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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꿀벌의 북극 진출

자연 생태계 변화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대기 온도다. 대기 온도 상승은 온실효과 기체의 방출이 원인이다. 산업화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면 온실효과를 가속해 지구를 더워지게 만든다. 이 더워진 환경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 극지방이다. 그래서, 극지방은 지구 온난화 연구의 전초기지이자 최전방이다.  
 
극지방에도 육상 및 해양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찾아 왔다. 그 한 예가 꿀벌의 출현이다. 중앙 알래스카에서 양봉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어 꿀 생산에 관해 물어봤다. 여왕벌이 겨울철을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따라, 또 봄·여름의 기후조건에 따라 꿀 생산량이 좌우된다. 따라서 여왕벌의 월동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또 월동을 잘해도 기후조건이 맞지 않으면 꿀을 생산하기 힘들 것이다.  
 
 올해 5~6월의 알래스카는 건조한 기후로 산불이 많이 발생했고, 7월 이후부터는 강우량이 늘어 습한 여름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매년 계절별 기후가 천차만별로 변하고 있는 곳이 극지방이다. 이를 견디기 위한 동식물의 부단한 노력도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매년 알래스카의 꿀 생산량은 들쭉날쭉하다.  
 
러시아 북극해, 바렌츠해에 있는 작은 섬인 콜구예프섬(Kolguyev Island)은 북위 69도에 위치해 있다. 알래스카의 북극해에 인접한 지역이 북위 70도이니 얼마나 고위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섬은 툰드라 존, 즉 북극 얼음이 늘 존재하는 지역으로 전형적인 꿀벌 서식지가 아닐뿐더러 러시아 본토에서도 65㎞나 떨어져 있다. 특히, 이 섬은 겨울철 가혹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 곤충이 서식할 수 없는 환경조건이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5종의 꿀벌이 러시아 과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다.  
 


꿀벌의 북극 진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꿀벌은 러시아 본토로부터 이 섬까지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 과학자들은 북쪽 극지방 콜구예프섬에 꿀벌이 서식하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일 년 중 겨울이 6개월 이상으로 길고,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혹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정착한 여왕벌은 짧은 봄과 여름 동안 벌집을 확보해야 하고, 알을 부화해서 새끼를 양육하며, 꿀과 꽃가루도 수집해야 한다. 또한, 겨울 전에 일벌과 숫벌, 새 여왕벌을 번식해야 한다. 일부 꿀벌은 생존을 위해 꿀을 에너지로 사용해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을 배가시키고, 또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벌집을 만들어 두는 등 전략을 세운다고 한다.  
 
이 섬의 여왕벌은 우연히 이 섬으로 건너와 정착한 것으로 추측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지 온난화에 적응한 꿀벌이 이 섬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했다. 영국의 꿀벌 연구가는 극지 온난화가 꿀벌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다만, 긴 혹한기 동안 많은 여왕벌이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봄과 여름이 길어지면 툰드라의 수많은 현화식물이 만개해 충분히 꿀을 채취할 수 있는 등 번식환경이 좋아지고, 어린 벌의 성장조건도 좋아져 점차 서식지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는 이들 꿀벌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 섬에는 많은 순록이 서식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개체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는 초겨울 내린 얼음 비로 인해 많은 초목이 얼었고 이로 인해 순록의 먹이가 많이 감소한 탓이라고 한다.  순록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은 꿀벌도 서식할 수가 없다.  
 
북극에서 꿀벌의 생존 조건은 내적 및 외적 서식 환경인 극지 온난화에 좌우된다. 극지 기후 변화는 생물의 생태 및 서식 환경도 변화시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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