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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 중첩

얼마 전까지는 전자가 과학의 화두여서 전자계산기, 전자현미경, 전자오븐, 전자공학과 등등 세상은 전자로 도배되는 것 같더니 이제는 양자역학 이야기가 넘친다. 이미 양자컴퓨터가 소개되었고 곧 일반화될 것 같다.   뉴턴에서 시작하여 아인슈타인까지 내려오는 고전역학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다. 쉬운 예를 들자면, 시간당 10km를 가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세 시간 후에 그 자전거는 출발지에서 30km 떨어진 곳을 지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대포알의 궤적을 계산할 수 있었고 결국 인류는 달을 디딜 수 있었다. 우주 정복은 시간문제처럼 생각되었다.   그런데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이 들어맞지 않았다. 전자는 아무리 작다고 해도 질량을 가진 물질인데 고전역학적 계산으로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거시세계의 움직임과 미시세계의 움직임에는 두 가지 다른 법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자연계 현상을 설명하는 데 두 가지 공식이 필요한 전례가 없어서 과학계는 당황했다.   양자역학적 현상에 양자 중첩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직관적인 지식을 가진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예를 들어, 상자 속에 고양이를 넣고 그 고양이가 살아 있을지 죽었을지를 묻는다면 답은 딱 두 가지다. 살아 있는 고양이가 나오거나 이미 죽은 고양이가 발견되는 것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적 답은 다르다. 상자 속 고양이는 삶과 죽음 두 가지 상태로 겹쳐 있다가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고양이는 살아 있거나 죽은 고양이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의 위치는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궤도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분포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약 90% 정도 되는 곳을 전자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물은 100도에서 끓고 0도에서 언다고 배운 우리에게 과학이 확률 놀음이라니 말이 안 된다. 아인슈타인이 화를 내며,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역정을 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아인슈타인이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가리키며 저 달은 항상 저곳에 있는지 물었더니 양자역학을 주장하는 과학자의 말로는 관찰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하자 아인슈타인이 먹던 컵라면을 집어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상자 속 고양이는 이미 죽었든지 아니면 살아 있는 것이 과학적인 이야기인데 삶과 죽음이 중첩되어 있다가 뚜껑이 열리는 순간 생과 사가 갈린다는 말은 암만 생각해도 과학적인 표현은 아니다. 하늘에 달이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지, 있고 없고가 중첩되어 있다가 우리가 하늘을 쳐다보는 순간 비로소 결정된다는 것은 당연히 말장난같이 들린다. 아인슈타인이 화를 낼만도 하다.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입자와 파동이 중첩되어 있다가 관찰을 당하는 순간 입자의 성질을 보이기도 하고 파동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양자 중첩 현상을 이용하면 엄청나게 빠른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데 바로 양자 컴퓨터다. 우리가 천재라고 칭송하는 아인슈타인이 이해를 못 했을 정도니 일반인으로서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 중첩 양자역학 이야기 양자역학적 현상 양자 중첩

2024-08-30

[종교와 트렌드] 양자역학과 신앙

최근 양자역학의 대가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읽었다.     대학때 전공이 화학공학이라 물리와 열역학 등의 기본과학을 공부했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이다. 우연히 요즘 여러 양자역학 책을 접하면서 기독교와 불교에서 얘기하는 교리들과 비슷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있다.     로벨리는 인간이 인지하는 시간은 과거-현재-미래이지만 물리학에서는 시간이 일관되게 흐르지 않으며 특히 상대성 이론과 양자 중력 이론에서는 시간의 성질이 훨씬 복잡해 진다고 한다.     인터스텔라 영화에서처럼 중력의 영향으로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강한 중력장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며 이는 블랙홀 근처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원한 현재만 존재하며 사물들은 존재했다가 없어진다. 결국 '사건'만이 남아있게 된다. 그나마 그 사건들도 사람의 인지하는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요즘 나이가 들면서 필자의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다. 그나마 기억도 없어진다면 그나마 그 사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불교에서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처럼 있으면서 없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뇌에 마이크로 칩을 심어 컴퓨터에 연결해서 우리의 기억력을 올려놓으면 인간이 영생을 얻을까 생각하니 무섭다.   시간은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로 이루어지는데 크로노스의 시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리적 시간으로 객관적 정량적 시간이다. 반면 카이로스의 시간은 질적인 시간으로 주관적 정성적 시간이다.     성경에는 여호수아가 전쟁 중에 해가 지지 않도록 기도해서 해가 멈추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마 카이로스처럼 일초일초가 아까웠을 것이다. 바쁜 현대인의 삶도  정신없이 시간의 노예로 쫓기듯 크로노스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도 있고 주체적으로 시간관리와 우선 순위를 세우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의 주인으로 카이로스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양자역학에서 빛의 파동설과 진동설은 아주 중요한 이슈이다. 빛은 두 개의 속성을 가졌으나 우리가 관찰할 동안에는 하나의 속성을 보여준다. 둘 다의 속성을 가졌으나 관찰자의 시점에만 보이는 것은 하나의 속성이다. 기독교 삼위일체도 연상된다.     기독교에서 구원을 두고 예정론 자유의지 등의 논쟁에서 딱 하나를 정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두 개의 속성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 중요한 '연기' 개념은 양자역학에서 '얽힘'과 유사하다. 멀리 떨어진 장소 시간에서도 사건과 사물은 연결되어 있다. 심리학자 칼 융의 '동시성'의 이론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런 머리아픈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내일 죽을 것 같이 해야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지금 하는 것이다.     오늘에 충실하라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메멘토 모리!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양자역학 신앙 카이로스 시간 물리적 시간 최근 양자역학

2024-06-2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은 일반적으로 실험실에서 도구를 사용해서 한다. 그런데 실험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과학기술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험실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서 실험해 보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사고실험이라고 한다.     갈릴레이 이전까지는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것보다 당연히 더 빨리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갈릴레이는 사고실험을 통해서 만약 공기 저항이 없다면 물체의 낙하 속도는 그 무게와 관계가 없다고 했다.     물체의 운동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자유낙하인데 갈릴레이는 낙하 속도는 그 물체의 무게와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중력가속도일 것으로 생각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아직도 시간은 절대적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했다. 바로 특수상대성 현상인데 그는 논문 마지막에 시계 두 개를 하나는 적도 근방에, 다른 하나는 극지방에 놓는 가정을 했다.     그 후 퀴리 부인의 불륜남으로 유명세를 치른 폴 랑주뱅이 쌍둥이 역설이라는 사고실험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쌍둥이 중 한 사람은 지구에 있고 다른 한 사람이 빛에 가까운 속도로 어떤 행성에 다녀 왔을 때 겪는 시간상의 혼동이다. 물론 우주선이 빛과 같은 속도로 날 수도 없고, 또 수십 년 여행을 한 후에 서로의 나이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사고실험을 했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상 속 상자를 준비하고 그 안에 고양이를 넣고 방사성 물질이 감지될 때 연동된 망치가 독성물질이 든 병을 깨서 고양이를 죽이는 장치를 고안했다.     그는 고양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는 양자역학적으로 따지면 중첩되어 있다고 비꼬았다. 생명이 살아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한 상태는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서 결과적으로 양자역학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밝혀내려고 고안한 사고실험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고실험은 오히려 양자 중첩 현상을 너무 잘 설명했다. 사실 양자역학의 시동을 건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지만, 그도 전면에 나서서 양자역학을 비판했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전자는 태양계의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처럼 원자핵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핵 주위 어떤 곳에 분포할 확률이 90% 정도 되면 그곳이 전자구름의 위치라고 하자, 아인슈타인은 과학이란 어떤 확실한 결론을 내는 학문이지 주사위 놀이처럼 확률로 따질 수 없다는 것을 비꼰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하늘에 있는 달이 초승달인지 아닌지는 관찰을 한 후에 비로소 알 수 있다는 말을 듣자, '그러면 관찰하기 전에는 하늘에 달이 없다는 말이냐?'라고 역정을 냈다는 일화도 있다. 고전물리학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관찰하든 안 하든 하늘에는 항상 달이 있지만,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하늘에 달이 있을 확률도 99.99~99%일 뿐이기 때문이다.   상자 속 고양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는 열어 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뚜껑을 열었을 때 죽은 고양이가 나오면 고양이가 죽을 확률이 100%가 되는 것이고, 살아있는 고양이가 '야옹' 하고 나오면 살았을 확률이 100%가 된다. 그전까지는 고양이의 생과 사가 중첩된 상태라는 것이 양자역학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슈뢰딩거 고양이 에르빈 슈뢰딩거 사실 양자역학 낙하 속도

2023-12-0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심우주

인간은 오래 전부터 창공을 날고 싶어 했지만, 사람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시험 비행을 최초의 동력 비행이라고 본다면 조종 가능한 비행을 한 것은 불과 백여 년 전의 일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66년 후 인류는 지구 밖 천체인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지구는 좁고, 자원도 부족하고, 기후와 환경 문제도 심각하고, 또 군사적 필요 때문에 인류는 지구 밖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체로 달보다 먼 우주 공간을 심우주라고 하며 통신에서는 지구에서 200만km 떨어진 곳부터,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달 너머의 영역을 심우주라고 부른다.     우리는 아직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하기야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도 양자역학을 외면한 채 저 세상으로 갔다. 200년 전의 전기처럼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마치 양자 얽힘과 같은 기상천외한 이동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기가 처음 이 세상에 소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 정체를 알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무엇인지 모르며, 블랙홀은 지금 우리의 물리학에 전혀 맞지 않는다. 지난 백여 년 동안 과학은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을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입시준비생들은 원자가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라고 배워서 원소주기율표를 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원자보다 작은 입자물리학 시대여서 그 대신 표준모형이라는 것을 공부한다. 사실 원소주기율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여러 군데 빈 곳이 있었고 과학이 발달하며 차츰 그런 빈칸에 들어갈 원소가 발견되었다. 마찬가지로 표준모형의 빈 곳도 채워지고 있다. 이미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고 언젠가는 중력자의 존재도 증명될 것이다.   화석 연료를 산화시켜 얻는 힘으로는 태양계 안에서조차 멀리 가기 힘들다.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 달까지는 3일이면 가지만,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까지 7달, 토성까지는 7년 정도 걸리고 태양계를 빠져나가는 데 적어도 수십 년이 걸린다. 이것이 화석 연료의 한계다.     최근에 발사된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까지 가는데 거의 10년 걸렸고, 반세기 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호는 40년을 날아서야 태양권 경계면을 지나 지금은 태양과 바로 이웃한 별인 알파 센타우리를 향해서 날고 있다.     하지만 연료를 대체한다거나 엔진의 추진력을 향상해서 해결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영화 속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이나 상상 속의 웜홀을 이용하여 지금과는 아주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기도 요원하다. 참고로 우리의 바로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까지 빛의 속도로 4년 반이 걸리는데 지금에야 겨우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호는 2만 년 후에나 도착할 예정이다. 그런 별이 우리은하에만 약 4천억 개나 있고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그조차 관측 가능한 우주를 말하며 그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도 없다.     수십 년 정도야 참고 기다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기간이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펴도 심우주로의 진출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심우주 천재도 양자역학 태양권 경계면 알파 센타우리

2023-10-2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얽힘

이번 노벨물리학상은 양자얽힘 현상을 연구한 과학자 세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양자얽힘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야기를 쉽게 하도록 예를 들어 본다.     일란성 쌍둥이가 있었는데 형은 서울에 살고 동생은 부산에 산다고 가정하자. 서울 사는 형이 감기에 걸려서 기침했다. 그와 동시에 부산에 사는 동생도 열이 나며 콧물을 흘렸다.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 같다.     그런데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양자란 원자보다 훨씬 작은 소립자를 말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양자로는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가 있다. 출신이 같은 전자는 서울에 있는 전자의 성질이 바뀌면 부산에 있는 전자의 성질도 따라서 바뀐다. 지구에 있는 전자의 성질에 변화가 생기면 달에 있는 전자의 성질도 변한다. 북극성에 있는 전자의 정보가 바뀌면 직녀성에 있는 전자의 정보도 동시에 바뀐다.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했다. 21세기의 첨단 물리학은 빛은 어디에서나 같은 속력이고 가장 빠르다는 것을 토대로 한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 정보의 전달은 빛보다 훨씬 빠르다. 아니, 아예 동시에 변한다. 달도 차면 기운다더니 어느새 한물가버린 아인슈타인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유령 현상'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 물리학은 블랙홀의 특이점을 설명하지 못하고, 양자얽힘 현상이나 양자 도약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아직도 우리는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우리는 한때 세균의 존재를 알지 못해서 병이 세균에 의해서 발생하고 전염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금 인류는 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인데도 아직 바이러스와 세균을 혼동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이제는 세균을 정복하고, 나아가서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중이다. 그런 식으로 양자역학도 단계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보를 전달하려면 전파를 이용했다. 전파는 빛과 같은 속도다. 전화, 라디오, TV 같은 기기로 지구는 물론이거니와 가까운 우주 어는 곳이든 큰 불편 없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구에서 현재 화성에서 일하고 있는 탐사 로버에 어떤 명령을 하면 15분 걸린다. 지구를 출발한 빛이 15분 후에 화성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는 지금에야 명왕성을 지나 성간에 진입하려고 한다. 아직도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한 보이저호에 어떤 지시를 하려면 약 2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보이저호에 승무원이 탔다면 그와 간단한 카톡 인사를 주고받는데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퀴리 부인이 처음으로 라듐이란 방사성 물질을 발견했을 때 세상은 라듐이야말로 전가의 보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장품에도 넣고, 비누에도 넣고, 치약에도 넣었다. 그러나 소량이라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면 유전자에 변화가 생긴다. 쉽게 말해서 원자폭탄의 피해를 보는 것과 같다.     그 당시는 방사성 물질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몰라서 그랬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는 양자역학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원자보다 작은 입자의 세계에서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 양자얽힘도 바로 그런 현상 중의 하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 양자역학도 단계적 양자 도약

2023-01-2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역학

허공에 돌을 던져 보자. 돌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알갱이다. 다음에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다. 수면 위에 돌이 떨어진 곳에서 생긴 원이 점점 커지며 호수 가장자리로 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때 생기는 동그라미는 흐름이다. 신기하게도 빛은 알갱이(입자)의 성질도 갖고, 흐름(파동)의 성질도 갖는다. 그런데 우리가 관찰하는 순간 그 정체가 변한다.     쉬운 예를 들어 본다. 잠복근무하는 형사들 앞에 용의자가 나타났다. 철제 대문을 부수고 침입한 것으로 미루어 기운 센 근육질 남자라고 추측했는데 범인을 잡아서 쇠고랑을 채우려다 보니 웬걸,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였다. 양자도 관찰 당하는 순간, 마치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성질이 바뀐다.     말도 안 되는 이 이론(불확정성의 원리)을 발표한 사람은 그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또 세 가지 각기 다른 값을 가진 입자들이 합쳐지면 투명해져서 보이지 않게 된다는 이론(양자색역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는 그 속력을 알면 위치가 불분명해지고, 반대로 전자의 위치가 파악되면 그 속력을 알 수 없게 된다. 양자역학은 그런 전자를 기존 방식대로 다루지 않고 확률로 계산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하나님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으신다!"   과학은 100% 있거나 아예 없는 것이지, 확률로 결정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그 무렵 '딩거'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었다. 딩거는 독성 물질과 함께 상자 속에 갇혀 있었는데, 상자의 뚜껑을 열었을 때 딩거가 살아 있을 확률과 이미 죽었을 확률은 딱 반반씩이라고 한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고양이의 생사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 밤에 뜰 달이 보름달인지 반달인지는 해가 진 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 비로소 정해진다는 말을 들은 아인슈타인이 또 화를 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이 없다는 말인가?"   관측하지 않아서 알 수 없다는 것이 양자역학적 해석이다. 전자의 위치도 관찰하는 순간의 확률이고, 백두산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사실은 절대적이 아니라 99.99999%의 확률로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이 우주는 어쩌면 허상인지도 모른다는 것이 양자역학적 입장이다.     위치를 바꾸려면 당연히 힘이 필요한데 양자는 제멋대로 위치를 바꾼다. 도무지 과학적이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출신이 같은 양자끼리는 공간의 차이에도 상관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형은 서울에, 동생은 부산에 사는 쌍둥이가 있다. 서울에 사는 형이 감기에 걸리자 부산에 사는 동생도 기침하고 열이 나며 아프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르면 양자역학은 과학의 경계를 넘어, 철학을 지나쳐서, 마술인 것 같다. 그것은 우리의 과학 수준이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다. 여태껏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흠 없이 작용했던 기존 물리학 법칙이 원자의 세계에서는 들어맞지 않았고, 그것을 다루는 학문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역학 양자도 관찰 과학 수준 호수 가장자리로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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