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얽힘
일란성 쌍둥이가 있었는데 형은 서울에 살고 동생은 부산에 산다고 가정하자. 서울 사는 형이 감기에 걸려서 기침했다. 그와 동시에 부산에 사는 동생도 열이 나며 콧물을 흘렸다.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 같다.
그런데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양자란 원자보다 훨씬 작은 소립자를 말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양자로는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가 있다. 출신이 같은 전자는 서울에 있는 전자의 성질이 바뀌면 부산에 있는 전자의 성질도 따라서 바뀐다. 지구에 있는 전자의 성질에 변화가 생기면 달에 있는 전자의 성질도 변한다. 북극성에 있는 전자의 정보가 바뀌면 직녀성에 있는 전자의 정보도 동시에 바뀐다.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했다. 21세기의 첨단 물리학은 빛은 어디에서나 같은 속력이고 가장 빠르다는 것을 토대로 한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 정보의 전달은 빛보다 훨씬 빠르다. 아니, 아예 동시에 변한다. 달도 차면 기운다더니 어느새 한물가버린 아인슈타인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유령 현상'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 물리학은 블랙홀의 특이점을 설명하지 못하고, 양자얽힘 현상이나 양자 도약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아직도 우리는 뉴턴에서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우리는 한때 세균의 존재를 알지 못해서 병이 세균에 의해서 발생하고 전염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금 인류는 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인데도 아직 바이러스와 세균을 혼동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이제는 세균을 정복하고, 나아가서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중이다. 그런 식으로 양자역학도 단계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보를 전달하려면 전파를 이용했다. 전파는 빛과 같은 속도다. 전화, 라디오, TV 같은 기기로 지구는 물론이거니와 가까운 우주 어는 곳이든 큰 불편 없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구에서 현재 화성에서 일하고 있는 탐사 로버에 어떤 명령을 하면 15분 걸린다. 지구를 출발한 빛이 15분 후에 화성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에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는 지금에야 명왕성을 지나 성간에 진입하려고 한다. 아직도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한 보이저호에 어떤 지시를 하려면 약 2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보이저호에 승무원이 탔다면 그와 간단한 카톡 인사를 주고받는데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퀴리 부인이 처음으로 라듐이란 방사성 물질을 발견했을 때 세상은 라듐이야말로 전가의 보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장품에도 넣고, 비누에도 넣고, 치약에도 넣었다. 그러나 소량이라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면 유전자에 변화가 생긴다. 쉽게 말해서 원자폭탄의 피해를 보는 것과 같다.
그 당시는 방사성 물질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몰라서 그랬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는 양자역학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원자보다 작은 입자의 세계에서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 양자얽힘도 바로 그런 현상 중의 하나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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