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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슈뢰딩거의 고양이

박종진

박종진

실험은 일반적으로 실험실에서 도구를 사용해서 한다. 그런데 실험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과학기술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험실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서 실험해 보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사고실험이라고 한다.  
 
갈릴레이 이전까지는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것보다 당연히 더 빨리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갈릴레이는 사고실험을 통해서 만약 공기 저항이 없다면 물체의 낙하 속도는 그 무게와 관계가 없다고 했다.  
 
물체의 운동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자유낙하인데 갈릴레이는 낙하 속도는 그 물체의 무게와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중력가속도일 것으로 생각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아직도 시간은 절대적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했다. 바로 특수상대성 현상인데 그는 논문 마지막에 시계 두 개를 하나는 적도 근방에, 다른 하나는 극지방에 놓는 가정을 했다.  
 
그 후 퀴리 부인의 불륜남으로 유명세를 치른 폴 랑주뱅이 쌍둥이 역설이라는 사고실험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쌍둥이 중 한 사람은 지구에 있고 다른 한 사람이 빛에 가까운 속도로 어떤 행성에 다녀 왔을 때 겪는 시간상의 혼동이다. 물론 우주선이 빛과 같은 속도로 날 수도 없고, 또 수십 년 여행을 한 후에 서로의 나이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사고실험을 했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상 속 상자를 준비하고 그 안에 고양이를 넣고 방사성 물질이 감지될 때 연동된 망치가 독성물질이 든 병을 깨서 고양이를 죽이는 장치를 고안했다.  
 
그는 고양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는 양자역학적으로 따지면 중첩되어 있다고 비꼬았다. 생명이 살아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한 상태는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서 결과적으로 양자역학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밝혀내려고 고안한 사고실험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고실험은 오히려 양자 중첩 현상을 너무 잘 설명했다. 사실 양자역학의 시동을 건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지만, 그도 전면에 나서서 양자역학을 비판했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전자는 태양계의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처럼 원자핵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핵 주위 어떤 곳에 분포할 확률이 90% 정도 되면 그곳이 전자구름의 위치라고 하자, 아인슈타인은 과학이란 어떤 확실한 결론을 내는 학문이지 주사위 놀이처럼 확률로 따질 수 없다는 것을 비꼰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하늘에 있는 달이 초승달인지 아닌지는 관찰을 한 후에 비로소 알 수 있다는 말을 듣자, '그러면 관찰하기 전에는 하늘에 달이 없다는 말이냐?'라고 역정을 냈다는 일화도 있다. 고전물리학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관찰하든 안 하든 하늘에는 항상 달이 있지만,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하늘에 달이 있을 확률도 99.99~99%일 뿐이기 때문이다.
 
상자 속 고양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는 열어 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뚜껑을 열었을 때 죽은 고양이가 나오면 고양이가 죽을 확률이 100%가 되는 것이고, 살아있는 고양이가 '야옹' 하고 나오면 살았을 확률이 100%가 된다. 그전까지는 고양이의 생과 사가 중첩된 상태라는 것이 양자역학이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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