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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국 사향소의 기후변화 대응

사향소(muskox)는 북극 툰드라에 서식하는 가장 큰 초식 동물이다. 사향소는 늘 최적의 서식 조건을 찾아 이동하며 혹독한 기후를 피해 살아남았다. 빙하기에는 털복숭이 매머드와 함께 목초지(steppe)에서 생활터전을 공유했다. 사향소가 기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잘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사향소의 겨울철 털은 현존 동물 중 가장 가볍고 보온효과도 최고다. 그래서,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늦겨울과 초봄에 사향소를 사냥하고, 사향소의 밑털로 코트, 모자, 장갑 등을 만든다. 이 털을 북극 원주민 이누이트(Inuit)는 우밍막(Umingmak)이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는 키비웃(Qiviut)이라고 한다. 보호털(guard hair)은 1미터 정도로 가름막 역할을 한다. 그러니, 섭씨 영하 60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털로 만든 코트는 자그만치 10만 달러에 달한다.     사향소는 소처럼 보이지만 사실 염소나 양에 가깝다. 북극 환경에 적응하도록 오랜 시간 진화했다. 초봄에 털갈이하는 사향소를 가끔 볼 수 있고, 그 털이 관목에 붙어 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가 있다.     북극 야생동물의 ‘기후 추적’은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며, 수천 년 동안 진행해 왔다. 19세기 말 이후로 기후는 변하기 시작했다. 북극은 현재 지구상의 다른 지역보다 4배나 더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북극 온난화는 혹한 속에서도 서식할 수 있도록 진화한 사향소와 같은 동물에게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럼, 북극의 온난화 진행과 더불어 사향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최근의 기후변화가 사향소의 서식지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가 덴마크 국방부 주도하에 그린란드에서 지난 40년 동안 진행됐다. 연구팀은 발견한 모든 야생동물의 관측날짜, 종 및 위치 등을 기록했다. 이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 40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해 사향소의 서식지가 빠르게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1981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10년 당 70~110km로 거리를 이동했고, 2000년 이후에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사향소가 기후 변화로 인해 가장 극단적인 서식지 이동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향소와 다른 북극 동물들은 기후변화가 점점 가속함에 따라 그린란드 북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광대한 그린란드에서 장기간 야생 동물의 위치 추적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지난 40년 동안 축척된 자료는 사향소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영향은 앞으로 더 클 것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북극 온난화가 진행되면, 앞으로 사향소를 비롯한 북극 야생동물은 털복숭이 매머드처럼 퇴화하여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그린란드 남쪽은 광대한 빙하, 피요르드 및 험준한 산맥과 같은 다양한 자연 장벽으로 사향소의 적절한 서식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더 북쪽으로의 이동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동그린란드 자켄버그 (Zackenberg, 74°2N, 21°3W)의 보호지에 서식하고 사향소도 지난 40년 동안 거의 이동이 없었다.  이는 자켄버그 계곡이 사향소에게 최적의 서식지이거나 자연환경의 장벽으로 더 이상 북쪽으로 이동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사향소의 이동 능력이 제한적이라면 점진적인 소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역의 사향소는 점점 더 열악한 서식지와 불리한 기후조건에 갇히는 반면, 북쪽으로 이동한 무리는 기후 변화에 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툰드라에 사는 사향소와 다른 북극 동물은 아직 심각한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 등에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사향소와 북극 동물은 과연 이러한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사향소가 털복숭이 매머드처럼 언젠가 지구에서 소멸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란다. 북극의 기후변화 및 온난화는 북극 동물들이 적응하기에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기후변화 사향소 동안 기후변화 북극 야생동물 서식지 이동

2023-06-30

[독자 마당] 인간의 한계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인간은 월등한 지적 능력을 이용해 다른 생명체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이용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사실상 다른 생명체의 지배자이고 나아가 지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구는 무한대의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작은 행성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풀 수 없는 다양한 생명체의 생성과 존재의 신비가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은 진정 이 모든 생명체의 상위에 설 수 있을지….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인류는 재앙 수준의 큰 피해를 입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코로나에 맞서고 있지만,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이렇게 전 인류의 역량을 모아도 이 미미한 바이러스에 역부족이라면 진정 인간의 위상이 모든 생명체의 맨 위가 맞는지 의문이다.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도 서식지의 하위동물들을 완전히 장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하위 생태계가 존속되기에 역설적으로 사자의 위치도 유지되는 것 아닌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나 동물의 왕인 사자도 주어진 영역 안에서 저마다의 생존을 지속하면서 자연의 섭리에 따른 일정한 질서 안에 있게 되는 것이리라.     생태계의 약육강식 법칙은 혼란이고 무질서인 듯 보이지만 이는 공존과 조화를 위해 필요한 전제로 이해된다. 이러한 모든 현상을 보면 그 이면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 자연의 섭리가 개입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체가 우리가 일컫는 조물주, 창조주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우주와 우리가 사는 지구의 모든 생성,존속,운행의 주체는 조물주이고, 창조주이니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피조물 중 하나다. 따라서 인간도 겸허하게 자연의 섭리에 따른 공생,공영의 원리에 맞춰 나감이 마땅한 일이다. 윤천모 풀러턴독자 마당 한계 조물주 창조주 사자도 서식지 하위 생태계

2023-02-12

[기고] 꿀벌의 북극 진출

자연 생태계 변화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대기 온도다. 대기 온도 상승은 온실효과 기체의 방출이 원인이다. 산업화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면 온실효과를 가속해 지구를 더워지게 만든다. 이 더워진 환경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 극지방이다. 그래서, 극지방은 지구 온난화 연구의 전초기지이자 최전방이다.     극지방에도 육상 및 해양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찾아 왔다. 그 한 예가 꿀벌의 출현이다. 중앙 알래스카에서 양봉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어 꿀 생산에 관해 물어봤다. 여왕벌이 겨울철을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따라, 또 봄·여름의 기후조건에 따라 꿀 생산량이 좌우된다. 따라서 여왕벌의 월동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또 월동을 잘해도 기후조건이 맞지 않으면 꿀을 생산하기 힘들 것이다.      올해 5~6월의 알래스카는 건조한 기후로 산불이 많이 발생했고, 7월 이후부터는 강우량이 늘어 습한 여름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매년 계절별 기후가 천차만별로 변하고 있는 곳이 극지방이다. 이를 견디기 위한 동식물의 부단한 노력도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매년 알래스카의 꿀 생산량은 들쭉날쭉하다.     러시아 북극해, 바렌츠해에 있는 작은 섬인 콜구예프섬(Kolguyev Island)은 북위 69도에 위치해 있다. 알래스카의 북극해에 인접한 지역이 북위 70도이니 얼마나 고위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섬은 툰드라 존, 즉 북극 얼음이 늘 존재하는 지역으로 전형적인 꿀벌 서식지가 아닐뿐더러 러시아 본토에서도 65㎞나 떨어져 있다. 특히, 이 섬은 겨울철 가혹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 곤충이 서식할 수 없는 환경조건이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5종의 꿀벌이 러시아 과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다.     꿀벌의 북극 진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꿀벌은 러시아 본토로부터 이 섬까지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 과학자들은 북쪽 극지방 콜구예프섬에 꿀벌이 서식하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일 년 중 겨울이 6개월 이상으로 길고,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혹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정착한 여왕벌은 짧은 봄과 여름 동안 벌집을 확보해야 하고, 알을 부화해서 새끼를 양육하며, 꿀과 꽃가루도 수집해야 한다. 또한, 겨울 전에 일벌과 숫벌, 새 여왕벌을 번식해야 한다. 일부 꿀벌은 생존을 위해 꿀을 에너지로 사용해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을 배가시키고, 또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벌집을 만들어 두는 등 전략을 세운다고 한다.     이 섬의 여왕벌은 우연히 이 섬으로 건너와 정착한 것으로 추측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지 온난화에 적응한 꿀벌이 이 섬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했다. 영국의 꿀벌 연구가는 극지 온난화가 꿀벌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다만, 긴 혹한기 동안 많은 여왕벌이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봄과 여름이 길어지면 툰드라의 수많은 현화식물이 만개해 충분히 꿀을 채취할 수 있는 등 번식환경이 좋아지고, 어린 벌의 성장조건도 좋아져 점차 서식지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는 이들 꿀벌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 섬에는 많은 순록이 서식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개체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는 초겨울 내린 얼음 비로 인해 많은 초목이 얼었고 이로 인해 순록의 먹이가 많이 감소한 탓이라고 한다.  순록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은 꿀벌도 서식할 수가 없다.     북극에서 꿀벌의 생존 조건은 내적 및 외적 서식 환경인 극지 온난화에 좌우된다. 극지 기후 변화는 생물의 생태 및 서식 환경도 변화시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꿀벌 북극 꿀벌 서식지 러시아 과학자들 꿀벌 연구가

2022-11-25

고속도로서 야생 퓨마 차에 치어 숨져

시카고 인근 고속도로에서 야생 맹수 퓨마(Mountain Lion)가 차에 치어 숨져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17일 일리노이 천연자원부(IDNR) 발표에 따르면 전날 시카고에서 서쪽으로 약 80km 떨어진 디캘브 카운티의 88번 주간 고속도로(I-88)에서 퓨마가 자동차에 치이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고속도로를 관할하는 일리노이 주경찰은 퓨마 사체를 IDNR로 이송했고 IDNR 야생동물 연구팀은 이를 일리노이대학(UIUC)으로 보냈다.   당국은 "일리노이대학에 퓨마 사체 부검을 의뢰했다"며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원서식지, 중서부 서식지와 이동경로 등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IDNR 전문가들은 사고를 당한 퓨마가 지난 9월 디캘브에서 서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화이트사이드 카운티의 사유지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된 퓨마와 같은 개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연방 농무부(USDA)도 이를 확인했다고 시카고 WGN방송은 전했다.   아울러 IDNR은 이달 초 일리노이주 서부 지역에서 목격 신고된 또 다른 퓨마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퓨마는 네브래스카주 당국이 2021년 11월 목에 위치추적기(GPS)를 달아놓은 개체로 아이오와주를 거쳐 일리노이주까지 이동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북미 토종 동물인 퓨마는 쿠거, 팬서, 아메리카 사자, 산 사자 등으로 불리는 큰 고양이과 맹수로 몸 길이가 약 2~2.5m, 체중이 약 30~100㎏에 달하며 사슴, 토끼, 너구리 등 먹잇감이 충분한 평원이나 숲지대에 서식한다. 1870년대까지 일리노이주를 비롯한 중서부 지역에 번성했으나 해를 끼치는 동물로 간주돼 사냥의 표적이 되고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학계는 2012년 "네브래스카,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등에서 퓨마 서식지가 발견됐으며 이들이 차차 동쪽으로 분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학자들은 시카고 인근에서 발견된 퓨마들은 대부분 사우스다코타주의 블랙힐스 국유림지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시카고 주택가에서 야생 퓨마가 발견돼 경찰에 의해 사살됐으며 2018년에도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인근에서 퓨마를 봤다는 주민 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인근 지역에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퓨마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 지난 100년간 약 130차례 퓨마의 공격이 보고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숨진 사람은 최소 27명으로 집계됐다.   IDNR은 퓨마 목격 신고를 종종 받지만 대다수는 몸집이 큰 길고양이거나 붉은 스라소니라고 전했다. 이어 "쿠거와 마주칠 경우 절대 뛰어 달아나서는 안된다"며 먹잇감을 쫓는 본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똑바로 서서 가급적 키를 커보이게 하고 두 팔을 휘두르거나 돌을 던지며 큰 소리를 내라. 퓨마와 눈을 맞추고 서서히 뒤로 물러서서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고속도로 야생 야생 퓨마 퓨마 서식지 퓨마 사체

2022-10-18

[전문가 기고] ‘가장자리 효과’와 포용의 리더십

 동식물이 모여 사는 생태계에는 ‘가장자리 효과(edge effect)’라 불리는 현상이 있다. 서로 다른 생물군의 서식지가 나란히 붙어 있을 때 그 경계지역에 사는 종의 다양성과 밀도가 각 서식지 중심지역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서식지의 서로 다른 요소가 혼합되는 이 경계지역이 다양한 식량자원과 환경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모인 사회적 생태계에서는 낯선 서식지를 탐험하고 유익함을 발견하기보다 자신에 친숙한 환경에 안주하려는 보호 본능이 강하다. 나와 다른 다양한 가치나 관점, 경험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의 뇌가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정보는 대략 1초에 40~70개(bits)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최대 1100만 비트의 정보를 매 순간 뇌가 감당한다. 우리가 어떤 선택이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엄청난 여과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 뇌는 이 과정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생각의 지름길’을 만든다.     이 길은 각자의 성장 과정이나 과거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보가 새로 추가되어도 마음속 패턴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친다. 우리가 경험해본 익숙한 대상에 마음이 끌리고 낯선 대상은 불편하게 느끼는 ‘친화성 편향’이 생기는 이유다.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믿고 싶겠지만 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 대한 친밀감이 반영된 결과이다.   무의식 수준에서 본능적으로 발생하는 인지적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를 도와주는 도구가 필요하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가 15년 전에 제안했던 다양한 형태의 ‘넛지(nudge)’가 새삼 주목받는다.     ‘넛지’란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면서도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선택의 자유가 없는 ‘세금’이나 방역패스 없이 마트에 못 간다는 ‘금지’는 넛지가 아니다. 가스회사가 납부 마감 사흘 전에 연체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 혹은 치즈버거의 지방 함량을 포장지에 제시하는 것은 넛지에 속한다.   조직 현장의 의사결정에서 익숙하게 굳어진 인지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개입이 필요하다.     리더의 친화성 편견은 자신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사람들로 ‘우리 팀’을 구성해 결과적으로 다양성보다 동질성이 강화된다. 동질적 집단의 최대 약점은 리더의 신념이나 주장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위층이 자신이 항상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 그 조직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인지적 개입을 통해 리더를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악마의 대변자(devil’s advocate)’ 역할을 통한 개입이다. 이 역할을 맡은 사람은 끊임없이 반대 논리를 전개해 리더의 가정에 도전하며 합리적 대안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별로 성공하지 못한다. 리더는 자기의 신념에 감정적으로 몰입해 누군가 극렬히 반대하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분노가 폭발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더 세게 방어한다.   리더가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직접 공격받지 않으면서 편향성을 피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레드팀’과 ‘블루팀’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와 유동성 위기에서도 독보적인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버핏 회장은 주요 투자 결정 시 자신의 편견을 배제하는 장치를 가동한다. 두 개의 팀을 투자 고문으로 불러 양측의 주장을 경청하고 최종 결정을 제시한 고문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강한 리더와 약한 리더의 구분은 성격의 강약이 아니고 친숙하지 않고 낯선 것을 찾아 나서는 지혜에 있다. 동식물의 서로 다른 생태계가 만나는 경계지역이 더 풍요롭다는 자연의 이치를 인간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혜련 /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전문가 기고 가장자리 리더십 의사결정 과정 가장자리 효과 서식지 중심지역

202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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