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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 올해 최다 여행지는 스페인·일본

올해 한인들이 가장 많이 여행에 나선 유럽과 아시아 국가는 스페인과 일본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LA지역 한인여행사 6곳을 대상으로 올해 모객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유럽국가 가운데서는 스페인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지난 5월 유럽 가족여행에 나선 애플밸리 거주 소피아 장씨는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들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꼭 가고 싶었다. 구엘 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를 비롯해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직접 방문해 본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주투어 스티브 조 전무는 “스페인은 바르셀로나 이외에도 문화의 중심지 마드리드, 토마토 축제로 유명한 발렌시아, 피카소의 고향 말라가, 투우의 본고장 세비야, 알함브라 궁전의 도시 그라나다 등 볼거리가 많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2위, 3위는 에펠탑의 파리, 보르도 와인, 영화의 도시 칸 등의 프랑스와 로마 원형 경기장, 바티칸, 피사의 사탑 등의 이탈리아가 차지했으며 영국, 터키, 포르투갈, 독일, 튀르키예, 노르웨이, 체코 등도 한인 선호 여행지에 포함됐다.   아시아에서는 단연 일본이 1위에 올랐다. 모국 방문길 연계 관광지로 인기가 있는 데다가 역대급 엔저 특수를 누릴 수 있어 유난히 일본 방문객들이 많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역대 최다 입국자 수를 기록한 올해 상반기 일본 방문 국적별 외국인 순위에서 한국이 전체의 25%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이 4위에 올랐다.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일주일간 도쿄 일대를 돌아보고 온 대학생 유진 조씨는 “호텔비, 교통비부터 쇼핑까지 환율 덕분에 부담 없이 여행했다. 특히 팁도 없어 외식비가 LA와 비교해 거의 50~60% 수준이었다. 환율이 조금 올랐지만 연말연시에 다시 한번 가려고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삼호관광의 신영임 부사장은 “내달 둘째 주까지 매주 30명씩 출발이 확정됐을 정도로 한인들의 일본 여행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아시아 지역 인기 여행지 2위와 3위는 다낭, 호치민, 하노이, 나트랑의 베트남과 방콕, 푸켓, 치앙마이, 파타야의 태국 순이었으며 대만이 뒤를 이었다.   한편, 여행전문사이트 트래블파이러츠가 최근 발표한 2024 방문객 최다 국가 순위에 따르면 1위는 하계 올림픽 개최국으로 8940만명을 기록한 프랑스가 차지했으며 2위는 8370만명의 스페인이었다.   3위는 미국으로 7930만명이 방문했으며 인기 관광지는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뉴욕 자유의 여신상, 알래스카, 하와이 등이었다.   이어 베이징(6570만명), 이탈리아(6450만명)가 4위, 5위에 올랐으며 튀르키예(5120만명), 멕시코(4500만명), 태국(3980만명), 독일(3960만명), 영국(3940만명)이 톱10에 포함됐다.   글·사진=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일본 여행지 한인 선호 한인여행사 스페인 유럽 여행 투어 관광 로스앤젤레스 가주 미국 OC LA CA US NAKI KoreaDaily

2024-10-23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예술의 본고장으로 떠나볼까, 스페인

은퇴 후 카메라 하나 들고 유럽여행에 나서는 것은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음 직한 버킷리스트다. 지금껏 성실히 살아온 '어른 여행자'들에게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은 유럽 여행지는 역시 스페인이다. 스페인 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강렬하며 풍요로운 태양, 가우디, 플라멩코, 투우, 레알 마드리드, 하몽, 타파스 요리 같은 것들이다. 또한 스페인은 무려 47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볼거리도 다채롭다.     ▶마드리드=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국왕의 공식 거처이자 왕실의 상징인 마드리드 왕궁, 활기찬 분위기의 마요르 광장과 솔 광장, 시민들의 휴식처인 레티로 공원 알깔라문 등이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명소들이다.   ▶살라망카=스페인 최고의 교육도시로 아늑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멋이 넘친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인 살라망카 대학교,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 로마시대 다리와 극장 등 수많은 명승고적이 남아 있어 르네상스의 절정을 볼 수 있는 건축물의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비야=카르멘과 돈주앙의 고향,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무대가 된 세비야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번창했으며, 15세기 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무역의 기지인 항구도시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 중심은 세비야 대성당. 유럽을 여행할 때 흔히 마주치는 것이 성당이지만, 세비야 성당은 남다르다. 이슬람 사원 위에 지어진 성당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뿐만 아니라 세비야는 투우와 플라멩코의 본고장으로 밤에도 떠들썩하고 활기가 넘친다.   ▶그라나다=가톨릭과 아랍 두 문화가 살아 숨 쉰다. 무어인들이 스페인에 항복할 때까지 아랍문화의 중심이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알함브라 궁전이다. 붉은 철이 함유된 흙으로 지어져 '붉은 성'을 뜻하는 이름이 붙어졌다. 알카사바 요새,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나스르 궁,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이었던 헤네랄리페 정원, 카를로스 5세 궁전, 산타 마리아 성당,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을 모두 일컫는다.     ▶톨레도=한때 로마제국의 도시였고 무어인들에 의해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기도 했던 이색적인 도시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유적이 공존하여 이색적인 스페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인근한 라만차 지방에서는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하얀 밀가루 풍차도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건축가 가우디의 도시다. 피카소와 천재 건축가 가우디를 배출한 예술의 도시로 가우디 초기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레이알 광장, 카탈라나 음악당,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카사 비엔스, 사그라다 파밀리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산 파우 병원, 기암괴석 속에 세워진 카탈루냐의 성지 몬세라트 등이 창의적인 자태로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본고장 스페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세비야 대성당 스페인 최고

2024-09-12

한인들 유럽 투어 붐…소매치기 요주의

유럽 관광에 나서는 한인들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주요 도시 방문 시 소매치기 등 절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보험회사 쿼트존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행객의 87%가 여행 중 도난, 절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유럽 주요 도시들을 방문할 경우 관광객들이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 경계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만큼 소매치기범들도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쿼트존의 여행 보험 전문가 티파니 밀리프는 성명을 통해 “유럽 도시들은 관광지로 유명해 올해도 여행객들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타깝게도 소매치기의 위험 지역이기도 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4월 기준 방문자 100만명당 소매치기 피해가 가장 많이 언급된 국가와 관광명소를 살펴보면 1위는 478건을 기록한 이탈리아로 트레비 분수가 가장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2위는 251건의 프랑스로 에펠탑 주변이, 3위는 스페인(111건)으로 바르셀로나 시내의 라스 람블라스 거리였다.   이 밖에 독일(111건)의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네델란드(100건)의 레드라이트 디스트릭트, 포르투갈(58건)의 알파마, 터키(21건) 술탄아메트 디스트릭트,  그리스(19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폴란드(18건) 쿠라쿠프 라이넥 글로니 센트럴 스퀘어, 아일랜드(7건)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순이었다.   밀리프는 여행자들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머니 밸트나 크로스 바디백 등 도난 방지 액세서리에 투자할 것을 권장했다. 또한 “전자제품, 고가의 보석, 중요한 문서 등 귀중품은 외출 시 호텔 금고에 보관하고 소매치기 피해를 당했다면 즉시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A지역 한인여행업계에 따르면 팬데믹 보복 여행심리에 강달러 영향으로 지난해 6000여명의 한인이 유럽 투어에 나서는 등 유럽 여행 붐이 일고 있다.   아주투어 스티브 조 전무는 “혼잡한 여행지에서 피해를 많이 보는데 요즘은 수법도 다양해져 팀을 꾸리든지 가족 단위로 절도 행각에 나서고 있다. 가이드와 인솔자가 있는 단체여행팀보다는 개별 여행객들이 절도범들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전무에 따르면 ▶관광객이 몰려 붐비는 곳이나 버스, 기차, 지하철 승하차 시 앞뒤를 살필 것 ▶배낭이나 가방은 무조건 앞으로 메고 뒷주머니에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넣지 말 것 ▶현금보다 신용카드 이용 ▶식당, 특히 야외에 앉았을 경우 테이블에 스마트폰을 두지 말 것 ▶사진 촬영 또는 스마트폰 이용 시 피해 빈발 ▶여권 분실에 대비해 스마트폰에 카피본을 보관하는 것이 도움된다.   이외에도 한국어로 말을 걸어온 후 선물이라며 공예품을 주고 현금을 요구한다든지, 혼잡한 도로 바닥에 그림을 전시해 놓고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밟았다며 돈을 달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소매치기 소매치기 피해 유럽 도시들 유럽 관광 절도 유럽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관광 로스앤젤레스 가주 미국 OC LA CA US NAKI KoreaDaily

2024-07-04

[글로벌 아이] 시에스타 논쟁 뜨거운 스페인

“식당들이 새벽 1시까지 영업하는 나라는 합리적이지 않다. 영업시간을 계속 늘리는 일은 미친 짓이다.”   최근 스페인을 발칵 뒤집어 놓은 욜란다 디아즈 부총리 겸 노동·사회경제부 장관의 말이다. 밤 10시에도 저녁 식사가 한창인 생활습관을 고수하는 나라에서 좌파 장관이 의회에서 던진 발언은 도발로 받아들여졌다. 우파 정치인들은 즉각 “디아즈 장관은 우리 모두 일찍 집으로 돌아가 등불 아래서 차를 마시며 공산당 선언을 읽기 바라는 것이다”라고 받아쳤다. 업계도 반발했다. 식당 영업시간을 1시간 줄이자는 제안이 엉뚱하게도 이념 논쟁으로 번진 상황이다.   스페인은 유럽 국가 중 일과가 가장 늦게까지 이어지는 나라다. 그 이유는 태양이 절정인 오후 2시에서 일을 멈추고 열기가 조금 누그러지는 5시에 재개하는 ‘시에스타(siesta)’ 관습 때문이다. 이 시간, 식당과 상점은 문을 닫고 길거리는 한산해진다. 농경 사회일 때 시에스타는 고단한 일을 잠시 내려놓고 낮잠을 자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이었다.     2016년 한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이 생활 습관을 그대로 지키는 스페인 사람은 약 18%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낮의 브레이크 타임(break time)은 스페인에서는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시에스타 이후 오후 8시까지 이어지는 영업, 이에 따라 늦어지는 저녁 식사, 식사 후 술 한 두 잔 마시며 즐기는 ‘소브레메사’(sobremesa: 식후 식탁에 남아 대화를 즐기는 시간)까지. 식당들이 문을 일찍 닫을 수 없는 조건들이다. 이미 껑충 뛰어버린 종업원 인건비, 이들의 늦은 퇴근 및 귀가로 발생하는 심야 교통비, 그리고 야근으로 생기는 각종 육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를 생각한다면 식당 영업시간을 줄이자는 디아즈 장관의 주장은 일리가 없지 않아 보인다.   스페인 노동계는 노동시간을 현행 40시간에서 37.5시간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시간 일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세우면서 지난 수년간 스페인만의 특수한 노동 시간에 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시에스타가 이런 노동시간 축소 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인식과 생활습관은 무섭다. 하루아침에 바꾸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종의 문화가 되어버린 생활 관습을 대상으로 하는 논쟁은 예민한 측면이 있다. 스페인의 생산성 제고와 노동시간 단축 과제가 그들의 전통과 맞서며 어떤 변화를 이루어낼지 흥미롭다. 안착히 / 한국 중앙일보 글로벌협력팀장글로벌 아이 시에스타 스페인 식당 영업시간 최근 스페인 스페인 사람

2024-04-03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축구와 예술이 공존하는 '유럽의 오아시스' 마드리드

스페인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행지가 즐비하다. 그 유명한 바르셀로나부터 세비야 대성당과 절벽 위 다리로 유명한 론다, 알람브라 궁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산을 품고 있다. 실제로도 스페인은 이탈리아, 중국 다음으로 유네스코 유산이 많다.   그러나 자칫 지나치기 쉬운 마드리드야말로 자연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오아시스 같은 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명품 여행지다. 축구부터 압도적인 미술, 수준 높은 음식 등 마드리드는 알면 알수록 깊이 빠져들게 하는 대단한 매력이 있다.   스페인을 안 가봤어도 모두가 아는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정상급 축구팀을 넘어 도시를 상징하는 브랜드 그 자체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경기장을 구경하기 위한 여행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아마도 프라도 미술관일 것이다. 유럽 3대 전시관으로 중세 시대부터 18세기까지의 작품 6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등 거장의 작품들을 찬찬히 음미하려면 하루도 부족할 것이다. 파리의 루브르에서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모나리자'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화폭 속 인물들의 강렬한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술관 옆 프라도 거리와 레티로 공원은 마드리드 최초의 세계유산이다. 마드리드에서는 이를 '빛의 풍경'이라고 한다. 또는 '녹색의 길'이나 '왕후의 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여의도의 4배가 넘는 이 거리와 공원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했고 과학, 예술, 문학이 융성했다.   그 결과 프라도 거리 주변에는 3대 미술관인 프라도, 티센 보르네미사, 레이나 소피아뿐만 아니라 왕립 천문대, 헤로니모 성당 같은 유서 깊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또한 레티노 공원은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정상 회의 참석차 마드리드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산책한 곳이다. 귀족들만 이용하던 이 공원은 약 150년 전 시민에게 개방됐다.   스페인 왕궁도 마드리드에 있다. 스페인은 국왕이 존재하는 나라로 왕가에 대한 스페인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도 대단하다. 왕궁은 본래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이었으나, 불타 버린 뒤 베르사유 궁전에서 영감을 얻은 아름다운 바로크식 궁전으로 새롭게 건축됐다. 관광객도 입장권을 구입해 들어갈 수 있는데, 방 개수만 2800개가 넘는 내부에 갖가지 예술 작품과 왕실의 보물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마드리드에서는 최초의 근대소설 '돈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세르반테스 서거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스페인 광장에는 그의 석상을 비롯해 소설 속 주인공인 돈키호테와 산초의 동상이 여행자들을 반기고 있다.   유럽에는 '평생 스페인을 보아도 질리지 않고, 평생 스페인만 보더라도 시간이 부족하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미술관, 박물관, 유적들이 매력을 발산하는 마드리드에도 유효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오아시스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마드리드 최초 스페인 왕궁

2024-02-15

스페인 정통 타파스, LA에서 맛볼까

바르셀로나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라면 그곳의 아름다운 풍광도 잊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한동안 스페인 음식 앓이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해질 무렵부터 바르셀로나 시내 곳곳 불을 밝히는 타파스 식당들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와인 한 잔에 타파스 몇점이 주는 즐거움과 위로는 평생 잊지 못할 낭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낭만 살려보고자 LA에 괜찮은 스페인 식당 그중에서도 타파스 전문 식당을 찾아보게 되지만 제대로 된 현지 맛을 구현하는 식당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만약 현지 식당 맛을 그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바르셀로나 타파스 식당 창업주가 문을 연 텔레페릭 바르셀로나 LA점을 찾아가 보길. 30년 전통의 이 식당에선 크로케타 판 콘 도마테 엠파나다 스페인식 미트볼 이베리안 굴 풀포 감바스 등 다양한 타파스 메뉴부터 스페인 대표 음식인 파에야 토마호크 스테이크 프라임 웰링턴과 같은 메인 요리도 제공한다. 또 스페인 디저트하면 빼놓을 수 없는 누텔라 츄러스(Churros Con Nutella)도 맛볼 만하다. 식당에 도착했다면 일단 타파스 메뉴에서부터 시작하자.     문어 구이인 풀포와 새우 감바스 이베리코 하몽 등이 호불호 없이 먹기 좋은 메뉴. 메인 코스로는 시그니처 메뉴인 파에야를 먹어볼 만한데 오징어 먹물 파에야는 좀 짠편이어서 이보다는 랍스터와 새우 문어가 들어간 해산물 파에야가 더 먹기 좋다. 이외에도 이베리코 돼지고기 고기와 해산물 믹스(Paella Mixta) 야채 파에야 등도 있다. 파에야 가격은 38~58달러선이며 주문 후 식탁에 나오기까지 45분 정도 걸리는 걸 감안해야 한다.   ▶주소:11930 San Vicente Blvd, LA CA 90049   ▶문의:(424) 832-7595, telefericbarcelona.com      ━   타파스란     타파스란 스페인에서 식사 전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에피타이저를 말한다. 타파(tapa)는 스패니쉬로 덮개라는 뜻인데 이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와인 잔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위해 소시지나 빵을 잔 위에 덮어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후엔 와인에 곁들일 안주로 와인 잔 위에 음식을 내기 시작하면서 타파스가 발달되기 시작했다고. 스페인에서 타파스 요리가 발달한 것은 스페인 사람들이 주로 저녁식사를 오후 9~11시 사이 늦은 시간에 하다보니 저녁 식사 전 허기를 달랠 간단한 요기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타파스 바에는 메뉴가 따로 있지 않고 카운터에 올려져 있는 메뉴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주문하면 된다.     타파스 종류를 조리형태로 구분하면 소금에 절인 차가운 핑거푸드인 코사스 데 피카르(cosas de picar)를 비롯해 바스크(Basque)와 나바레(Navarre) 지방의 바에서 맥주나 와인에 곁들여 먹는 꼬치 메뉴인 핀초스(pinchos) 소스가 있는 음식으로 접시에 담아내는 카수엘라스(cazuelas)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타파스 메뉴로 유명한 것은 토마토 오이 피망 마늘을 갈아 차갑게 먹는 수프인 가스파초(gaspacho) 오징어 링 튀김인 칼라마레스(calamares) 양파와 피망 링 튀김인 칼라마레스 델 캄포(calamares del campo) 스페인식 감자 오믈렛인 토르티야 데 파타타(tortilla de patata) 토마토 소스와 함께 나오는 미트볼인 알본디가스(albondigas) 등이 있다. 타파스 요리엔 마늘과 칠리소스 파프리카 소금 고추 샤프란 등 향이 강한 향신료와 올리브유가 빠지지 않는다.       ━   텔레페릭 바르셀로나는      텔레페릭 바르셀로나는 현 공동 대표인 자비 파드로사와 마리아 파드로사 가족이 1992년 바르셀로나 북쪽 마을 산쿠가트(Sant Cugat)에 식당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식당은 스페인 전통 요리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메뉴들을 선보여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받았는데 특히 카탈루니아 지방에 타파스와 핀초스를 소개하는데 크게 일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리아와 자비 공동 대표는 어려서부터 부모님 식당에서 일하면서 식당 운영에 대해 배웠으며 이후 바르셀로나에 중심가에 2호점을 오픈했다. 파드로사 형제들 중 막내인 자비 페드로사 대표는 프로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다가 북가주 베이 지역으로 유학와 생활하다 팔로알토에 미국 내 1호점을 오픈했다. 이후 월넛크릭 로스가토스에 이어 올 2월엔 브렌트우드에 LA점을 오픈하면서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주현 객원기자타파스 스페인 스페인 타파스 바르셀로나 타파스 타파스 식당들

2023-06-14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스페인은 지금 피카소 물결

2023년, 단 한 곳으로의 해외여행이 허락된다면 고민할 것 없이 스페인을 가야 한다. 유럽 내 최고 인기 여행지로 통하는 스페인이 피카소 때문에 또 한 번 들썩이고 있다.     2023년은 스페인 태생의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서거한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해 입체파 회화, 판화, 일러스트, 드로잉, 도예 등을 넘나드는 예술 전시 및 이벤트가 스페인 전역에서 진행된다. 작가의 고향인 말라가부터 마드리드, 그가 영감을 얻어 작품 활동을 했던 코루냐, 바르셀로나, 빌바오 등 여러 도시에서 피카소의 향연이 펼쳐질 전망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스페인이 무려 47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볼거리가 다채롭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는 '가우디로 시작해 가우디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가 남긴 천재적인 창의력이 곳곳에 남아 도시를 빛내고 있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초기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레이알 광장, 카탈라냐 음악당,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카사 비엔스, 사그라다 파밀리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산 파우 병원, 기암괴석 속에 세워진 카탈루냐의 성지 몬세라트 등 도시 전체가 '가우디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의 쌍두마차 격인 마드리드는 세계 3대 미술관으로 통하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국왕의 공식 거처이자 왕실의 상징인 마드리드 왕궁, 활기찬 분위기의 마요르 광장과 솔 광장, 시민들의 휴식처인 레티로 공원 알깔라문 등을 품고 있다.   톨레도는 한때 로마제국의 도시였고 무어인들에 의해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기도 했던 이색적인 도시다.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여러 종교유적이 공존하며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인근한 라만차 지방에는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하얀 밀가루 풍차를 볼 수 있는 콘수에그라도 있다.   또한 그라나다는 무어인들이 스페인에 항복할 때까지 아랍문화의 중심이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알함브라 궁전이다. 붉은 철이 함유된 흙으로 지어져 '붉은 성'을 뜻하는 알함브라는 알카사바 요새,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나스르 궁,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이었던 헤네랄리페 정원, 카를로스 5세 궁전, 산타 마리아 성당, 프란치스코회 수도원을 모두 일컫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스페인의 속살을 드러내는 도시는 세비야라고 말하고 싶다.   카르멘과 돈주앙의 고향,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의 무대가 된 세비야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번창했으며, 15세기 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무역의 기지인 항구도시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 중심은 세비야 대성당! 유럽을 여행할 때 흔히 마주하는 것이 성당이지만, 세비야 성당은 남다르다. 이슬람 사원 위에 지어진 성당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뿐만 아니라 세비야는 투우와 플라멩코의 본고장으로 밤에도 떠들썩하고 활기가 넘친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스페인 피카소 스페인 태생 스페인 전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2023-05-25

올리브유 가격 인상…올해 수확도 '빨간불'

올리브유를 비롯한 국제 식용유 가격이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의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올리브유 재배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올리브유 수확에 큰 타격을 예고하고 있다.   스페인의 지난 3월 강우량은 금세기 들어 2번째로 적었다. 이달의 경우 4월로는 사상 최악이 될 전망이다.   스페인은 최근 3년간 기온은 높아지고 비는 매우 적게 내려 장기간의 건기에 빠져든 상태다.   스페인 수출업자들은 올해 전 세계적인 올리브유 공급이 2021년에 비해 1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올리브유 가격 상승은 이를 조리에 사용하는 다른 품목들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수제 피자 가격은 올리브유와 다른 피자 재료들의 값 인상으로 1년 전에 비해 최대 22.5% 올랐다.   식용유 가격은 이미 기록적인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같은 주요 식용유 생산국에 닥친 가뭄 탓이며, 지난해 6월 이후 60% 상승한 상태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다행히도, 전반적인 식용유 가격은 내림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오일시드(기름을 짤 수 있는 식물 종자)와 깻묵, 식물성 기름 모두 3월 가격지수가 하락했다. 특히 오일시드 가격은 2021년 초 이래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식료품 가격 역시 내려가고 있지만, 연료와 노동, 운송 비용은 여전히 비싸 식료품점에서는 오른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올리브유 수확도 스페인 올리브유 올리브유 수확 올리브유 공급

2023-04-25

신동와인, PFV 소속 와인 7종 편의점 CU서 단독 판매

와인 전문 수입사 신동와인이 편의점 CU를 통해 세계 유수의 와인 명가 협회인 PFV(Primium Familiae Vini) 소속의 스페인 파밀리아 토레스(Familia Torres)와 프랑스 파미유 페랑(Famille Perrin) 와이너리의 와인 7종을 편의점 채널 최초이자 단독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와인 7종은 각 와이너리의 대표 품목인 스페인 토레스 ▲그랑코로나스, 그랑코로나스 스페셜 에디션(레드/골드) ▲상그레 데 토로 ▲마스 라벨 레드, 파미유 페랑 – 라 비에이유 페름 ▲루즈 ▲블랑 오프너 증정 패키지로 판매한다.   와인 명가 협회인 PFV(Primium Familiae Vini)는 1992년 설립되어 회원 가입에 까다로운 자격조건이 필요한 명실상부 최고의 와인 협회이다.     CU를 통해 선보이는 파밀리아 토레스(Familia Torres, 스페인, 1870년도 설립), 파미유 페랑(Famille Perrin, 프랑스, 1909년 설립)외에도 세계 유수의 와이너리 파미유 위겔(Famille Hugel, 프랑스, 1639년 설립), 바롱 필리프 드 로쉴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 프랑스, 1853년 설립), 도멘 클라랑스 딜롱(Domaine Clarence Dillon, 프랑스, 1935년 설립) 등이 회원사로 있다.   스페인의 와인명가 파밀리아 토레스는 1870년 설립되어 프랑스, 이탈리아에 밀려 낮게 평가된 스페인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공헌한 와이너리이다. 1979년 프랑스의 미식매체인 고 미요(Gault Millau)가 주최한 파리 와인 올림피아드(Paris Wine Olympiad)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보르도 유수의 샤또들을 제치고 토레스의 Mas La Plana 1970 빈티지(당시 이름 Gran Coronas)가 우승함으로써 ‘스페인의 검은 전설’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프랑스 남부 론 지역의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샤또 드 보카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페랑 가문은 100년이 넘도록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와인 명가이다.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샤또네프 뒤 파프의 생산자로 손꼽히고 있는 페랑 가문의 4대손인 두 아버지 ‘장-피에르 페랑’과 ‘프랑소아 페랑’ 형제는 2014년 디캔터 선정 “올해의 인물(Man of the year 2014)”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그들이 생산하는 샤또네프 뒤 파프는 2013년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도 오르기도 했다.   페랑 가문은 전통적인 포도 품종을 모두 재배하는 고집스러움과 현대적인 양조 방법, 유기농 재배를 결합한 와인으로 남부 론을 대표하고 있다. 1950년대 당시에는 선구적이었던 유기농법을 돌입했고, 1970년대에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돌입해 샤또네프 뒤 파프에서 허용하는 13종의 포도품종을 모두 철저히 유기농법으로 생산한다.     또한 페랑가문의 양조방법과 노하우를 접목시켜서 대중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라 비에이유 페름은 1967년부터 약 50년이 넘도록 사랑을 받으며 에어프랑스, 동방항공, 에미레이트, 루프트한자, 아시아나항공 등 기내와인으로 꾸준히 선정되어 오고 있다.     관계자는 “이번 와인 명가 대전 테마는 와인을 잘 알고 있는 편의점 CU와 와인 수입 명가 신동와인의 만남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이런 협업을 통해 고품격 행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강동현 기자 kang_donghyun@koreadaily.com신동와인 편의점 스페인 와인 와인 명가 파리 와인

2023-03-29

[삶의 뜨락에서] 전염병

나의 길지 않은 삶 속에서도 많은 전염병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보지 못하지만 어려서는 천연두, 소아마비, 백일해라는 전염병을 피해 왔고 소년이 되어서는 1947년에 유행한 콜레라와 일본뇌염이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청년이 되어서는 내 주위에 결핵을 앓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마 결핵으로 희생된 사람의 숫자는 최근에 유행한 코로나바이러스 보다도 많았을 것입니다. 또 때를 타서 오지 않는 전염병 장티푸스나 말라리아도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물론 전염병 중에 하늘이 내린다는 천형(天刑)의 나병도 있었지만 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을 몇 번 앓았지만 며칠 앓고 나면 후유증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미생물의 습격을 받고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또 살아남기 위해 백신을 만들고 싸워 이겼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과 싸운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희생이 되었습니다. 1347년에 시작되어 1351년까지 유행했다는 페스트는 약 2500만명의 희생자를 내었고 유럽 인구의 삼 분의 일이 희생되었다는 이야기이고 이 병 때문에 신성로마제국이 망했다고까지 이야기를 합니다. 백신을 만들 수 없었던 그들은 환자가 생기면 환자가 있는 마을을 고립시키고 불태워버렸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희생자가 더 많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카뮈의 ‘페스트’라는 책에서 그 참상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1918년경에 유행했다는 스페인 독감입니다. 이도 유럽과 미국을 휩쓸었고 2500만에서 5000만명을 감염시켰으며 그때 있었던 1차 세계대전에 희생된 전사자보다도 훨씬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독감 백신이 발전하면서 인플루엔자는 많은 희생자를 내는 심한 병에서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1980년경에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후천성 면역결핍증이라는 AIDS였습니다. 이 병은 성적 접촉으로 유행되지만 간염과 마찬가지로 성적 접촉이 없이 체액으로도 전염되는 병입니다. 간염은 자연적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에 희생자가 그리 많지 않지만 AIDS는 면역력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희생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유명인 아더 애쉬 같은 테니스 선수도 수혈로 전염이 되어 죽었고 록 허드슨 같은 배우도 이 병으로 희생되었습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위생 관념이 허술한 곳에서 희생이 많이 되었고 현재까지 약 4000만명이 감염되었다고 하니 무시할 수 없는 병입니다.     그다음이 2015년경에 발생한 MERS 병입니다. 역시 호흡기 전염으로 생기고 사망률이 높은 병이기는 한데 유행한 시기가 길지 않고 한때의 유행병으로 끝났습니다. 이제 최근에 온 것이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2000년 늦은 겨울부터 시작한 병이 2년을 넘게 끌면서 전 세계를 휩쓸었고 많은 희생자를 냈습니다. 아직 보고된 것으로는 670만명 정도의 희생자가 났습니다. 그리고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페스트, 스페인 독감. 코로나바이러스가 모두 중국에서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며칠 전 어떤 학자가 앞으로 오는 전염병은 더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2099년에는 약 70억을 희생시킬 전염병이 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정말 인류의 멸망이 지구의 환경변화나 3차 세계대전이 아닌 전염병으로 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멕시코의 유카탄을 여행하면서 어떻게 전쟁의 흔적도 없이 잉카족이 사라졌을까 우리 인류도 그렇게 사라질 건가 하는 걱정을 해봅니다. 이용해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전염병 전염병 장티푸스 페스트 스페인 독감 백신

2023-02-15

[이 아침에] 덤으로 얻은 삶을 기념한 여행

2013년 1월에 남편의 신장을 기증받아 이식수술을 받았다. 남편의 콩팥을 바로 옆 수술실에서 전달받아 목숨을 건진 일이 이젠 추억이 되었다.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벌써 10년, 당시의 심정으론 일 년만 더 살아도 원이 없을 것 같았는데 덤으로 산 세월이 10년이라니 기적 같다. 그걸 기념하여 남편이 몇 달 전부터 계획한 여행을 다녀왔다.   이식 수술을 받고 나선 투석을 받지 않게 되어 삶이 무척 간단해졌지만, 기운도 없고 면역력도 없는 상태로 하루 한 움큼씩 약을 먹는 평생 환자로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도 감사한 일이다. 이승과 저승이 어찌 비교 가능한 곳이겠나 말이다.   매일매일 사는 것이 조금씩 죽음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긴 해도 죽음을 예상하거나 기대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나도 이런 큰 수술이 없었다면 막연하게 하루하루를 허비하며 살았을 것이다.멀리 사는 동창들과 혈족들의 성원과 보살핌, 마치 우렁각시 같았던 도움의 손길들과 중보 기도의 힘을 생각하면 삶은 내 의지로 내 힘으로 사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긴 여행은 부담스러운데 신장을 떼어주고도 평생 옆에서 간병인 노릇을 하는 남편의 도움으로 무사히 다녀왔다. 파나마 운하를 보는 15박 16일의 중남미 크루즈였다. 기항지에서 외출하여 현지 투어를 결정할 땐 내 체력에 맞는 걸 고르느라 고민해야 했다. 못 갈 경우엔 가져간 책도 읽고 배에서 빌린 스쿠터를 타고 크루즈 안 마을을 속속들이 구경 했다.   스페인 왕실이 후원한 이탈리아 출신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492년 미국과 중앙아메리카 대륙의 일부를 발견하였다. 15세기 무역 중심으로 부상한 콜롬비아는 나라가 부강해지자 외세의 침입을 받게 되고 곳곳에 요새를 세우고 나라를 지킨 흔적이 남아있다. 스페인이 신대륙을 발견한 나비효과가 결국 100년 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고 하니 흥미롭다.   수주일이 걸리던 뱃길이 파나마운하가 만들어지면서 반나절로 단축되었다고 한다. 크루즈 배 한 척이 꽉 끼일 정도의 좁은 운하를 빠져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3단계로 수위를 조절한다는데, 그런 신기술의 공사가 1903년에 시작되었다는 게 신기하다. 구한말 하와이로 향하는 최초 이민선 갤릭호가 1903년에 떠나지 않았던가?   ‘독서는 앉아서의 여행이고, 여행은 길에서 하는 독서이니 독서는 지식이고 여행은 사색이다. 독서로 혜안을 얻고 여행에서 개안한다’. 이런 흐뭇한 글귀가 있다. 앉아서 하는 여행인 독서만 하다가 서서 하는 독서인 여행을 했으니 삶이 무척 풍성해진 기분. 곳간에 쌀 들인 듯 넉넉한 마음이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기념 여행 독서로 혜안 스페인 왕실 파나마 운하

2023-02-06

[이 아침에] 꿈 꾸어 보는 평화로운 세상

나바호 원주민의 땅 애리조나에는 모뉴멘트 밸리 등 일곱 곳의 경이롭고 기념비적인 곳이 있다. ‘캐년 드 세이’는 그 한가운데 있는 곳이다. 그랜드캐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환상적인  협곡은 800피트 높이의 사암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강줄기의 흔적을 따라 두 개로 나누어진다. 거의 5000여년 전부터 거주했던 아케익족 등 5개의 부족이 차례로 거주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캐년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잘 만들어진 협곡위 길을 따라 연결된 전망대에서  협곡을 보는 것이다. 길은 사우스림과 노스림으로 나뉘어 있다. 사우스림에 있는 여섯개의 전망대 중 스파이더락(Spider Rock) 전망대에서 가까이 보이는 2개의 사암 기둥은 협곡 가운데 우뚝 솟아있다. 원주민들이 정령이 살고 있다고 믿는 첨탑의 높이는 무려 800피트다.    그들이 살았던 흔적을 가까이서 보는 방법은 원주민 안내인의 지프나 트럭을 타고 캐년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다. 절벽 중간에 지어진 집터, 바위에 새겨진 그림 등 여러 가지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현재는 협곡에 두 가정만 살고 있다고 했다.   노스림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가슴 아픈 사연을 만나게 된다. 무에르또 협곡을 따라가는 노스림의 끝자락에  ‘학살 동굴 전망대’가 있다. 1805년 스페인 군대가 동굴로 피한 나바호 원주민 100명 이상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곳이다. 근처에 있는 ‘두 명이 떨어진 곳 (two fall off)’은 용감한 나바호 여인이 스페인 군인을 안고 투신한 곳이라고 한다.   180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 미국은 스페인 군인을 몰아냈다. 하지만 애리조나에서 은광과 구리 광산이 개발되자 원주민들을 몰아내기 위한 학살이 다시 자행되었다. 미군과의 전투에서 패한 나바호족은 1863년, 9000여명이 뉴멕시코의 사막 지역으로 쫓겨가야 했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그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임을 인정해 1868년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도착한 사람은 겨우 4000여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이 행군을 ‘더 롱 워크(The  Long Walk)’ 라고 부른다. 낯선 사막과 길에서 죽어가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런 살육과 추방은 미 대대륙 전역에서 자행됐다.     그들은 풀 한포기,돌 하나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며 사는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면서 원주민들은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슬픔을 노래로 표현했다. 페루의 민요 ‘철새는 날아가고’도 그런 아픔이 짙게 묻어있는 노래다. ‘새가 되어 멀리 바다로 날아가겠어요, 머물다 떠나는 백조처럼. 땅에 매여있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리로 이야기하지요.’ 가족을, 이웃을 잃은 아픔을 그들은 가장 슬픈 선율로 표현했다.      지금도 국가, 민족, 종교 간의 갈등 때문에 지구촌 곳곳에서 살육이 자행되고 있다는 데 슬픔이 있다.  탐욕으로 인한 전쟁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일은 더는 없어야겠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이 아침에 나바호 원주민 원주민 안내인 스페인 군인

2023-01-30

[이 아침에] 덤으로 얻은 삶을 기념한 여행

2013년 1월에 남편의 신장을 기증받아 이식수술을 받았다. 남편의 콩팥을 바로 옆 수술실에서 전달받아 목숨을 건진 일이 이젠 추억이 되었다.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 벌써 10년, 당시의 심정으론 일 년만 더 살아도 원이 없을 것 같았는데 덤으로 산 세월이 10년이라니 기적 같다. 그걸 기념하여 남편이 몇 달 전부터 계획한 여행을 다녀왔다.   이식 수술을 받고 나선 투석을 받지 않게 되어 삶이 무척 간단해졌지만, 기운도 없고 면역력도 없는 상태로 하루 한 움큼씩 약을 먹는 평생 환자로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도 감사한 일이다. 이승과 저승이 어찌 비교 가능한 곳이겠나 말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좋다는 이승에 살고 있으니.   매일매일 사는 것이 조금씩 죽음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긴 해도 죽음을 예상하거나 기대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나도 이런 큰 수술이 없었다면 막연하게 하루하루를 허비하며 살았을 것이다. 게으른 내게 정신 번쩍 들게 한 사건이었고, 남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멀리 사는 동창들과 혈족들의 성원과 보살핌, 마치 우렁각시 같았던 도움의 손길들과 중보 기도의 힘을 생각하면 삶은 내 의지로 내 힘으로 사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   긴 여행은 부담스러운데 신장을 떼어주고도 평생 옆에서 간병인 노릇을 하는 남편의 도움으로 무사히 다녀왔다. 파나마 운하를 보는 15박 16일의 중남미 크루즈였다. 기항지에서 외출하여 현지 투어를 결정할 땐 내 체력에 맞는 걸 고르느라 고민해야 했다. 못 갈 경우엔 가져간 책도 읽고 배에서 빌린 스쿠터를 타고 크루즈 안 마을을 속속들이 구경 했다.   스페인 왕실이 후원한 이탈리아 출신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492년 미국과 중앙아메리카 대륙의 일부를 발견하였다. 15세기 무역 중심으로 부상한 콜롬비아는 나라가 부강해지자 외세의 침입을 받게 되고 곳곳에 요새를 세우고 나라를 지킨 흔적이 남아있다. 스페인이 신대륙을 발견한 나비효과가 결국 100년 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고 하니 흥미롭다.   수주일이 걸리던 뱃길이 파나마운하가 만들어지면서 반나절로 단축되었다고 한다. 크루즈 배 한 척이 꽉 끼일 정도의 좁은 운하를 빠져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3단계로 수위를 조절한다는데, 그런 신기술의 공사가 1903년에 시작되었다는 게 신기하다. 구한말 하와이로 향하는 최초 이민선 갤릭호가 1903년에 떠나지 않았던가?   ‘독서는 앉아서의 여행이고, 여행은 길에서 하는 독서이니 독서는 지식이고 여행은 사색이다. 독서로 혜안을 얻고 여행에서 개안한다’. 이런 흐뭇한 글귀가 있다. 앉아서 하는 여행인 독서만 하다가 서서 하는 독서인 여행을 했으니 삶이 무척 풍성해진 기분. 곳간에 쌀 들인 듯 넉넉한 마음이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기념 여행 독서로 혜안 스페인 왕실 파나마 운하

2023-01-19

유럽·한국…해외로 한인들 여행 러시

팬데믹 보복여행과 강달러 영향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올해 유럽과 아시아 여행에 나서는 미국인, 한인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CNBC가 설문조사, 항공편 검색, 여행 검색엔진업체의 최신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인 포함 국내 소비자들의 10명 중 3명 이상이 국내 여행보다 해외여행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21년과 지난해 1월보다 각각 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여행 선호지 상위권 대다수가 아시아, 유럽지역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 국적자의 한국 방문이 지난해 크게 증가한 데 이어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LA지사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지난해 한국 방문 미국인들이 전년 대비 166.7%가 증가하며 100만명을 돌파했던 지난 2019년의 52% 수준까지 회복됐다.   장유현 지사장은 “올해는 한국과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을 연계한 2개국 투어 상품을 개발해 B2B 프로모션과 개별자유여행객 온라인 마케팅은 물론 K문화, K팝 행사를 통해 2019년도 대비 70%선인 70만명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인여행업계 역시 올해 초 유럽여행과 모국관광에 문의와 예약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호관광 신영임 부사장은 “오는 3월 출발하는 서유럽 투어에 25명이 예약을 마친 것을 시작으로 4, 5월 매주 출발할 계획이다. 여름방학을 이용한 스페인, 동유럽, 발칸, 그리스, 이스라엘, 이집트 상품 예약도 들어오고 있을 정도”라면서 “올해 450명을 기록했던 모국방문도 2월부터 출발하는데 오성급 호텔 숙박으로 예약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US아주투어 박평식 대표는 “한인들 선호 관광지 1위가 유럽이다. 예년보다 강달러 영향으로 요금도 저렴해 서유럽, 튀르키예, 스페인, 북유럽 순으로 인기가 많다”면서 “모국방문도 계절에 상관없이 많이들 가고 있으며 특히 새롭게 출시한 1~3월 내륙관광에 문의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투어 전문 미래관광 스티브 조 부사장도 “강달러 영향으로 국내 여행보다 유럽, 모국방문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북유럽, 동유럽, 서유럽, 이집트, 성지순례, 아프리카 투어 등 현재까지 예약인원이 총 350명에 달한다. 모국방문 역시 3~5월 벚꽃 투어에 100여명이 예약했고 한국을 거쳐 일본과 태국 방문에 나서는 한인도 60여명이 예약했다”며 여행사 간판보다 전문 여행사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골프투어 전문 엘리트투어 빌리 장 대표는 “팬데믹 이후 대형 크루즈보다 소형 크루즈를 선호해 다뉴브강 및 라인강 크루즈 반응이 뜨겁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는 물론 캐나다 록키, 페블비치, 오리건밴던듄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골프투어 예약이 진행 중이다. 한국 봄, 가을 골프 및 맛기행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3월 모국관광 문의가 늘고 있다는 춘추여행사 그레이스 이 여행담당은 “4, 5월에 출발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이 오는 15일까지 세일하는 관계로 예약이 50% 완료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튀르키예, 그리스 투어와 여름철 동유럽, 북유럽 상품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출발일에 임박할수록 항공료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급적 서둘러 예약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푸른투어 이문식 이사는 “제한된 시간에 여러 국가를 여행하기보다는 이탈리아 일주, 크로아티아 일주 등 한나라를 심도있게 돌아보는 투어가 인기다. 모국관광도 지난해 가을 인기에 이어 올봄 예약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특히 8~10명 단위의 가족여행팀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드림투어 김성근 대표는 “내달부터 5월까지 예정된 아프리카/두바이,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동유럽/발칸, 그리스/튀르키예 투어 모두 정원이 충원돼 출발 확정됐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관계자들은 올해 해외여행의 큰 변수로 중국 해외여행 완화를 손꼽았다. 오는 8일부터 해외입국자 시설 격리를 폐지하고 신규 감염자 통계 발표를 중단한 중국에서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각국에서 중국발 입국자 경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외국행 항공편과 해외 호텔 검색이 3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들었다. 최악의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중국인들이 해외 방문에 나서기 시작하면 또다시 셧다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낙희 기자미국 유럽 해외여행 수요 서유럽 투어 스페인 동유럽

2023-01-05

[수필]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아버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있는 바르셀로나에 다녀왔다. 오래된 아파트의 이층에 머물렀다. 아파트의 길 쪽으로 있는 좁은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디아고날(Av de la Diagonal) 아침 길은 분주했다. 광장 쪽 방향으로 한 중년 남자가 누런색 마닐라 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서둘러 걸어가고 있었다. 짙은 남색 양복에 넥타이 없이, 말끔한 흰 셔츠를 받쳐 입은 남자는 적당한 숱의 반백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있었다. 갑자기 그 남자는 아버지의 환영(幻影)과 겹쳐졌다.     그 행인은 남아있는 듯한 젊음을 갖고 있었고, 그의 걸음걸이는 단단해 보였다. 나를 낳고 나를 기를 때, 아버지에게 잔해(殘骸)의 젊음이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늦둥이로 태어난 나는 늙은 모습의 아버지를 기억한다.     폐기물처럼 나에게 덤핑 되었던 사진들 속에서 아버지를 우연히 만났었다. 거의 백 년 가까운 세월을 아우르는 흑백 사진들은 이어지지 않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한 사진에서, 아버지는 옛 광화문 시청을 배경으로 팔짱을 낀 편안한 모습으로 웃고 계신다. 사진 뒷 면에는 ‘환도(還都) 후(後)’라고 적혀있다. 1·4 후퇴 때 부산으로 피란 갔던 가족들이 서울로 돌아왔던 때인 모양이다. 옛 시대 사람치고 작은 키가 아닌 중년의 사나이는, 소매를 반쯤 걷어 올린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홀쭉하지도, 뚱뚱하지도 않다. 작고 까만 태의 동그란 안경을 끼고 있다.     아버지의 반듯한 이마는 적당히 넓고, 올백으로 빗은 반백의 머리숱은 너그럽다. 부리부리 한 눈, 뾰족한 콧날, 그리고 콧잔등 양미간 부분은 주저앉았다. 어머니는 아버지 코의 양미간, 코 부릿점이 낮아서, 액운이 많다고 자주 넋두리하였었다. 마치 집안의 불행이 아버지의 코 때문인 것처럼 그랬다.     그렇긴 하다. 내가 자란 집안에는 불행한 사건들이 많았다. 아버지의 큰아들이 6·25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사건은 참으로 슬픈 비극이었다. 그의 죽음은 고집스러운 먹구름이 되어, 바람이 불어도 물러가지 않고 늘 해님을 가렸다. 집안은 어둡고, 추운 채로 우리를 둘러쌌다. 거대한 검은 구름은 우리에게 웃거나, 울거나, 불평하는 것은 사치라고 가르쳤다. 뒤돌아보니, 엄마의 바닥이 보이지 않은 슬픔과 우울은 뼛속 깊이까지 스며있는 아버지의 아픔이 소리 되어 나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버지는 늘 말이 없었다. 남은 우리 형제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나누거나, 비판조차 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늘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디아고날 길을 바삐 걸어가던 그 남자처럼, 아버지는 나날의 생계를 위해 말없이 바삐 걸으셔야 했고, 때론 누런 서류 봉투를 잃지 않으셨을까?   대로인 디아고날 길을 또 다른 큰길인 그라시아 길(Passeig de Gracia)이 대각선으로 가로지른다. 스페인의 복잡한 역사의 일부를 보여주는 80여 년 된 23m 키의 오벨리스크가 서 있는 원점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광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 사각진 회색 뾰족탑은 내 모국의 역사처럼 민주주의를 이룩할 때까지, 싸우고, 빼앗기고, 포기하고 때로는 항복해야 했던 카탈루냐 지방과 스페인 간의 과거를 잊으라고 선언하는 듯 보인다. 꽃과 관목, 행인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평화롭다. 노란색이 회색이나 갈색보다 더 많이 섞인 자연석 화강암 옛 건물들은 중앙에 자리 잡은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360도 방사형으로 지어져 퍼져 있다. 광장을 면한 건물의 부분은 중심에서 거리가 먼 곳에 있는 건물 뒷부분보다 좁다.     광장을 면한 한 건물 얼굴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합니다’라는 구호가 쓰여있는 4~5피트 길이의 푸른색 배너가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구호를 중심으로, 배너의 한쪽 편에는 푸른색과 노란색이 위아래로 양분된 우크라이나 국기가, 오른쪽에는 유럽연합(EU)을 상징하는 12개의 노란 별이 원형으로 그려져 있다. 배너의 중앙쯤에는 EU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유럽의 27개 회원국이 EU의 정치 경제 통합체를 이루지만 12개의 별은 참여국 숫자와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한다.     올해 2월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발발한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큰 땅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와 그에 비하면 약소하기 그지없는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군인 숫자 135만: 50만)으로 1340만 명 우크라이나인들이 조국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다고 유엔이 보고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전쟁의 사상자 통계는 확실하지 않지만, 러시아는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9년 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사자의 3배가 넘는 군인을 잃었다고 한다.     미군 3만3600여명과 13만7800여명의 한국 군인을 전쟁터에서 잃은 나의 조국이다. 나는 항상 어머니들, 미망인들, 자식들의 슬픔에 눈을 두었었다. 왜 똑같이 아팠을지도 모르는 아버지들을 보지 못했을까? 미국과 한국의 17만1000여명 아버지들은 내 아버지처럼 아들을 잃고 아파 신음하며 늙어갔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들이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까지, 왜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또 얼마나 많은 아버지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아버지가 울음을 참고 나날을 견디어 나가야 할 것인가? 나의 아버지처럼. 전월화(류 모니카) / 수필가수필 바르셀로나 아버지 우크라이나 국기 아프가니스탄 전쟁 스페인 카탈루냐

20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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