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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로맨틱하게 사는 1001가지 방법

시립 도서관 북세일에서 귀한 책을 단돈 1달러에 구입했다. 그레고리 고덱 저 ‘로맨틱하게 사는 1001가지 방법’이다. 첫 페이지에 ‘Life is too short not to be romantic’이란 문구가 있다. 나는 이 문구를 몇 사람에게 한국어로 번역해보라고 부탁했다.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번역이 없었다. ‘애정 없이 살기에는 너무 짧은 인생’, ‘사랑 없이 살기에는 너무 짧은 인생’, ‘구차하게 살기는 인생이 너무 짧다’, ‘친밀감 없이 살기에는 너무 인생이 짧다’, ‘로맨스 없이 살기는 너무 짧은 인생’ 등 다양했다. 나는 ‘로맨틱하지 않게 살기는 너무 짧은 인생’으로 직역했다.  
 
그런데 이 번역들에는 곧 질문이 따른다. 로맨틱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뜻을 풀이해 주고 있다. 로맨스는 실존(being)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란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언어다. 로맨스는 행동으로 표현한다. 사랑은 감정이고 로맨스는 행동이다. 이 감정을 언어, 선물, 제스처, 표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해야 한다. 로맨스는 자질구레한 행위가 모인 것이다.
 
책을 읽고나니 나는 로맨틱한 남편인지 확실하지 않다. 나는 구세대 사람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부자연스럽다. 사랑한다고 하면 왜 또 이래,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아내.  
 
요즘 아내의 건강이 악화하여 나는 식부(食父)가 되었다. 식료품을 사다가 아내의 아침, 점심, 저녁밥을 차려준다. 그는 삼식녀(三食女)이다. 집에서 김치와 빵을 만들어 먹는다. 김치를 여러 통 만들어 며느리와 딸에게 나누어준다. 그들은 ‘아빠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요즘 푸른 채소, 그리고 양파와 마늘, 버섯, 미역, 두부, 생선을 많이 먹는다. 나는 지난 25년 동안 그리고 아내는 최근에 당뇨병을 갖고 있으나, 약과 식이요법으로 평균 혈당수치를 6에서 7을 유지하고 있다. 인슐린을 맞지 않는 것이 방어선이다. 운동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수영장에 간다. 밥상을 차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글 쓰는 것만치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어느 시골의 가난하지만 착한 며느리가 무 한 개로 열두 가지 나물을 만들어 제사상을 차렸다는 말이 있다. 정성이 있으면 반찬 만드는 방법이 나오게 마련이다.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밥에 여러 가지 콩을 섞어 먹으면 몸에 좋다는데 방귀가 나와서 문제였다. 한 히스패닉 친구가 가르쳐 준 대로 콩을 하루 저녁 물에 담갔다가 양파 반쪽을 넣고 밥을 지었다. 방귀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잠들기 전에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흔히 아내가 이야기하고 나는 들어준다. 그날 있었던 일, TV드라마, 해외여행에서 생긴 일, 어렸을 때 고향 집 이야기를 듣는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아내가 코를 곤다. 이 책에서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듣고 또 들어주라는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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