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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영화인  ‘더 파벨만스(The Fabelmans)’을 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영화계에 첫 직장을 얻기까지의 내용인데 어머니의 불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우리 부부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숨기고 싶은 아픈 가족사를 온 세상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스필버그 감독이 16살 때 엔지니어였던 아버지가 최신 영화 필름 편집기를 사와 아들에게 부탁한다.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 어머니가 슬픔에 잠겨있으니 새 편집기로 캠핑 녹화의  편집을 빨리 끝내라는 것이었다. 가족 캠핑 영상이 어머니를 위로하고 슬픔을 잊게 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촬영 스케줄을 미루고 가족 캠핑 필름을 편집하다가 그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배경 중에 먼발치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친구인 베니와 밀회를 즐기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다른 필름도 모두 살펴보니 밀회의 장면들이 더  나왔다. 어머니는 아이들 베이비시터가 필요하다면서 아버지에게 베니를 부하직원으로 채용해 애리조나로 함께 이사까지 했다. 오랜 세월 삼촌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어머니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사실을 안 사춘기 소년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엄청난 일이기에 밀회 장면은 모두 빼고 편집을 했고 온 가족은 영상을 보며 기뻐한다.     다음 해인 1963년 스필버그는 제작비  500달러(현재 화폐 가치로는 약 5000달러 상당)를 투자해  직접 각본까지 써서 불꽃(Firelight)이라는 영화를 만든다. 동네 영화관에서 입장료 1달러를 받고 직접 영사기를 돌리며 501달러의 수입을 얻는다.     모두 그의 재능을 칭찬했다. 어머니가 그를 자랑스러워하며 포옹을 하려 하자 이를 피한다.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 어머니가 그 이유를 따진다. 아들은 말없이 두 사람의 불륜의 장면만 모아 놓았던 비공개 필름을 어머니 혼자서 보게 한다. 영상이 끝나고 밖으로 나온 어머니는  일어서지도 못한 채 대성통곡을 한다. 어머니는 오래된 은밀한 비밀이 들통났을 때의 당혹감과 수치심, 아들과 남편에게 죄스런 마음에 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울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아들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거듭 말한다. 말은 없었지만 아버지가 알기 전에 베니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암시였을 것이다.   스필버그는 비극의 불씨를 촬영하게 된  자신을 자책하고 더는 영화촬영에 대한 꿈을 접으며 아끼는 촬영기까지 판다.  여기서 그가 영화인의 꿈을 영영 포기했다면 우리는 ‘조스’, ‘E.T’,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인디애나 존스’, ‘주라기 공원’등을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어머니가 아들이 자기 때문에  촬영기를 판 것을 알고 더 좋은 촬영기를 구입해 베니를 통해 억지로 안기며 영화 촬영을 계속하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아버지도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새 직장을 구해 애리조나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하게 된 것을 알린다. 새 직장인  IBM에서 베니가 할 일은 없어 함께 이사를 못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은 아버지와는 반대로 어머니는 불만스런 표정을 보인다.  큰 집으로 이사하니 딸들은 자기방이 생겼다고 좋아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마음이 허탈하다면서 애완견 원숭이를 사 왔다. 그리고는 이름이 베니라고 소개를 한다. 모두들 원숭이와 베니라는 이름에 반대하니 원숭이를 구입한 곳으로 돌려보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는 남편이 친절하고 스마트하고 인내심도 많고 자기를 사랑하지만 자기에게는 베니가 필요하다면서 이혼을 요구한다. 세 딸은 어머니에게 화를 내며 따지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버지는 결혼해서 20년을 살았지만 아내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고 탄식을 한다.     이혼한 아버지는 큰 집을 팔고 스필버그와 함께 작은 아파트로 이사한다. 영화와 관련된 직장을 2년 만에 찾는다. 첫 직장에서 존 포드라는 감독을 만나 일생 남을 조언을 듣게 된다. 포그 감독은 영화 촬영을 예술적으로 하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지평선을 위와 아래에 오도록 하며 그 중간에 얘깃거리를 넣으라고 조언을 한다.     스필버그 감독은 작년 토론토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공개하며 이 영화에는 본인의 75년 삶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 레아는 자기가 돌풍을 따라가도록 수없이 허락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인내심과 친절함을 갖춘 컴퓨터 디자인의 천재였다”고 부모님들에 대해 회상했다.     이 영화를 2004년부터 준비해 왔으나 부모님들이 모욕감을 느낄까 우려해 두 분 모두 숨진 2020년 이후 비로소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로  자신 속에 있던 아픔이 치유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60년 된 어머니의 불륜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가슴에만 쌓아두었다가 털어내니 치유가 된 모양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친구이자 부하 직원에게 아내와 가족의 행복을  빼앗긴 그의 아버지가 불쌍했고 아버지의 인내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어머니의 파렴치한 행동에 분개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였고 자기를 후원해준 고마운 분이었다. 그는 이 영화를 계기로 여동생 애니, 수지. 낸시도 자기에게 더 가깝게 다가왔다고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고 때로는 탈선까지 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그들이 이 영화를 통해 본인에게만 가족의 아픈 상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의 치유를 받았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했으면 좋겠다.     최고의 남편임에도 사랑을 찾아 떠나간 여자와 반대로, 나와 40여년을 함께 사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영화다.   윤덕환 / 수필가수필 스필버그 감독 스필버그 감독 영화 촬영 스티븐 스필버그

2023-04-27

거장의 탄생, 스필버그의 자전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린다. 50년 이상 영화를 만들어 온 그가 전적으로 영화 한 편을 자전적 이야기로 꾸며 발표한 적은 ‘더 파벨만스’가 처음이다. 제95회 아카데미상에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등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골든글로브상 작품상(드라마)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파벨만’이라는 가상의 유대인 가정에 자신의 삶을 투영, 가정 내의 갈등과 위기 속에서도 온 가족이 견디어 내는 씁쓸하고도 달콤한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더 파벨만스’의 주제는 영화에 대한 사랑인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소재에 불과하다.     ‘영화’라는 예술 장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항상 네 곁에 있을게”라고 말하면서 지구를 떠난 E.T.와 같은 존재이다. 스필버그는 영화를 늘 우리 곁에서 인간애를 공급해주는 특별한 현상으로 본다. 스필버그 스스로도 이 영화를 자신의 기념비적인 영화 ‘E.T.’의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1952년 뉴저지. 새미(가브리엘 라벨)는 영화 ‘지상 최대의 쇼’를 관람한 후, 영화에 매료된다. 기차 충돌 장면을 재연하려고 애쓰는 아들을 본 어머니 미치(미셸 윌리엄스, 여우주연상 후보)는 아들의 상상력을 북돋워 준다. 새미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불량배들과 싸우고 사랑에 빠지며 더욱 영화에 심취한다. 어머니와 아버지 버트(폴 다노)의 절친 베니(세쓰 로겐)와의 불륜을 알게 되면서     갈등하지만 미치의 삼촌 보리스(저드 허쉬, 남주조연상 후보)와 교류하면서 영화가 인간의 삶에 주는 영향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새미는 대학 졸업 후, CBS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고 그의 영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존 포드 감독과 만나 거장의 꿈을 키운다.     스필버그 감독은 인간관계에 섬세한 질감을 부여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에서도 영화를 통한 뿌듯한 인간애를 이끌어낸다. 보리스 역의 87세의 노배우 허쉬의 연기가 특별히 인상적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스필버그 거장 탄생 스필버그 자전 영화 스필버그 감독

2023-02-17

[그 영화 이 장면] 이니셰린의 밴시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여러 영화가 트로피를 나누어 가진 자리였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파벨먼스’, 지난해 최고 화제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그리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와 ‘엘비스’까지 여러 작품이 호명되었다. 여기 낯선 영화가 한 편 있다. ‘이니셰린의 밴시’다.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그리고 각본상을 받은 이 작품은 ‘쓰리 빌보드’(2017)의 마틴 맥도나 감독이 연출했다. 한국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이 작품은 아일랜드의 작은 섬마을 이니셰린을 배경으로 한 블랙 코미디다. 한적하고 조용하게 시작한 영화는 발화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타오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감정은 고독이다. 매일 바에서 맥주를 나누었던 파드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든 글리슨). 어느 날 콜름은 갑자기 절교를 선언한다. 남은 생을 예술에 쏟겠다는 콜름과 절친의 냉대가 섭섭하기만 한 파드릭. 고립된 섬 속에서 사는 그들은 내면마저 서로를 고립시키며, 이윽고 증오와 반목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 관계를 가장 잘 모여주는 건 집안의 콜름을 창밖의 파드릭이 바라보는 장면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영화를 통해 그 맥락을 알게 되면 잊을 수 없을 이 장면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복잡한 감정을 하나의 풍경으로 요약하듯 보여준다.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 ‘이니셰린의 밴시’. 개봉을 열망한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이니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뮤지컬 코미디 스티븐 스필버그

2023-01-13

‘헤어질 결심’ 비영어 작품상 불발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더 페이블맨스’가 10일 미국 양대 영화상인 제80회 골든글로브 어워즈에서 극영화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아바타:물의 길’, ‘탑건:매버릭’, ‘엘비스’, ‘타르’ 등 쟁쟁한 후보작을 물리치고 작품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영화 부문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을 떼어내 최고 작품을 가리는 골든글로브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이니셰린의 밴시’에도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여했다.   이와 함께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은 극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고, 다중우주(멀티버스) 세계관을 담은 SF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열연을 펼친 량쯔충(양자경)은 코미디·뮤지컬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어 극영화 남우주연상은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 코미디·뮤지컬 영화 남우주연상은 ‘이니셰린의밴시’에 출연한 콜린 패럴에게 돌아갔다.   38년 전 ‘인디아나 존스’ 2편(1985)에서 아역 배우로 출연해 전 세계 영화 팬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베트남계 미국 배우 키 호이콴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여우조연상 수상자로는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의 흑인 배우 앤절라바셋이 호명됐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비영어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이 불발됐다. 과거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에 맞섰던 변호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아르헨티나, 1985’가 이 상을 받았다.   한편 백인독점으로 존망 위기에 몰렸던 골든글로브는 이번에는 아시아·라틴·흑인 등에 대거 상을 몰아주며 대중의 시선을 다시 사로잡았다.     실제 최근 2년간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 영화계의 보이콧 대상이었다. 주최 측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흑인 회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 치명타였다.   작년에는 주관 방송사 NBC가 중계방송을 중단했고, 스타들도 대거 불참을 선언해 사실상 시상식으로서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HFPA는 그동안 절치부심하기라도 한 듯, 실제로 회원 96명 가운데 흑인 회원 6명을 최근 추가 영입했다. 이들은 다른 비회원 투표권자 103명과 함께 골든글로브 수상작을 골랐고 그 결과, 아시아권, 흑인, 라틴계 스타들이 이날 대거 중앙무대를 차지했다고 스페인 EFE통신은 전했다. 김상진 기자사설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 스필버그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2023-01-11

[수필] ‘더 파벨맨(The Fabelmans)’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찾았을 때 보고 싶었던 영화는 상영하지 않았다. 어떤 영화를 볼까 망설이다 직원에게 좋은 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더 파벨맨(The Fabelmans)’를 추천해 주었다.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차츰 전개되는 내용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어릴 때 겪었던 일화들로 엮어져 그의 반 자전적인 영화 스토리란 걸 알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던 스필버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유태인 후손 가운데 이름을 떨친 사람들이 많다. 아인슈타인 박사, 헨리 키신저 박사,  엘렌 그린스펀, 할리우드 영화계를 주름잡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 많은 유태인 디아스포라의 후손들이 미국의 경제계, 언론계, 방송계를 주름잡고 있다. 그 유명한 후손들 가운데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     스필버그의 어머니 리아 아들러(Leah Adler)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경영하는 식당에 기자가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 그녀의 아들 스필버그는 어릴 때 매우 소심했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학교도 잘 안 가고 집구석에 처박혀 그림이나 그리고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이나 찍고 놀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 가면 급우들이 항상 “더러운 유태인” 이라고 놀려 대고 왕따를 당해 말할 수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으로 고통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야단치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격려해 주고 장려했다고 한다.     특히 그의 할머니는 “너는 둘도 없는 위대한 사람이 될 거야” 하며 그의 잠재 능력을 바라보고 앞으로 대성할 것을 기대하면서 그를 위로했다고 한다. 스필버그 부모의 교육관이 보통의 부모들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한인을 포함해 보통의 부모님들은 자녀가 학교에 무단으로 결석하면 호통을 치고 큰일이 난 것처럼 자녀에게 등교를 강요하지만 스필버그의 어머니는 자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발시켜 나가도록 뒷받침해 준 것이다. 그리하여 스필버그는 영화감독이 되어 영화계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가 있었다.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받게 된다.  그는 인디아나 존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많은 영화 수작을 만들었지만, 쉰들러 리스트는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태인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으로 자기가 어릴 때 격은 아픔을 쉰들러 리스트에 반영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새미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감독 존 포트를 소개받아 만나게 된다. 이 유명한 감독은 영화 제작이 얼마나 험난한 줄 아느냐며 자기 벽에 걸어 둔 그림들을 가르킨다. 그림 하나하나 무엇을 말하는지 말하라고 하자 새미는 장황하게 설명한다. 감독 존 포드가 수평선이 어디 있느냐며 묻자 새미는 밑에 있다고 대답한다.     또 다른 그림을 가리키며 수평선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새미는 밑(bottom)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기상천외의 대답을 한다. “수평선이 밑에 있으면 흥미로운 일이고, 수평선이 위에 있으면 이 역시 흥미로운 일이고, 수평선이 중앙에 있으면 싫증 나는 일이다(When the horizon is on the bottom. It's interesting. When the horizon is on top, it’s interesting. When the horizon is in the middle, it's boring.)” 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빨리 꺼지라고 소리친다.     새미는 무슨 뜻인지 잘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그의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하다 얼굴이 밝아지고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이 장면은 실제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계에 뛰어들기 전 처음 만난 유명한 감독에게 발탁되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불우한 가정을 묘사한다. 새미는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관계가 차차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친다. 어머니는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가족을 부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새미는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영화계에 뛰어들게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려운 모든 환경을 극복하고 영화계에 투신하여 전무후무한 명감독으로 영화계에 우뚝 선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수영 / 수필가수필 파벨맨 영화 영화감독 스티븐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스토리

2022-12-29

[그 영화 이 장면] 블레이드 러너

1980년대를 대표하는 레전드 SF인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가 최근 40주년을 맞아 재개봉했다. 개봉 당시 배급사의 무자비한 편집으로 엉망이 되었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E.T.’(1982)에 밀려 고전했던 이 영화는 10년 후인 1992년이 돼서야 디렉터스 컷으로 비로소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2007년에 파이널 컷이 나왔으니, 영화가 선보인 지 사반세기가 지나서야 비로소 완성된 셈이다.   배경은 2019년 로스앤젤리스.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리플리컨트(복제인간)를 잡으러 다니는 ‘블레이드 러너’다. 로이 배티(룻거 하우어)는 행성을 탈출해 지구에 침투한 리플리컨트의 리더이며, 데커드의 표적이다. 배티의 목적은 생명을 연장하는 것. 자신을 만든 타이렐(조 터켈)을 만나지만, 배티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영화엔 수많은 명장면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데커드와 배티가 맞닥트리는 후반부는 영원히 회자할 것이다. 이른바 ‘빗속의 눈물’로 불리는 이 장면에서, 수명을 다한 리플리컨트 배티는 죽음을 맞이하며 독백한다. 영화사상 가장 감동적인 죽음이라 불러도 될 광경 속에서 배티는 말한다. “난 네가 상상하지 못할 것을 봤어. (중략) 그 기억이 모두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배티는 고개를 숙이고, 이때 비둘기가 날아간다. 마치 그의 영혼처럼.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블레이드 러너 블레이드 러너 스티븐 스필버그 해리슨 포드

2022-10-21

[J네트워크] 웨스트 사이드 재개발 스토리

 스필버그 감독의 최신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는 귀에 익은 노래가 이어진다. 막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가 함께 부르는 ‘투나잇’,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떠올리며 노래하는 ‘마리아’, 유쾌한 군무와 함께 펼쳐지는 ‘아메리카’ 등 70여년 전 레너드 번스타인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위해 작곡한 노래들이다. 당시 작사가는 스티븐 손드하임. 지난해 별세한 이 거장의 첫 뮤지컬 작업이었다니, 이 뮤지컬의 오랜 역사가 짐작된다.     1957년 초연에 이어 61년 나온 영화도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백인인 나탈리 우드가 주연을 맡아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이민자 마리아를 연기했다.   스필버그의 리메이크는 이후 70년 만이다. 젊은 감독이라면 시대를 21세기로 바꾸고 음악도 요즘 스타일을 가미했을지 몰라도, 스필버그는 인물 설정과 대사 등은 일부 바꿨으되 음악은 물론 시대도 원작대로 50년대 뉴욕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인다. 아니, 61년 영화와 비교하면 훨씬 더 생동감 넘치게 보여준다. ‘아메리카’의 군무만 해도 과거처럼 세트가 아니라 실제 거리에서 펼쳐진다.   이를 비롯한 거리 장면은 대개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없이 실제 거리에서, 주로 뉴욕에서 촬영했다.     그 비결을 스필버그는 이렇게 전한다. “사실 여전히 일부 자치구에 70년 전의 도시가 남아 있어요. 1950년대 뉴욕은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할렘에 생생하게 살아 있죠. 건물들이 바뀌지 않은 곳에서만 촬영했어요.” (인터뷰집 ‘스필버그의 말’중에서) 싹 다 밀어버리는 식의 재개발이 벌어졌다면, 아마도 이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찍어야 했을 터다.   하지만 뉴욕에서도, 다름 아닌 1950년대 웨스트 사이드 지역에서 그런 식의 도시 개발이 벌어진 역사가 있다. 이번 영화는 첫 장면부터 건물들이 철거 중인 도시 풍경을 보여준다. 반쯤 파괴된 건물 밖으로 비어져 나온 욕조 등은 이곳이 사람 살던 집이란 걸 알려준다. 빈민가를 밀어버린 자리에 링컨센터가 들어설 것이란 안내판도 등장한다.     61년작 영화에는 없던 장면들이다. 시나리오를 새로 쓴 작가 토니 쿠슈너는 이 지역의 실제 역사를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덕분에 극 중 샤크파와 제트파의 대결에도 사회적 함의가 더해진다. 이 혈기왕성하고 서로 인종이 다른 청소년 집단의 대결에는 터전을 잃는 불안이 어른거린다.   도시의 개발이 그렇듯, 영화의 리메이크도 정답은 없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더 과감한 리메이크가 더 재미있었을 것 같지만, 스필버그는 고전적 리메이크의 미덕을 충분히 보여준다.     영화 마지막에는 ‘For Dad’(아빠를 위해)라는 자막이 나온다. 스필버그의 아버지는 이 영화가 완성되기 전인 2020년 103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가장 좋아한 뮤지컬 영화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고 한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J네트워크 웨스트 사이드 웨스트 사이드 뮤지컬 영화 스필버그 감독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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