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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가족의 불행 ‘극단적 선택’ 막을 방법 있다

1980년 구 소련에서 일어났던 일은 정신과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선언한 고르바초프 는 알코올 제조와 판매를 엄격하게 규제했다. 이후 자유의 기쁨을 얻고 알코올 소비량은 감소한 소련 국민의 자살률은 1984~1986 사이 40%나 급감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유럽 22개 국가의 자살률은 3% 수준이었다.  환경의 조절이 인간의 자살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에 의하면 자살은 인간 사망 원인의 15번째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젊은 남성과 시니어 여성의 자살이 많은데 비해 선진국은 중년 남성의 자살이 많다고 한다. 특징적인 것은 세계 어디서나 15-29세 사이 젊은이들의  첫 번째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이고 두 번째가 자살이라는 것이다.   자살률은 연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숫자로 계산된다. 세계 평균은 11.4명이고, 미국은 12.6명으로 나타났다. 이태리는 10명 이하로 적은 편이다. 반면 한국은 오랫동안 28명( 2007년에 출판된 Comprehensive Textbook of Psychiatry, by Sadock)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최근 26명으로 약간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도 문제지만 이민자들은 떠나온 조국의 자살률과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는 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남가주 거주 한인들의 자살이 늘었다는 보도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이민자 커뮤니티는 독신이나 이혼한 사람,실업자,노인,성소수자의 자살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은 세포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본래의 유전자가 제대로 나타나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어린 시절에는 행동 장애, 어른이 되어서는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살의 위험은 개인과 가정에 따라 다르지만 우울증, 양극성이나 불안 장애, 술이나 마약 중독, 조현병, 섭생 및 인격 장애, 과거의 상처,만성 질환, 과도한 스트레스 등은 주의해야 한다.   우울증의 경우 항우울제 약물 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양극성 장애는 정서 변화가 심하고 심한 불안증상 때문에 자살 위험이 매우 높다. 게다가 이들은 술이나 마약에 중독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적절한 약물 치료와 상담을 통해 꾸준하게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 리티움,항경련제,항정신제 약물 중에서 본인에게 잘맞는 것을 선택해 꾸준히 복용하면서 직업을 유지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는 환자도 많다. 어느 도시에서 상수도 물에 리티움을 섞어 공급했더니 자살이 많이 줄었고 공격적인 범죄도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알코올 중독자 가운데는 잘 생활하는 듯 보이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살을 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인간 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실직 등 경제적 불안을 경험하는 순간 자신감을 잃고 자살의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담과 함께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 과거  그룹 치료 스폰서들은 정신과 약물 치료를 반대했다. 하지만 약물 치료의 효과가 큰 것을 알게 되면서 부터는 달라졌다.     조현병 환자는 5-10%가 자살을 한다. 특히 젊은 사람이 진단을 받게 되면 다가올 인생의 내리막길을 예감, 자살의 위험이 커진다. 필자가 레지덴트 2년차 때 치료했던 젊은 백인 군인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육군에 입대했던 그는 조현병 증상 때문에 전역이 불가피했고 사회 적응을 위한 예비 과정으로 우리 병동에 잠시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조용하고 침울했던 젊은이였다.   하지만 그는 휴가 차 집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가족에 따르면 그는 앞으로의 삶에 대우 매우 걱정했다고 한다. 그를 치료했던 우리는 깊은 상심에 빠졌다. 그는 나의 첫 번째 자살 환자였다.   암이나 중풍,당뇨,간질, 파킨슨씨병, 두뇌나 척추 손상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도 수면이나 식욕에 변화가 오고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생각하면 희망을 잃고 자살의 위험에 빠진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이를 사전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그저 “지루하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고, 폭식에 하루종일 잠만 자기도 한다. 당연히 성적은 바닥을 친다.   초중고생의 약 12.5%가 정신과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가족의 위기 등  갑자기 혼돈스러운 상황이 되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은 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학교 생활을 도와주고, 약물 치료, 운동 등 규칙적인 하루 일과를 통해 생활의 리듬을 찾게 해주면 도움이 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가족 불행 사람실업자노인성소수자의 자살 명당 자살자 자살 행동

2023-05-09

[기고] 불행한 역사, 돈으로 배상할 수 있는가

미국은 강대국이지만, 한편으로는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노예제이다. 노예제의 상처는 오늘날 흑백 빈부 격차와 인종갈등, 그리고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는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불행한 노예제의 악령을 끊기 위한 흥미로운 실험이 지금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작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결성된 ‘캘리포니아 배상금 태스크 포스(California’s Reparations Task Force)’가 바로 그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통과된 법(AB3121)으로 탄생한 이 위원회의 임무는 다름이 아니라, 흑인 노예의 후손들에게 돈으로 배상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흑인들에 행해졌던 주택차별, 집단감금,재산 불법강탈, 경제와 의료 차별 등에 대해 일정한 배상금을 지불하자는 것이다. 무조건 흑인이라고 배상금을 주는 것이 아니며, 19세기 말 이전부터 캘리포니아주에 살았던 흑인 자유인 또는 아프리카계 흑인 노예의 후손에게만 배상금이 지급된다. 현재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적정한 배상 규모를 논의하고 있으며, 최종 보고서는 오는 7월 1일 공개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은 “흑인 후손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돈을 준다고?”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식의 배상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21년 일리노이주 에반스톤시는 인종차별의 보상금으로 흑인 1명당 2만5000달러의 배상금 지급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샌프란시스코시가 조직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상자문위원회는 최근 흑인 주민 1명당 500만 달러의 인종차별 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권고했다. 샌프란시스코시가 1960년 흑인 거주지에서 흑인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고급 주택가로 개발한 것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이다.   캘리포니아주 배상금 태스크 포스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위원 중 한명인 일본계 돈 타마키 변호사는 “미국 정부는 2차 대전 당시 강제수용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한 적이 있다”며 “일본계 미국인도 4년 동안 고통받은 것에 대해 배상을 받았는데, 400년을 국가적 차원에서 차별당한 흑인들이 배상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주 흑인들의 평균수명, 출산율, 가구소득은 타인종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이 현실이며 그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법안을 통과시킨 레지 존스-소여 주하원의원은 “금전적 배상만으로 흑인들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생활 수준은 개선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많은 독자가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행한 역사는 돈으로 배상할 수 있는가’. 그러나 법적으로 볼 때는 결코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법만 해도 불법행위 민사소송에서 잘못한 사람에게 육체적 처벌이나 고문을 금지하며, 그 대신 피해자에게 금전적으로 배상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적 차원의 잘못을 금전적으로 배상하는 것은 타당하다.   ‘100년 전에 잘못한 것까지 사과하고 배상해야 하나’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계 미국인들도 1941년 집단 수용소에 감금된 데 대해, 47년이 지난 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받고 1인당 2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았다.     사실 이런 식의 논쟁은 우리 한인들에게도 매우 익숙하다. 바로 일제강점기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보상 문제다. 2차대전 후 이승만 대통령은 일제 식민지 피해 보상금으로 22억 달러를 요구한 적이 있으며, 결국 박정희 대통령은 한일협정의 결과 일본으로부터 ‘보상금’조로 10년간 연 3000만 달러를 받았다. 일본은 일제강점기의 모든 문제가 이 돈으로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의 사과 여부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 갈등은 여전하다.   불행한 역사를 돈으로 배상할 수 있는가? 정답은 없다. 캘리포니아주의 흑인 배상금 실험이 미국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진정한 역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반성과 사과가 먼저라는 사실일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불행 역사 캘리포니아주 배상금 인종차별 배상금 캘리포니아 배상금

2023-03-07

[이 아침에] 우리는 왜 불행한가?

가주에 거주하는 한인 시니어(65세 이상)들의 삶의 만족도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UCLA 보건정책 연구 센터가 조사하여 미국 가정의학 학술지에 개재한 것에 의하면 한인 시니어들의 만족도는 39.7%로 필리핀계(76,6%), 백인(82,7%), 라티노(74,3%), 흑인(70.3%) 등 타인종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나타났다.     한인 시니어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인이 가진 삶에 대한 공통된 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18년째 노인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일본보다는 거의 3배나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단기간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선진국에 진입했다.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7개 국가 중 하나다. 이런 한국이 2022년 유엔에서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146개국 중 59위에 머물렀다. 경제 발전만큼 행복 지수는 높아지지 않았다. 특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선택의 자유에 만족하는가?’ 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세계 112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이다.   지난 5월 발표된 한국 어린이의 행복지수 역시 OECD 22개국 중 22위로 꼴찌였다. 누가 이 어린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에 대해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한국교육의 실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그가 7년간 공부했던 독일과 한국의 교육 현실을 비교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차등화하고 서열을 강조한다. 그 결과 소수의 상위그룹을 제외하고는 좌절감과 열등감을 경험하게 되고 열등감이 내면화돼 성인이 되어서도 행복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서열화의 승자도 행복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늘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 독일 교육은 차등화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쟁이 최고를 만든다는 생각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자연스럽게 구김살 없이 자라도록 교육한다.   미국도 차등 교육을 하는 국가다. 일부 공립고등학교가 우수반을 운영하는 것 등이 그 예다. 그 결과 미국도 세계행복지수 순위에서 차등 교육을 하지 않는 유럽 국가들에 한참 밀린다.     소설 ‘적과 흑’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문호 스탕달은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라고 말했다. 행복해 지기 위해 살게 하려면 초등학교부터 행복에 대해 가르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길러주는 독일의 교육을 참고 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는 교육 과정만 차등화하는 미국과 다르게 평생 남과 비교하게 만드는 사회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게 만드는 사회는 행복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행복할 수 있는 교육도 받지 못했고 사회로부터 도움도 받을 수 없다면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훈련원장이 아침에 불행 세계행복지수 순위 한인 시니어들 세계 행복

2022-09-02

[독자 마당] 행복과 불행의 경계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변화가 많아, 예상하거나 단정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중국 전한시대의 서책 ‘회남자’의 ‘인간훈’에서 나오는 고사성어다.     전쟁이 자주 일어나는 변방에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 노인이 기르던 말이 어느 날 사라져 버렸다. 동네 사람들이 저마다 말을 잃어버린 노인에게 위로를 말을 건넸다. 그러자 노인은 동네 사람들에게 “그 일로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사라진 말을 다른 야생마들을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네에서는 잃어버린 말이 다른 말들을 데려왔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축하했다. 그런데 노인은 다시 “말이 생겨서 좋지만 나쁜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기다려 보자고 있다.     그 후 노인의 아들이 그 말들 가운데에서 말 하나를 골라 타고 다니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크게 다쳐 못 쓰게 됐다.     동네 사람들은 다시 노인을 위로했지만 노인은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며 기다려 보자고 했다.     얼마 후 전쟁이 일어나 많은 남자들이 전장에 끌려가 전사했다. 하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불편해 징집을 피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동네 사람들은 노인의 깊은 뜻을 알게 됐다. 사물은 항상 이면이 있기 마련이다.     중국 고전에서 불행과 행복은 들어가는 문이 같고 이득과 손해는 이웃한다는 말이 있다. 성공과 실패도 정 반대인 것 같지만 새끼줄처럼 꼬여 있다.     새옹지마처럼 좋은 일이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일도 다 나쁜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도 모두 상대적 개념일 뿐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이것을 학자들은 이면적(二面的) 사고법이라고 한다.     지금 불행하다고 슬퍼할 이유도 없고 지금 행복하다고 만족해 할 수만은 없다. 상황은 항상 변화한다.  이산하·노워크독자 마당 행복 불행 인간만사 새옹지마 동네 사람들 그름도 모두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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