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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노트] ‘비트윈 잡스’를 응원하며

비트윈 잡스(between jobs). 말 그대로 일(job)과 일(job) 사이, 즉 직업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영어 표현이다. “새 직장을 찾고 있다” “잠시 쉬고 있다”, 혹은 자조 섞인 투로 “놀고 있다”라고 말할 때 사용한다. 나는 이 표현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최근 2년 동안 미국 테크 기업들은 50만명 이상 대량 감원을 했고, 16년 넘게 구글에 몸담았던 나도 그 영향을 받았다.     나는 구글에서 나와 ‘갭 이어(gap year) 프로젝트’ 목적으로 트레이더 조 슈퍼마켓 직원, 스타벅스 바리스타, 공유운전 택시 운전사, 애완동물 돌보미, 그리고 컨설턴트 일을 했지만, 나의 본래 전문 영역인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선 지난 1년 반이 ‘비트윈 잡스’ 기간이었다. 이 기간에 생생하게 경험한 것을 공유하고자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되었습니다』라는 책을 썼다. 이 이야기가 공감을 얻으면서 지난달에는 한 유명 TV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행운을 얻었고, 미국 유수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인터뷰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제 1년 반의 비트윈 잡스를 마무리하면서 배운 점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인생의 변화는 정말 계획하지 않을 때 올 수 있다. 변화를 수동적으로 맞이할 수도 있고,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환영할 수도 있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고, 그 마음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둘째, 변화 앞에서는 회복 탄력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회복 탄력성은 평소 훈련된 루틴으로 키울 수 있다. 루틴의 힘을 느껴보자. 셋째, ‘천천히 가도 괜찮고, 둘러가도 괜찮고,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심리 관리다. 가령 30, 40대는 축구로 친다면 아직 전반전이다. 결승골은 후반 5분을 남겨 놓고, 혹은 연장전에서 자주 나온다. 조급해지지 말자.   무엇보다 지난 비트윈 잡스 기간에 배웠던 것은 연대의 힘이다. 올 5월부터 ‘비트윈 잡스 24’ 모임을 시작했다. 비트윈 잡스 모임은 그야말로 ‘일과 일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 위로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모임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은 때, 혹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때 회사를 떠난 사람들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탄다.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시점에 혼자 앓이를 하는 것이다.     필자도 같은 경험이 있기에 고군분투하는 친구들을 보는 것이 마음 아팠다. 잠수 타는 이들을 수면 위로 올려내고 싶었다.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터놓고 얘기하면 일단 마음이라도 가벼워진다.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삶의 방식과 경험에서 힌트도 얻을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구직 팁이나 채용 정보도 공유하게 되고, 추천 채용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5월에 첫 모임 공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열댓 명 정도 모이면 카페 한구석을 빌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글을 올리자마자 하루 만에 100명 넘게 신청을 했고, 이삼일 새 150명 넘게 신청이 들어왔다. 다행히 지인들이 공간을 무료로 빌려줘 첫 모임을 무사히 가졌다. 왜 비트윈 잡스 모임이 폭발적이었는지는 모임 참석자들과 이야기하면서 대번에 알았다.   “이런 모임이 없습니다. 떠밀리듯 회사에서 나오니 이전 회사 동료들도 만나기도 싫고, 늘 취업 걱정을 하는 가족들과도 이야기하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별일 없이 직장 다니는 친구들도 만나기 싫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피하게 되더군요. 이런 모임 정말 기다려왔습니다.” “저는 이 모임이 6개월 만에 사람 만나러 나온 첫 모임입니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힘든 과정을 어떻게 겪어내고 있는지 다양한 경험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내가 계획하지 않았고 원하지 않았던 비트윈잡스 기간 동안 오히려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는 이야기, 하루하루 루틴을 지켜가면서 새로운 인생의 챕터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 나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비트윈잡스 기간은 ‘날 것의 나’를 만났던 시간이었고, 그러면서 썩 괜찮은 자신을 재발견한 시간이기도 했다. 예기치 못한 변화 앞에 귀중한 ‘인생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비트윈잡스’를 응원한다. 정김경숙 /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실리콘밸리 노트 비트윈 잡스 비트윈잡스 기간 비트윈 잡스 모임 참석자들

2024-08-26

[실리콘밸리 노트]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왜 달리는가

“로이스 님의 끝없는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직장생활 30년 동안, 그리고 최근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된 스토리’가 알려진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늘 한결같이 대답한다. 평소에 가꾸어온 체력이라고. ‘에너지 발전소’라는 별명을 가진 나는 커리어 멘토링을 할 때마다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잘러’의 기본은 체력이다”, “20대는 깡으로 버티지만 40대 되면 체력 없으면 절대 못 버틴다”, “새로운 생각과 도전은 체력에서 나온다”, “체력이 있어야 친절한 엄마, 아빠도 될 수 있다” 등을 입에 달고 산다.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에선 어디를 가도 길거리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5년 전 실리콘밸리로 옮겨온 뒤 가장 먼저 든 동호회가 달리기 클럽이었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 소재 러너스클럽에 나갔다. 검도와 아침 조깅으로 운동을 해왔던 나는 운동도 운동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알고 싶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스무명 정도 클럽 참석자 중 절반은 테크 회사들에서 근무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스타트업 창업자 혹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같은 전문 투자자들이다. 둘러서서 간단히 자기소개와 준비 운동을 한 후엔 각자 속도에 따라 정해진 코스로 10㎞ 정도 달린다. 달리기를 마친 후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늘 인상적인 것은 운동에 대한 그들의 진심이었다. 체력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선 다들 철학이 있다. 그들이 꾸준한 운동과 체력 관리에 대해 공통으로 말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다른 사람과 운동을 같이하는 동호회에 참가한다. 이들은 생활의 일부로 달리기와 웨이트닝을 매일 하면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러너스클럽에 참석해 다른 사람들과 운동을 한다. 혼자 하면 지루함과 단조로움으로 운동을 빼먹거나 중단하기 쉽지만, 운동모임에 나오면 지속력이 높아진다. 또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다른 산업이나 회사 상황에 대해 지식을 갖게 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투자자를 우연히 만나는 비즈니스 기회가 되기도 한다.   둘째, 운동 스낵킹(snacking), 즉 간식 먹듯이 하는 짧은 운동을 일상 속에 집어넣는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연이은 회의로 오후쯤 에너지가 고갈되고 집중력이 흐려지는데, 이때 ‘파워 간식’ 먹듯이 짧은 운동을 한다. 자리에서 스트레칭, 플랭크, 팔굽혀펴기 등을 한다. 5~10분이라도 컴퓨터 스크린에서 눈을 떼 몸의 호흡과 근육에 집중하다 보면 다시 에너지가 생긴다. 러너스클럽에서 자주 만난 한 전문투자자는 아침에 주식 마켓이 시작되면 1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면서 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서 두시간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짬 날 때마다 운동을 ‘간식처럼 먹는다’고 한다.   셋째, 정신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러너스클럽에서 만난 사람들은 부사장 직급이든, 일을 막 시작한 새내기이든 매일 일이 주는 중압감과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 실리콘밸리를 강타한 대량 감원으로 열 명이 하던 일을 대여섯명이 해야 하고, 팀원을 두었던 디렉터들도 팀원 없이 1인 기여자로 일하게 되었다. 업무량도 업무량이지만 언제 정리해고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아침마다 이메일을 여는 것 자체가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제품 개발, 수익 모델 고민, 조직 운영, 클라이언트 관계 등 일상의 무엇 하나 그들을 그냥 두지 않는다. 운동하는 동안이라도 자신을 떼어놓을 수 있어 심리 관리가 된다. 여러 번 창업에 성공한 한 스타트업 투자자는 “수많은 고민과 생각을 안고 달리기를 시작하지만 마칠 때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어 2개 정도만 남는다”라며 창업자들에게 달리기를 권유한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일상의 스케줄을 갖고 있지만, 공통으로 운동과 체력관리에 우선순위를 둔다. 애플 CEO 팀 쿡은 “운동을 하면 건강뿐만 아니라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운동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내 개인뿐 아니라 우리 회사의 우선순위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자녀 5명을 키우는 워킹맘인 수잔 워치스키 전 유튜브 CEO도 “나는 아침 일찍 운동한다. 머리를 맑게 해주고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다”라며 아침 운동을 예찬했다. 필자도 낮에는 여러 가지 실리콘밸리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밤에는 책을 쓰고, 또 한국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면서 갭이어를 보낼 수 있던 원동력은 아무리 바빠도 매일 달리기나 걷기, 수영, 검도 등으로 땀을 흘리면서 키워왔던 체력이었다. 체력이 되어야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김경숙 /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실리콘밸리 노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들 실리콘밸리 알바생 실리콘밸리 지역

2024-07-04

[실리콘밸리노트]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왜 달리는가

“로이스 님의 끝없는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직장생활 30년 동안, 그리고 최근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된 스토리’가 알려진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늘 한결같이 대답한다. 평소에 가꾸어온 체력이라고. ‘에너지 발전소’라는 별명을 가진 나는 커리어 멘토링을 할 때마다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잘러’의 기본은 체력이다”, “20대는 깡으로 버티지만 40대 되면 체력 없으면 절대 못 버틴다”, “새로운 생각과 도전은 체력에서 나온다”, “체력이 있어야 친절한 엄마, 아빠도 될 수 있다” 등을 입에 달고 산다.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에선 어디를 가도 길거리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5년 전 실리콘밸리로 옮겨온 뒤 가장 먼저 든 동호회가 달리기 클럽이었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 소재 러너스클럽에 나갔다. 검도와 아침 조깅으로 운동을 해왔던 나는 운동도 운동이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알고 싶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스무명 정도 클럽 참석자 중 절반은 테크 회사들에서 근무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스타트업 창업자 혹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같은 전문 투자자들이다. 둘러서서 간단히 자기소개와 준비 운동을 한 후엔 각자 속도에 따라 정해진 코스로 10㎞ 정도 달린다. 달리기를 마친 후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늘 인상적인 것은 운동에 대한 그들의 진심이었다. 체력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선 다들 철학이 있다. 그들이 꾸준한 운동과 체력 관리에 대해 공통으로 말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다른 사람과 운동을 같이하는 동호회에 참가한다. 이들은 생활의 일부로 달리기와 웨이트닝을 매일 하면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러너스클럽에 참석해 다른 사람들과 운동을 한다. 혼자 하면 지루함과 단조로움으로 운동을 빼먹거나 중단하기 쉽지만, 운동모임에 나오면 지속력이 높아진다. 또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다른 산업이나 회사 상황에 대해 지식을 갖게 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투자자를 우연히 만나는 비즈니스 기회가 되기도 한다.   둘째, 운동 스낵킹(snacking), 즉 간식 먹듯이 하는 짧은 운동을 일상 속에 집어넣는다. 일단 일을 시작하면 연이은 회의로 오후쯤 에너지가 고갈되고 집중력이 흐려지는데, 이때 ‘파워 간식’ 먹듯이 짧은 운동을 한다. 자리에서 스트레칭, 플랭크, 팔굽혀펴기 등을 한다. 5~10분이라도 컴퓨터 스크린에서 눈을 떼 몸의 호흡과 근육에 집중하다 보면 다시 에너지가 생긴다. 러너스클럽에서 자주 만난 한 전문투자자는 아침에 주식 마켓이 시작되면 1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면서 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서 두시간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짬 날 때마다 운동을 ‘간식처럼 먹는다’고 한다.   셋째, 정신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러너스클럽에서 만난 사람들은 부사장 직급이든, 일을 막 시작한 새내기이든 매일 일이 주는 중압감과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 실리콘밸리를 강타한 대량 감원으로 열 명이 하던 일을 대여섯명이 해야 하고, 팀원을 두었던 디렉터들도 팀원 없이 1인 기여자로 일하게 되었다. 업무량도 업무량이지만 언제 정리해고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아침마다 이메일을 여는 것 자체가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제품 개발, 수익 모델 고민, 조직 운영, 클라이언트 관계 등 일상의 무엇 하나 그들을 그냥 두지 않는다. 운동하는 동안이라도 자신을 떼어놓을 수 있어 심리 관리가 된다. 여러 번 창업에 성공한 한 스타트업 투자자는 “수많은 고민과 생각을 안고 달리기를 시작하지만 마칠 때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어 2개 정도만 남는다”라며 창업자들에게 달리기를 권유한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일상의 스케줄을 갖고 있지만, 공통으로 운동과 체력관리에 우선순위를 둔다. 애플 CEO 팀 쿡은 “운동을 하면 건강뿐만 아니라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운동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내 개인뿐 아니라 우리 회사의 우선순위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자녀 5명을 키우는 워킹맘인 수잔 워치스키 전 유튜브 CEO도 “나는 아침 일찍 운동한다. 머리를 맑게 해주고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다”라며 아침 운동을 예찬했다. 필자도 낮에는 여러 가지 실리콘밸리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밤에는 책을 쓰고, 또 한국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면서 갭이어를 보낼 수 있던 원동력은 아무리 바빠도 매일 달리기나 걷기, 수영, 검도 등으로 땀을 흘리면서 키워왔던 체력이었다. 체력이 되어야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김경숙 /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실리콘밸리노트 실리콘밸리 체력 스타트업 창업자들 실리콘밸리 알바생 실리콘밸리 지역

2024-06-23

[실리콘밸리 노트] 구글 임원이 실리콘밸리 알바생 된 사연

“2년 후에 그 남자랑 헤어지려고 했는데 그 남자가 나를 먼저 찼다.”   정리해고된 느낌이 어땠느냐고 물으면 딱 이런 느낌이라고 대답한다. 2023년 초 구글이 발표한 1만2000명의 정리해고 명단에는 5년 전 미국에 와서 공들여 만들어 키운 팀의 구성원들과 필자가 포함됐다. 미국에서 직장인 두 명 중 한 명꼴로 경험할 정도로 기업의 정리해고는 흔하지만, 막상 당사자들이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밤사이 이메일 한 통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던 필자도 누구나 겪는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이라는 슬픔의 5단계를 겪었다. ‘이메일이 잘못 보내진 걸 거야’, ‘하필 왜 나야’를 거쳐서 ‘그래, 이런 기회를 살려서 못 해본 것들을 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곤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직장생활 30년 만에 ‘갭이어(gap year)’라는 걸 갖기로 했다. 이 갭이어 동안 ‘실리콘밸리 N잡러’가 되었고, 이 경험을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되었습니다』라는 책에서 공유했다. 꼭 정리해고가 아니더라도 실직, 이별, 질병 등 예기치 못한 변화 속에서 인생의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첫째로,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을 찾아 ‘갭이어 프로젝트’를 만들어보자.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냐는 생각으로 말이다. 필자는 정리해고 통보를 받자마자 지난 30년 동안 하고 싶었지만 회사 일에 매여 못 했던 것을 노트에 적어 보았다. 그 결과 하고 싶었던 일들의 공통점은 나 자신이 제품의 한 부분이 되어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1만명 만나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아마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슈퍼마켓 1위 기업인 트레이더 조의 계산원(캐셔), 스타벅스의 바리스타, 공유 차량인 리프트 서비스의 운전사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1만명 이상을 만났고, 직접 걸은 거리도 미국 동서 횡단 거리보다 먼 5000㎞ 이상이었다. 몸소 체험하면서 얻은 다양한 산업에 대한 지식과 인사이트는 현재 프리랜서로 하고 있는 기업 컨설팅 일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둘째, 루틴을 지속하자. 갑자기 생활의 중심이었던 회사를 떠나게 되면 텅 비게 되는 캘린더와 이메일 함이 자신을 허전하게 만든다. 자신의 가치가 부인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자칫 자존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때 자기가 계획한 것을 지속적으로 하는 루틴이 필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도서관 가고, 사람 만나고, 이력서 다듬고, 인터뷰(면접) 준비를 한다. 평소에 바빠서 못했던 자원봉사도 해보고, 독서클럽 모임이나 취미 모임도 나가 본다. 영어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영어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좋다. 이런 루틴으로 캘린더를 채워보자.   셋째,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고 사람을 만나자. 한국에서는 자의든 타의든 일자리를 잃었을 때 외부에 알리기를 꺼린다. 그러나 직장인에게 평소에도 중요한 네트워킹은 이럴 때 더욱더 중요하다. 예기치 못한 변화로 자존감이 상하고 감정 동요를 겪을 때 주변 사람들과 터놓고 얘기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이럴 때 네트워킹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변 사람에게 내가 어떤 직장을 찾고 있는지, 혹은 어떤 갭이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지 알림으로써 구직 활동에 도움을 받거나 프로젝트 동료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직장에 지원할 때 내부 직원의 추천도 받을 수 있다.   2023년 초 구글의 정리해고 당시 일자리를 함께 잃었던 한 동료는 당시 임신 5개월이었다. 살인적인 뉴욕의 렌트비와 생활비 걱정과 의료보험 자격 상실로 인한 병원비 걱정으로 심리적 충격이 심했다. 그러나 이 동료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알리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 이후 그 동료는 임신 중 정리해고를 겪은 사람들에게 심리상담과 재정 상담을 제공하는 모임을 만들어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변화 속에서도 서로 돕고 의지하는 연대의 힘은 중요하다.    필자의 갭이어는 ‘뼛속까지 구글러’란 애칭으로 구글에서 16년간 있었던 나 자신을 들여다본 계기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험보다는 안정성을 택하고, 나 개인의 가치가 아닌 회사 명성에 기대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그래서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아르바이트가 된 지난 1년은 계획하지 않은 변화로부터 다시 인생의 주도권을 찾은 신나는 경험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구글, 나를 놓아줘서 고마워!” 정김경숙 / 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실리콘밸리 노트 실리콘밸리 알바생 실리콘밸리 알바생 구글 임원 정리해고 통보

2024-05-19

"고양형 실리콘밸리 만든다"

    한국의 경기도 고양 특례시(시장 이동환)가 경제자유구역 최종 지정 신청을 앞두고 투자 수요 확보를 위한 방미단을 꾸려 미주 지역을 방문중인 가운데, 지난 1일 워싱턴 한인 커뮤니티센터에서  동포단체장들과 신년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김태환 KCC이사장과 최태은 한미동맹재단 회장 등 한인 30여명이 참석해 고양시와 한인 커뮤니티 간 협력과 소통 강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동환 시장은 “지난해 부터 전 세계 10여개국을 방문해 기업유치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고양 특례시는 서울, 인천 공항과 근접해 지리적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우수한 인프라와 충분한 인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K-컬처 분야의 방송영상, 미디어 컨텐츠, AI, 로봇, 드론 등 모빌리티 관련 분야는 고양시가 메카가 될 것”이라며 “한국진출을 희망하는 해외기업이 고양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2022년부터 고양, 수원, 용인, 창원 등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 4곳을 특례시로 지정했으나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와 같은 행정구역의 종류는 아니다.   간담회에서는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안전과 교육 관련 정책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 시장은 “실리콘밸리에 스탠포드 대학이 만들어지면서 벤처, 스타트 기업들이 생성되며 이후 큰 기업들이 입주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듯이, 고양시에도 우수한 대학을 유치해  ‘고양형 실리콘밸리’를 만들고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자세히 설명했다.   한편 방문단은 워싱턴 DC 링컨 메모리얼 파크 내 한국전참전용사추모공원을 방문해 헌화했으며 LA와 샌프란시코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실리콘밸리 고양형 고양형 실리콘밸리 경기도 고양 이동환 시장

2024-01-11

실리콘밸리서 K-테크기업 수출상담회 열려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중소 중견 테크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장이 마련됐다.   코트라는 지난 4일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호세 실리콘밸리무역관에서 테크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한 ‘K-테크 파트너십 데이’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한국 중소 중견 테크기업의 올해 미국 내 비즈니스 성과를 점검하고 내일의 새로운 수출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반도체, 디지털 기기 분야 25개 테크기업이 부스를 마련해 바이어들과 상담을 통해 수출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날 행사에서 구체적인 성과도 도출돼 2건의 수출계약이 체결됐다. 구매의향서(LOI)도 1건, 양해각서(MOU)도 6건 체결됐다.   반도체 등 산업용 고압가스를 생산하는 팩슨은 바이어 U사와 100만 달러 이산화질소(N2O)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자들에게 각 기업이 기술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PT)도 진행됐다. 모두 14개 기업이 각각 3분 동안 발표하고, 국내 투자자들로 구성된 4명의 자문단의 각 2분간 질의가 이어졌다.   호흡 소리를 스마트폰으로 분석해 질환의 중증도를 확인하는 기술을 보유한 헬스케어 AI 기업 ‘사운더블헬스’와 전자상거래 물류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자율주행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로틱’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행사에는 투자자와 바이어, 기업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한국 테크기업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PT에 자문위원인 벤처캐피털리스트 토머스 토이는 “한국 테크기업이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면서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날 행사를 통해 기술검증(Poc)뿐만 아니라 투자유치의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실리콘밸리 수출상담회 테크기업 수출상담회 한국 테크기업 수출 지원

2023-12-05

코트라 'K-반도체' 홍보…5~13일 실리콘밸리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실리콘밸리에서 지난 5일부터 오는 13일까지를 ‘K-반도체 주간’으로 정하고 우리 반도체 기업을 지원한다고 6일 밝혔다.   코트라는 이 기간 한미 반도체 분야 전문가와 관계자들을 초청해 콘퍼런스를 열고 북미 최대 반도체 전시회인 ‘세미콘 웨스트’에도 참가한다.   앞서 코트라는 지난 5∼6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모빌리티 반도체를 주제로 반도체 산업 기술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K-반도체 주간에는 이런 세미나를 콘퍼런스 규모로 키워 ‘세미 아메리카’의 조 스토쿠나스 회장, 연방 상무부 리넬 맥케이 칩스 프로그램 국장을 각각 기조연설자와 발표자로 섭외했다.   세미 아메리카는 세미콘 웨스트의 전시 주관사이며, 스토쿠나스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반도체산업 동향’을 주제로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법안(CHIPS Act)에 대해 연설했다.   맥케이 국장은 ‘미국의 반도체 비즈니스 지원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코트라는 오는 11일부터 사흘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미콘 웨스트 전시회에서도 한국 반도체 기업의 우수성을 알릴 방침이다.   전시회에서는 한국관 11개를 포함해 우리 기업 55개사가 부스를 차렸다.   오는 12일 저녁에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한미 양국의 반도체 산업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 리셉션을 연다. 이번 리셉션에는 양국을 대표해 코트라 북미지역본부와 미국 상무부 반도체과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박성호 코트라 북미지역본부장은 “기술혁신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산업 변화에 대한 촉각을 세우고, 우리 반도체 기업의 가치를 널리 알리며, 한미 반도체 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실리콘밸리 반도체 반도체산업 변화 반도체산업 육성법안 글로벌 반도체산업

2023-07-06

[실리콘밸리 노트] 실리콘밸리 해고 칼바람과 실버라이닝

3년 전 미국 본사로 옮겨와서 팀원들을 뽑게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은 ‘정말 잘 뽑았다’고 생각한 유능한 친구였다. 그런데 이 친구는 다른 친구들보다 일을 더 잘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기 고용 안정성에 대해 불안해하며 “괜찮냐”고 나에게 물어보곤 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과거 근무했던 직장들의 구조조정으로 본인 뜻과 상관없이 연거푸 회사를 떠나야 했었다. 미국 직장인 2명 중 1명꼴로 구조조정에 의한 해고를 당한다는 데이터를 보니 그 불안이 이해됐다. 이렇게 해고가 흔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해고된 사실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본인 잘못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해고(fire)와 회사 구조조정에 의한 해고(layoff)를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한다. 그리고 이제 2022년과 2023년. 실리콘밸리에는 그야말로 해고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전 세계 거시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경영 효율성이 우선시되면서 작년 말 메타(페이스북 모기업)로 시작된 해고 바람은 재무제표가 탄탄하고 현금 보유량도 많아 큰 걱정 없어 보이던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로 이어졌다. 이 기업들은 각각 1만명, 1만 2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들에 이어 세일즈포스, 페이팔, 스트라이프, 델 등 중견 기업들도 대량 해고 대열에 참여했다. 미국 해고 데이터(layoffs.fyi)에 따르면 2022년 한해 미국 테크기업에서만 약 16만명의 구조조정 해고가 있었으며, 2023년에는 두 달 동안 약 13만명의 해고가 있었다. 올해 들어 매주 약 1만5000명의 테크 인재들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3월 들어서도 크고 작은 테크 기업들의 추가 해고 발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주엔 메타에서 2차로 1만명을 더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스타트업들의 자금줄로 그동안 실리콘밸리 혁신의 지지대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로 실리콘밸리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해고 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칼바람 속에서도 실리콘밸리를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있다. 일자리 정보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링크드인(Linkedin.com)에서는 최근 테크기업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layoffs’ ‘#opentowork’처럼 해시태그(#)와 함께 본인 해고 상황을 알리며 일자리 정보를 적극적으로 나누고 있다. 가장 딱한 상황은 비자 문제가 걸려있는 외국인들 경우다. 인도 출신 엔지니어는 “이제 딱 30일 남았다. 30일 안에 다른 직장을 찾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피가 마른다. 일자리 찾는 데 도움 달라”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 메시지에는 100여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모르는 사람들조차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봐 주고 연결해주고 있다. 구글을 그만둔 직원들의 알럼나이 모임인 ‘Xoogler(주글러)’는 동료들의 지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주글러에서는 구글의 해고 발표가 나자마자 해고된 1만2000명을 대상으로 마인드 컨트롤과 명상 등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또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해주는 네트워킹 오프라인 모임도 만들어 발 빠르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차가운 해고 바람 속에서 따뜻한 인간미와 동료애를 느낄 수 있다.   이번 대형 테크기업들의 대량 해고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산업계 간 인재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은 높은 연봉과 카페테리아 공짜 식사나 마사지 등의 최고 복지 시설로 고급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큰 테크기업의 대량 해고에 실망한 인재들은 이제 테크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계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인재 영입에 목말라 왔던 스타트업이나 다른 산업계에서는 고급 인재 확보에 숨통이 트이는 기회가 된 것이다. 그동안 보지도 못했던 엔지니어들의 이력서가 들어오고 있다고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기쁨의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테크기업들의 대량해고가 이어진 최근 6개월간 미국의 비(非) 테크 기업에서 약 50만명 이상의 인재 채용이 있었다는 데이터가 나오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해고가 불투명한 거시경제 전망 때문이 아니라 경쟁 회사들이 하니 우리도 한다는 ‘모방 해고(Copycat Layoffs)’라는 비판도 받지만, 이번 대량 해고가 그동안 ‘사람부터 뽑아놓고 보자’ 식으로 달려왔던 테크기업들이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하다.   인재들의 산업간 이동도 의미 있는 일이다. 구름 뒤에 해가 있을 때 구름 가장자리에 나타나는 희망의 실버 라이닝처럼, 테크기업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효율성을 다져서 더 큰 혁신을 가져오길 기대한다. 또 자리를 옮겨간 테크 인재들이 다른 산업 부문에서 가속할 혁신도 내심 기다려진다. 정김경숙 /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실리콘밸리 노트 실리콘밸리 실버라이닝 해고 칼바람 구조조정 해고 해고 데이터

2023-03-26

[기고] 실리콘밸리 해고 칼바람과 실버라이닝

3년 전 미국 본사로 옮겨와서 팀원들을 뽑게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은 ‘정말 잘 뽑았다’고 생각한 유능한 친구였다. 그런데 이 친구는 다른 친구들보다 일을 더 잘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기 고용 안정성에 대해 불안해하며 “괜찮냐”고 나에게 물어보곤 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과거 근무했던 직장들의 구조조정으로 본인 뜻과 상관없이 연거푸 회사를 떠나야 했었다. 미국 직장인 2명 중 1명꼴로 구조조정에 의한 해고를 당한다는 데이터를 보니 그 불안이 이해됐다. 이렇게 해고가 흔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해고된 사실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본인 잘못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해고(fire)와 회사 구조조정에 의한 해고(layoff)를 명확히 구분해서 사용한다. 그리고 이제 2022년과 2023년. 실리콘밸리에는 그야말로 해고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전 세계 거시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경영 효율성이 우선시되면서 작년 말 메타(페이스북 모기업)로 시작된 해고 바람은 재무제표가 탄탄하고 현금 보유량도 많아 큰 걱정 없어 보이던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로 이어졌다. 이 기업들은 각각 1만명, 1만 2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들에 이어 세일즈포스, 페이팔, 스트라이프, 델 등 중견 기업들도 대량 해고 대열에 참여했다.     미국 해고 데이터(layoffs.fyi)에 따르면 2022년 한해 미국 테크기업에서만 약 16만명의 구조조정 해고가 있었으며, 2023년에는 두 달 동안 약 13만명의 해고가 있었다. 올해 들어 매주 약 1만5000명의 테크 인재들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3월 들어서도 크고 작은 테크 기업들의 추가 해고 발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주엔 메타에서 2차로 1만명을 더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스타트업들의 자금줄로 그동안 실리콘밸리 혁신의 지지대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로 실리콘밸리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해고 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칼바람 속에서도 실리콘밸리를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있다. 일자리 정보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링크드인(Linkedin.com)에서는 최근 테크기업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layoffs’ ‘#opentowork’처럼 해시태그(#)와 함께 본인 해고 상황을 알리며 일자리 정보를 적극적으로 나누고 있다.     가장 딱한 상황은 비자 문제가 걸려있는 외국인들 경우다. 인도 출신 엔지니어는 “이제 딱 30일 남았다. 30일 안에 다른 직장을 찾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피가 마른다. 일자리 찾는 데 도움 달라”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 메시지에는 100여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모르는 사람들조차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봐 주고 연결해주고 있다.     구글을 그만둔 직원들의 알럼나이 모임인 ‘Xoogler(주글러)’는 동료들의 지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주글러에서는 구글의 해고 발표가 나자마자 해고된 1만2000명을 대상으로 마인드 컨트롤과 명상 등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또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해주는 네트워킹 오프라인 모임도 만들어 발 빠르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차가운 해고 바람 속에서 따뜻한 인간미와 동료애를 느낄 수 있다.   이번 대형 테크기업들의 대량 해고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산업계 간 인재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은 높은 연봉과 카페테리아 공짜 식사나 마사지 등의 최고 복지 시설로 고급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큰 테크기업의 대량 해고에 실망한 인재들은 이제 테크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계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인재 영입에 목말라 왔던 스타트업이나 다른 산업계에서는 고급 인재 확보에 숨통이 트이는 기회가 된 것이다. 그동안 보지도 못했던 엔지니어들의 이력서가 들어오고 있다고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기쁨의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테크기업들의 대량해고가 이어진 최근 6개월간 미국의 비(非) 테크 기업에서 약 50만명 이상의 인재 채용이 있었다는 데이터가 나오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해고가 불투명한 거시경제 전망 때문이 아니라 경쟁 회사들이 하니 우리도 한다는 ‘모방 해고(Copycat Layoffs)’라는 비판도 받지만, 이번 대량 해고가 그동안 ‘사람부터 뽑아놓고 보자’ 식으로 달려왔던 테크기업들이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은 확실하다.   인재들의 산업간 이동도 의미 있는 일이다. 구름 뒤에 해가 있을 때 구름 가장자리에 나타나는 희망의 실버 라이닝처럼, 테크기업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효율성을 다져서 더 큰 혁신을 가져오길 기대한다. 또 자리를 옮겨간 테크 인재들이 다른 산업 부문에서 가속할 혁신도 내심 기다려진다. 정김경숙 /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기고 실리콘밸리 실버라이닝 해고 칼바람 구조조정 해고 해고 데이터

2023-03-24

[투자의 경제학] 실리콘밸리은행

국내 16위 규모의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의 파산은 어이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주 수요일 270달러 정도에 거래되던 주가가 목요일에 106달러로 떨어졌고 거래중지가 된 후 지난 10일 연방예금보호공사(FDIC)에서 은행을 폐쇄했다.     2008년도 금융위기 때도 실리콘밸리 은행처럼 빠른 속도로 이런 규모의 금융 기관의 몰락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물론 그 당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베어스턴스나 리먼 브러더스의 경우에도 믿기 힘들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2월 주식 추천 상황을 보니 실리콘밸리은행 주식을 ‘사자’로 추천하고 있던 애널리스트가 13곳이나 있었던 것으로 보아 황당해하는 전문가들도 여럿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부에서 예금주들을 액수와 관계없이 보호해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나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 시간도 없이 전액 손실을 면치 못하게 됐다.  특히 은행 주식에 대한 투자는 성장주들과는 달리 비교적 위험도가 낮을 것으로 여기고 투자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리콘밸리은행에 대해 증권가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금주들이 신생업체나 벤처캐피탈 쪽에 집중돼 있어 경제 악화와 더불어 자금 상황이 나빠지면 은행에도 영향을 미칠것을 우려해 이번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주가가 지난해 3월 중 최고치인 597달러에서 꾸준한 하락세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하락세는 다른 은행들도 하락폭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추세였으니 일반 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은행만 예외적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3월 들어 벌써 3개의 은행이 문을 닫는 사태로 인해 혹시 이런 사태가 확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예금주는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팽배해 있다.     세 은행 모두 특정 커스터머 베이스에 집중돼 있어 특수한 경우라고 평가하는 쪽도 있고 취약한 점이 있어 먼저 위기가 온 것이지 다른 은행들도 같은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쪽도 있다.     실리콘밸리은행처럼 예금고 감소를 매꾸기 위해 보유한 채권을 손해를 감수하고 매각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에서 은행 자금 대출 창구를 마련해준 정책은 큰 도움이 될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취약한 부분이 어디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최근 기업수익 보고서의 내용을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문의: (213)434-7787 김세주 / Kadence Advisors, LLC투자의 경제학 실리콘밸리은행 기업수익 실리콘밸리은행 주식 은행 자금 실리콘밸리 은행

2023-03-15

한국 스타트업 전문 로펌 실리콘밸리에 첫 현지법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 로펌의 현지 법인이 처음 설립됐다.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미션은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고 16일 밝혔다. 미션은 앞서 지난 11일 실리콘밸리가 있는 멘로파크의 브리티시 뱅커스 클럽에서 현지 밴처캐피탈(VC)과 한국 스타트업 해외 진출 기관, 스타트업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지 법인 설립 기념식을 열었다.   한국 로펌의 실리콘밸리 현지 법인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션은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진출과 현지 적응, 경영관리를 통합 지원하는 ‘실리콘밸리 익스프레스’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스타트업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리콘밸리 현지와 국내를 하나로 이어주는 체계적인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미션의 김성훈 대표변호사는 “스타트업들이 국경을 넘을 때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국과 실리콘밸리 양쪽에서 24시간 쉼 없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션은 벤처투자 및 스타트업 생태계의 대표적인 로펌으로, 벤처투자와 인수합병(M&A), 글로벌 진출 등을 전문으로 한다.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로펌 실리콘밸리 한국 스타트업 스타트업 전문

2023-01-17

[디지털 세상 읽기] 빅테크 기업의 해고 러시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대량 해고가 줄을 잇고 있다. 메타의 경우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을 해고했고, 아마존 역시 1만 명에 달하는 직원을 내보낼 계획이다. 요즘 뉴스의 중심에 있는 트위터의 경우는 몇 명이 나갔는지 정확한 파악도 되지 않는 상황이고, 넷플릭스·코인베이스·리프트도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원을 늘리기에 바빴던 기업들의 태도 돌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뉴욕대 스콧 갤로웨이 교수는 테크 기업들이 팬데믹 때 큰 수익을 내면서 직원을 지나치게 늘렸기 때문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현재의 추세가 당분간 이어져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이 뽑았던 사람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인력이기 때문에 해고된다고 해도 곧바로 다른 기업들에 취업할 사람들이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게 갤로웨이의 생각이다.   테크 업계 자체의 성숙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년 동안 폭풍 성장을 한 인터넷 기업들은 쏟아져 들어온 돈으로 일단 최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보자는 태도로 본업과 무관한 실험적인 프로젝트에도 많은 투자를 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어떤 산업에서도 볼 수 없는 수준의 사내 복지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제 빅테크 기업들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지만 성장 속도는 크게 둔화하고 있다. 이렇게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들의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일단 사람부터 뽑고 보자는 관행은 더 이상 맞지 않기 때문에 빅테크의 대량 해고는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려는 변화라는 것이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빅테크 해고 실리콘밸리 빅테크 빅테크 기업들 해고 러시

2022-11-25

한국 'AI·메타버스' 수출 지원…실리콘 밸리서 150업체 참여

기술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디지털 기업의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관련 수출을 지원하는 행사가 7 8일 이틀간 진행됐다.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K-글로벌@실리콘밸리' 행사에는 한국 디지털 기업 30개 사와 글로벌 기업 및 투자사 미국 현지의 150개 업체가 참여했다.   2012년 처음 열린 이 행사는 최근 2년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나 올해는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올해 행사는 수출상담회 정보통신기술(ICT) 혁신포럼 스타트업 피칭대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콘텐츠와 플랫폼 AI 디지털 장비 분야의 한국 ICT 기업들은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 구글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과 현지 투자업체를 대상으로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설명하고 일대일 상담회를 개최했다.   코트라는 이번 수출 상담회에서 한국의 메타버스 솔루션 업체가 현지 유통기업과 100만 달러 규모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한국의 AI.데이터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코스메틱 플랫폼 웹소설 플랫폼 비주얼아트 서비스 업체가 현지 바이어와 업무 협약을 맺는 등 미국 디지털 시장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고 설명했다. ITC 혁신포럼에선 구글과 네이버Z 엔비디아 등 양국 기업이 메타버스 산업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고 현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은 실리콘밸리 메타버스의 미래 발전 방안을 토론했다.   8일에는 한국 디지털 기업 12개 사가 미국 현지 진출과 투자 유치를 위한 피칭 대회를 진행했다.메타버스 실리콘 실리콘밸리 행사 수출상담회 정보통신기술 메타버스 솔루션

2022-11-08

[중앙시평] 트럼프보다 무서운 자가 온다

“로마가 불타는 게 보고 싶다.”   21세기 로마인 미국에 대해 마치 빈 라덴인양 증오를 표출하는 자가 있다. 아마 미 대사관에서 비자 받기 힘든 자일테다. 하지만 독일계 미국인인 그는 오늘날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혁신적인 투자가이다. 그의 이름은 피터 티엘이다. 혹시 주식 투자 좀 해본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거물이다. 온라인 지불 시스템 혁신을 일으킨 소위 페이팔 마피아의 리더이자 『제로 투 원』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말이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이름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도 스타일과 행보는 다르지만 이 마피아의 일원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인 그가 왜 미국이 불타는 걸 원할까?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티엘은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기득권 체제(딥 스테이트)를 불태우려 한다. 그는 구글 독점 기업, 바이든 민주당, 아이비리그 대학 등을 기득권의 진앙지로 지목한다. 이들 리버럴 기득권이 중국과의 패권 싸움이 아니라 중국과 결탁해 미국의 국익을 배신했다고 고발한다. 심지어 그는 바이든을 나치 독일에 협력한 프랑스 비시 정부의 수반인 페탱에 비유한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칼 슈미트, 레오 스트라우스, 르네 지라르 등 서구 비주류 사상계보에 대한 극우적 해석을 통해 자유주의와 여성주의를 극히 혐오하는 일베 스타일의 세계관을 형성해 왔다.   아직도 트럼프 현상을 단지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의 반란이고 실리콘밸리는 이를 견제하는 민주당의 기반이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은 좀 더 넓은 그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때 실리콘밸리는 68 혁명의 유산 속에서 군산복합체 이미지보다는 더 쿨한 세상에 대한 혁신의 열기로 기억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시대정신은 맥스 채프킨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기자의 2021년 책 『Contrarian-티엘처럼 관습적 견해와 반대로 베팅하는 자』에 따르면 티엘 식의 정보 감시 기업 이미지와 좀 더 닮아 있다. 티엘이 만든 벤처 기업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와 경찰 등에 이어 전 세계에 정보 감시 기술을 팔며 천문학적 돈을 벌고 있다. 더구나 이제 그는 스티브 배넌 등 워싱턴 정가의 극우 정치인들과 교류하는 걸 넘어 자기 사도들을 선거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번 중간 선거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인 오하이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인 밴스는 당선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티엘 추종자이다.   트럼프가 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건 상대적으로 덜 두렵다.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와 규범은 그래도 트럼프와 같은 즉흥적인 마피아 보스 스타일과는 싸울 체력이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도구로 미국과 전 세계를 자신의 사기업 팔란티어의 이윤과 극우 세계관의 실험장으로 바꾸고자 하는 티엘과 같은 세력은 매우 두렵다. 왜냐하면 그는 다가올 혼돈의 세상과 기술을 미리 꿰뚫어 보는 천재적 안목과 천문학적 자본, 그리고 일관된 파시즘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주류가 경제 펀더멘탈이 튼튼하다고 헛소리를 할 때 이미 2007년에 1년 후 다가올 경제위기를 예견했다. 그리고 이미 2010년경부터 트럼피즘의 시대를 예고해 왔다. 정작 티엘을 비웃던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리버럴 기업가들은 그가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바로 옆자리에 앉는 현실을 씁쓸하게 지켜보아야만 했다.    ‘무능하기보다는 차라리 사악해지자.’ 티엘의 인생 좌우명이다. 사실 그는 민주당의 큰 정부론을 혐오하고 자유지상주의를 설파하면서도 자신의 사기업과 국가의 거대한 결탁은 자랑할 만큼 얼굴이 두껍다. 그리고 상대를 끝까지 파멸시키는 음험한 계략의 귀재이다. 위에서 언급한 책에 따르면 민주당에게 대선을 몇 번 헌납해 결국 무리한 정책을 추구하게 하다가 이를 핑계로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사석에서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는 ‘반지의 제왕’ 광팬이자 파시스트인 멜로나가 총선에서 승리했다. 피터 티엘도 반지의 제왕 덕후라서 그의 팔란티어 기업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한다. 온갖 기행과 모험을 거듭하는 그가 향후 베팅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자신의 통제를 받는 대선후보와 정치세력을 만들 경우 우리는 진짜 두려운 미래를 맞이해야 한다. 티엘 유형의 ‘감시 자본주의’ 기업 제국 대 시진핑 유형의 디지털 스탈린주의가 대결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보호주의나 트럼프의 재집권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분들은 사실은 너무 낙관주의자들이다. 바이든은 그래도 좋은 인품을 가진 분이고 트럼프는 마초인척 해도 사실은 겁쟁이다. 미국의 진짜 위험성은 사악해지는 걸 두려하지 않으면서 보호주의와 기술 디스토피아에 대한 천재적 본능을 결합한 티엘 같은 이들이다. 이들 군산복합체의 거대한 욕망과 냉혹한 계산 속에서 한반도는 지금 더 위험한 구렁텅이로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과연 미국과 한국은 이 국수주의와 감시자본주의 제국, 그리고 극우 세계관이 기묘하게 결합한 괴물의 성장을 제어할 수 있을까? 안병진 /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중앙시평 트럼프 트럼프 현상 한때 실리콘밸리 오늘날 자본주의

2022-10-17

실리콘밸리의 거장 존 웨인라이트, 플레이놈 기술 어드바이저 합류

NFT 마켓플레이스 2.0 플레이놈(playNomm, 대표이사 문성억)은 지난 29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1세대 개발 엔지니어 존 웨인라이트가 기술 어드바이저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존 웨인라이트는 애플과 IBM의 합작투자 회사인 '칼레이다랩스’를 거쳐 오토데스크 및 크라우드 사이언스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다. 이후 콜렉티브 테크놀로지 부사장, 한국어 학습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미리내의 공동창업자 등으로 활동한 그는 IT 업계에서 기술뿐 아니라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다. 특히 그는 심즈 등 3D 애니메이션 개발에 사용된 컴퓨터 언어인 '스크립트X’와 '맥스스크립트(3dsMax)’의 수석 설계자로 유명하며, 가상머신 운용체계에 대한 프레임워크를 애플에 매각하기도 했다.   존 웨인라이트는 NFT 마켓플레이스 플레이놈과 레저메타버스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기술적 자문 을 제공할 예정이다. 플레이놈은 독자 개발한 블록체인인 레저메타버스 메인넷을 기반으로 한 NFT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으로 자체적으로 엄선하여 기획, 제작된 NFT 프로젝트 발행을 통해 100만 DAO(탈중앙화자율조직)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레이놈은 기존의 블록체인보다 향상된 성능과 안정성 위에 유저들의 사용편의성을 높인 UI/UX 및 차별화된 지갑서비스 등 차세대 NFT 마켓플레이스로서 주목받고 있다. 플레이놈은 다양한 경험과 깊이 있는 노하우를 갖춘 존 웨인라이트의 합류로 기술적 측면과 사업적 측면 모두에서 한층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우 기자 (kim.jinwoo.ja@gmail.com)실리콘밸리 웨인라이트 기술 어드바이저 마켓플레이스 플랫폼 마켓플레이스 플레이놈

2022-09-29

조지아, 전기차 '실리콘 밸리'되나

조지아, 전기차 '실리콘 밸리' 되나    채널2액션뉴스, UGA 경제학자 인터뷰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부터 개솔린 등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에 조지아주가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경제학자이자 조지아대학(UGA) 교수인 제프리 도프만 교수는 25일 채널2액션뉴스에 "현재 조지아주는 시기적절한 사업을 하고 있다. 전기차(EV) 분야의 리더가 될 것"이라며 조지아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 EV공장, 배터리 재활용 공장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조지아주는 EV 생산 및 기술 관련 분야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다.     현대는 조지아에 EV공장을 지음으로써 8500개, 리비안은 7500개 일자리를 약속한 바 있으며, SK배터리 공장은 지난 1월에 가동을 시작했고 제2공장을 짓고 있다.     도프만 교수는 최근 계약이 성사된 리비안과 현대의 EV공장을 언급하며 "여러 EV공장이 생김으로써 기술자들이 모여들면 다른 IT기업들도 알아서 오게 될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우리는 실리콘 밸리처럼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캘리포니아가 개솔린 차 관련 법률을 발표처럼 시행하지 못하더라도, 16개 주에서 유사한 법안이 논의 중이라 조지아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도프만 교수는 "EV업계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주 전반적인 경제에 파급 효과가 대단할 것"이라며 교육업계, 주택시장, 주차업계 등을 언급했다.     윤지아 기자조지아 전기차 EV공장 경제 실리콘밸리

2022-08-26

"직지 오류 바로잡습니다" 실리콘밸리 중고생들 뭉쳐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약칭 직지)을 알리는 문화 행사가 14일 오후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타클라라카운티 산호세시 베리사 도서관에서 열렸다.   한국어교육재단(이사장 구은희) 청소년 봉사단체인 KYAC가 개최한 이번 행사에는 현지 한인 중고등학생 22명이 그동안 직지를 알리기 위해 한 활동을 소개했다.   이들은 6월부터 2개월간 직지가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앞선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에도 일부 웹사이트에는 여전히 잘못된 정보가 있다며 이를 바로잡는 데 힘썼다고 밝혔다.   또 직지의 역사와 관련해 제작한 영상과 애니메이션, 인스타그램 등을 선보이며 직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어교육재단과 수년째 한국 문화 체험 행사를 마련한 게르멘 몬티노 밀피타스시 부시장, 정승덕 유엔 피스코(한반도평화번영재단) 샌프란시스코 지부 회장이 참석해 이날 행사를 축하했다.   밀피타스시는 이들 청소년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또 청주 고인쇄박물관은 청소년 13명을 직지 홍보위원으로 위촉했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된 직지는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2006년 청주시 '직지 홍보대사'로 위촉된 구은희 재단 이사장은 "올해에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직지의 날'을 제정해 어느 해보다 이번 행사의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 직지를 모르는 이에게 직지의 가치를 더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올해 6월 캘리포니아주 하원은 9월 4일을 '직지의 날' 제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실리콘밸리 중고생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청주시 직지 직지 홍보위원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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