 있다. 만일 바이든 전략이 중국의 승천을 방해하기 위해서라면? 가능한 얘기다. 바이든은 일찌감치 베이징에 공식 방문단을 파병하지 않기로 선언, 김 빼기에 들어간 바 있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부추겨 올림픽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사태 속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저조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중국의 굴기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다.
 
이 같은 유추로 어쩌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퍼즐도 풀 수 있다. 북한은 올 들어 연이어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 발사된 화성12호는 최대 사거리 5000km정도로, 미군 기지가 있는 괌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분명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었는데도 미국은 그다지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실효도 없는 제재조치와 힘없는(?) 유엔결의만 남발할 뿐이다.
 
이 상황은 올림픽의 관심을 주변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설명이 가능하다. 아닌 게 아니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예전처럼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관여정책이나 북한 미사일 발사 방치는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일 수도 있다. 과연 중국을 잡기 위한 묘수일까, 아니면 군사적, 외교적 해결이 힘에 부쳐 나온 고육지책일까. 바이든의 수읽기가 궁금하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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