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시장분석 및 전망] 불확실성 증대로 능동적 리스크 관리 중요
은행은 미국 금융시스템의 심장 역할을 한다. 예금을 받고 대출하는 활동을 통해 소위 ‘크레딧 유동성’을 경제 전반에 공급한다. 금리의 고공행진은 채권 포트폴리오의 폭락을 유발하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 일곱 개 중 세 개가 올 3월과 5월에 있었다. 당시 팩웨스트뱅콥, 시온뱅콥,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콥, 커스터머스뱅콥, 코메리카 등 기타 중견 은행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이들 은행의 주가는 10월말 현재 여전히 고점 대비 59%~88% 하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주식시장 요즘은 은행권의 위기에 대한 논의가 뒤로 물러나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기는 중견 은행들에 국한돼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미국의 10대 은행들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 대형 은행들의 주가 역시 사실은 폭락 상태이기 때문이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US뱅콥, PNC파이낸셜서비스, 트루이스트파이낸셜콥, 웰스파고, 캐피털원파이낸셜콥 등의 주가 역시 10월말 현재 고점 대비 34%~58% 빠진 상황이다. 11월 현재는 시장 전반의 회복세에 힘입어 10월말 저점에서 소폭 회복한 상태다. 은행권의 약세가 지속되면 향후 경기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 높은 금리가 현재 은행의 재무제표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조기에 개선되지 못하면 일부 기업이나 헤지펀드, 은행들이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추가적인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가 가시화되면 주식시장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심리 지난해 10월말 저점 형성 이후 투자심리는 여전히 낙관이 지배적이다. 투기적 시장 분위기와 보수적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방법 중 나스닥 100 대비 다우존스 유틸 평균지수를 비교하는 것이 있다. 이 비율은 지난 10월 2일 18.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전의 사상 최고점은 지난 2021년 11월 18일 18.15였다. 최근의 투기.보수 비율이 시장이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연말 당시보다 높았다는 뜻이다. 그 이전 고점은 2000년 3월에 기록했던 16.63이다. 시장은 최고치를 경신하지 못했는데 투기.보수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베어마켓’에도 불구, 투자자들이 여전히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상태임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하락세가 주도적인 환경이 올 경우 그만큼 더 강력한 하락장이 올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당일 만기 옵션의 성행도 이런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현상 중 하나로 풀이된다. 투기성이 강한 당일 만기 옵션 거래량은 현재 전체 옵션 거래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사실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봤다. 지난 2019년 11월부터 2021년 6월 사이에만 일반 투자자들은 21억 달러를 날렸다. 그런데도 당일 만기 옵션의 인기는 사그라질 줄 모르는 기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손실에 대한 거부감이 기회를 놓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FOMO.Fear of Missing Out)으로 대체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승장 요인 지난달까지 하락장세를 가리키는 요인들이 많았지만 11월 들어 다시 상승장세 요인이 우세를 보인다.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변화로 지속성을 보장하는 부분은 아니다. 우선 기술 분석적 관점에서 본 S&P500 지수를 들 수 있다. 중요한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왔다. 많이 보는 21일, 50일, 200일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왔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이들 주요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서면 해당 종목이나 시장이 상승 모멘텀을 타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따른 패닉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장 변동성을 보여주는 공포지수 ‘빅스(VIX)’ 역시 안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실적 역시 대체로 예상보다 좋았다. 실적 시즌을 앞둔 예상은 전년 대비 비슷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11월 7일 기준 2.7% 성장한 것으로 보고됐다. 3분기까지 경기가 좋았다는 신호인 셈이다. 11월 시장의 다이내믹도 사자 세력이 팔자 세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호한 기업실적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동결 기대감이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연말까지 추가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락장 요인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음을 암시하고 있지만, 채권시장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해도 현재의 금리 수준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불투명하다. 미국 정부의 적자 상황과 국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어떤 여파로 나타날지가 관건이다. 기술 분석적 관점에서도 채권시장은 하락장세를 가리키고 있다. 시장이 주요 이동평균선 위로 올라섰다는 점은 상승요인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 메가캡 종목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구글, 테슬라 등 7대 종목을 뺀 나머지 S&P493은 2023년 현재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여파도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못한 상황이다. 금리 인상 여파가 경기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인플레이션은 꾸준히 하향 추세를 보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이나 실업률 등 경기후행지수에 고금리와 통화 긴축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효과가 연준이 기대하는 수준이나 속도에 미치지 못할 경우 결국 불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리스크 관리 지난달 말 이후 시장 분위기와 증시환경은 단기적으로나마 개선됐다. 11월 초 연준의 비둘기파적 입장과 10월 중 실업률 소폭 상승 등 경기지표 약화 추세 등이 흐름을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영구적인 변화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다. 추가적인 데이터와 시장의 반응을 계속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리스크 관리에 비중을 둬야 한다. 전략적 ‘바이앤홀드’는 지금 시기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시장환경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동적인 전술적 자산운용이 적절하다고 보여진다.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기술분석과 함께 기본분석적 데이터들이 현재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제거해줄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kenchoe@allmerits.com11월 시장분석 및 전망 불확실성 리스크 주식시장 하락 투기적 시장 보수적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