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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일까

Someone knocks, Acrylic on woodblock, 1998, 14.25 x 11.25 inches.

Someone knocks, Acrylic on woodblock, 1998, 14.25 x 11.25 inches.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너의 가족 모두 건강하니? 노파심에서…”
 
친구에게 온 이메일이다. 갑자기 조심스러운 이야기라니? 전에 없던 안부 인사지만, 워낙에 길고 감칠맛 나게 글 쓰는 친구가 아니라 별생각 없이 요즈음 나의 근황을 답장했다.
 
“실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걱정 많이 했다. 별일 없다니 다행이다.”
 
되돌아온 이메일에 뜨악했지만, 자세한 내용과 누가 이상한 소리를 했느냐고는 묻지 않았다.
 


살면서 사실과는 전혀 다른 우리 집안 소문에 나 자신도 놀란 적이 서너 번 있다. 한밤중에 문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 나가보니 친구 부부가 문 앞에 서서 놀란 표정으로 나를 살폈다.  
 
“남편에게 두들겨 맞아 엉망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달려왔어. 괜찮은 거야?”
 
남편에게 맞아 사경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잠에 빠져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데 말이다. 자다가 일어나 술상을 차리고 밤새도록 애매한 술만 들이켰다.
 
남편이 잠시 서울에서 강의하느라 1년 나가 있었다.
 
“네 남편이 이혼하고 서울로 떠났다며? 괜찮은 거야?”
 
“이혼?”
 
“잉꼬부부였던 너희 부부가 이혼했다는 소리 듣고 설마 해서 전화한 거야. 정말 이혼했어?”
 
사람들은 내가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 사경을 헤매다 이혼당하기를 원하나?  
 
나 자신도 너무 놀라 의심이 들었던 소문 중의 하나는 서울에서 전화한 지인의 질문이었다.
 
“혹시 친정엄마 죽음이 자살이었나요?”
 
너무도 황당해 말문이 막혔다.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다.
 
내 소문이 사실과 다르기에 남의 소문도 믿지 않다가 혼쭐났다. 점잖은 모임에서 만난 지인에게 물었다.
 
“사모님은? 함께 오시지 않았나요?”  
 
지인이 화가 몹시 난다는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
 
“그 사람 이야기를 왜 내게 해요?”
 
오랜 세월 참았던 고름이 터지듯 갑자기 폭발하는 그의 목소리에 주위 사람들이 놀라 돌아볼 정도였다.  
 
다음날 그가 나에게 전화해서 사과했다.  
 
“미안해요. 사실은 오래전 이혼했는데 말하지 않았어요.”  
 
그동안 듣지 못한 그의 긴 사연을 들어야 했다. 그 이후론 모임에 혼자 나타나는 사람들에게 남편이나 부인의 안부를 절대 묻지 않는다. 안 보는 사이에 이혼이라도 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인이 부인과 헤어지고 내가 몇 번 본적이 있는 사람과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다. 말 못 할 사연이 있어 이혼하고 좋은 사람 만나 즐겁게 지낸다니 다행이다. 본인 입으로 말을 꺼내면 모를까 먼저 물어보지 않았다. 지루하고 힘든 삶 속에 가뜩이나 심심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들에게 나의 헛소문이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줬다고 생각하니 “누가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며 소문의 근원을 찾으려고 열 올리는 일은 생략하며 산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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