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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엄마와 아빠의 차이는 111억불

지난 16일은 파더스데이였다. 가족과 함께 패서디나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한산했다. 전달의 마더스데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때는 서둘러 3주 전에 예약했는데도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마더스데이를 위한 새 메뉴를 내놓는 식당도 많았다.   그러나 파더스데이에는 5일 전에 예약했음에도 쉽게 자리를 잡았다. 파더스데이 특별 메뉴를 선보인 식당도 마더스데이보다 턱없이 적었다. 아예 당일 점심에 문을 닫은 식당도 꽤 됐다.   한가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마더스데이와 파더스데이 사이의 인지도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매년 느끼는 거지만 이 특별한 두 기념일은 기사와 광고 숫자, 광고 디자인과 문구의 소구력, 소비 지출 규모 등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본지도 마더스데이 특집 섹션은 거의 매년 만들지만 파더스데이 섹션을 만든 기억은 거의 없다. 또 업체들의 본격적인 광고도 마더스데이 시즌에는 한 달 정도 전부터 시작되지만, 파더스데이의 광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온라인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작년에 진행된 마더스데이와 파더스데이 광고들을 비교해보니 마데스데이 광고 디자인이 훨씬 예쁘고 눈에도 잘 띈다. 심지어 한 광고의 경우, ‘당신의 넘버원에게 멋진 선물’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에 반해 파더스데이 광고를 보니 ‘행복한 파더스데이 주말’이라는 문구가 전부였다. 아예 광고 문구에 담긴 메시지도 없다. 마지못해 억지로 광고를 하는 것처럼….   마케팅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나니 지난해 마더스데이와 파더스데이 소비자 예상 지출액의 차이가 111억 달러나 됐다. 전국소매협회(NRF)가 추산한 마더스데이 소비 지출 규모는 335억 달러(1인당 254.05달러)인데 비해, 파더스데이의 경우엔 224억 달러(1인당 189.81달러)에 불과했다.   또 올해 마더스데이를 기념하겠다는 응답률은 파더스데이의 75%보다 9%포인트가 높은 84%나 됐다.   마더스데이와 파더스데이의 이런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가설은 많다. 첫 번째가 역사적 격차다. 파더스데이는 마더스데이(1914년)가 연방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거의 60년이 지난 1972년이 돼서야 기념일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친밀감의 차이다. 자녀는 아들이든 딸이든 모두 엄마 뱃속에서 10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육아 또한 주로 엄마가 담당하기에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더 친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마더스데이를 더 챙기게 된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과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다 보니 자녀들이 경제력이 부족한  엄마를 더 챙기게 됐다는 가설이다. 이 밖에 문화적 편견이나 미디어와 기업의 상업용 목적에 의해 마더스데이가 더 주목받게 됐다는 가설도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앞에서 열거한 가설들이 모두 부분적으로 작용한 것 아닐까 싶다.     아빠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파더스데이를 챙기는 자녀가 늘고 소비 지출액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NRF의 연간 조사를 보면, 2014년 파더스데이 1인당 평균 소비 지출액은 113.80달러였지만 올해는 189.81달러로 67%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자녀들과 함께 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밀레니얼세대부터는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부쩍 눈에 띈다. 앞으로는 파더스데이를 챙기는 자녀들이 더 많아지고 소비 지출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앞으로는 마더스데이 못지않게 파더스데이 마케팅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소매 업계의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한인 업계도 ‘파더스데이 특별 상품’이나 ‘파더스데이 특선 메뉴’를 선보이는 것은 어떨까.  진성철 / 경제부장중앙칼럼 엄마 아빠 소비 지출액 광고 문구 광고 디자인

2024-06-18

"엄마 아빠, 한 곡 뽑으세요~"

흥 많은 우리 민족에게 노래가 빠질 수 없다.     다가오는 가정의 달에는 부모님의 애창곡을 '직관'하며 박수갈채를 보내고, 그동안 갈고닦은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가족 전체가 '떼창'을 부르며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꼭 노래방에 갈 필요도 없다. 'SK1000N 블루투스 스피커 듀얼 마이크' 하나만 장만해두면 우리 집이 곧 프리미엄 노래방이 된다.   SK1000N 블루투스 스피커 듀얼 마이크는 가정용 노래방 기기 시장에서 이미 유명한 제품이다. 고출력의 선명하고 실감 나는 사운드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고해상도 음장/음향 효과에 에코 조절, 총 5가지 음성 변조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거기다 뛰어난 휴대성을 자랑해 집뿐만 아니라 각종 모임이나 파티, 캠핑장 등에서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노래할 수 있는 듀얼 마이크 시스템을 통해 부모님의 '듀엣곡'을 들어볼 수 있는 것도 특장점이다.     내구성과 디자인 면에서도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세련된 디자인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어느 공간에도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연결도 쉽고 빠르게 가능하여 누구나 어렵지 않게 사용이 가능하다. 해당 제품은 무선 연결을 통해 다양한 디바이스와 호환한 후 사용하면 된다.   현재 중앙일보 '핫딜'에서 마더스데이를 맞아 20달러 할인된 149.99달러에 만나볼 수 있다. 음악의 힘으로 부모님께 새로운 취미와 즐거움, 행복을 전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효도선물이 될 전망이다.     ▶문의:(213)368-2611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 핫딜 엄마 아빠 엄마 아빠

2024-04-28

[오늘의 생활영어] hop to it; 어서 서두르시죠

(Ed is talking to his children Steve and Annie … )   (에드가 아이들 스티브와 애니에게 얘기한다 …)   Ed: Come on let's go! You don't want to be late for school.   에드: 얘들아 어서 가자! 학교에 늦고 싶은 건 아니겠지.   Steve: Can I stay in bed all day?   스티브: 난 하루 종일 자면 안될까요?   Ed: Not on your life! Get dressed! Hop to it!   에드: 절대로! 어서 옷입어! 서둘러서!   Annie: What's for breakfast?   애니: 아침은 뭐 먹죠?   Ed: The usual; cereal and fruit.   에드: 평소대로 시리얼하고 과일.   Steve: Is there any pizza from last night?   스티브: 어제 밤에 남은 피자 없어요?   Ed: Yes but you're not having pizza for breakfast so forget it.   에드: 있지만 아침으로 피자를 먹을 순 없으니 그건 잊어버려.   Annie: (looking in the refrigerator) We're low on orange juice Dad.   애니: (냉장고를 들여다보며) 아빠 오렌지주스가 거의 떨어져가요.   Steve: You can have what's left of the orange juice.   스티브: 네가 남은 오렌지주스 마셔.   Annie: We'll have to buy more orange juice today Dad.   애니: 오늘 주스를 좀 더 사야겠어 아빠.     ━   기억할만한 표현     * not on your life: 절대로 안됩니다   Steve: "Dad can I get a tattoo?" (아빠 나 문신 새겨도 돼요?)   Dad: "No! Not on your life." (아니. 절대로 안돼.)   * the usual: 평소대로 하던 것   "My weekend was the usual. I stayed home and watched sports on TV."   (저야 주말 평소대로 지냈죠. 집에 있으면서 TV에서 스포츠 중계 봤어요.)   * to be low on (something): ~가 다 떨어져가다   "I have to go to the market. I'm low on milk and fruit." (전 마켓에 가야돼요. 우유하고 과일이 다 떨어져가서.오늘의 생활영어 hop 아빠 오렌지주스 orange juice juice dad

2024-03-19

[오늘의 생활영어] (someone or something) comes first; ~가 우선이다

(Dan is talking to his son Gabriel … )   (댄이 아들 개브리얼과 얘기한다 …)   Dan: So it's been a month since you started working at the supermarket.   댄: 그러니까 수퍼마켓에서 일을 시작한지 한 달이 됐구나 .   Gabriel: Yes and I saved up enough money to buy my bicycle.   개브리얼: 네 그래서 이제 자전거를 사도 될 만큼 돈을 모았어요.   Dan: I'm proud of you.   댄: 네가 자랑스럽구나.   Gabriel: Why is that dad?   개브리얼: 왜요 아빠?     Dan: You worked long hours after school and kept your grades up.   댄: 방과 후에 일을 많이 하고도 좋은 성적을 유지했으니까 말이야.   Gabriel: Well I really did want the bike but school comes first.   개브리얼: 자전거를 갖고 싶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가 더 우선이잖아요.   Dan: You did well son you did well.   댄: 잘했다 아주 잘했어.   Gabriel: Thanks.   개브리얼: 고맙습니다.   Dan: So when are you going to buy the bicycle?   댄: 그럼 자전거는 언제 살 거니?   Gabriel: I'm going this Saturday.   개브리얼: 이번 토요일에 사러 갈래요.   기억할만한 표현   * save up (money): (특별한 목적을 위해) 돈을 모으다 챙겨두다     "She saved up to buy her car."     (그녀는 차를 사기 위해 돈을 모았습니다.)   * keep (one's) grades up: 좋은 성적을 유지하다     "I hope my son keeps up his grades while he's on the soccer team."     (우리 아들이 축구 팀에 있는 동안 좋은 성적을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 (one) did well: 훌륭히 해내다     "You did well on the test Mary." (매리 시험을 훌륭히 치러냈구나.)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 www.ciula.edu (213)381-3710오늘의 생활영어 comes 아빠 dan your grades his grades

2024-02-11

[이 아침에] 비즈니스를 닫으며

가게의 리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재계약 여부를 묻는 건물주의 편지를 받았다. 재계약을 한다면 앞으로 10년이 묶인다. 소비성향이 점점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월마트, 타겟 등 대형업체와의 경쟁도 점점 힘에 부쳤다. 비즈니스를 인수할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권리금을 주고 산 비즈니스를 되팔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가야 하니 억울했다. 하지만 20년이 넘도록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벌었으니, 그만두어도 크게 가슴 아플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아이들도 제 앞가림은 하고 곧 연금도 나오니 가게를 접기로 결심했다.   세월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다. 짧은 봄날처럼 후딱 날아갔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친정아버지를 포함, 지인 몇 분이 돌아가셨다. 이슬처럼 허망하게 사라질 수 있는 게 인생이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민 가장의 부담감으로 변변한 취미생활이나 장거리 여행도 제대로 못 해본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애틋한 사랑보다는 씩씩한 동지애로 같은 길을 가는 길동무 같은 남편, 훨훨 날아가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아마존에서 ‘폐업 세일’ 플래카드를 주문해서 달고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했다. 팔다 남는 물품은 자선 단체에 기부해야지 생각했는데, 마침 비영리단체를 운영한다는 아가씨 둘이 와서 트럭으로 실어 갔다. 일을 덜었다.   문제는 인테리어를 원상복구 시키는 것이다. 선반과 디스플레이 장을 다 떼어내고 공간을 모두 비워야 한다. 중고 집기를 사 가는 업체에 연락하니 요즘 폐업하는 곳이 많아서 일부만 사 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말도 안 될 정도의 싼값을 부른다. 집기를 떼어내고 쓰레기 처리까지 해주는 철거업체에 알아보니 비용도 상당했다. 아는 플러머의 도움으로 며칠에 걸쳐 간신히 원상복구를 시켰다.   어느새 킨더가든을 다니는 페이즐리의 할머니가 은퇴 준비는 되었냐고 물으며 적은 액수지만 돈 봉투를 건네준다. 그녀가 버스 운전을 할 때 만났는데 이제는 버스회사 수퍼바이저가 되었다. 그녀의 딸이 페이즐리를 임신하고 아기 아빠가 사라졌을 때, 아기는 ‘가정의 축복’이라며 기도를 부탁해 더욱 가까워진 친구 같은 손님이다. 오랜 단골들은 서운하다며 감사 카드와 꽃, 화분을 가져오는가 하면 케이크와 쿠키를 구워오는 사람도 있다. 본인도 넉넉한 형편이 아닐 터인데 돈이 부족한 사람의 계산을 항상 도와주던 목사님도 자신의 교회에 광고해서 많은 손님을 보내주었다. 이렇게 마음 착한 사람들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돈다. 큰돈은 못 벌었지만 좋은 이웃들도 사귀고 큰 사고 없이 지나온 세월이 감사하다.   20여 년을 하던 비즈니스를 닫으니 시원섭섭하다. ‘힘들었지만 잘 버티고 견뎌왔어,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휴식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몇 군데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란 가기 전에 계획 짜느라 설레고 집에 돌아와선 더 좋다더니 정말 그러하다. 아이들이 떠난 빈 둥지에서 집돌이 집순이가 되어 같이 시장 봐서 밥해 먹고 마치 신혼 초 둘이 소꿉놀이하는 것 같다. 남편에게 한마디도 안 지고 말대꾸해서 뺀질이라고 불린 적도 있지만 나는 말랑말랑한 아내가 되기로 속으로 다짐했다.  최숙희 / 수필가이 아침에 비즈니스 버스회사 수퍼바이저 장거리 여행 아기 아빠

2024-01-21

[아버지 선물] 작은 선물에도 아빠는 어깨가 으쓱하다

젊은 아빠, 나이든 아빠, 할아버지까지 선물을 반기지 않는 사람은 없다. 1세 아버지들은 “비싼데 이런걸 왜 샀니...참” 하면서도 “우리 아들이 사줬어” “우리 딸이 한사코...” 등등의 미사여구로 한껏 어깨가 올라간다. 살면서 필요한 대목이다. 그 것이 10불짜리 티셔츠이건, 20불짜리 모자이건 의미가 깊다. 이왕이면 틈이 날 때마다 이것 저것 사드리면 좋아들 하신다. 이제 연말이 됐으니 뭔가 기억에 남을 좋은 선물을 해야하는데 평소에 생각만 하고 쇼핑할 시간이 없었다면 아래 내용을 바탕으로 가닥을 잡아보면 어떨까. 아버지들 좋아하는 것들 중심이지만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에게도 살짝 겹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노래방 기계   팬데믹 이후에 노래방이 뜸해졌다. 노래 꽤나 즐기는 50~80대 아버지들은 가끔 집에서 술한잔 하실 요량이면 묵혔던 노래 가락을 다듬고 싶어진다. 동시에 크고 작은 파티(생일, 결혼기념일, 명절, 결혼식 뒤풀이 등)가 벌어지기라도 하면 당연히 노래와 춤이 합류하는 가족들이 적지 않다. 또한 기회가 있을 때 아이들의 춤과 노래 재롱만큼이나 어르신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있을까.     ‘가라오케 머신’(각종 사이트에서 찾기 편한 이름)으로 주로 불리는 노래방 기계는 진화를 거듭해 가정 안방까지 편리하게 설치가 가능해졌고 소정의 비용으로 신곡 업데이트까지 주기적으로 할 수 있다. 오디오 스피커와 스마트폰 합체 기능을 가진 제품과 한국의 노래방 기계와 같은 중대형 제품으로 나뉜다. 아무래도 소형 제품은 저렴하고 휴대가 용이한 점이 있으나 영상 메뉴가 없거나 업데이트가 어려워 시니어들이 쓰기 불편할 수도 있다. 중대형 제품에는 한국의 TJ 등 2~3개 제품이 있는데 가정용으로 제작된 제품들이 인기다. 무선 마이크를 포함해 가격대는 600~2000달러로 다양하다. 영상과 결합되고 다국언어를 지원하는 중국산 제품들도 좋은 초이스다. 일부 언어 지원이 깔끔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성능과 내구성 측면에서 수준이 높아졌다. 중국산 제품들은 아마존 등에서 600~120달러대로 구입이 가능하다. 한국 제품들은 한국을 방문할 때 구입해오면 좋다.   ▶스크린 프로젝터   아이들 슬립오버(sleepover)하면 한번씩 거실이나 가든에서 천막을 치고 해보는 것이 프로젝터 영화 감상이다. 따로 스크린이 없이 하얀색 벽에 화면을 쏘면 되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물론 요즘 TV들이 70~80인치로 커졌으니 무슨 프로젝터냐 할지 모르지만 프로젝터는 ‘추억 소환용’으로 제격이다. 최근에는 비교적 쉽게 옛 영화들을 유료 무료로 구할 수 있다. 부모님 생일에 두 분이 즐겼던 옛 영화를 서프라이즈로 상영해드리면 어떨까. 사운드도 리매스터돼서 나오는 경우도 많으니 추억 살리기에 제격이다.     미니 형태로 된 프로젝터는 싸게는 60~70달러대에서 시작하며 첨단 제품은 2000달러까지 호가한다. 써본 소비자들은 300~400달러 정도로 장만하면 무난하다고 전한다. 다만 스마트폰 합체 모델보다는 HDMI, USB 연결이 용이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을 권한다. 또 일부 블루투스 모델도 찾아보면 결정에 도움이 된다. 요즘은 출력이 높은 내장 스피커도 함께 나오는 경우도 있고 기존 TV 스피커에 USB나 RCA 잭을 연결해도 좋다. 또 요즘엔 아예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넣어 바로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에 연결해 보기도 한다. 랩탑이나 타블로이드가 내장된 형태인 셈이다.     ▶블루투스 트래커   깜박 깜박 소지품들 찾기가 어려워 고민인 아버지가 계신다면 트래커(Tracker)가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이미 찾을 수 있는 루트가 있지만 자동차 키, 집 열쇠, 금고 열쇠, 귀중품, 등은 깜박 잃어버리면 찾기 힘들어질 수 있고 스트레스가 된다. 트래커는 애플이나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한 제품들도 있으며 ‘타일(tile)’과 같은 독립적인 제품들도 나와있다. 일부 어르신들은 자동차에도 설치해두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일부 사생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가족 안에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 트레커는 매우 유용한 선물이다. 가격이 저렴해져 개당 10달러 미만부터 40달러짜리까지 다양하다. 선물과 동시에 앱을 설치해두면 어른들이 필요한 귀중품에 붙여서 쓰면 된다. 제품 종류가 수십가지에 달하니 앱 연동과 이용 편의도 등을 감안해 구입하면 된다.     ▶마사지건   이게 아직도 없는 가정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다. 저렴해진 가격 탓도 있다. 시중에는 20~30달러짜리부터 400~500달러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대부분이 충전형 리튬 배터리를 쓰고 있으며 배터리 용량이 커지고 대중화되면서 가격이 낮아졌다. 골프, 테니스, 등산, 요가 등 운동을 하고나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아직 아버지가 일을 하고 계신다면 사무실에도 하나 두면 요긴하다. 3~4년 전만해도 T, H, O사 제품이 300달러 가량으로 판매됐으나 요즘엔 수십여 제조사에서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너무 넓은 게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다. 구입시 필요에 따른 부착용 도구들(몸과 닿는 진동 부분)을 잘 확인하는 것이 좋고, 굳이 비충전방식을 택할 필요는 없다. 요즘엔 충전이 빠르고 1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스텀 제품   가족들이 커스텀 제품을 구입하고 선물하는 것은 전적으로 ‘추억 만들기’ 때문이다. 졸업, 입학, 생일, 결혼 등 수많은 특별한 날들을 더 재미나게 기억하기 위해서인데 아버지도 예외일 수는 없다. 아버지의 이름이나 사진이 들어간 제품을 주문해보면 어떨까. 아마존닷컴에 가면 무수한 제품들에 커스텀 디자인(이름, 그림, 문양 등)을 더해 제작할 수 있다. 일부는 그래픽을 그대로 인쇄하기 때문에 한글로도 커스텀 작업이 가능하다. 겨울이 유난히 추운 곳이라며 점퍼나 패딩에도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다. 티셔츠, 골프 수건, 가방, 지갑, 장신구, 크리스탈 포토, 실내 장식품, 양초, 텀블러, 머그컵 등 헤아리기 힘든 많은 종류가 있다. 아버지의 취향과 활동 내용에 맞게 선택하면 되겠다.     제작 기간을 고려해 최소한 3~4주 전에는 준비하는 것이 좋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아버지 추수 아버지 선물 아빠 할아버지 한국 제품들

2023-11-14

[수필] ‘김샛다’

내 외동딸 라영이는 1982년 5월생이다. 나는 8남매의 불우한 가정에서, 아내는 6남매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기에 우리는 한명만 낳아서 잘 기르기로 이미 결혼 전에 약속한 터였다.     아내가 출산 기미가 있어 화곡동 단골 산부인과에 입원했다. 나는 퇴근 후 곧장 병원으로 갔다. 어머니와 장모님이 나보다 먼저 병원에 와 계셨다. 우리는 단산을 결정했기에 성별 검사를 하지 않아서 궁금했으나 내심으로는 은근히 아들을 기대하고 있었다. 아내가 서너번 유산한 경험이 있어 초조해서 병원 출입문 입구에서 줄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중학교 동창 2명이 격려차 방문해 주었다.     산고로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의 비명을 들을 때마다 복도 의자에 앉아 있는 나는 가슴에 비수가 날아들어 후벼 파는 것처럼 아팠다. 아이 낳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인지 미처 몰랐다. 우리 어머니는 그렇게 힘든 출산을 어떻게 여덟번이나 하셨을까? 새삼 어머니의 노고와 은혜에 고마움을 느꼈다.     새벽 2시가 거의 다 되어갈 때 간호사가 병실로 호출하여 들어갔더니 “예쁜 공주님이 탄생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부인은 회복실에 계십니다”라고 알려 주었다. 회복실에 들어가 아내의 손을 잡고 “수고했다”고 위로했다. 어머니는 “우리 집안에는 쓰잘머리 없는 것만 자꾸 나온다”며 노여워하셨고 장모님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양 “죄송하다.”며 어머니께 곰비임비 조아리고 계셨다.     회복실을 나오니 그때까지도 같이 기다려 주었던 친구들이 “아들이냐?” 묻길래 나도 모르게 ‘김샛다’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눈치 빠른 녀석이 “첫 딸은 살림 밑천이라는데… 잘 됐다”고 위로하였다. 그 이후로 친구들은 나를 볼 때마다 “김샛다. 아빠! 김샛다는 잘 자라고 있는가?”라며 빈정대는 것이 인사였다.     퇴원 후 아내의 몸보신을 위해 우시장에 가 돼지 족을 사 왔다. 그 당시는 가난하게 살 때여서 소 족을 살 만한 여유가 없었다. 소 족을 고아서 우려 먹여야 원기를 회복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능했던 남편이었던 것이 지금까지도 가슴 저리다.   나의 ‘김샛다’는 잘 자라 주었다. 두 살 때 연탄가스 중독으로 새벽에 기절하여 혼비백산한 내가 안고 병원으로 달음질치던 중 의식이 깨어난 것 이외는 속 썩이거나 걱정시키는 일은 하지 않은 것이 고맙기만 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고 싶어 해 옥스퍼드에 있는 사립여고에 입학시키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얼마나 훌쩍거렸는지 옆 승객들한테 핀잔까지 받았다. 저 어린 것이 엄마, 아빠를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린애를 물가에 놔두고 온 부모 마음 이해할 만했다.     ‘김샛다’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거의 10년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군의관과 결혼했고 자신은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나에겐 귀하기만 한 손자까지 한 명 안겨주었다. 사위가 “애 엄마가 자식을 한명만 더 낳자고 졸라대도 거절하니 아버님이 압력 좀 넣어 달라”고 부탁하기에 내 손자가 외로워서 안 좋으니 한명 더 낳으라고 권유했더니 “아빠도 한명만 낳고 왜 더 낳으라고 하냐”고 반문했다.   나에게는 ‘김샛다’가 아니라 복덩이가 태어난 것이었다. 딸자식이 태어난 이후로 직장에서는 승승장구했고 아내가 부업으로 손댄 요식업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가는 듯 금상첨화가 되어 부를 쌓게 되었다. 애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드레스를 입히고 예쁜 모자를 씌워 나들이 데리고 나가면 지나치던 사람들이 모두 뒤돌아보며 단란한 가족이라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내가 젊었던 시절에는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지만 지금은 딸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들보다는 딸이 부모에게 더 효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딸 둘이면 금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 이란 우스개도 있다. 나는 ‘김샛다’가 효도해 주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이 곧 효도이다.   나는 노후 대책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진용 / 수필가수필 우리 어머니 병원 출입문 엄마 아빠

2023-10-19

[등불 아래서] 나보다 아래는 없다

어릴 적 부모님들의 관심은 성적이었다.     전쟁과 가난으로 공부에 한이 맺히신 분들도 많았고, 자식의 성공으로 자신을 찾으려는 분들도 있었다. 아이도 덩달아 공부를 잘하는 것이 벼슬이었다. 자라 보니 세상은 더 조건을 찾았다. 결국, 나를 인정받고 빛내기 위해 더 많은 조건이 필요해졌다. 좋은 스펙을 쌓는 일이 왜 나쁘겠는가. 안타까운 것은 나와 내 조건이 한 인격을 세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스펙이 인간에 앞섰다.   애석하게도 신앙도 그런 조건처럼 되지 않았나 싶다. 신앙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가진 세상 사람이 되었다. 하나님조차도 필요하면 쓸 수 있는 나를 위한 '아빠 찬스'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가 가진 여러 조건 중 하나가 아니다. 내 인생을 위한 뒷배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를 변화시키거나 심지어 성숙시키기 위한 능력도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바꿀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환경이나 선물 혹은 행복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만족이시며 우리 인생의 의미가 되시고 내 기쁨이며 나의 행복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아는 일이 우리의 만족이다. 그렇다.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한 시인은 기도하고 노래했다. "주님을 가까이하는 것이 내게 복이라."   신학자 본 회퍼는 유혹의 본질을 하나님 안에서 기쁨을 찾지 않고 우리와 피조물 안에서 기쁨을 찾는 것으로 보았다. 반짝이는 금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하면, 별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하나님은 나의 기쁨을 위한 들러리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신앙은 나를 빛내려는 장식물이 되었다. '믿음이 좋은 나, 기도 잘하는 나, 잘되는 나, 성경을 많이 아는 나'가 되었다. 겉으로 그럴 듯 빛나 보이지만 하나님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그러나 참된 복음은 자기 성취가 아니라 자기 부인이 아니었던가. 내가 만든 사과나, 가게에서 사 온 배를 달아 놓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열매를 맺는 것이다. 화려한 이력들을 더덕더덕 더 붙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내 이력과 신념, 자랑을 떼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성도는 어떤 경우에도 이웃을 나보다 높게 여기는 것이다. 바울 사도의 말 그대로 우리는 죄인 중의 괴수다. 나보다 아래는 없다. 이 겸손이 자기를 낮추사 제자들의 발을 만지며 씻으신 예수님이 보여주신 마음이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것은 통계가 아니다. 업적도 능력도 아니다. 오직 주님을 사랑하며 정의를 행하고 겸손하게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당신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ㆍ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오늘날 신앙 업적도 능력 아빠 찬스

2023-10-02

[그 영화 이 장면] 애프터썬

샬롯 웰스 감독의 ‘애프터썬’은 2022년 전 세계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11살 된 딸 소피(프랭키 코리오)와 서른 살 아빠 캘럼(폴 메스칼)이 튀르키예의 리조트에서 보낸 여름 휴가를 담은 이 영화에 이렇다 할 극적 구조는 없다.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감독은 소피에 남아 있는 아빠와의 기억에서 몇몇 순간을 포착한다. 여기서 매개체 역할을 하는 건 자그마한 캠코더다. 어느덧 과거의 아빠 나이가 된 소피(실리아 롤슨-홀)는 약 20년 전 그곳에서 찍은 영상을 보고, 그 거친 입자의 화면은 과거 장면과 연결된다.   ‘애프터썬’은 이미지의 울림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과 내면을 전달하며, 때론 거칠게 연결되어 독특한 톤과 무드를 만들어내면서 영화라는 매체의 표현 영역을 확장한다. 특히 카메라의 360도 패닝으로 이뤄진 이 장면은 인상적이다. 공항에서 아빠에게 손을 흔들며 떠나는 캠코더 속 소녀 소피의 모습이 정지 화면으로 멈추면, 카메라는 180도를 움직여 이 화면을 보고 있는 성인 소피를 보여준다. 카메라는 다시 180도를 움직여 원래 자리로 가는데, 그곳엔 아빠가 서 있다.   초현실적인 이 장면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소피의 시점이며, 어쩌면 그의 기억 속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아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지극히 평범한 숏의 연결을 통해 묵직하게 감정을 움직이는 힘. ‘애프터썬’이라는 영화가 지닌 마술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애프터썬 아빠 나이 소녀 소피 성인 소피

2023-02-03

[삶의 뜨락에서] 참으로 희귀한 체험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책상머리에 앉았습니다. 아직도 어리바리 합니다. 이 나이에 어리바리 하지 않으려고 한동안 용기를 내어 이것저것 분주를 떨었습니다. 처음으로 Christmas Caroling에 끼어들어 이틀간을 노장 댁만을 골라가며 우리 합창단원과 신나게 성탄 노래를 불러드렸습니다. 참으로 신나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이 나이에 춥고도 힘들었는지 다음 날  절대로 안 걸린다고 건방을 떨었던 코로나19가 맛 좀 보라는 듯 살짝 찾아 왔더랍니다. 그래서 살짝 남편에게도 옮겼습니다. 바다 건너에서 Holiday 지내러 막 도착한 큰아이도 5~6일 후 덜컥 걸리고 말았습니다. 방 두 개밖에 없는 집에 환자가 세 사람이 됐습니다. 14시간 멀리 사는 아들, 며느리, 식구들이  함께 못함에 섭섭했던 마음이 다행으로 바뀌게 됐던 순간이었습니다.   멀리서 온 큰아이에게는 제발 옮기지 말아 달라고 진심으로 빌었습니다. 한 방에 두 환자가 갇혀 있는 지경에 돌연 큰 아이가 나도 양성이라고 방문을 박차고 들어옵니다. 갑자기, 이제 우리 모두 함께 지낼 수 있다고 해방을 외칩니다. 이 아둔한 엄마는 그저 내 기도가 망가짐에 통곡이 터져버렸습니다. 한참 울다 생각하니 아무 데도 쓰잘 것 없는 울음이었습니다. 세 식구가 힘을 합하고 나니 회복도 빠른 듯 자유스러웠습니다. 그리하여 저희 세 식구는 성탄절과 새해 아침을 거룩하고 고요한 밤으로, 병 침상에서 지나게 된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지내보는 희귀한 명절이었습니다.     명절은 다 지나갔지만 저 꼭대기(버몬트주)에 사는 그리운 막내, 언니에겐 일 년에 한 번이지만 동생이 보고파 새벽부터 짐을 꾸려 차에 싣고 떠날 준비를 끝냈습니다. 확인차 저희는 테스트를 다시 실행했습니다. 악! 큰 아이에게 두 개의  빨간 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언니는 실망을 끌어안고 스스로 조용히 방에 들어가 문을 잠급니다. 어이가 없어 이 엄마는 눈물도 콧물도 감춘 채 멍하니 침묵을 지켰습니다.     말문이 막힌 썰렁한 방에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있는데 갑자기 Sun room에 내가 사랑하는 화초들 생각이 떠오릅니다, 며칠간 강추위를 감당하고 이 엄마는 전염병에 누웠고 큰 아이는 부모 세 끼 해먹이느라  화초까지 보살필 틈새도 생각도 궁핍했었나 봅니다. 갑자기 내려간 온도에 화초도 얼어버렸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요? 코로나와 싸우느라 화초는 잊어버렸더랍니다. 함께 살아왔던 자식과도 같은 화초가 추위에 떨며 이 엄마를 기다렸을 생각을 하니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부디 살아달라 사정하고 있습니다. 마을 노인들이 사랑하며 키우고 있는 강아지 대신 저는 식물, 꽃을 키웁니다. 저에게는 저 아이들의 죽음이 모두 제 책임인 듯 마음이 아픕니다. 생명이 있는 무엇이든 영원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에 나이까지 들어 기억력 저하증으로 오는 제 무책임과 무관심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도 어수선한 데다 이 전염병은 언제나 우리를 떠나려는지 도무지 평화를 찾을 수 없습니다. 요즘 또 한참 퍼져나가는 낌새입니다. 나 같은 조무래기 인간이 아우성을 친들 소용도 없고 효과도 없는 줄 알면서도 불평을 늘어놓아 봅니다. 우두커니 앉아 다시 살듯 말 듯 한 화초들을 바라봅니다. 날씨도 우중충, 같은 땅에 있으며 동생조차 만나지도 못하고 병치레만 하다가 제집으로 돌아간 큰 아이도 자꾸 제 눈에 밟힙니다. 그래도 엄마 아빠를 보살펴 드릴 수 있었던 4주간이 행복했다는 큰딸 아이의 참사랑이 이 엄마, 아빠 가슴에 깊이 사무치는 만감을 심어 주었습니다.   희귀한 체험과 경험에서도 느끼고 배우게 하는 교훈과 깊은 사랑을 맛볼 수 있는 귀하고 귀한 삶의 한 달이 또 흘러가고 있습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에 더욱 행복하십시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희귀 체험 화초들 생각 엄마 아빠 성탄절과 새해

2023-01-30

[글마당] 한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와 나

나는 집에서 다운 조끼를 입고 있다가 더우면 벗어서 의자에 깔고 앉는다. 방을 옮길 때도 끼고 다닌다. 잠자리에도 조끼를 앞으로 입고 껴안고 잔다.     지난밤 자다가 몸이 으스스했다. 내 가슴에 조끼가 없다. ‘그냥 자자’며 나를 다독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일어났다. 다운 조끼를 찾아서 앞에 걸치고 부드러운 촉감을 만지다가 옛 생각에 빠졌다.     작은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부드러운 하늘색 담요를 항상 끼고 놀았다. 어딜 가든 그 담요를 질질 끌고 나가려고 했다. 담요는 색이 바래고 낡아졌다. 아무리 유사한 새것을 줘도 막무가내였다. 감추고 주고를 반복하다가 촉감이 같은 갈색 곰 인형을 사줬다. 한동안은 그 담요를 찾다가 포기했는지 곰 인형을 끼고 조용해졌다.     곰 인형도 낡고 더러워졌다. 삐져나온 속살 꿰매기를 서너 번. 더는 수리가 불가능해져 벽장 속에 감췄다. 아이는 찾고 나는 주기를 반복하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몇 날 며칠 쓰레기통을 뒤지며 곰 인형을 찾는 아이를 보며 무척 후회했다.     그 이후 곰 인형 대신인지 아이는 겨드랑이의 보드라운 살을 수시로 만졌다.     “또 만져. 너 혹시 겨드랑이 만지작거리는 것이 엄마가 곰 인형을 버려서니?”     “형이 하도 난리 쳐서 엄마가 형에게만 집중했잖아요. 그래서 나는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곰 인형하고 조용히 있었어요.”     “저런 미안해라. 곰이 너무 낡아서 위생상 안 좋아서 버렸어. 엄마 아빠는 너를 형과 똑같이 사랑했잖아?”     “네 알아요.”   아이의 말이 맞다. 큰아이는 수시로 먹겠다고 울며 내 곁을 떠나지 않아 키울 때 무척 힘들었다.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말라서 움푹 팬 내 쇄골도 잡고 매달렸다. 계속 뛰고 달리는 아이가 다칠까 봐 온 정신은 큰아이에게 있었다.     작은아이는 배 안에서 발길질도 하지 않고 얌전하더니 태어나서도 보채지 않았다. 아이가 보챈 것은 담요와 곰 인형을 감추고 주지 않았을 때뿐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소리 없이 움직이며 애교 섞인 유머로 집안 식구를 웃긴다.     “엄마는 네가 화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떻게 사람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니?”     “엄마, 화를 내서 돈이 생겨요? 쓸데없이 왜 화를 내요.”     무언의 반항인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곰 인형 사줄게. 엄마를 용서해라.”     “아니에요. 이젠 괜찮아요. 나이키(프렌치 불도그)가 있잖아요. 나이키는 예전에 내 곰을 닮았어요. 정말 사랑스러워요. 나는 나이키만 있으면 돼요.”   내가 다운 조끼를 입고 매만지며 자듯이 아이도 나이키를 배 위에 올려놓고 살살 만지면서 잔다. 그때 내가 왜 아이의 소중한 담요와 곰 인형을 버렸을까? 후회한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 잠을 설쳤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물건 집착 다운 조끼 엄마 아빠 하늘색 담요

2022-12-16

[이 아침에] 로맨틱하게 사는 1001가지 방법

시립 도서관 북세일에서 귀한 책을 단돈 1달러에 구입했다. 그레고리 고덱 저 ‘로맨틱하게 사는 1001가지 방법’이다. 첫 페이지에 ‘Life is too short not to be romantic’이란 문구가 있다. 나는 이 문구를 몇 사람에게 한국어로 번역해보라고 부탁했다.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번역이 없었다. ‘애정 없이 살기에는 너무 짧은 인생’, ‘사랑 없이 살기에는 너무 짧은 인생’, ‘구차하게 살기는 인생이 너무 짧다’, ‘친밀감 없이 살기에는 너무 인생이 짧다’, ‘로맨스 없이 살기는 너무 짧은 인생’ 등 다양했다. 나는 ‘로맨틱하지 않게 살기는 너무 짧은 인생’으로 직역했다.     그런데 이 번역들에는 곧 질문이 따른다. 로맨틱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뜻을 풀이해 주고 있다. 로맨스는 실존(being)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란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언어다. 로맨스는 행동으로 표현한다. 사랑은 감정이고 로맨스는 행동이다. 이 감정을 언어, 선물, 제스처, 표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 로맨스는 자질구레한 행위가 모인 것이다.   책을 읽고나니 나는 로맨틱한 남편인지 확실하지 않다. 나는 구세대 사람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부자연스럽다. 사랑한다고 하면 왜 또 이래,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아내.     요즘 아내의 건강이 악화하여 나는 식부(食父)가 되었다. 식료품을 사다가 아내의 아침, 점심, 저녁밥을 차려준다. 그는 삼식녀(三食女)이다. 집에서 김치와 빵을 만들어 먹는다. 김치를 여러 통 만들어 며느리와 딸에게 나누어준다. 그들은 ‘아빠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요즘 푸른 채소, 그리고 양파와 마늘, 버섯, 미역, 두부, 생선을 많이 먹는다. 나는 지난 25년 동안 그리고 아내는 최근에 당뇨병을 갖고 있으나, 약과 식이요법으로 평균 혈당수치를 6에서 7을 유지하고 있다. 인슐린을 맞지 않는 것이 방어선이다. 운동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수영장에 간다. 밥상을 차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글 쓰는 것만치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어느 시골의 가난하지만 착한 며느리가 무 한 개로 열두 가지 나물을 만들어 제사상을 차렸다는 말이 있다. 정성이 있으면 반찬 만드는 방법이 나오게 마련이다.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밥에 여러 가지 콩을 섞어 먹으면 몸에 좋다는데 방귀가 나와서 문제였다. 한 히스패닉 친구가 가르쳐 준 대로 콩을 하루 저녁 물에 담갔다가 양파 반쪽을 넣고 밥을 지었다. 방귀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잠들기 전에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흔히 아내가 이야기하고 나는 들어준다. 그날 있었던 일, TV드라마, 해외여행에서 생긴 일, 어렸을 때 고향 집 이야기를 듣는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아내가 코를 곤다. 이 책에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듣고 또 들어주라는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이 아침에 로맨틱 방법 요즘 아내 아빠 김치 tv드라마 해외여행

2022-12-13

[글마당] 나 싱글 아니야

“다인 아빠, 다인 아빠.”     서너 번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다. 눈을 간신히 뜨고 침대 앞 서랍장 위를 보니 양말과 속옷이 없다. 남편은 이미 목욕하고 속옷을 갈아입고 스튜디오로 출근했다.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다. 남편이 오트밀을 끓여 먹고 출근 준비를 하면 나는 일어나 다음날 도시락을 위해 남겨 둔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준다. 오늘은 잠에 빠져 남편의 기척을 듣지 못했다.     “좀 쉬지. 무리하지 마. 그러다 쓰러진다”라고 수시로 나에게 말하는 남편의 이름은 ‘이 일’이다. 이름에 걸맞게 남편은 눈뜨자마자 이일 저일 누울 때까지 일한다. 인간의 삶이 이름 따라가나? 아들 이름은 ‘다인’이다. 차 다에 어질 인이다. 여유롭게 차 마시며 착하게 살라고 남편이 지었다. 아이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어릴 적부터 일만 하는 제 아빠를 보고 자라서인지 쉬지 않고 움직거린다. 직장을 옮길 때도 쉬는 것이 더 힘들다고 바로 새로운 직장을 잡았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일하신 시할머니 그리고 시부모님도 “죽으면 썩어질 몸인데 움직거릴 수 있을 때까지는 쉬지 않고 움직거려야지. 멀쩡한 사지는 그냥 놀리는 게 아니야” 하셨다. 사람은 이름 따라 산다기보다는 오히려 보고 듣고 자란 대로 산다는 것이 더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친정아버지를 닮은 나는 일할 때는 일 하고 놀 때는 열심히 끝까지 논다. 일 좋아하는 남편을 밖으로 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남편은 마지못해 따라나선 바닷가에서도 수영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그늘에서 책을 읽거나 신문을 뒤적거린다. 그나마 남편은 크루즈 여행은 좋아한다. 마누라를 배 안에 풀어놓고 베란다에서 바다를 보며 드로잉을 하려는 속셈에서다. 늘 일만 하려는 남편을 만나 크루즈 안에서도 나는 혼자 놀 거리를 찾아 싱글인 양 헤매는 팔자가 됐다.     항상 혼자 다녀서일까? 어느 날 집 가까운 길에서 훤칠한 남자가 “하이, 반갑다. 그동안 잘 지냈어?”   하도 반가워하며 잘 아는 사이처럼 말을 건네길래 자세히 들여다봤다. 전혀 모르는 남자다. “나 너 몰라. 너 사람 잘못 본 것 같다” 말하고 재빨리 돌아서 가려는데 “나 너 파리바게뜨에서 봤어.” “나 그 빵집에서 일하는 사람 아니야.” “알아. 나 너 여러 번 봤어. 잠깐, 건너편 파리바게뜨에 들어가 커피 마시며 이야기 좀 하자.” “미안, 나 싱글 아니야. 남편 있어.”   퇴근해 돌아온 남편에게 말했다.     “사람들이 나 항상 혼자 다니니까 싱글인 줄 알아. 당신이 스튜디오에만 처박혀 있으니까 그렇지.” “왜 그 훤칠한 남자와 커피 마시며 수다 좀 떨지 그랬어.”   “미쳤냐. 그동안 힘들게 모은 조금 있는 재산 제비에게 뜯길 일 있어. 멀쩡한 놈이 늙은 나에게 왜 그러겠어? 그냥 당신을 돈 버는 기계로 생각하고 싱글처럼 사는 것이 낫지. 근데 좀 이상하네. 명품도 걸치지 않은 늙은 나에게. 제비 아닌가?”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싱글 다인 아빠 아들 이름 건너편 파리바게뜨

2022-11-04

[오늘의 생활영어] have (one's) eye on (something); (무엇을) 잘 지켜보다

(Clark is talking to his son Robby…)   (클락이 아들 라비와 이야기 하고 있다…)   Robby: Did you see the new Camry that Mark got?   로비: 마크가 타는 캠리 새 차 봤어요?   Clark: Yes. I saw the car that his Dad bought him.   클락: 응. 그 애 아빠가 사준 차 봤지.   Robby: I’ve had my eye on that car.   로비: 내가 눈여겨 보던 차예요.   Clark: Save your allowance.   클락: 용돈을 모으지 그래.   Robby: Get real Dad! That’s a drop in the bucket.   로비: 아빠 현실성 있는 말씀을 하세요! 그래 봤자 새 발의 피예요.   Clark: After the holidays I’m struggling to make ends meet.   클락: 연말 연휴가 지나면 적자를 면하기도 빠듯하다.     Robby: Does that mean that you won’t buy me a car?   로비: 차를 안 사주시겠다는 뜻이죠?   Clark: That’s right. I’m just not able to now.   클락: 그래. 지금은 그냥 능력이 안된다.   Robby: What if I got a part-time job? Would that help?   로비: 제가 파트타임 일을 하면 어떨까요? 그럼 도움이 될까요?   Clark: It might. Get a job and then we will talk about it.   클락: 도움이 되겠지. 일을 하고 그 다음에 이야기를 해보자.   기억할만한 표현    *get real: 현실성 있게 말(행동)하다.   "Get real! You don't have a chance to marry her."     (정신 차리세요! 당신이 그녀와 결혼할 가능성은 없어요.)   *a drop in the bucket: 새 발의 피.     "The money I make is a drop in the bucket compared to what I owe."     (갚아야 할 빚과 비교하면 내가 번 돈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make ends meet: 겨우 수지를 맞추다.     "I'm making ends meet today but I don't know what will happen tomorrow."     (오늘은 겨우 수지를 맞췄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 www.ciula.edu (213)381-3710오늘의 생활영어 ones eye make ends 아빠 현실성 making ends

2022-10-26

“아빠는 상인들 지키려고 맞섰다”

“골프채에 맞고, 코뼈가 주저앉고, 팔이 골절됐지만, 아빠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지난 1일 대낮에 LA다운타운 자바시장 대로변에서 절도범들의 흉기에 피살당한 한인 업주 두 이(Du Lee·56)씨의 외동딸인 이채린씨는 5일 ‘고펀드미’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다시 한번 끔찍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망설여진다”는 문구로 글을 시작한 이씨는 아빠 토미(영어이름)가 20년 가까이 장사를 해왔고 최근 5년 동안 심각한 절도 피해를 연거푸 당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아빠는 가게를 지키기 위해 항상 상처를 입고 집으로 돌아왔고 그럴 때마다 ‘그냥 훔쳐가게 둬요. 너무 위험해’라고 말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씨는 “사건 발생 후 아버지 가게를 찾아갔더니 주변 상인들은 아버지가 영웅이라고 했다”면서 “상인들은 아버지가 본인을 위해 싸운 게 아니라 모든 업주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한번 훔쳐가게 두면 계속 와서 절도 행각을 벌이니 막아야 한다는 것이 숨진 이씨가 절도범들에게 맞선 이유였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웃 상인들과 건물주들은 평소 아버지가 내 이야기를 많이 해서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날 반겨주고 위로해줬다”면서 “그분들과 친구들 덕분에 기운을 차리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지금이라도 집에 가면, 전화가 오면 ‘공주님’하고 아빠가 반겨줄 것 같다”며 “내게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환경을 주려고 가족도, 친척도 없는 미국에서 홀로 열심히 살았던 아빠와 함께 지낸 지난 7년은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외동딸로, 미국에 남은 유일한 가족으로 아빠를 평화롭게 보내드려야 한다”며 “나는 홀로 남았지만, 아빠의 사랑과 용기로 버텨낼 것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장례식을 준비 중인 이씨는 아버지를 화장해 한국 할아버지 묘지 옆에 모실 계획이다. 이씨는 현재 고펀드미(검색어 ‘My father gave his life protecting what was his’)를 통해 5만 달러를 목표로 모금 중이고 이날 오후 현재 2만4752달러가 모였다.   한편 유족의 슬픔 한쪽에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용의 여성이 체포 당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순찰차에서 수갑을 찬 채 라이브에 임한 이 여성은 욕설을 섞어 쓰며 “손목에서 수갑을 뺄 수 없다”며 “순찰차 안에 카메라가 있어 말할 수 없다. 누군가 죽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책임이 LA경찰국(LAPD)으로 향하는 가운데 한·흑 시민단체들은 오늘(6일) 오전 10시 사건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한인 비영리단체 FACE와 프로젝트 이슬라믹 호프 등이 주축이 된 회견으로 이들은 이날 공개된 공동선언문에서 “선량한 업주가 소중한 목숨을 잃은 끔찍하고 허용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모든 시민이 분노해야 한다. 다운타운에는 더 많은 경찰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정일 기자골프 아빠 아빠 토미 한국 할아버지 la다운타운 자바시장

2022-10-05

[삶의 뜨락에서] “Zoom 으로 만납니다.”

지구 여기저기에 흐트러져 사는 저희 식구입니다. 펜데믹 덕분인지 대충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길어지니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이 엄마, 아빠가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뒷전에 아이들에게도 어떤 변화가 보이는 모습과 느낌에 선 듯 제 가슴이 움츠려집니다. 무엇에 움츠림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에겐 제 생각이나 느낌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돌진하는 그 모습이 이 엄마 마음에 어딘가 아주 힘들어보여서일까요? 생각해 보면 우리도 그렇게 살았지요! 이제 우리에겐 그때를 잊으라 하는 하늘의 명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늙었단 말이 싫지요! 실제로 기억력이 급속도로 감소하는 나 자신을 확연하게 느끼면서도 겸손하게 받아드려야 한다고 조용히 저 스스로 타이르곤 합니다.   일요일 오전 여덟시 Zoom 문이 열렸습니다. 하나는 저녁 시간, 저기는 아침 시간, 바다 건너는 잘 시간, 온통 다르고 피곤해 보이는 아이들과의 만남입니다. 큰아이가 오늘 모임에 숙제를 냈습니다.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가족여행…? 을 회고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추억을 짜내느라 밤잠을 설칩니다. 제 머리에는 온갖 것이 스쳐 갔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니 흐릿한 영상만이 아물거립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족히 가족휴가란 것이 뚜렷하게 있었던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엄마로서 숙제는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으로 한 가지 찾아낸 것이 북쪽으로 올라가 페리를 타고 건넜던 섬(Block Island)으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다섯살 터울로 태어난 성격도 가지각색인 세 아이에 속마음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 속에서 ‘두려웠다, 맛있었다’를  골라보았습니다.   블랙베리 넝쿨 속에 차를 몰고 들어가 실컷 따먹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공포 속에 좁다란 가시넝쿨 사이를 뚫고 길을 찾아 나가야 했습니다. 우리 자가용에는 온통 그럴싸한 무늬를 그려가며 힘겹게 탈출했던 탐험대였습니다. 덕분에 저녁 식사는 랍스터로, 마음 졸였던 가슴을 달래기로 했습니다.   뒤뜰 큼직한 냄비 속에 랍스터 다섯 마리, 그 위에 껍질을 반쯤만 벗긴 옥수수 5개를 올리고 맥주 두 깡통을 뿌리곤 장작불을 지폈습니다. 순서를 제 머리에 얌전히 넣었습니다. 가족이 참으로 맛있게 먹었던 랍스터  요리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실습도 했습니다. 아들과 아빠는 발버둥 치는 바닷가재를 다루느라 열중! 어린 막내는 살아있는 랍스터를 잡아먹는다고 통곡, NYU 영화과 일년생 큰 아이는 작품 찍기에 바쁩니다. 그리하여 현장 다큐멘터리 필! 큰아이의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이 레시피는 귀한 손님이나 때로는 아이들을 먹이고 싶을 때 가장 쉽고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래서 생색을 내는, 식당보다 저렴하고 손쉽게 주목을 받는 제 특선 밥상이 됐습니다.     나이가 층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휴가를 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런대로 얻은 것이 있었고 배운 것도 많았다고 추억이 말해줍니다. 후회보다는 짧은 여행이라도 어떤 추억거리가 될 수 있고 어떤 점에서라도 삶에 에너지 보탬이 되었고 그 경험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배움의 터가 거기에 있었다고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zoom 저녁 시간 엄마 아빠 엄마 마음

2022-09-13

[이 아침에] ‘치카를 찾아서’

‘치카를 찾아서’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쓴 미치 앨봄의 메모아다.  2010년 아이티( Haiti) 대지진 때 엄마는 죽고 고아가 된 치카는 3살이 되었을 때,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 프랭스에서  미치 앨봄이 운영하기 시작한 보육원의 가족이 된다.  그러나 그 보육원을 생기로 가득 채웠던  활달한 치카가 다섯살이 되었을 때 희귀종 뇌종양(DIPG)진단을 받는다. 어린아이에게만 생기는 뇌암으로 생존율이 제로이며 아이티에선 치료조차 어려운 희소 암이다. 결국 미치와 아내 재닌은 치카를 미국 미시간 집으로 데려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온갖 치료를 시작한다.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미시간의 모트 어린이병원을 기점으로 시작된 21개월의 투병생활. 뉴욕의 슬론 캐터링 병원을 비롯해 소아 뇌종양(DIPG)전문의를 찾아 독일까지 세번이나 오가며 자가면역세포 주입치료까지 받는다.  그 모든 치료에도 불구하고 한쪽 다리가 약해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왼쪽 눈이 감기지 않고 한쪽 입꼬리가 내려앉는 상황이 반복된다. 결국에는 휠체어에 앉아 고개도 가누지 못하고 말도 못하게 된 상태에서 위에 튜브를 연결하여 영양을 공급받다가 7살 생일을 마지막으로 보낸다.   내가 이책을 계속 읽지 못하고 책을 잠시 접게 했었던 부분은 치카의 눈에 붙인 하얀 테이프 대목이었다. 눈이 감기지 않아 안구 건조를 막기 위해 테이프를 붙여 잠을 재우며 그 애처로움에 미치가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울부짖곤 했던 장면이다.   우리는 때로 이처럼 이해할 수도, 감당하기도  힘든 삶을 목격한다. 오래전 내가 다니던 교회의 젊은 유학생 부부에게 생겼던 일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심장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손바닥만 한 붉은 핏덩이에 주삿바늘들이 꽂힌 채 인큐베이터 안에서 시작된 삶. 7일 후에 바늘들은 뽑혔으나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마지막으로 부모의 품에 안겨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아빠는 그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 아기를 받아 안지 못하고 엄마가 흐느끼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 후회되지 않게 아빠도 마지막으로 품 안에서 보내주라는 주변의 권유로 마침내 아빠가 아기를 받아 안았고 곧 아기는 그의 품 안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죽어갔던 아픈 기억이다.     5살의 어린 몸으로 치열한 고통을 견뎌내며 미치에게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묻던 치카의 삶과 며칠간의 인큐베이터 삶을 맞으려 9개월간 엄마의 뱃속에서 기다렸던 신생아의 두 삶을 감히 헤아려 본다.     결국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부단히 달려가는 경기자들 같다. 누구도 거슬러 되돌아가지 못하고 계속 달려야 하는 일방통행의 길. 치카는 7년의 삶 속에서 혈육을 초월한 사랑을 남기고 달린 장한 선수였고, 신생아는 7일간의  짧은 경기를 달려 엄마 아빠에게 사랑의 씨를 심어주고 갔다. 7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는 어떤 의미와 어떤 여운을 남기며 마지막 남은 삶의 여정을 달려가야 할까. 김찬옥 / 수필가이 아침에 엄마 아빠 자가면역세포 주입치료 희귀종 뇌종양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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