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연기상이 그려낸 트랜스젠더 소년의 감동 성장기
스페인 출신 에스티발리스 우레솔라 솔라구렌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그녀의 감독 데뷔작. 2023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경쟁후보작으로, 10세의 아역배우 소피아 오테로가 최우수연기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수상, 이 부문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스페인 바스크의 조용한 마을. 조각가 아네가 여름방학 휴가차 세 자녀를 데리고 어머니 리타의 집에 도착한다. 딸의 혼란스러운 결혼, 예술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한 불만으로 모녀 관계는 냉냉하다. 8살짜리 막내 코코(오테로)는 선천적 트랜스젠더다. 코코는‘아이토르’라는 출생 시 주어진 남자 이름, 엄마가 입혀주는 남자아이 옷이 맘에 들지 않는다. 이름이 싫어 코코라 부르는 수영장에 나가 놀지도 않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소년은 스스로에게 ‘루시아’라는 여자 이름을 지어주고 여성을 모방하며 혼돈기를 보낸다. 코코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어른들을 피해 자신에게 관대한 이모할머니의 양봉장을 놀이터로 삼는다. 각기 다른 향을 내는 들판의 꽃들과 다른 모양의 꿀벌들을 관찰하며 벌들과 친해진다. 남들과 다른 자기의 난처한 처지에 대하여 이해하게 되고 점차 자신의 진짜 모습을 발견해 간다. ‘아이토르’라는 남자아이로 태어나고 ‘코코’라는 중성적 별명으로 불리워지는 코코는 자신에게 주어진 남성성을 혐오한다. 자신을 남들에게서 숨기기만 했던 소년은, 2만 종 벌들의 무한한 젠더의 세계를 알게 된 후 자신감으로 세상을 맞는다. 이제 남은 건 코코의 존재를 불편해하던 식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그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영화 ‘2만 종의 벌’은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소녀로 살고픈 8세 소년 코코의 진화 과정을 다룬다. 솔라구렌은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2만 종 이상의 무한한 젠더가 존재하는 벌들의 세계에, 출생 시 이름과 성별이 주어지는 인간사의 허구를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솔렌구렌 감독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무시되어온 사회적 젠더의 다양성에 대한 이슈를, 코코의 혼돈과 방황을 통해 상기시키고 전근대적 가부장제에 의해 고착화된 인간의 이분법적 성별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남성에 의해 여성이 만들어지는 가부장제 사회의 여성 왜곡에 반기를 든다. 영화는 조각가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의 따뜻함을 핸드헬드 카메라로 세밀히 포착해 내면서 성장드라마로서의 감동과 인간미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아역 배우 소피아 오테로의 놀랍도록 솔직한 감정 표현, 단편 영화적 색채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관객의 가슴을 따스하게 품어준다. 이분법적 젠더 구분의 한계에 도달한 오늘날, 시의적절하면서도 시대와 세대, 성별을 초월한 감동이 가득하다. 김정 영화평론가베를린영화제 트랜스젠더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아역배우 소피아 사회적 젠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