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명 남북공동응원 "우리는 하나"
박예은·조수지·이은지 3골 뽑아 네덜란드 이기면 1위로 3부 승격 외신 기자 79명 열띤 취재 경쟁 매해 4월6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발전과 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날(International Day of Sport for Development and Peace)'이다. 스포츠를 통해 화합과 평화를 되새기는 의미로 2013년 만들어졌다. 2017년 4월6일. 강원도 강릉에서 역사적인 남북대결이 펼쳐졌다. 남과 북의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은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리그) 4차전을 치렀다. 캐나다 출신 새러 머리(29·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북한을 3-0(2-0 1-0 0-0)으로 꺾었다. 한국은 슬로베니아(5-1), 영국(3-1), 호주(8-1)에 이어 북한까지 연파하고 4전 전승을 기록했다. 한국은 8일 네덜란드(4승)와의 최종 5차전에서 이기면 우승을 차지한다. 반면 북한은 1연장승3패를 기록했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미사일을 쏴대면서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국의 스포츠 경기는 계속됐다. 북한이 지난해 세계선수권 4부리그로 떨어지면서 2년 연속 한국과 맞대결을 펼친 것이다. 전 세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번 대회에 해외 언론 46개사, 해외 기자 79명이 취재신청을 했다. AP, AFP, 로이터는 물론 중동의 알 자지라까지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의 열기도 뜨거웠다. 오후 9시에 경기가 시작됐는데도 경기장 7000석 중 5800명이 들어찼다. 400여명의 남북공동응원단은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 "반갑습니다"를 외치며 남북 선수들을 함께 응원했다. 이번대회는 한국(세계 23위), 북한(26위), 슬로베니아(24위), 영국(21위), 호주(28위), 네덜란드 (19위) 등 6개국이 풀리그를 치른다. 1위 팀은 3부리그로 승격하고, 최하위는 5부리그로 강등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한국은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북한은 세계 10위권의 강팀이었다. 한국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북한에 4연패를 당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완연히 달라졌다.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북한을 4-1로 꺾은데 이어 이날도 완승을 거두고 북한전 2연승을 달렸다. 북한 여자아이스하키는 최근 지원이 줄어들면서 전력이 부쩍 약해졌다. 북한은 엔트리 22명을 채우지 못해 20명 만이 출전했다. 장비와 유니폼도 열악한 수준이었다. 김정은 북한노동위원장은 축구와 농구 매니어로 알려져 있다. 양팀은 이날 키는 작지만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비슷한 스타일의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의 집중력이 더 뛰어났다. 한국은 1피리어드 8분13초 박예은(21)이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11분27초에는 조수지(23)가 방향을 바꾸는 슛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북한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던 2피리어드 17분57초엔 문전혼전 상황에서 이은지(16)가 세번째 골을 터트렸다. 아이스하키는 경기 후 승리팀의 국가가 연주된다. 이날 한국이 승리한 뒤 강릉하키센터에는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은 예전의 폐쇄적인 태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일 한국-슬로베니아전 당시엔 관중석에서 발랄하게 대화를 나누며 관전했고, 콜라를 마시기도 했다. 지난 3일에는 경포 바닷가를 찾아가 발을 담그기도 했다. 지난 5일 연장 끝에 영국을 꺾은 뒤엔 남북공동응원단에 감사함을 표시했다. 그러나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다물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김주완(43)씨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인데 스포츠를 통해 남북교류의실마리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북한을 이겨 통쾌하다"는 댓글도 달렸다. 남·북 여자축구 오늘 평양서 격돌=한국여자축구대표팀(FIFA랭킹 17위)은 7일 오전 7시30분(LA 시각)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북한(10위)과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B조 예선을 치른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축구가 평양에서 경기를 치르는 건 1990년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27년 만이다. 한국과 북한, 우즈베키스탄, 홍콩, 인도 등 5개국 중 1위팀만 아시안컵 본선에 오른다. 한국과 북한의 2파전이 예상된다. 북한과의 상대전적은 1승2무14패로 열세다. 한국은 역대 경기에서 북한을 상대로 2골을 넣은 공격수 정설빈(27·현대제철)에게 기대를 건다. 한국 전에서 3골을 기록한 북한의 공격수 허은별(25)을 경계해야한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