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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가장자리 효과’와 포용의 리더십

 동식물이 모여 사는 생태계에는 ‘가장자리 효과(edge effect)’라 불리는 현상이 있다. 서로 다른 생물군의 서식지가 나란히 붙어 있을 때 그 경계지역에 사는 종의 다양성과 밀도가 각 서식지 중심지역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서식지의 서로 다른 요소가 혼합되는 이 경계지역이 다양한 식량자원과 환경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모인 사회적 생태계에서는 낯선 서식지를 탐험하고 유익함을 발견하기보다 자신에 친숙한 환경에 안주하려는 보호 본능이 강하다. 나와 다른 다양한 가치나 관점, 경험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의 뇌가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정보는 대략 1초에 40~70개(bits)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최대 1100만 비트의 정보를 매 순간 뇌가 감당한다. 우리가 어떤 선택이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엄청난 여과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 뇌는 이 과정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생각의 지름길’을 만든다.  
 
이 길은 각자의 성장 과정이나 과거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보가 새로 추가되어도 마음속 패턴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친다. 우리가 경험해본 익숙한 대상에 마음이 끌리고 낯선 대상은 불편하게 느끼는 ‘친화성 편향’이 생기는 이유다.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믿고 싶겠지만 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 대한 친밀감이 반영된 결과이다.
 
무의식 수준에서 본능적으로 발생하는 인지적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를 도와주는 도구가 필요하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가 15년 전에 제안했던 다양한 형태의 ‘넛지(nudge)’가 새삼 주목받는다.  
 
‘넛지’란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면서도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선택의 자유가 없는 ‘세금’이나 방역패스 없이 마트에 못 간다는 ‘금지’는 넛지가 아니다. 가스회사가 납부 마감 사흘 전에 연체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 혹은 치즈버거의 지방 함량을 포장지에 제시하는 것은 넛지에 속한다.
 
조직 현장의 의사결정에서 익숙하게 굳어진 인지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개입이 필요하다.  
 
리더의 친화성 편견은 자신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사람들로 ‘우리 팀’을 구성해 결과적으로 다양성보다 동질성이 강화된다. 동질적 집단의 최대 약점은 리더의 신념이나 주장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위층이 자신이 항상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 그 조직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인지적 개입을 통해 리더를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악마의 대변자(devil’s advocate)’ 역할을 통한 개입이다. 이 역할을 맡은 사람은 끊임없이 반대 논리를 전개해 리더의 가정에 도전하며 합리적 대안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별로 성공하지 못한다. 리더는 자기의 신념에 감정적으로 몰입해 누군가 극렬히 반대하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분노가 폭발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더 세게 방어한다.
 
리더가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직접 공격받지 않으면서 편향성을 피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레드팀’과 ‘블루팀’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와 유동성 위기에서도 독보적인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버핏 회장은 주요 투자 결정 시 자신의 편견을 배제하는 장치를 가동한다. 두 개의 팀을 투자 고문으로 불러 양측의 주장을 경청하고 최종 결정을 제시한 고문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강한 리더와 약한 리더의 구분은 성격의 강약이 아니고 친숙하지 않고 낯선 것을 찾아 나서는 지혜에 있다. 동식물의 서로 다른 생태계가 만나는 경계지역이 더 풍요롭다는 자연의 이치를 인간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혜련 /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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