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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이지 않는 북극 전쟁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극 지역 개발을 위해 거물급 인사를 극지 연구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는 북극항로에 대한 전략과 비전을 나타낸 것으로 아시아(한국, 일본 및 중국)와의 물동량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과 북극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최근 중국 화물선의 북극항로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 수에즈 운하와 희망봉 항로는 효율 면에서 최악이기 때문이다. 미국 또한 북극항로 개척에 천문학적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알래스카를 제외하면 북극과 아무 관계가 없는 국가다. 100여 년 전 알래스카를 매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본다.     미국의 북극항로 개척 전초기지는 알래스카 서부지역의 대표도시이며 북극 입구에 위치한 놈(Nome)이다. 놈은 한국 극지 연구소와의 공동 연구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미국 정부는 우선 놈에 항공모함이나 유람선도 접안할 수 있는 규모의 부두 개발 예산을 확보했다. 이 부두는 베링해와 북극해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이것은 북극항로의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을 예상한 투자이다. 2009년 이래 북극항로 이용 선박이 두 배나 늘어난 시점에서 시기적절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특히, 연안경비 강화 차원에서 놈에 군 주둔이 필요하다. 선박의 안전운항 및 사고방지를 위해 인적 및 물적 지원을 한다는 복안이다. 더욱이 사고로 인한 오염 및 기후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등 방법도 포함하고 있다. 놈은 원주민이 3800명으로 전체 인구의 75%를 차지한다. 앞으로 많은 인구 증가가 예상되며 대부분의 토지는 원주민이 소유하고 있어 원주민의 역할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북극의 해빙 감소로 북극항로의 활용이 증가할 것은 뻔하다. 그래서 북극은 미래의 전략기지이자 핵심 무역 항로가 될 것이다.       러시아는 북극에서 유전 및 천연가스를 개발하면서 한국에 LNG선을 주문한 적이 있다. 한국은 이런 사례를 활용해야 한다. 러시아가 일 년 내내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원자력 쇄빙선을 보유한 덕이다.     반면 캐나다 방면의 북동항로는 섬이 많아 쇄빙선이 있어도 러시아보다 활용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선뜻 항로 개발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미국은 놈을 개발하기 위해 큰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새로운 쇄빙선 건조도 2025년 마무리 된다고 한다. 이 쇄빙선은 해안경비대 소속이 된다고 한다.     북극은 군사 목적의 군함 출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한국도 제2의 쇄빙선을 건조한다고 하지만 시기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의 쇄빙선(아라온)만으로 남극과 북극을 감당하기엔 무리다. 선장과 선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는 형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는 러시아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항공, 우주, 천연자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러시아와 지속해서 연구 및 산업활동을 해야 한다. 불곰사업은 한국의 군수물자 수출에 원동력이 되었고,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에도 러시아의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비록,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모든 과학 및 산업 분야의 통로가 차단된 상태지만 말이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사할린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천연가스를 개발해 안정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1월 앵커리지 주재 일본 영사관에서 산업 및 환경에 관한 세미나가 열린 적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참석했지만,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평화 속에서는 뭐든 할 수 있다. 심지어 전쟁 중이라도 국가는 자국 산업과 국민을 위해 뭐든 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과연 북극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더욱이 러시아와의 관계는 물밑에서라도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북극 전쟁 북극항로 이용 북극항로 개척 이래 북극항로

2024-09-10

[기고] 북극 빙하·해빙이 빨리 녹는 원인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일상생활은 물론, 농수산물 수확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의 기온 상승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알래스카를 포함한 북극 지역은 지난 7월 기록적인 고온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대기 습도가 낮아지면서 발생한 수증기가 적란운 생성을 증가시킨다. 이는 적도 지방의 스콜이나 온대의 게릴라성 호우에 비견된다. 그래서 북극 지방은 여름철 천둥 번개로 인한 산림 화재가 자주,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지난 초여름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지역은 화재로 인한 스모그로  창문을 열지도 못할 상황이 됐던 것이 그 증거다.  당시 AQI (대기 질 지표)가 200을 넘었다. 보통의 대기 질은 대부분 40이하이며, 50이상이면 노약자나 유아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대기 이동 모델을 사용해서 산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필자의 2005년 논문이 많은 인용 건수를 기록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필자는 1999년 알래스카 중부 생태연구지 (LTER: long-term ecological research watershed)에서 산불실험(소실면적: 4kmX 4km)을 실시, 강제로 화재를 일으켜 산불로 인한 대기 질 이동과 식생의 변화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시 스모그 중 BC (black carbon: 숯, 검댕)과 이산화탄소의 이동 경로를 단기간(10일 이내) 추적하였다.     그런데 이 결과가 흥미롭게 나와서 많은 연구자가 이를 인용했다. 즉, 숯과 이산화탄소는 바람의 움직임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산림화재 발생 5일째와 7일째의 결과가 이 논문의 백미다. 5일째의 바람장 (wind field)이 알래스카 남서부로 이동하였고, 7일째는 북쪽으로 바람이 이동하였다. 중력에 의해 무거운 숯은 가까운 곳에, 가벼운 것은 멀리 이동한다. 또한, 산불의 스모그 중 이산화탄소는 대기보다 약 10% 높지만, 직접 측정값은 수천 배에서 수만 배나 높다.     알래스카 남서부에는 미국 최대 규모인 랭클 세인트 엘리아스 국립공원(Wrangell-St. Elias National Park)이 있다. 이 국립공원은 한국 여의도 면적의 6000배가 넘는다. 이곳은 미국 최대 빙하지대이기도 하다.     이 빙하표면에 산불로 생긴 BC가 내려앉으면 빙하 융해를 가속하는 역할을 한다. 즉, 돋보기로 햇빛을 이용해 검은 종이를 태우는 것과 같은 이치로, BC는 햇빛을 흡수하여 빙하를 녹이는 역할을 한다. 즉, 알비도(반사율)가 0.8이면 바로 내린 흰눈에 해당하고, 0.5이하면 BC 및 먼지 등으로 빙하표면이 지저분해진 것을 나타내는 지표다.     알래스카 북부, 즉 북극해에는 수많은 해빙이 떠 있다. 해빙의 표면에 BC가 내려앉으면 빙하 융해를 가속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제 공동연구로 대기 중의 BC를 장기간 측정한 결과, 봄철 유라시아(러시아와 중국)에서 발생한 산불이 편서풍을 타고 알래스카까지 날아온다. 여름철에는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BC의 발생과 농도가 매우 높다.     최근 기온 상승과 더불어, 산불 화재의 발생 빈도가 늘고 피해 면적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만 한다. 이렇게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기후변화에 대한 ‘포지티브 피드백 (positive feedback of climate change)’이라고 한다. 즉, 악순환이 더 가속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캐나다의 빙하에서 산불 스모그로 인한 빙하 융해의 가속화와 이에 따른 담수량 증가로 일부 생물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빙하 면적 감소 현상도 현저하게 나타난다는 경고가 있었다.     다만, 산림생태 측면에서 산불은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알래스카 및 캐나다의 우점 산림인 흑가문비나무는 나무 끝에 있는 씨앗 무리에 불길이 닿아야만 씨앗을 둘러싼 두꺼운 껍질을 깨뜨릴 수 있다. 산불이 지나간 다음 깨진 껍질 안의 수많은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땅에 착생하게 된다.     그리고 착생된 땅은 화전처럼 영양분이 풍부한 토질이어야만  씨앗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흑가문비나무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산불에 의한 BC의 움직임은 극지의 해빙 및 빙하 융해를 가속하는 주요 원인인 반면, 화재 후 식생 천이 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북극 빙하 알래스카 남서부 대기 이동 알래스카 중부

2024-08-21

[기고] 중국의 북극 진출 야망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다. 그런데 최근의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쟁 전 러시아는 대한민국과 과학이나 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우호 국가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모든 국제정세 패턴이 바뀌었다. 그 와중에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수입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대한민국처럼 북극 국가는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과는 중국에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예를 들어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에 중국 기업이 새로 문을 열게 되었고, 북극 지역에서 양국의 협력도 더욱 활발해졌다.   특히 러시아는 에너지 시장에서 유럽의 고객을 대체할 수 있는 판매처로 중국이 필요해 양국의 북극 에너지 협력에 대한 관심도 높다. 중국은 현재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북극에서 러시아 항로를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확고한 북극 강국이자 북극권 위에 영토를 보유한 세계 8개 국가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북극 해안선의 약 절반이 러시아에 속해 있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최근 북극 정책의 초점은 북극에서 약 650km 떨어진 노르웨이의 외딴 지역인 스발바르 군도다. 이 섬의 인구는 약 2000명으로 세계 최북단의 인류 거주지다.     양국이 스발바르 군도에 관심을 갖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일련의 국제 협정으로 이 섬은 비무장화되었고, 1920년 스발바르 조약에 따라 노르웨이에 주권이 부여되었다. 그러나 조약에 참여한 모든 서명국은 어업, 사냥 및 천연자원 개발에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들 서명국은 과학 및 연구 목적으로 스발바르 군도를 사용할 수도 있다. 즉,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해 총 46개국이 스발바르의 천연 자원에 동등한 접근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1920년대부터 조약이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해 왔다. 냉전 기간 구소련은 스발바르 군도 세 곳에 정착지를 유지해 왔다. 오늘날에는 작은 탄광 마을인 바렌츠버그(Barentsburg)만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바렌츠버그는 멀리 떨어져 있고 인구도 수백 명에 불과하다. 석탄도 마을에 필요한 양만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가 그곳에 정착지를 유지하려는 주된 이유는 상징적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도 스발바르 군도에 적극적이다. 2004년부터 니알슨(Ny-Alesund)의 ‘아크틱 옐로우 리버 스테이션(Arctic Yellow River Station)’에서 스발바르 군도에 대한 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중국은 최근 스발바르 군도의 마지막 개인 소유 토지 구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스발바르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노르웨이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토지의 중국 판매를 차단했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뒷마당인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에서 토지 매입을 시도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현재 북극 지역은 안정되고 평화롭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계속 악화하고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이 증가하는 상황이라 이 지역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스발바르 군도에는 대한민국의 다산기지가 있어 극지 연구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년도 대한민국 국가 R&D(연구개발) 예산 중 극지 연구 예산은 올해 삭감된 것에서 더 줄어든다고 한다. 한국의 극지 연구 투자 역행은 국제적 위상뿐만 아니라 극지 및 지구 온난화 연구의 퇴보 등으로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중국 북극 스발바르 군도 북극 국가 북극 지역

2024-07-29

[기고] 알래스카의 비버 증가, 왜 문제일까

알래스카의 비버(beaver)는 원주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물이다. 비버 고기와 가죽은 원주민 생활에 유용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툼하고 큰 꼬리에는 지방이 많아 겨울철 원주민의 영양 공급원 역할을 했다고 한다. 또 비버 가죽은 유용한 모자와 신발 재료로 사용된다. 비버 가죽과 털로 만든 모자는 보온성이 좋고 내구성도 뛰어나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알래스카의 비버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지형 변화는 물론 다른 동물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북극 비버 관찰 네트위크 (Arctic Beaver Observation Network)’가 최근 알래스카 대학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네트위크는 과학자는 물론 토지관리자 및 부족 대표, 비버 사냥꾼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으로 2026년까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네트워크 측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비버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버는 주로 하천에 많은 나뭇가지로 댐을 만들어 서식하지만 스스로 환경을 바꾸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주변에 하천이 없어도 작고 강한 앞발로 습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연못이나 습지 면적을 확장하기 위해 수로까지 판다고 한다. 네트워크에 따르면 항공사진 조사 및 인공위성 관측 결과에서도 비버의 서식지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라시아 비버는 수 세기에 걸쳐 모피용으로 과잉 포획되면서 개체 수가 급감했다. 그러나 사냥 조건을 강화한 이후 개체 수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서식지도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버와 물새가 서식하는 북극 호수 주변의 많은 관목이 물에 잠겨 죽었다. 이는 홍수 때문이 아니라 온난화로 동토가 녹으면서 융해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환경 교란 (disturbance)이라고 한다. 비버의 서식지 근처에는 다른 동물의 개체 수도 함께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버를 먹이로 하는 오소리 (wolverine)와 늑대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이다. 늑대는 순록보다 움직임이 느린 비버를 더 쉽게 사냥할 수 있다고 한다. 비버가 특정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순록 개체 수 감소 시 늑대의 새로운 먹이가 되는 것이다.     비버가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거나 이전 서식지가 호수화되면 온난화의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기 쉽다. 동토 융해는 그 속의 많은 유기물의 분해도 초래해 메탄의 발생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버 서식지의 증가로 하천이 고립된 호수처럼 변하면 수중 산소가 점차 고갈되어 무산소 상태로 변한다. 이런 무산소 환경에서는 메탄 생성 미생물이 증가하면서 메탄 발생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호수 온도의 증가로 동토 융해 현상까지 더해지면 메탄 발생은 이중으로 증가하게 된다.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  동토중에 함유됐던 수은의 발생량도 늘어난다. 이는 수중 어류뿐만 아니라 비버와 인간에게도 피해를 미칠 수 있다.   비버 서식지 확대 및 개체 수 증가는 환경을 교란하고, 최종적으로 메탄 발생을 증가시켜 북극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북극 비버의 서식지 확장은 산불만큼 큰 교란을 의미하며, 인간을 제외하면 북극을 이처럼 빠르게 변화시킨 동물은 없을 것이다.     캐나다 원주민 장로의 말에 의하면, 하천에서 10개의 비버 서식지와 댐을 발견하고 이를 신속하게 제거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3일 후 그 지역에 다시 갔더니 어느새 비버의 댐이 또 만들어져 있더라는 것이다. 비버는 나무를 자르는 능력이 뛰어난 설치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그의 말은 비버의 급속한 서식지 확장 문제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알래스카 비버 비버 개체 북극 비버 비버 가죽

2024-03-18

[기고] 바이킹족의 북극 활동

최근 바이킹의 교역로가 북극까지 수백 마일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이킹은 악명 높은 약탈자였지만 상인이기도 했고, 8세기부터 11세기까지 광대한 무역로를 건설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바이킹의 북극 활동범위는 놀라울 정도로 먼 거리까지 있었고, 도시와 많은 천연자원이 생산되는 외곽 지역을 연결했다.   영국과 유럽의 연구원들은 현재 독일의 과거 바이킹 무역 중심지에서 발견된 머릿빗 분석을 통해 바이킹의 무역 규모를 설명했다. 머릿빗은 순록 뿔로 만들어졌으며 순록은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종이었다.   바이킹 시대 가장 중요한 무역 도시 중 하나는 당시 덴마크였던 유틀란트 반도의 남쪽 끝 근처에 위치한 헤데비(Hedeby)였다. 이 지역은 현재 북부 독일의 일부이지만 도시 자체는 거의 1000년 전에 사라졌다. 헤데비는 바이킹 시대 유럽에서 가장 큰 정착지 중 하나였으며 북해와 발트해, 스칸디나비아와 북유럽 사이의 문화 교류와 무역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이 지역에서 발견된 약 28만8000개의 순록 뿔을 근거로 이 마을이 순록 뿔 무역의 중심지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발견된 뿔은 대부분 머릿빗을 만든 후 남은 부산물이었다. 이 순록 뿔 빗속의 콜라겐을 분석함으로써 연구팀은 뿔이 어느 순록 종에서 왔는지 확인하여 그들의 지리적 기원을 밝혀내려고 했다.   연구진은 질량 분석법에 의한 동물고고학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최대 빗의 90%가 순록이라고도 알려진 북극 순록(Rangifer tarandus) 종의 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순록은 북극지방에서 서식하는 순록으로 현재에도 같은 종이 북극지방에 존재하고 있다. 노르웨이 사미(Sami)부족과 시베리아의 네네츠(Nenets)부족은 이 순록을 교통수단과 식용으로 현재도 이용하고 있다.     북쪽 알래스카 툰드라지역에도 많은 순록이 서식하고 있다. 순록의 이동은 여름철에 모기와 같은 해충을 피해서 북극해까지 북상하며, 혹독한 겨울철을 피해 부룩스산맥 남쪽으로 이주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순록 무리는 스칸디나비아 북부에만 살았기 때문에 이는 뿔이나 빗 자체가 헤데비로 수입되었음을 시사한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헤데비의 녹용 폐기물 중 순록에서 나온 것은 0.5%에 불과했다. 그리고 마을에서 순록 뿔 작업에 대한 충분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헤데비의 전성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초기에는 빗 생산의 흔적은 없었다.   그래서 연구원들은 이 모든 것이 수입된 머릿빗임을 주장하지만, 일부는 이주민이 갖고 온 물품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머릿빗은 아마도 수백 마일 떨어진 노르웨이 고지대나 스웨덴의 다른 곳에서 생산된 후 헤데비로 옮겨졌다는 가설이 지배적이다. 즉, 머릿빗이 수입된 것이라면 이는 헤데비와 북쪽 지역 사이에 대규모 장거리 무역 관계가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는 일반적으로 바이킹 시대의 여명기로 언급되는 영국 린디스판(Lindisfarne;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 접경지대에 위치한 섬) 습격 사건 7년 후인 서기 800년부터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영국 요크 대학의 고고학자는 바이킹 시대 영국과 스칸디나비아의 여행 및 무역 시기에 관한 다양한 의문이 머릿 빗을 통해 풀리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그리고 바이킹 세계의 여러 부분이 실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이킹 시대의 삶에 대해 아직도 의문점이 많다고 한다.   새로운 연구는 헤데비가 북극 스칸디나비아와 유럽 대륙의 관문을 연결했던 요충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9세기에 이러한 북부 연결이 특히 강했다는 것은 창이라는 무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바이킹이 중세 온난기에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무역을 시작하게 된 것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들의 활동 영역 확장은 위에서 언급한 순록 뿔 빗의 거래를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순록의 서식지가 북유럽에서 지금은 거의 북극으로 확대된 이유도 기후 온난화 때문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바이킹족 북극 북극 순록 북극 활동범위 종이 북극지방

2023-10-27

[기고] 한국정부의 극지 연구비 삭감 유감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였던 모더나와 화이자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모더나는 과감한 투자로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누렸다.     일본은 펜데믹 시기에 늑장대응 등 말이 많았지만 지난달 자체 예방백신과 치료제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가와 기업의 지속적인 연구투자의 결실이었다. 타미플루라는 독감 치료제 역시 일본에서 2001년에 개발돼 지금은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코로나 검사 방법과 백신 주문생산에 집중했다. 한국에 도입된 백신은 mRNA백신 기반 (화이자·모더나), 바이러스벡터 백신(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및 합성항원 백신 (노바백스·스카이코비원)으로 총 6종이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동반되지 않는 한 성공의 희망은 절대 꿀 수 없다.     올해 유독 자연재해가 잦았고 피해도 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엘니뇨라는 자연현상과 겹치면서 전 세계의 기후 및 기상변화가 이전보다 심하게 나타났다. 남유럽과 서부 캐나다의 산림 화재, 남가주에 불어닥친 허리케인 등도 이에 해당한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 변화가 최근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 극지 연구는 남극에 국한되어 있었다. 남극은 세계 어느 나라든 남극 조약에 가입한 후, 기지를 만들 수 있으며 남극에 대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북극은 다른 문제이다. 북극 인접 국가가 아니면 접근하는 것에 많은 제재가 있다.     대한민국은 북극 옵서버 국가로 참여한 후, 북극 해양과 알래스카에서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이 앨 고어 부대통령 시절부터 15년간 (2000~2014년) 북극 연구를 위해 매년 500만 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해 왔다. 더욱이, 연구소까지 만들어 많은 북극 연구자들이 교류할 기회도 만들었다. 이 기간 일본의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했고 지금은 이들이 일본 극지 연구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후 일본은 매년 북극 연구를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많은 대학과 연구기관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연구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한국극지연구소의 연구책임자로부터 2024년부터 극지 연구에 대한 연구비가 일괄 50.6% 삭감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금이 생각보다 적게 걷혀 정부지원금을 대폭 줄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현재 세계는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을 완료했거나 중지한 나라로 양분된다. 한국은 굳이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유비무환의 정신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코로나의 창궐 이전 1907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당시를 반면교사로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했던 국가들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도 한 발짝 앞선 것이 사실이다.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및 환경변화에 대한 연구는 단기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한국의 과학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한국도 과실의 재배지역 및 시기 변화, 어류 서식지의 북상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극지 연구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마땅하다. 극지 기후변화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기후에 직간접의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극지 연구의 모토는 극지의 얼음(해빙, 빙하 및 동토)의 기온에 대한 반응이다. 이러한 설빙권의 변화에 극지 해양 및 육상 생태계가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지를 연구하는데 국가적 지원(국책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연구비 지원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의미다.     6·25전쟁 후 지금의 한국을 만든 것은 교육, 즉 인재양성이었다. 미래의 100년을 생각하는 교육과 연구가 필요한 시기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한국정부 연구비 북극 연구자들 코로나 백신 기초과학 연구

2023-09-15

[기고] 북국 사향소의 기후변화 대응

사향소(muskox)는 북극 툰드라에 서식하는 가장 큰 초식 동물이다. 사향소는 늘 최적의 서식 조건을 찾아 이동하며 혹독한 기후를 피해 살아남았다. 빙하기에는 털복숭이 매머드와 함께 목초지(steppe)에서 생활터전을 공유했다. 사향소가 기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잘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사향소의 겨울철 털은 현존 동물 중 가장 가볍고 보온효과도 최고다. 그래서,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늦겨울과 초봄에 사향소를 사냥하고, 사향소의 밑털로 코트, 모자, 장갑 등을 만든다. 이 털을 북극 원주민 이누이트(Inuit)는 우밍막(Umingmak)이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는 키비웃(Qiviut)이라고 한다. 보호털(guard hair)은 1미터 정도로 가름막 역할을 한다. 그러니, 섭씨 영하 60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털로 만든 코트는 자그만치 10만 달러에 달한다.     사향소는 소처럼 보이지만 사실 염소나 양에 가깝다. 북극 환경에 적응하도록 오랜 시간 진화했다. 초봄에 털갈이하는 사향소를 가끔 볼 수 있고, 그 털이 관목에 붙어 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가 있다.     북극 야생동물의 ‘기후 추적’은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며, 수천 년 동안 진행해 왔다. 19세기 말 이후로 기후는 변하기 시작했다. 북극은 현재 지구상의 다른 지역보다 4배나 더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북극 온난화는 혹한 속에서도 서식할 수 있도록 진화한 사향소와 같은 동물에게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럼, 북극의 온난화 진행과 더불어 사향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최근의 기후변화가 사향소의 서식지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가 덴마크 국방부 주도하에 그린란드에서 지난 40년 동안 진행됐다. 연구팀은 발견한 모든 야생동물의 관측날짜, 종 및 위치 등을 기록했다. 이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 40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해 사향소의 서식지가 빠르게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1981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10년 당 70~110km로 거리를 이동했고, 2000년 이후에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사향소가 기후 변화로 인해 가장 극단적인 서식지 이동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향소와 다른 북극 동물들은 기후변화가 점점 가속함에 따라 그린란드 북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광대한 그린란드에서 장기간 야생 동물의 위치 추적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지난 40년 동안 축척된 자료는 사향소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영향은 앞으로 더 클 것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북극 온난화가 진행되면, 앞으로 사향소를 비롯한 북극 야생동물은 털복숭이 매머드처럼 퇴화하여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그린란드 남쪽은 광대한 빙하, 피요르드 및 험준한 산맥과 같은 다양한 자연 장벽으로 사향소의 적절한 서식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더 북쪽으로의 이동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동그린란드 자켄버그 (Zackenberg, 74°2N, 21°3W)의 보호지에 서식하고 사향소도 지난 40년 동안 거의 이동이 없었다.  이는 자켄버그 계곡이 사향소에게 최적의 서식지이거나 자연환경의 장벽으로 더 이상 북쪽으로 이동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사향소의 이동 능력이 제한적이라면 점진적인 소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역의 사향소는 점점 더 열악한 서식지와 불리한 기후조건에 갇히는 반면, 북쪽으로 이동한 무리는 기후 변화에 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툰드라에 사는 사향소와 다른 북극 동물은 아직 심각한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 등에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사향소와 북극 동물은 과연 이러한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사향소가 털복숭이 매머드처럼 언젠가 지구에서 소멸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란다. 북극의 기후변화 및 온난화는 북극 동물들이 적응하기에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기후변화 사향소 동안 기후변화 북극 야생동물 서식지 이동

2023-06-30

[기고] 북극 동물의 월동 비밀

인간은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실생활에 유효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점퍼 등의 소매에 부착되어 있는 일명 ‘찍찍이 (hook-and-loop fastener)’도 그중 하나다.     이것을 최초로 상품화한 것은 스위스 출신의 사냥광인 미스트랄(George de Mestral)이라는 인물이다. 어느 날 사냥을 다녀온 그는 옷에 붙어있던 도꼬마리 씨앗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현미경으로 관찰했고, 한쪽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미스트랄은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한 업체에 제공했지만 관심을 보이지 않자 본인이 직접 특허를 내고 상품화했다. 그는 1951년 벨크로(Velcro, Velour (벨벳) +Crochet (갈고리)) 제품을 선보였고 이는 20세기의 100대 발명품에 포함됐다. 당연히 그는 엄청난 부도 축적할 수 있었다.       이처럼 미지의 세계인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 응용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다만, 인간이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북극의 겨울 추위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 혹독한 환경에서 북극곰을 비롯해 북극여우, 순록(caribou) 등 동물과 곤충들이 6개월 이상의 겨울을 보낸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먹이를 찾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우선, 모기에 대해 알아보자. 모기는 과연 월동하는가?  월동한 모기는 초봄 죽을 각오로 동물에게 달려든다. 알을 산란하기 위해서는 영양분이 되는 혈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암놈 모기는 월동을 할 수 있었을까? 암놈 모기의 체액을 검사한 결과, 이들의 체액에는 월동에 적합한 부동액(anti-freezing liquid) 물질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모기는 처마 밑, 덤불 등 월동하기 좋은 장소에서 긴 겨울을 지낸다.     정확한 연구 결과는 없지만 알래스카 야생동물국에 의하면, 아마도 겨울이 시작되기 전 암놈 모기 체내에는 부동액 성분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동액을 이용해 영하 40도에서도 엔진이 얼지 않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영하 40도는 섭씨 및 화씨 온도가 같다.     다음은 순록이다. 순록은 심장에서 나오는 동맥이 다리 가운데로 흐르고, 환경 온도에 둔한 정맥이 그 주위를 감싸는 혈관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혹독한 겨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함이다. 발은 차가운 지면을 딛고 생활하기에 혈관구조도 겨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혈관 구조는 극지에 사는 동물 대부분이 비슷하다.     남극의 펭귄과 갈매기, 북극의 여우와 늑대, 삵 등이 비슷한 혈관 구조를 갖고 있다. 또 개, 곰, 여우와 늑대는 발바닥이 검은 스펀지 모양을 하고 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수많은 돌기가 지면과 접촉하게 되어 있다.     그 돌기 위에 따뜻한 동맥을 촘촘한 그물구조의 정맥이 감싸고 있다. 이런 피부와 혈관구조의 진화가 혹독한 겨울 환경 속에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밖에 북극곰은 북극에서 최상위 포식자이자 동물보호기금(WWF)이 보호종으로 지정한 동물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지 해빙이 감소하면서 북극곰의 먹이 사냥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덩치가 큰 수컷이 새끼 곰을 잡아먹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       북극곰의 털은 무슨 색일까? 대부분 흰색이라는 답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피부는 검은색이며 털은 투명한 섬유다.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고, 흰색은 반사한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북극곰은 겨울 동안 체내의 여러 지방층으로 추위를 이기고, 햇빛이 있을 경우는 투명한 털과 검은 피부를 이용해 체내에 열을 저장한다. 또 피부 구조는 체내의 열이 외부로 방출되지 않도록 한다.       북극곰의 털을 응용한 합성 섬유 직물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만간 상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지만, 우리는 자연에 일방통행적 피해만 주고 있음을 상기하자. 자연은 쓰레기 처리장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를 치유하는 모태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북극 동물 북극여우 순록 알래스카 야생동물국 겨울 환경

2023-04-28

[기고] 북극에 나타난 야토병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북극곰을 포함한 다양한 북극 동물이 토끼와 관련된 진드기 매개 병원균에 노출되고 있다. 이 연구는 온난화된 북극에서 질병이 어떻게 확산될 지 예상 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 과학자들은 ‘토끼열’이라고 불리는 질병인 ‘야토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에 노출됐을 경우의 증상에 대한 조사를 했다. 조사가 이루어진 북극 해안 종 중에서는 북극여우와 북극땅다람쥐가 가장 높은 수준의 혈청 유병률(혈액 내 야토병과 싸우기 위한 항체가 있는 비율)을 보였다. 북극여우와 땅다람쥐의 혈청 유병률은 각각 21.2%, 33.3%였다. 순록은 6.5%의 혈청 유병률로 낮은 수준을 보였고, 북극곰의 혈청 유병률은 연구 중간값인 13.3%였다. 혈청 유병률은 동물들이 야토병에 걸린 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박테리아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는가를 의미한다. 즉, 혈청 유병률이 높을수록 다른 동물에게 감염시킬 확률이 높은 것이다.     실험동물에는 다양한 크기의 포유류와 세 가지 유형의 둥지 거위가 포함되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동물의 혈청 샘플을 채취하였으며, 연구 지역은 미국 최북단 도시 우투퀴아그빅(Utqiagvik·옛 베로우) 주변 지역에서 캐나다 국경까지의 북극해 해안선이었다. 이 연구는 북극 온난화에 적응하는 야생동물의 질병과 질병 병원균의 확산을 추적하기 위한 광범위한 프로젝트다. 연구자는 이전에는 어떤 감염도 없었지만, 현재 야토병 박테리아가 훨씬 많이 퍼져있다고 보고했다. 알래스카에서는 눈신토끼(snowshoe hare)가 야토병의 숙주이며, 질병 발생은 중앙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와 내륙의 다른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온난화로 눈신토끼는 알래스카 내륙뿐만 아니라 북쪽 해안 지역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더욱이, 관목이 툰드라 지역으로 더 북상한다면, 무스와 비버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 종도 북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 즉 온난화로 알래스카 북극곰이 야토병에 걸릴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 북극곰은 평균 13.3%의 혈청 유병률로, 2017년 북부 알래스카 뷰포트해(Beaufort Sea)에서 조사 당시의 평균 4.8%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또 2021년 캐나다 허드슨베이의 북극곰에 대한 연구에서도 질병에 대한 노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해빙 감소로 알래스카 북극곰이 육상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질병 노출과 감염률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가지 종의 북극 거위도 야토병에 노출된 항체를 가지고 있음이 최초로 밝혀졌다. 알래스카나 다른 북극지방에 서식하는 조류에 대한 야토병 연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들 거위의 항체 정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2020년 중앙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지역에서 애완동물이 산토끼나 설치류로부터 야토병에 걸린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야토병은 사람도 감염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 야생동물 사냥꾼이 병원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증거는 있지만, 아직 알래스카에서 보고된 적은 없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사람에게 나타나는 야토병 증상은 피부궤양, 인후염이 있으며 심각한 경우에는 폐렴과 같은 기침, 흉통 및 호흡 곤란도 나타난다.   한편, 러시아의 동토층에서 고대 거대 미생물이 최근 발견되었다. 이에 대한 피해나 영향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북극 온난화로 고대 미생물의 영향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에 대한 질병이 점차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야토병 북극 알래스카 북극곰 현재 북극곰 북극 온난화

2022-12-28

영하 50도 북극발 한파…원인은 극소용돌이 하강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에 섭씨 영하 50도가 넘는 기록적인 한파가 닥치면서 혹한의 원인으로 지목된 ‘극소용돌이(polar vortex)’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북극에서 내려온 차갑고 건조한 대기가 미 대륙까지 내려오면서 전날 체감기온이 시카고 영하 53도, 테네시주 멤피스 영하 54도 등으로 급강하했다.   미국에 이 같은 강력한 한파가 닥친 이유는 북극 주변을 맴도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가 미 대륙으로 남하했기 때문이다.   북극 극소용돌이는 북극에 햇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는 겨울철에 가장 강해지고 차가워진다.   극소용돌이는 정상적인 조건에서 대류권 상층부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인 제트기류에 갇혀 남하하지 못하고 북극 주변에 머문다.   그러나 제트기류가 약화해 아래로 늘어지면, 제트기류를 따라 극소용돌이가 함께 경로를 이탈해 남하하면서 미 대륙 등에 혹한이 닥치는 것이다.   이처럼 북극에 있어야 할 극소용돌이의 이동이 가속화할 경우 극소용돌이의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지역에서는 수 시간 안에 기온이 수십 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과학계에서 일치된 의견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   위스콘신대 기후과학자 스티브 바브러스 박사는 매사추세츠 우드웰 기후 연구 센터 연구원 제니퍼 프랜시스와 함께 2012년에 북극의 온난화가 극소용돌이의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제시했지만 “불행히도 여전히 상황은 모호하다”고 밝혔다.   북극 온난화 때문에 제트기류가 약해졌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매사추세츠 렉싱턴의 대기환경연구소에서 기후과학을 연구하는 유다 코언 박사는 작년에 텍사스에 닥친 한파를 북극의 온난화와 연결한 논문을 올해 발표했다.   코언 박사는 논문에서 따뜻한 환경에서 크고 강한 대기파가 형성된다며 북극의 온난화로 인해 제트기류의 파동이 일반적인 조건에서보다 더 큰 폭으로 물결치게 됐고, 이것이 극소용돌이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북극의 온난화와 제트기류 사이에 상관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과학자들도 있다.   영국 엑서터 대학의 연구원들은 2020년 네이처 기후변화 저널에 실은 논문에서 1990∼2000년대에 관측된 차가운 극단과 제트기류 파형 등 기후 관련 측정값의 단기 추세가 지난 10년간 일관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극소용돌 북극발 북극 극소용돌이 북극발 한파 위스콘신대 기후과학자

2022-12-23

[기고] 북극에 나타난 야토병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북극곰을 포함한 다양한 북극 동물이 토끼와 관련된 진드기 매개 병원균에 노출되고 있다. 이 연구는 온난화된 북극에서 질병이 어떻게 확산될 지 예상 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 과학자들은 ‘토끼열’이라고 불리는 질병인 ‘야토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에 노출됐을 경우의 증상에 대한 조사를 했다. 조사가 이루어진 북극 해안 종 중에서는 북극여우와 북극땅다람쥐가 가장 높은 수준의 혈청 유병률(혈액 내 야토병과 싸우기 위한 항체가 있는 비율)을 보였다. 북극여우와 땅다람쥐의 혈청 유병률은 각각 21.2%, 33.3%였다. 순록은 6.5%의 혈청 유병률로 낮은 수준을 보였고, 북극곰의 혈청 유병률은 연구 중간값인 13.3%였다. 혈청 유병률은 동물들이 야토병에 걸린 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박테리아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는가를 의미한다. 즉, 혈청 유병률이 높을수록 다른 동물에게 감염시킬 확률이 높은 것이다.     실험동물에는 다양한 크기의 포유류와 세 가지 유형의 둥지 거위가 포함되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동물의 혈청 샘플을 채취하였으며, 연구 지역은 미국 최북단 도시 우투퀴아그빅(Utqiagvik·옛 베로우) 주변 지역에서 캐나다 국경까지의 북극해 해안선이었다. 이 연구는 북극 온난화에 적응하는 야생동물의 질병과 질병 병원균의 확산을 추적하기 위한 광범위한 프로젝트다. 연구자는 이전에는 어떤 감염도 없었지만, 현재 야토병 박테리아가 훨씬 많이 퍼져있다고 보고했다. 알래스카에서는 눈신토끼(snowshoe hare)가 야토병의 숙주이며, 질병 발생은 중앙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와 내륙의 다른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온난화로 눈신토끼는 알래스카 내륙뿐만 아니라 북쪽 해안 지역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더욱이, 관목이 툰드라 지역으로 더 북상한다면, 무스와 비버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 종도 북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 즉 온난화로 알래스카 북극곰이 야토병에 걸릴 위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 북극곰은 평균 13.3%의 혈청 유병률로, 2017년 북부 알래스카 뷰포트해(Beaufort Sea)에서 조사 당시의 평균 4.8%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또 2021년 캐나다 허드슨베이의 북극곰에 대한 연구에서도 질병에 대한 노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해빙 감소로 알래스카 북극곰이 육상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질병 노출과 감염률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가지 종의 북극 거위도 야토병에 노출된 항체를 가지고 있음이 최초로 밝혀졌다. 알래스카나 다른 북극지방에 서식하는 조류에 대한 야토병 연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들 거위의 항체 정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2020년 중앙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지역에서 애완동물이 산토끼나 설치류로부터 야토병에 걸린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야토병은 사람도 감염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 야생동물 사냥꾼이 병원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증거는 있지만, 아직 알래스카에서 보고된 적은 없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사람에게 나타나는 야토병 증상은 피부궤양, 인후염이 있으며 심각한 경우에는 폐렴과 같은 기침, 흉통 및 호흡 곤란도 나타난다.   한편, 러시아의 동토층에서 고대 거대 미생물이 최근 발견되었다. 이에 대한 피해나 영향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북극 온난화로 고대 미생물의 영향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에 대한 질병이 점차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야토병 북극 알래스카 북극곰 현재 북극곰 북극 온난화

2022-12-23

[기고] 꿀벌의 북극 진출

자연 생태계 변화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대기 온도다. 대기 온도 상승은 온실효과 기체의 방출이 원인이다. 산업화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면 온실효과를 가속해 지구를 더워지게 만든다. 이 더워진 환경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 극지방이다. 그래서, 극지방은 지구 온난화 연구의 전초기지이자 최전방이다.     극지방에도 육상 및 해양 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찾아 왔다. 그 한 예가 꿀벌의 출현이다. 중앙 알래스카에서 양봉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어 꿀 생산에 관해 물어봤다. 여왕벌이 겨울철을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따라, 또 봄·여름의 기후조건에 따라 꿀 생산량이 좌우된다. 따라서 여왕벌의 월동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또 월동을 잘해도 기후조건이 맞지 않으면 꿀을 생산하기 힘들 것이다.      올해 5~6월의 알래스카는 건조한 기후로 산불이 많이 발생했고, 7월 이후부터는 강우량이 늘어 습한 여름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매년 계절별 기후가 천차만별로 변하고 있는 곳이 극지방이다. 이를 견디기 위한 동식물의 부단한 노력도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매년 알래스카의 꿀 생산량은 들쭉날쭉하다.     러시아 북극해, 바렌츠해에 있는 작은 섬인 콜구예프섬(Kolguyev Island)은 북위 69도에 위치해 있다. 알래스카의 북극해에 인접한 지역이 북위 70도이니 얼마나 고위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섬은 툰드라 존, 즉 북극 얼음이 늘 존재하는 지역으로 전형적인 꿀벌 서식지가 아닐뿐더러 러시아 본토에서도 65㎞나 떨어져 있다. 특히, 이 섬은 겨울철 가혹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 곤충이 서식할 수 없는 환경조건이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5종의 꿀벌이 러시아 과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다.     꿀벌의 북극 진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꿀벌은 러시아 본토로부터 이 섬까지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러시아 과학자들은 북쪽 극지방 콜구예프섬에 꿀벌이 서식하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일 년 중 겨울이 6개월 이상으로 길고,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혹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정착한 여왕벌은 짧은 봄과 여름 동안 벌집을 확보해야 하고, 알을 부화해서 새끼를 양육하며, 꿀과 꽃가루도 수집해야 한다. 또한, 겨울 전에 일벌과 숫벌, 새 여왕벌을 번식해야 한다. 일부 꿀벌은 생존을 위해 꿀을 에너지로 사용해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을 배가시키고, 또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벌집을 만들어 두는 등 전략을 세운다고 한다.     이 섬의 여왕벌은 우연히 이 섬으로 건너와 정착한 것으로 추측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지 온난화에 적응한 꿀벌이 이 섬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했다. 영국의 꿀벌 연구가는 극지 온난화가 꿀벌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다만, 긴 혹한기 동안 많은 여왕벌이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봄과 여름이 길어지면 툰드라의 수많은 현화식물이 만개해 충분히 꿀을 채취할 수 있는 등 번식환경이 좋아지고, 어린 벌의 성장조건도 좋아져 점차 서식지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는 이들 꿀벌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 섬에는 많은 순록이 서식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개체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는 초겨울 내린 얼음 비로 인해 많은 초목이 얼었고 이로 인해 순록의 먹이가 많이 감소한 탓이라고 한다.  순록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은 꿀벌도 서식할 수가 없다.     북극에서 꿀벌의 생존 조건은 내적 및 외적 서식 환경인 극지 온난화에 좌우된다. 극지 기후 변화는 생물의 생태 및 서식 환경도 변화시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꿀벌 북극 꿀벌 서식지 러시아 과학자들 꿀벌 연구가

2022-11-25

[기고] 북극 무스가 죽은 이유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의 북쪽에는 미국 공병대에서 관리하는 동토 터널이 있다. 이 터널은 1970년대 동서냉전시대에 소련의 방공망을 추적하기 위해 뚫었다고 한다. 지금은 군사시설 대신 연구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육군 공병대 소속인 한랭지 연구 및 공학연구소 (U.S. Army Cold Regions Research and Engineering Laboratory·CRREL)가 관리하고 있다. 이 동토 터널은 세계적인 동토 연구 장소로 유명하다.  많은 연구자가 동토 속을 볼 수 있다는 장점과 바로 시료를 채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동토는 북반구의 1/4을 차지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연구소의 한 동토 전문가가 터널 바깥에서 무스 (moose)의 사체를 발견했다. 터널의 지상부 층에는 전형적인 한대 산림인 흑가문비나무가 우점종을 이루고, 지표면에는 물이끼가 분포하고 있다. 이 물이끼는 지하부의 수분 증발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왜 무스는 터널 상부에서 죽었을까?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곰이나 늑대 같은 맹수의 공격으로 의한 것이다. 겨울이 끝나는 시기에 월동에서 깨어나 먹이가 갈급한 곰이나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는 늑대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스 사체를 꼼꼼히 살펴보니, 갈비에 근육이 그대로 붙어 있었고, 내장도 부패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는 사인이 외부의 영향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맹수는 사냥한 무스의 내장을 먼저 섭취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맹수의 공격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무스 사체 주변에 이들 맹수의 발자국 흔적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중앙 알래스카의 한대 산림에서 흑가문비나무산림 지하부에 동토가 존재한다. 최근 들어, 북극 기온의 상승과 더불어 이 동토 터널의 지상부에 동토의 융해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사진으로 본 사실로는 무스 사체 부근에 많은 흑가문비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이는 동토의 융해에 의한 서모카르스트(thermokarst)가 존재한다. 이는 동토 융해로 물웅덩이나 호수가 생성된 것을 말한다. 안타까운 것은 서모카르스트를 우리말로 옮길 수 있는 적당한 용어가 없다는 사실이다. 다른 말로는 알라스 (alas)라고도 한다.     두 번째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동토 융해에 의한 것이다. 즉, 동토 융해로 지면은 물웅덩이로 함몰되어 있었다. 특히, 이 물웅덩이 밑은 ‘푼지죽창(punji stick: 밀림 속에 부설하여 적병의 발을 꿰뚫게 만든 무기)’처럼 뾰족하고 부러진 나무들로 즐비했다. 일종의 은폐 폭탄 (booby trap)인 셈이다.     겨울철 눈이 깊은 이곳을 무스가 먹이를 찾으러 지나가다 이 웅덩이에 빠져 다리뼈가 골절된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사실 무스는 눈 속을 질주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젊은 무스가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동토의 융해가 주는 영향은 지표면의 함몰로 물웅덩이(thermokarst)를 만들면, 곧게 자리지 못하는 흑가문비 나무들이 생기게 되어 육상생태계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동토 융해로 사회 기반 시설과 도로가 기울거나 울퉁불퉁해져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다음으로 한대 산림의 지하부 1 이상에 존재하는 동토가 융해되어 동토에 포함한 고농도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후의 온난화를 가속하는 역할을 한다.     물웅덩이의 바닥에서 동토의 융해로 거품이 수면으로 보글보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메탄이 대기로 바로 방출하는 과정이다. 인위적인 메탄 발생원 중 가장 큰 요인인 논은 뿌리 부분에 혐기성 환경으로 생성된 메탄이 통기성인 벼 줄기를 타고 대기로 방출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논에서의 메탄 방출 과정은 벼 줄기를 통한 과정이 80%이고, 분자확산이나 거품으로 방출되는 것이 각각 10%이다.     그렇지만, 서모카르스트 웅덩이에서는 거품이 80%이고, 식생 줄기와 분자확산을 통해서 각각 10%씩 대기로 방출한다. 그러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서모카르스트 호수 표면에 구멍이 나 있어 메탄가스가 대기로 방출되며, 불이 붙을 정도로 고농도 메탄이 방출되고 있다.     즉, 인위적인 메탄 발생원은 충분히 찾을 수 있지만, 자연적인 발생원은 아직도 미지의 세계라고 언급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북극이 주목받는 이유가 동토라는 유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극은 지구 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전쟁터라고 말 수 있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그스 교수기고 북극 무스 동토 융해로 흑가문비나무산림 지하부 무스 사체

2022-09-16

루이지애나 앞바다 기름 유출 파장 "북극해 석유 시추 중단하라"

북극해의 석유 시추가 중단될 것인가. 루이지애나 앞바다에서 기름 누출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환경단체들이 북극해의 석유 시추를 막기 위해 잰 걸음을 보이고 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최근 제 9 순회 항소법원에 북극해의 석유 시추를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중단을 요구하는 시추 해역은 알래스카 북서부의 연안이다. 당초 이 해역에서는 거대 석유자본인 로열 더치 쉘이 올 여름 시추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이번 소송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해상 기름 유출 사고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큰 루이지애나 앞바다에 누출된 기름에 대한 방제 작업이 막 진행되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특히 눈길을 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앞서 이번 석유 누출 사태에 대한 검토가 끝날 때까지는 새로운 석유 시추 등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북극해 석유 시추 중단 요구가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을 모은다. 로열 더치 쉘의 알래스카 연안 석유 탐사는 지난 해 12월 결정됐었다. 오마바 행정부는 당시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열 더치 쉘이 북극해에서 3개의 시추공을 뚫도록 조건부로 허용한 바 있다. 이번에 제9 순회 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라는 환경단체는 지난 5일 연방 내무장관 앞으로 쉘의 석유 탐사를 재고하라는 편지를 띄우기도 했다. 어스저스티스는 이 서한에서 북극해에서 석유탐사 계획은 기본적으로 루이지애나 앞바다의 석유 누출과 직접적인 연관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미국 해안경비대 대장인 타트 알렌 제독의 말을 인용해, “북극해에서 석유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기온이 훨씬 낮은 특성 등 때문에 방제 작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내 45개의 환경, 시민단체들은 지난 주 연방 상원에 보낸 서한에서 해안 지역에서 석유 및 가스 탐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2010-05-06

북극곰 가죽 "판다, 못판다" 논란

'북극곰의 가죽과 털, 발바닥을 팔 수 있다, 없다'로 캐나다와 미국이 국제회의에서 충돌했으나 결국 캐나다의 의사가 관철됐다. 13일부터 25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 회의에는 북극곰을 비롯해 참다랑어, 코뿔소, 붉은 산호 등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생물종의 거래를 막자는 쪽과 문제가 없다는 쪽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북극곰 관련 제품의 교역을 전면 금지하자는 쪽이다. 미국은 지구 온난화로 2만5000마리로 추산되는 북극곰이 줄고 있으며 2050년에는 지금보다 3분의2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가죽 수요가 증가하면 포획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줄어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는 '교역으로 인한 멸종 위협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북극곰 사냥은 캐나다 원주민들에게 중요한 경제수입원이기 때문에 무역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르웨이 및 그린랜드와 함께 북극곰 관련 품목 거래 허용을 유지하는 입장인 캐나다는 자국내에서 잡히는 북극곰의 2%만이 외국으로 팔린다며 이 또한 업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의 바실 반 하브르 대표는 "북극곰 멸종을 막기 위한 조치는 반드시 도입돼야 하지만 캐나다는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며 "미국의 주장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 동참한 원주민 대표 프랭크 포키악씨도 "대를 이어 북극곰을 사냥해왔으나 잡힌 곰의 고기와 가죽은 식량과 집을 짓는 데 사용됐다"고 말해 사냥이 반드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거부했다. 결국 미국의 주장은 다른 회원국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해 북극곰 관련 제품은 계속 교역이 이뤄지게 됐다. 한편 참다랑어 수출입을 놓고 일본과 그리스는 허용하자는 입장인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대표적 멸종어종이라며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The Canadian Press

201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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