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양자역학
쉬운 예를 들어 본다. 잠복근무하는 형사들 앞에 용의자가 나타났다. 철제 대문을 부수고 침입한 것으로 미루어 기운 센 근육질 남자라고 추측했는데 범인을 잡아서 쇠고랑을 채우려다 보니 웬걸,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였다. 양자도 관찰 당하는 순간, 마치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성질이 바뀐다.
말도 안 되는 이 이론(불확정성의 원리)을 발표한 사람은 그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또 세 가지 각기 다른 값을 가진 입자들이 합쳐지면 투명해져서 보이지 않게 된다는 이론(양자색역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는 그 속력을 알면 위치가 불분명해지고, 반대로 전자의 위치가 파악되면 그 속력을 알 수 없게 된다. 양자역학은 그런 전자를 기존 방식대로 다루지 않고 확률로 계산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하나님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으신다!"
과학은 100% 있거나 아예 없는 것이지, 확률로 결정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그 무렵 '딩거'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었다. 딩거는 독성 물질과 함께 상자 속에 갇혀 있었는데, 상자의 뚜껑을 열었을 때 딩거가 살아 있을 확률과 이미 죽었을 확률은 딱 반반씩이라고 한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고양이의 생사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 밤에 뜰 달이 보름달인지 반달인지는 해가 진 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 비로소 정해진다는 말을 들은 아인슈타인이 또 화를 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이 없다는 말인가?"
관측하지 않아서 알 수 없다는 것이 양자역학적 해석이다. 전자의 위치도 관찰하는 순간의 확률이고, 백두산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사실은 절대적이 아니라 99.99999%의 확률로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이 우주는 어쩌면 허상인지도 모른다는 것이 양자역학적 입장이다.
위치를 바꾸려면 당연히 힘이 필요한데 양자는 제멋대로 위치를 바꾼다. 도무지 과학적이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출신이 같은 양자끼리는 공간의 차이에도 상관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형은 서울에, 동생은 부산에 사는 쌍둥이가 있다. 서울에 사는 형이 감기에 걸리자 부산에 사는 동생도 기침하고 열이 나며 아프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르면 양자역학은 과학의 경계를 넘어, 철학을 지나쳐서, 마술인 것 같다. 그것은 우리의 과학 수준이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다. 여태껏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흠 없이 작용했던 기존 물리학 법칙이 원자의 세계에서는 들어맞지 않았고, 그것을 다루는 학문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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