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그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주택 단지 안에 67세의 독거 시니어가 살고 있다. 고양이를 기르는 것이 그의 취미다. 그는 항상 야구 모자를 쓰고 현관에 앉아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곤했다. 몇 달 전 그에게 말을 걸었다. 도대체 고양이를 몇 마리나 기르느냐고. 그는 열대여섯 마리라며 얼버무린다. 사실은 너무 많아 그도 확실한 숫자를 모른다. 의자에 앉기를 권하는데,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빈 맥주 깡통, 술병, 포장지, 담배 꽁초 등 쓰레기가 너저분하다. 하루 종일 앉아서 맥주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일과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내는 없냐고 물었다. 여자 친구가 있는데, 요즘은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다. 미국에서는 남자 12명 가운데 1명, 그리고 여자는 25명의 가운데 1명꼴로 알코올 중독자라고 하니 놀랄 일은 아니다. 무엇을 도와줄까 물었다. 변비가 심하다며 자두 주스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두 주스를 전해주며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냐고 했더니 냉동식품을 사다 마이크로 오븐에 데워 먹는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며칠 전이라고 한다. 그는 음식은 먹지 않고 술 마시고 담배만 피우는 것이 분명했다. 핼쑥한 얼굴에 주름도 많고 수염이 덥수룩했다. 언뜻 보기에도 그는 영양실조 상태임이 틀림 없었다. 집에서 버섯 수프를 끓여 컵에 담아서 가지고 갔다. 그는 오랜만에 따듯한 음식을 먹어본다며 환하게 웃었다. 나는 토마토와 버섯 수프를 번갈아 만들어서 가져다주었다. 하루는 버섯 수프를 가지고 갔는데 그가 현관에 없었다. 벨을 누르니 소파에서 자다가 나온 모습이었다. 얼굴이 더 수척해졌다. 병원에 가보라는 말만 남기고, 나는 아내와 마우이섬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그가 한 주를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다. 따뜻한 수프를 좋아하는 것이 생각나 컵라면 한 상자를 구매해 가지고 갔다. 그런데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다. 며칠 후 동부에서 왔다는 그의 동생을 주차장에서 만났다. 그는 형을 병원에 입원시켜 금주와 금연 치료 중이며, 재활 치료가 끝나면 동부로 데려갈 것이라고 했다. 고양이들은 동물보호협회 차가 와 데려갔다. 무려 33마리. 도주했던 두 마리의 고양이는 아직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청소 팀이 와서 집 안을 청소했다. 집을 팔 것이라고 한다. 그가 동부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몇 주가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다. 그는 자기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고집할지 모른다. 그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 광장 버섯 수프 포장지 담배 자두 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