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안갯속에 쌓인(?)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선거의 향방이 아직까지도 베일에 ‘쌓여/싸여’ 있다” “선거 결과는 안갯속에 ‘쌓여/싸여’ 있는 상황이다” 등의 표현이다. 이럴 때 ‘쌓여’와 ‘싸여’ 중 어느 것을 써야 할까.  
 
‘쌓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싸여’가 맞는 말이다. ‘쌓여’는 ‘쌓이다’를 활용한 말이고, ‘싸여’는 ‘싸이다’를 활용한 말이다. ‘쌓이다’는 여러 개의 물건을 포개어 얹어 놓는다는 뜻을 가진 ‘쌓다’의 피동사다. “책상에 먼지가 엄청 쌓여 있었다” “발밑에는 옷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처럼 쓸 수 있다.  
 
‘싸이다’는 “포장지에 싸인 선물” “보자기에 싸인 음식” 등에서처럼 물건이 보이지 않게 씌워져 가려지거나 둘려 말린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쓰인다.  
 
정리하면 ‘차곡차곡 포개지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면 ‘쌓이다’, ‘뒤덮이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면 ‘싸이다’를 쓰면 된다. 선거와 관련한 서두의 예문도 불확실성에 뒤덮여 있는 경우이므로 ‘베일에 싸여 있다’ ‘안갯속에 싸여 있다’가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