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뒤란을 찾은 방문객

봄날 햇볕 쨍한 오후. 뒤란을 걷고 있는 오리 두 마리를 보았다. 늦가을 따뜻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날아가는 오리 떼는 많이 보았지만 나의 정원을 가로질러 저토록 여유롭게 산책하는 한 쌍의 오리는 처음 보았다.     언제인가 호숫가를 산책하다 풀을 뜯고 있는 여러 마리의 오리 떼를 지나친 적이 있었다. 그 중 한 마리가 긴 목을 내리깔고 내게 달려들어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 후론 오리 떼가 보이면 멀리 돌아서 가곤 했었다.     그날도 모른 척할까 하다가 급히 식빵을 몇 개 가져와 오리 앞에 던져 주었다. 오리 두 마리는 아무 의심 없이 내가 던져준 식빵을 납작한 주둥이로 맛있게 받아먹었다. 그리곤 데크로 올라온 나를 여전히 따라왔다. 한동안 나는 식빵을 뜯어 주었고 배가 고팠는지 오리는 허겁지겁 그것을 입으로 집어넣었다. 한 마리는 검은 머리에 짙은 녹색의 띠를 두른 모습이었고 다른 한 마리는 갈색의 몸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 후에도 몇 차례 뒤란을 걷는 그들의 모습을 창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내가 애증하는 정원을 그들도 사랑한 것일까? 오리가 거닐고 간 오후 불현듯 나의 정원을 찾아온 방문객들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엔 동네 뉘 집 개인가 했다. 늑대가 이곳에 나타날 리 만무하지만 보기에도 몸집이 작고 매서운 눈도 아니었다. 혹 승냥이? 마치 신들린 걸음걸이로 와서는 힐끗 데크 밑을 쳐다보고 있었다. 셀폰을 가지러 간 사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걸음도 휘청휘청. 배도 등가죽에 붙어 있는 걸 보니 무척 허기져 보였다. 토끼를 쫓아 이곳까지 왔다. 포기하고 돌아간 모양이다.     그뿐일까? 도톰하고 맵시로운 긴 꼬리를 가진 여우도 어느 초봄 어스런 저녁 나절 뒤란을 방문해 나무숲 어두움으로 사라져 버린 적도 있었다. 요즈음은 보이지 않지만 동네 어귀에서 종종 보았던 사슴 한 쌍도 늘씬한 몸매로 귀를 쫑긋거리며 한동안 머물렀었다.     한 번은 딱새란 놈이 덱크 펜스 위 나무그늘 아래 집을 짓고 새끼 4마리를 부화시킨 적도 있었다. 그 과정을 우연히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 적이 있었다. 딱새는 먹이를 날라다 주며 지극한 모성애를 보여주었다. 부리를 치켜든 새끼들을 어찌 알아보는지 번갈아 먹이를 주었다. 나는 가까운 곳 벤치에 앉아 저들의 사랑과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알을 품고 있을 때에도 머리만 빠끔히 내보일 뿐 반나절을 꼼짝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온몸으로 오랜 시간 체온을 전달해 주는 듯했다. 먹이를 물어올 때도 바로 집으로 날라오지 않았다. 먼저 근처로 날아와 앉은 후 짧은 시간의 공백을 두고 집으로 왔다. 모두 자라 날아간 후 새집을 치우면서 딱새의 지긋한 큰 눈의 사랑과 동그란 몸집으로 뒷동 알을 품고 있던 생각이 나 웃음이 났다.     더 기막힌 일은 기르지도 않은 토끼가 우리 집 데크 밑에 살림을 차렸다는 일이다. 몇 마리인지는 잘 모르지만 들락거리는 토끼 가족은 짐작컨데 6마리 정도는 될듯해 보였다. 뒤란을 주 무대로 옆집 나무숲을 넘나드는 토끼들은 평화롭게 엎드려 연두 푸른 잎들을 뜯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데크 밑이야말로 안전하고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는 곳, 천혜의 요새가 아닐까 생각된다.     새벽잠을 깨우는 건 새들의 지저귐이다. 노래인지 대화인지는 모르지만 잠결에 들려오는 새들의 소리는 머리를 맑게 정화해준다. 어느 나뭇가지에 앉았는지 알 수 없지만 새벽 하늘 가득히 세레나데를 연주한다. 그 나뭇가지 사이로 다람쥐들이 나무를 탄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한 마리가 오르면 어느새 다른 한 마리가 그 뒤를 쫓는다. 한국에서 보는 줄무늬가 있는 예쁜 다람쥐가 아니라 좀 거칠고 사나운 느낌의 다람쥐라 할까? 이른 아침부터 먹이를 찾아 구석구석 땅을 파고 숨기느라 정신이 없다. 제가 숨겨놓은 그 많은 먹이를 모두 찾기나 할는지? 눈으로 볼 수 없는 한밤중엔 또 얼마나 예측불허의 방문객들이 다녀갈까? 잔디 위에, 나무 위에, 숲 사이에, 덱크 주변에, 꽃들 사이사이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구석구석에까지 저들의 수많은 발자국들이 남겨져 있겠지.     그 위를 걸으며, 그 나뭇가지 사이의 노래를 들으며, 꽃밭 꽃들의 숨소리를 느끼며, 겨우내 썰렁했던 화분에 꽃모종을 만들며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을 떠 올린다. 올봄 뒤란을 찿은 첫 번째 방문객이 되어주기를, 당신의 발자국과 숨소리를 뒤란의 곳곳에 남겨주기를……     당신의 마음을 훔치려다 당신에게 잡히고 말았네 당신의 마음은 지남철 같아 근처만 서성거려도 붙어버리고 마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방문객 나무숲 어두움 옆집 나무숲 발자국과 숨소리

2024-05-13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촌보다 좋은 이웃

나는 미국이 좋다. 편하다. 낯설고 물 선 이국 땅도 맘 붙이니 덜 외롭다. 고향은 유년의 추억을 실어 나르는 호랑나비다. 호랑나비는 날개가 크고 아름답다.     ‘호랑나비 한 마리가/ 꽃밭에 앉아 있는데/ 아니 도대체 왜 한 사람도 /즐겨 찾는 이 하나 없네요 (중략) 하루가 지나가도/ 아무리 기다려도/ 찾는 이도 없는데 왜’-던(DAWN)의 ‘호랑나비’중에서.     맑은 봄날, 황토 길 따라 아른거리던 아지랑이는 내 얼굴을 기억 하고 있을까.   낙동강 하류를 굽이 돌아 옆길로 빠진듯한 냇가에서 해가 비슬산 너머로 빠질 때까지 동무들과 놀았다. 머슴애는 팬티만 입고 여자애들은 내복을 걸치고 물장난을 쳤다. 발바닥이 따끔거릴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른 백사장은 사금파리처럼 반짝인다.     삼만이 아재가 짚을 꼬아 그네를 묶어준 수양버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양철 지붕을 얹은 가게는 라면을 판다. 목젖까지 서늘하게 적셔주던 수박을 매달았던 깊고 차갑던 우리집 우물은 콘크리트로 덥힌 지 오래다. 발 뒤꿈치 들고 아! 하고 소리 지르면 우물 속에 어른거리는 내 얼굴이 작은 메아리로 되돌아왔다. 간절한 만남과 사랑의 실체가 없는 고향은 망연한 그리움일 뿐, 빛 바랜 일기장 속에 유년의 추억은 향수로 흩어진다.     이웃집에 슬픈 일이 발생했다. 그저께 밤, 앞집에 앰뷸런스와 소방차, 경찰차까지 총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무슨 일인지 함부로 근접 못하고 옆집 아저씨와 지켜보며 애를 태웠는데 아침에 모시고 살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브라이언 가족은 나의 소중하고 절친인 이웃이다. 친구나 자식보다 더 가깝고 필요한 사람이다. 기계나 컴퓨터는 물론 간단한 살림 도구까지 조립이 불가능한 기계치 몸치로 나는 명성이 자자하다. 아들이 대학간 뒤에는 제 컴퓨터로 원격 조절해 문제를 해결해 주더니 장가가 애 둘 뒷바라지 하느라 제 코가 백자라서 남보다 더 요원한 사이가 됐다.     ‘앓느니 죽는다’는 각오로 홀로서기에 진입, 키 보드 이것저것 함부로 누르며 극한 생존대결의 길로 들어섰다. 근데 심각한 문제 발생! 20년 늙은 사업용 메인 컴퓨터가 폭파(?) 됐다. 그동안 몇 번 죽었다 살았다 하더니 드디어 사망에 이르렀다.   새 컴퓨터 구입해도 문제는 30000여개가 넘는 미술 작품과 30년 묵은 고객 명단, 포토샵과 기타 파일 등등을 복원하는 일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대장정이다.     ‘뒷간에 빠졌다 나와도 장미꽃 향기 난다(fell in the outhouse came out small like roses)’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어록이다. 나의 친절한 이웃 사촌이 컴퓨터 전문가라니! 이틀 만에 새 컴퓨터로 교체하고 모든 파일을 복구 했다. 위기 상황에도 자존심 지키는 것은 필수, “컴맹이라도 난 그림은 잘 그린다”며 작품 두 점을 선물했다. 가는 정이 없으면 주는 정도 사라진다. 초상집은 먹거리가 필요할 것 같아 소문난 요리 집 치킨 윙 50개를 주문 배달했다. 맘씨 좋은 옆집 아저씨는 우리집 드라이브 웨이 눈도 치워준다. 집 앞을 왔다갔다 하면 눈치 채고 두 이웃이 손을 내밀어 도와준다.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 서툴었던 내 동작도 유연해지고 어눌했던 언어도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정 붙이면 모든 것들이 정겨워진다. 내 청춘과 장년을 송두리채 바치고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내가 발 딛고 사는 곳이 나의 고향이다.     이젠 방황하지 않는다. 내 땅 남의 땅 내 것 네 것 가리지 않는다. 지구는 둥글고 하나다. 고향은 아련한 추억으로, 그리움은 잘 익은 포도주처럼 달달하게 혀끝을 적신다. 사촌보다 자식(?)보다 더 좋은 이웃을 사랑하며 매일 미국을 배운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촌 이웃 이웃 사촌 우리집 우물 옆집 아저씨

2024-01-30

[삶의 뜨락에서] 그때는 몰랐기에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출간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류시화 시인 시집의 제목이자 그 시집에 실린 시 중 하나로 이미 많은 이에게 울림을 준 구절이다. 시는 말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을 것이고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을 것이고 사랑에 더 열중하고 더 많은 용기를 가졌을 것이며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했을 것이라고. 이 시에 공감을 보낸 많은 사람들은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때는 더 현명하고 더 지혜로운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도 후회가 덜 남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 조금 더 용기 있게 부딪혀 보지 못했던 기억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어이 모진 말로 상처를 줬던 기억.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에 그 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의미 없이 흘려보낸 수많은 시간과 끝내 가보지 못한 길을 생각하며 아쉬워한다. 또한 늘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줄 것 같던 느티나무 같은 부모님과 평생이고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던 사랑하는 내 소중한 사람을 일찍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들의 빈 자리를 그리워하며 더 빨리 철들지 못했던 나를 자책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는 몰랐기 때문에 더 즐거웠고 덜 고민했고 더 용기 냈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이 방학에 들어갔다. 맞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방학 때 아이들 때문에 고충이 많다. 여유가 있든 없든 집에서 놀릴 수 없어 각종 캠프를 찾아 보내는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 동네에 있는 교회 여름 캠프 프로그램 6주에 2000달러를 지불한다. 특별한 캠프는 천정부지라서 구지 말할 필요가 없다. 내가 우리 아이들 교육 시킬 때는 캠프가 있는지도 몰랐고 경제적 여유는 손톱만큼도 없었으니 하는 수없이 가게에 출퇴근을 같이 했다. 아이들이 가게 안에 갇혀 8시간 이상을 무엇 했겠는가. 조그마한 TV 하나 놓고 장난감 몇 개로 3개월을 버티며 지냈으니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래도 어름어름 다른 아이들에 뒤처지지 않고 커준 것에 고마울 따름이다.   옆집 델리가게 이집트 부부에게 어린 두 아이들이 있다. 가게에 나와 답답하니까 도로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다. 자동차도 위험하고 걸어 다니는 사람에 실수로 다칠까봐 측은한 마음이 든다. 한국에서는 학원의 일타강사에게 수강하기 위해서 경쟁을 한다고 한다. 일타강사는 학원에서 제일 인기 있는 선생이고 그 강사에게 배우지 않으면 희망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고 한다. 수능 시험에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킬러 문항이 있어 그 문제를 풀기위한 학습지도를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고액 입시 컨설팅이 있어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없으면 원하는 대학 입학이 어렵다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교육 시스템인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많은 것을 경험하는 동안 몰라서 헤맸고 실수도 잦았고 상처도 많았지만 충분히 헤맸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그것을 이겨냈기 때문에 성장했다. 내가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실패할 일은 도전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나 받게 될 상처가 두려워 많은 인생 경험을 할 수 있는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몰랐기 때문에 더 많은 걸 경험했고 그를 통해 배웠고 성장했다. 그 모든 경험을 자양분 삼아 지금의 내가 되었기에 이 모습이 얼마나 더 가치 있고 오늘 이 시간이 더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옆집 델리가게 인생 경험 대학 입학

2023-07-10

"옆집에 마리화나 냄새 피우면 불법"

      워싱턴DC 상급법원이 의료용 마리화나를 피우더라도 다른 거주자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수 없다며 흡연 금지 판결을 내렸다.     에보니 스콧 판사는 "모든 환자는 의료용 마리화나를 구입할 권리를 지니고 있으나, 타인이 주거시설에서 행복을 누리는 권리까지 침해할 권리는 없다"면서 피고와 피고의 주택 방문자 모두에게 원고의 거주지 반경 25피트 내에서 마리화나 흡연 금지 판결을 내렸다.     워싱턴DC클리블랜드 파크에 거주하는 조세파 이포리토-쉐퍼드는 듀플렉스 옆집에 거주하는 주민 토마스 카케트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카케트는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매일밤 파티오에 나와 마리화나를 피웠다. 주택 렌트 계약서 상 실내 흡연이 금지됐기 때문에 파티오에 나와서 흡연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듀플렉스는 두 주택이 나란히 붙어있는 형태로, 주방 씽크와 각종 배관, 바닥과 벽의 틈새 등으로 냄새가 침입한다. 이포리토-쉐퍼드는 집주인에게 이 세입자의 흡연 중단과 퇴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예전에 이웃집에서 마리화나 냄새를 맡을 경우 즉각 911에 신고해 피해 확대를 막을 수 있었으나, 오락용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서 제재 수단을 잃었던 것이다.     그는 의회에 청원서를 보내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중단시켜 줄 것을 요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법원에 정식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번 소송으로 인해 다른 법원에 계류된 소송과 지역정부의 조례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마리화나가 합법화되긴 했으나 냄새로 인해 고통 받는다면 문제를 유발한 당사자에게 '공공소란'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버지니아와 워싱턴DC에 마리화나 냄새로 인한 분쟁 신고 건수는 400여건에 이른다. 마리화나 합법화 여론은 60%가 넘지만, 마리화나 특유의 역한 냄새를 싫어하는 주민도 많다. 비흡연자들은 또한 마리화나 냄새에 따른 물리적 고통 외에도 간접 흡연에 따른 마약중독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마리화나 흡연자들은 사적인 장소에서 이미 합법화된 마리화나를 흡연하는 행위가 불법이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포리토-쉐퍼드는 "간접흡연과 그 폐해를 무시하더라도, 우리는 기본적으로 쾌적한 공기를 흡입한 권리가 있다"면서 "흡연자들이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한 상태에서 사생활을 즐기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흡연자들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금지에 이어 주택 내부에서도 피울 수 없다면 결국 오락용 마리화나 법률은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일부 지역정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의 마리화나 흡연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김옥채 기자 kimokchae04@gmail.com마리화나 옆집 마리화나 냄새 마리화나 흡연 마리화나 합법화

2023-06-08

[삶의 뜨락에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1925~1979)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었다. 소설의 원제목은‘Education of Little Tree’이고 저자 포리스트 카터의 자전적 소설이다.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 무렵. 주인공 ‘작은 나무’는 다섯살 때 부모를 잃고 체로키족 혈통을 이어받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산속에서 살게 된다. ‘작은 나무’는 사냥과 농사일, 위스키 제조 등 할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을 자연에서 얻는 인디언식 생활방식을 점차 터득해 나간다.   주인공인 저자, 그의 인디언 이름은 ‘작은 나무’다. 그는 이른 새벽 할아버지와 함께 산꼭대기를 오른다. …산꼭대기에는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반짝이는 빛들이 하늘 위로 솟구쳤고, 얼음에 덮인 나뭇가지들은 물결처럼 내려가면서 밤의 그림자들을 천천히 벗겨가고 있었다…. “산이 깨어나고 있어.” 할아버지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은 읽는 내내 울창한 숲과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산 한가운데 서 있는 착각이 들게 했다.   할아버지는 산에 가서 매가 메추라기를 사냥하는 것을 보고 자연의 이치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똑같아.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 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자연의 이치란 누구나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이 봄을 낳을 때는 마치 산모가 이불을 쥐어뜯듯 온 산을 발기발기 찢어놓곤 한다. 어린이답지 않게 당차고 성숙한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무한한 감동을 안겨준다. ‘작은 나무’는 개울가에 앉아서 거미가 거미줄을 한 가닥씩 쳐 나가는 광경을 관찰하기도 하고 봄철이 되면 민들레꽃들을 따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대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작은 나무’ 의 모습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없이 자랐던 나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결과적으로 밖에서 자랐다. 사계절 내내 집 주변 마당과 들판에서 시간을 보냈었고 친구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새빨갛게 매달린 옆집 석류나무에서 몰래 석류를 훔치기도 하고, 한여름 포도나무에 기어올라 입술이 시퍼렇도록 포도를 따 먹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야생나무처럼 들판을 뛰어다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날들이었다. 유년기, 그것은 누구에게나 낙원이다. “더는 어린이가 아니라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라고 한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할아버지는 과거를 모르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체로키족의 지난 일들을 알려준다.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육신보다는 영혼의 마음을 키워야 하며 서로의 영혼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가르치는 인디언의 삶을 통해 환경, 인종, 교육문제 등을 생각해본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나무’의 순수한 모습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행간 들어 있는 인디언의 시각에서 바라본 문명인에 대한 해학,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의 만담 그리고 만남과 이별이 들어있는 이책은 풍부한 감성으로 우리의 메마른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자연을 거스르며 자연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자라나는 손자 손녀들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영혼 한여름 포도나무 옆집 석류나무 할아버지 할머니

2022-06-15

[기고] ‘노인’과 ‘어르신’의 차이

개를 무척 좋아하는 청년이 있었다. 일과를 마치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집으로 들어 올 때면 어김없이 개는 꼬리를 치며 달려 나와 주인을 반겨주었다. 늘 총알처럼 달려 나오던 개가 어느 날 저녁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주변을 두루 살펴 보니, 개는 옆집 뒷마당에서 하얀 토끼를 물고 흔들어 대고 있지 않은가. 놀란 청년은 뛰어가서 토끼를 빼앗고 얼른 개를 끌고 집으로 들어왔다. 주변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피와 흙으로 범벅이 된 토끼는 이미 죽어 있었다. 분명히 옆집 노인이 애지중지 키워오던 토끼였다. 황당한 일로 걱정이 태산이다. 일단 죽은 토끼를 욕실로 들고 들어가서 깨끗이 씻겼다. 그런 후 드라이어로 토끼 털을 말리고 곱게 빗겨서, 토끼에게 향수까지 뿌렸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개 주인은 고민했다. 날이 밝는 대로 옆집 노인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애도의 사과를 드리면서 토끼 값을 변상하면 어떨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오늘 밤에 옆집 뒷마당의 사육장에 토끼를 몰래 넣어두면 어떨까? 토끼가 잠 자다가 죽은 자연사로 인정될 것이다.     청년은 후자를 택하고 그날 밤 자정을 넘겨 쥐도 새도 모르게 성공적으로 결행했다. 간은 콩알만 해졌고, 심장은 뛰고 양심에 걸려 도저히 그날 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기상하자마자 창문 귀퉁이를 통해 옆집의 동태를 살폈다. 아무런 징조도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일터로 출근했다. 개는 집안에 단단히 묶어 놓았다. 체벌을 내린 셈이다.     해질 무렵, 집에 도착한 청년은 옆집 노인이 집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우물쭈물 차에서 내려 평상시처럼 인사를 건넸지만 머릿속엔 이 노인이 어찌 알고 왔을까 생각했다.     노인은 반가운 얼굴로 “오늘 저녁 선약이 없으면 식사나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요?” 물었더니, 노인은 “좋은 일이 생겼네. 이웃들과 식사라도 하면서 좋은 일을 나누고 싶네”라고 대답했다.     몇몇 이웃들이 초대돼 노인 집 저녁 식탁에 둘러 앉았다. 이웃들은 이 어른의 좋은 소식이 궁금했다. 노인은 값비싼 와인을 따면서 “우리 집에 경사스러운 기적이 일어났다네. 며칠 전, 내가 기르던 토끼가 죽어 뒷마당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었는데 글쎄 우리 토끼가 부활해서 집으로 돌아 왔다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웃들은 “기적이네요”하며 환호를 보냈다. 기적을 축하한다며 한 이웃이 와인 잔을 높이 들자 모두들 축배를 들이켰다.   청년도 축배를 마셨다. 심장은 두근두근, 간담의 떨림이 와인 잔에까지 전달되었다. 어르신은 청년의 빈 잔에 와인을 다시 채워 주면서 의미심장하게 “포도주 맛이 어떤가?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산 와인인데, 두어잔 마시면 마음이 아주 평안해 질거요”라고 말했다.       식사가 끝나고, 노인은 이웃들에게 고맙고 즐거웠다는 인사와 선물상자를 각각 안겨 주며 배웅했다. 청년은 집에 돌아오자 두근거리는 가슴을 추스르며 선물상자를 열었다. 상자안에는 쪽지 메모가 보였다.     ‘개를 벌 주거나 나무라지 않기를 바라네. 계속 좋은 이웃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네. 그리고 비닐 속에 든 것은 개들이 좋아하는 토끼고기 요리일세.’   청년은 정말 부끄러웠다. 이웃에 이렇게 존경스러운 어른이 계셔서 자랑스러웠다.     ‘집에 어른이 안 계시면, 빌려서라도 모셔라’라는 그리스 속담이 생각났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기고 어르신 노인 옆집 노인 청년도 축배 옆집 뒷마당

2022-01-14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