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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웨스트 사이드 재개발 스토리

 스필버그 감독의 최신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는 귀에 익은 노래가 이어진다. 막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가 함께 부르는 ‘투나잇’,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떠올리며 노래하는 ‘마리아’, 유쾌한 군무와 함께 펼쳐지는 ‘아메리카’ 등 70여년 전 레너드 번스타인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위해 작곡한 노래들이다. 당시 작사가는 스티븐 손드하임. 지난해 별세한 이 거장의 첫 뮤지컬 작업이었다니, 이 뮤지컬의 오랜 역사가 짐작된다.  
 
1957년 초연에 이어 61년 나온 영화도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백인인 나탈리 우드가 주연을 맡아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이민자 마리아를 연기했다.
 
스필버그의 리메이크는 이후 70년 만이다. 젊은 감독이라면 시대를 21세기로 바꾸고 음악도 요즘 스타일을 가미했을지 몰라도, 스필버그는 인물 설정과 대사 등은 일부 바꿨으되 음악은 물론 시대도 원작대로 50년대 뉴욕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인다. 아니, 61년 영화와 비교하면 훨씬 더 생동감 넘치게 보여준다. ‘아메리카’의 군무만 해도 과거처럼 세트가 아니라 실제 거리에서 펼쳐진다.
 
이를 비롯한 거리 장면은 대개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없이 실제 거리에서, 주로 뉴욕에서 촬영했다.  
 


그 비결을 스필버그는 이렇게 전한다. “사실 여전히 일부 자치구에 70년 전의 도시가 남아 있어요. 1950년대 뉴욕은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할렘에 생생하게 살아 있죠. 건물들이 바뀌지 않은 곳에서만 촬영했어요.” (인터뷰집 ‘스필버그의 말’중에서) 싹 다 밀어버리는 식의 재개발이 벌어졌다면, 아마도 이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찍어야 했을 터다.
 
하지만 뉴욕에서도, 다름 아닌 1950년대 웨스트 사이드 지역에서 그런 식의 도시 개발이 벌어진 역사가 있다. 이번 영화는 첫 장면부터 건물들이 철거 중인 도시 풍경을 보여준다. 반쯤 파괴된 건물 밖으로 비어져 나온 욕조 등은 이곳이 사람 살던 집이란 걸 알려준다. 빈민가를 밀어버린 자리에 링컨센터가 들어설 것이란 안내판도 등장한다.  
 
61년작 영화에는 없던 장면들이다. 시나리오를 새로 쓴 작가 토니 쿠슈너는 이 지역의 실제 역사를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덕분에 극 중 샤크파와 제트파의 대결에도 사회적 함의가 더해진다. 이 혈기왕성하고 서로 인종이 다른 청소년 집단의 대결에는 터전을 잃는 불안이 어른거린다.
 
도시의 개발이 그렇듯, 영화의 리메이크도 정답은 없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더 과감한 리메이크가 더 재미있었을 것 같지만, 스필버그는 고전적 리메이크의 미덕을 충분히 보여준다.  
 
영화 마지막에는 ‘For Dad’(아빠를 위해)라는 자막이 나온다. 스필버그의 아버지는 이 영화가 완성되기 전인 2020년 103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가장 좋아한 뮤지컬 영화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고 한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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