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심우주
인간은 오래 전부터 창공을 날고 싶어 했지만, 사람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시험 비행을 최초의 동력 비행이라고 본다면 조종 가능한 비행을 한 것은 불과 백여 년 전의 일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66년 후 인류는 지구 밖 천체인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지구는 좁고, 자원도 부족하고, 기후와 환경 문제도 심각하고, 또 군사적 필요 때문에 인류는 지구 밖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체로 달보다 먼 우주 공간을 심우주라고 하며 통신에서는 지구에서 200만km 떨어진 곳부터,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달 너머의 영역을 심우주라고 부른다. 우리는 아직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하기야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도 양자역학을 외면한 채 저 세상으로 갔다. 200년 전의 전기처럼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마치 양자 얽힘과 같은 기상천외한 이동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기가 처음 이 세상에 소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 정체를 알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무엇인지 모르며, 블랙홀은 지금 우리의 물리학에 전혀 맞지 않는다. 지난 백여 년 동안 과학은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을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입시준비생들은 원자가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라고 배워서 원소주기율표를 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원자보다 작은 입자물리학 시대여서 그 대신 표준모형이라는 것을 공부한다. 사실 원소주기율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여러 군데 빈 곳이 있었고 과학이 발달하며 차츰 그런 빈칸에 들어갈 원소가 발견되었다. 마찬가지로 표준모형의 빈 곳도 채워지고 있다. 이미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고 언젠가는 중력자의 존재도 증명될 것이다. 화석 연료를 산화시켜 얻는 힘으로는 태양계 안에서조차 멀리 가기 힘들다.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 달까지는 3일이면 가지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까지 7달, 토성까지는 7년 정도 걸리고 태양계를 빠져나가는 데 적어도 수십 년이 걸린다. 이것이 화석 연료의 한계다. 최근에 발사된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까지 가는데 거의 10년 걸렸고, 반세기 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호는 40년을 날아서야 태양권 경계면을 지나 지금은 태양과 바로 이웃한 별인 알파 센타우리를 향해서 날고 있다. 하지만 연료를 대체한다거나 엔진의 추진력을 향상해서 해결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영화 속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이나 상상 속의 웜홀을 이용하여 지금과는 아주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기도 요원하다. 참고로 우리의 바로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까지 빛의 속도로 4년 반이 걸리는데 지금에야 겨우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호는 2만 년 후에나 도착할 예정이다. 그런 별이 우리은하에만 약 4천억 개나 있고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그조차 관측 가능한 우주를 말하며 그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도 없다. 수십 년 정도야 참고 기다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기간이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펴도 심우주로의 진출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심우주 천재도 양자역학 태양권 경계면 알파 센타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