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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애프터썬

샬롯 웰스 감독의 ‘애프터썬’은 2022년 전 세계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11살 된 딸 소피(프랭키 코리오)와 서른 살 아빠 캘럼(폴 메스칼)이 튀르키예의 리조트에서 보낸 여름 휴가를 담은 이 영화에 이렇다 할 극적 구조는 없다.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감독은 소피에 남아 있는 아빠와의 기억에서 몇몇 순간을 포착한다. 여기서 매개체 역할을 하는 건 자그마한 캠코더다. 어느덧 과거의 아빠 나이가 된 소피(실리아 롤슨-홀)는 약 20년 전 그곳에서 찍은 영상을 보고, 그 거친 입자의 화면은 과거 장면과 연결된다.
 
‘애프터썬’은 이미지의 울림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과 내면을 전달하며, 때론 거칠게 연결되어 독특한 톤과 무드를 만들어내면서 영화라는 매체의 표현 영역을 확장한다. 특히 카메라의 360도 패닝으로 이뤄진 이 장면은 인상적이다. 공항에서 아빠에게 손을 흔들며 떠나는 캠코더 속 소녀 소피의 모습이 정지 화면으로 멈추면, 카메라는 180도를 움직여 이 화면을 보고 있는 성인 소피를 보여준다. 카메라는 다시 180도를 움직여 원래 자리로 가는데, 그곳엔 아빠가 서 있다.
 
초현실적인 이 장면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소피의 시점이며, 어쩌면 그의 기억 속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아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지극히 평범한 숏의 연결을 통해 묵직하게 감정을 움직이는 힘. ‘애프터썬’이라는 영화가 지닌 마술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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