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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전염병

나의 길지 않은 삶 속에서도 많은 전염병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보지 못하지만 어려서는 천연두, 소아마비, 백일해라는 전염병을 피해 왔고 소년이 되어서는 1947년에 유행한 콜레라와 일본뇌염이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청년이 되어서는 내 주위에 결핵을 앓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마 결핵으로 희생된 사람의 숫자는 최근에 유행한 코로나바이러스 보다도 많았을 것입니다. 또 때를 타서 오지 않는 전염병 장티푸스나 말라리아도 우리를 괴롭혔습니다. 물론 전염병 중에 하늘이 내린다는 천형(天刑)의 나병도 있었지만 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해마다 유행하는 독감을 몇 번 앓았지만 며칠 앓고 나면 후유증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미생물의 습격을 받고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또 살아남기 위해 백신을 만들고 싸워 이겼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과 싸운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희생이 되었습니다. 1347년에 시작되어 1351년까지 유행했다는 페스트는 약 2500만명의 희생자를 내었고 유럽 인구의 삼 분의 일이 희생되었다는 이야기이고 이 병 때문에 신성로마제국이 망했다고까지 이야기를 합니다. 백신을 만들 수 없었던 그들은 환자가 생기면 환자가 있는 마을을 고립시키고 불태워버렸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희생자가 더 많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카뮈의 ‘페스트’라는 책에서 그 참상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1918년경에 유행했다는 스페인 독감입니다. 이도 유럽과 미국을 휩쓸었고 2500만에서 5000만명을 감염시켰으며 그때 있었던 1차 세계대전에 희생된 전사자보다도 훨씬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독감 백신이 발전하면서 인플루엔자는 많은 희생자를 내는 심한 병에서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1980년경에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 후천성 면역결핍증이라는 AIDS였습니다. 이 병은 성적 접촉으로 유행되지만 간염과 마찬가지로 성적 접촉이 없이 체액으로도 전염되는 병입니다. 간염은 자연적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에 희생자가 그리 많지 않지만 AIDS는 면역력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희생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유명인 아더 애쉬 같은 테니스 선수도 수혈로 전염이 되어 죽었고 록 허드슨 같은 배우도 이 병으로 희생되었습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위생 관념이 허술한 곳에서 희생이 많이 되었고 현재까지 약 4000만명이 감염되었다고 하니 무시할 수 없는 병입니다.  
 
그다음이 2015년경에 발생한 MERS 병입니다. 역시 호흡기 전염으로 생기고 사망률이 높은 병이기는 한데 유행한 시기가 길지 않고 한때의 유행병으로 끝났습니다. 이제 최근에 온 것이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2000년 늦은 겨울부터 시작한 병이 2년을 넘게 끌면서 전 세계를 휩쓸었고 많은 희생자를 냈습니다. 아직 보고된 것으로는 670만명 정도의 희생자가 났습니다. 그리고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페스트, 스페인 독감. 코로나바이러스가 모두 중국에서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며칠 전 어떤 학자가 앞으로 오는 전염병은 더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2099년에는 약 70억을 희생시킬 전염병이 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정말 인류의 멸망이 지구의 환경변화나 3차 세계대전이 아닌 전염병으로 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멕시코의 유카탄을 여행하면서 어떻게 전쟁의 흔적도 없이 잉카족이 사라졌을까 우리 인류도 그렇게 사라질 건가 하는 걱정을 해봅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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