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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트렌드] 양자역학과 신앙

최근 양자역학의 대가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읽었다.  
 
대학때 전공이 화학공학이라 물리와 열역학 등의 기본과학을 공부했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이다. 우연히 요즘 여러 양자역학 책을 접하면서 기독교와 불교에서 얘기하는 교리들과 비슷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있다.  
 
로벨리는 인간이 인지하는 시간은 과거-현재-미래이지만 물리학에서는 시간이 일관되게 흐르지 않으며 특히 상대성 이론과 양자 중력 이론에서는 시간의 성질이 훨씬 복잡해 진다고 한다.  
 
인터스텔라 영화에서처럼 중력의 영향으로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강한 중력장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며 이는 블랙홀 근처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원한 현재만 존재하며 사물들은 존재했다가 없어진다. 결국 '사건'만이 남아있게 된다. 그나마 그 사건들도 사람의 인지하는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요즘 나이가 들면서 필자의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다. 그나마 기억도 없어진다면 그나마 그 사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불교에서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처럼 있으면서 없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뇌에 마이크로 칩을 심어 컴퓨터에 연결해서 우리의 기억력을 올려놓으면 인간이 영생을 얻을까 생각하니 무섭다.
 
시간은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로 이루어지는데 크로노스의 시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리적 시간으로 객관적 정량적 시간이다. 반면 카이로스의 시간은 질적인 시간으로 주관적 정성적 시간이다.  
 
성경에는 여호수아가 전쟁 중에 해가 지지 않도록 기도해서 해가 멈추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마 카이로스처럼 일초일초가 아까웠을 것이다. 바쁜 현대인의 삶도  정신없이 시간의 노예로 쫓기듯 크로노스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도 있고 주체적으로 시간관리와 우선 순위를 세우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의 주인으로 카이로스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양자역학에서 빛의 파동설과 진동설은 아주 중요한 이슈이다. 빛은 두 개의 속성을 가졌으나 우리가 관찰할 동안에는 하나의 속성을 보여준다. 둘 다의 속성을 가졌으나 관찰자의 시점에만 보이는 것은 하나의 속성이다. 기독교 삼위일체도 연상된다.  
 
기독교에서 구원을 두고 예정론 자유의지 등의 논쟁에서 딱 하나를 정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두 개의 속성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 중요한 '연기' 개념은 양자역학에서 '얽힘'과 유사하다. 멀리 떨어진 장소 시간에서도 사건과 사물은 연결되어 있다. 심리학자 칼 융의 '동시성'의 이론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런 머리아픈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내일 죽을 것 같이 해야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지금 하는 것이다.  
 
오늘에 충실하라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메멘토 모리!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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