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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캘러너스 ‘창단 3주년’…달리기 등 기념행사 가져

오렌지카운티 북부와 LA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한인 마라톤 클럽 소캘러너스(회장 윌리엄 박)가 창단 3주년을 맞아 기념 행사를 열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했다.   지난 2020년 8월 15일 출범한 소캘러너스는 13일 브레아의 카본캐년 공원에서 회원과 외부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3주년 기념 행사를 가졌다.   새벽 달리기로 기념 행사를 시작한 소캘러너스는 회원들로 구성된 난타팀과 라인 댄스팀의 공연을 포함, 평소 운동을 하며 경험하지 못했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기며 친목을 다졌다. 소캘러너스 의료부는 회원을 위해 혈압, 혈당 검사도 했다.   초대 회장을 지낸 김광옥 고문은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를 하며 달리던 시절이 떠오른다”라며 “앞으로도 건강하게 성장하는 클럽이 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윌리엄 박 회장은 “계속해서 서로 격려하고 보듬어 주면서 회원은 물론 지역사회의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단체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혜선 코치는 올 하반기 마라톤 참석 일정과 시카고, 베를린 마라톤 등 원정 대회 참가 관련 설명을 했다.   소캘러너스는 내달 24일 베를린 마라톤, 10월 8일 시카고 마라톤, 10월 15일 롱비치 마라톤, 11월 18일 빅베어 마라톤에 출전할 예정이다. 특히 롱비치 마라톤엔 57명의 회원이 등록했다.   소캘러너스는 풀러턴과 월넛 지역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5시30분에 각각 모임을 갖는다. 풀러턴의 연습 장소는 화요일 랄프 클라크 리저널 공원, 목요일 힐크레스트 공원이다. 월넛에선 이틀 모두 스노 크리크 공원에서 모인다.   주말엔 토, 일요일 오전 5시30분에 마라톤 훈련을 한다. 토요일엔 애너하임 요바 리저널 공원, 일요일엔 풀러턴 크레이그 리저널 공원에서 훈련한다.   회원 가입을 포함한 자세한 문의는 윌리엄 박 회장(714-321-9242) 또는 김해경 홍보부장(909-957-2636)에게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창단 기념행사 시카고 마라톤 베를린 마라톤 롱비치 마라톤

2023-08-18

[문화산책] 철학적 예술영화 ‘토리노의 말’

영화 ‘토리노의 말’은 매우 철학적이고 무거운 예술영화다. 헝가리의 감독 벨라 타르가 2011년에 발표한 146분짜리 흑백 작품이다.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수업’에 실린 글을 읽고 바로 유튜브를 찾아서 보았다. 영화관의 큰 스크린으로 보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아쉽다.   이어령 선생의 표현대로 “이루 말할 수 없이 지루한 영화”다. 하지만 볼수록 묘한 매력과 흡인력을 가진 작품이다. 영화가 전하는 철학적 메시지도 씹을수록 깊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작가주의 감독답게 화면을 밀고 나가는 영상 미학도 압도적이다.   영화는 철학자 니체의 일화를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면서 시작된다. “1889년 1월3일, 토리노 광장. 프리드리히 니체는 카를로 알베르토 거리 6번지의 집에서 외출을 한다.” 그 토리노 광장에서 늙은 말이 마부에게 채찍질을 당한다. 보다 못한 니체가 달려가서 늙은 말의 목을 끌어안고 운다. 말 대신 채찍을 맞으면서 “때리지 마, 때리지 마”라며 울다가, 미쳐버린다. 이웃에 의해 집으로 옮겨진 니체는 “어머니, 저는 바보였어요”라고 웅얼거린다.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는 식물인간에 가까운 삶을 10년간 살다가 56세에 세상을 떠난다.   이후 영화는 한쪽 팔이 불편한 마부와 딸, 그리고 늙은 말이 황량한 벌판 외딴 오두막에서 사는 모습을 지루한 흑백화면으로 2시간도 넘게 그려나간다. 중간에 잠깐 이웃 사람과 집시 무리가 등장하지만, 화면을 채우는 것은 두 사람과 늙은 말이다. 이렇다 할 사건도 없고, 대사도 거의 없다. 단조롭지만 장엄하게 반복되는 음악과 바람 소리만 가득하다. 흙, 바람, 물, 불…. 그렇게 아름답고 장엄한 한 편의 영상시가 화면 가득 펼쳐진다.   첫 대사가 “식사하세요”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22분 만에 나온다. 마지막 대사는 “먹어! 먹어야 해”다. 식사는 달랑 삶은 감자 한 알이 전부다. 그렇게 반복되는 엿새 동안의 단조로운 생활을 감독 특유의 롱테이크와 느림의 미학으로 묘사한다. 인간의 존재와 세상의 종말에 대해 사색하는 것이다. 그동안 불가사의한 자연현상이 일어난다. 말이 죽고, 바람이 그치고, 하나밖에 없는 우물이 마르고, 불이 꺼지고, 빛이 사라진다. 아버지와 딸은 오두막을 떠나기로 하고 마지막 식사를 한다. 성경 창세기를 거꾸로 돌리는 묵시록이다.   이 작품은 벨라 타르 감독의 10번째 장편영화로 큰 화제를 모으며 201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국제비평가상 등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전주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특별 상영되었다. 벨라 타르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감독 은퇴를 선언했다. 영화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 이제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뜻일까?   세계 예술영화의 맥을 잇는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인 영화감독의 한 사람인 그는 유명 감독들과 동시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감독이다. 뉴욕타임스는 ‘현존하는 최고의 감독’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 ‘사탄탱고’(1994)는 상영시간이 7시간이 넘는 대작이다. “‘사탄탱고’를 보는 일곱 시간은 매 순간 압도적이었고, 매혹적이었다. 내 인생의 남은 시간 동안 매년 이 영화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수잔 손탁의 말이다.   혹시 시간이 나시면 영화 ‘토리노의 말’을 보시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가도, 머뭇거리게 된다. 할리우드의 상업적 오락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영화일 것 같다는 걱정 때문이다.   오늘날 영화는 예술이 아니라 산업이다. 엔터테인먼트가 예술을 대신하고 디지털이 필름을 대신하고 있다. 그럴수록 더욱 진지한 예술영화가 그리워진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예술영화 토리노 세계 예술영화 베를린 국제영화제 전주 국제영화제

2023-07-20

한인 여배우의 타운 맛집 소개 화제

뉴욕에서 배우로 활동하던 한인 여배우가 자신의 추억이 깃든 LA한인타운의 맛집을 소개해 화제다.   한국 CJ엔터테인먼트와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 투자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스(Past Lives)’에 출연한 한인 여배우 그레타 이(사진)는 자신의 정체성이 묻어있는 LA한인타운의 오래된 맛집을 6일 ‘이터 LA(Eater LA)’와의 인터뷰에서 소개했다.   첫 번째로 이씨는 자신의 부모가 운영하는 병원 앞에 위치한 ‘웨스턴 도마 칼국수’를 소개했다. 그는 “이 식당에서는 된장찌개부터 갈비까지 한식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며 “어렸을 적에는 퀴퀴한 냄새로 입에 잘 대지 않았던 된장찌개가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 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두 번째 맛집으로 ‘진주곰탕(Sulga)’을 꼽았다. 진주곰탕의 메뉴는 이씨가 어렸을 적 먹고 자랐던 한국 전통음식 그 자체다. 그는 “진주곰탕의 물냉면 육수 색깔은 핑크빛으로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이 함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화음식점인 ‘연경(Young King)’이 그리워 뉴욕에서 비슷한 중화음식점을 끊임없이 찾아다녔다고 전했다. 이씨는 “연경은 우리 가족이 다 함께 처음으로 외식했던 식당 중 하나”라며 “대표 메뉴인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농단’의 탕과 갈비찜, ‘유천냉면’의 냉면과 만두, ‘대부도’의 해산물 구이도 소개했다.   17년 동안 뉴욕에서 산 이씨는 현재 고향인 LA로 돌아와 한인타운에서 가족과 지내며 음식에 관한 추억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씨는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연극을 전공했으며 2007년 데뷔해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다. 코미디언 작가 러스 암스트롱과 결혼해 슬하에 2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그가 올해 주연배우로 출연한 ‘패스트 라이브스’는 한국에서 만나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녀가 20여년이 흐른 후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2일 LA와 뉴욕에서 개봉했다.   현재 이 영화는 글로벌 영화 평점 웹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6%, IMDb 평점 8.4점(10점 만점)을 기록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김예진 기자 kim.yejin3@koreadaily.com여배우 한인 한인 여배우 베를린 국제영화제 타운 맛집

2023-06-06

[로컬 단신 브리핑] 시카고 병원 3곳 세계 최고 병원 수준 평가 외

#. 시카고 병원 3곳 세계 최고 병원 수준 평가   시카고 지역 병원 3곳을 포함 서버브 병원 다수가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평가받았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는 최근 세계 및 미국 내 최고 병원을 선정, 발표했다. 환자 만족도, 병원 위생, 환자 안전, 동료 추천, 의사, 간호사, 환자 비율 등의 지표를 토대로 세계 28개국 2300여곳 병원과 미국 내 병원 400여 곳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시카고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병원은 세계 21위(미국 8위)에 올라, 시카고 지역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어 러시 대학 메디컬 센터와 시카고 대학 병원은 각각 54위(미국 18위)와 106위(미국 23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 병원에는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 소재 메이요 클리닉이 선정됐다. 이어 클리블랜드 클리닉, 보스턴 매사추세츠 제네럴 병원, 볼티모어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 캐나다 토론토 제네럴 병원, 스웨덴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독일 쉐리테 베를린 대학병원, 프랑스 AP-HP 대학병원, 싱가폴 제네럴 병원, L.A. 로널드 레이건 메디컬 센터가 세계 2위~10위를 차지했다.     시카고 지역 병원 가운데 앞선 3곳을 제외하고는 노스웨스턴 듀페이지 병원(미국 62위, 윈필드), 로욜라대학 메디컬 센터(69위, 메이우드), 애드보킷 굿 사마리탄 병원(91위, 다우너스 그로브), 애드보킷 루터란 병원(102위, 파크 리지)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한편 한국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29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고, 삼성 메디컬 센터(40위), 서울대학병원(49위), 가톨릭대학 서울성모병원(91위) 등이 순위에 포함됐다.    #.노스웨스턴대학 프래터니티 해산-폐쇄 조치     반복적으로 학교 규정을 어긴 시카고 북 서버브 에반스톤 소재 노스웨스턴 대학의 프래터니티(Fraternity, 남학생 사교 클럽)가 해산됐다.     노스웨스턴 교내 신문은 '알파 엡실론 파이 인터내셔널'(Alpha Epsilon Pi International, AEPi)의 '타우 델타'(Tau Delta) 지부가 지난 10일 폐쇄됐다고 공지했다.     AEPi는 "폐쇄된 지부는 반복적으로 캠퍼스 내서 술이 있는 이벤트를 주최했고, 학교 건물에서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했다"고 전했다.     폐쇄 조치된 타우 델타 프래터니티는 지난 2021년 가을학기부터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고, 지난 1월에는 프래터니티 하우스 안에서 성폭행 사건까지 불거졌다.     노스웨스턴 대학은 캠퍼스 내에 있는 모든 프래터니티 및 소로리티(Sorority, 여학생 사교 클럽)에서는 술을 금지(alcohol-free)하고 있다.  Kevin Rho 기자로컬 단신 브리핑 병원 시카고 시카고 병원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베를린 대학병원

2023-03-10

베를린필 첫 여성 지휘자의 성공과 몰락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리디아 타르(Lydia Tar )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첫 여성 수석 지휘자 자리에 오른다. 타르가 현대 음악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다룬 심리극이다.     가상의 인물 타르의 성공과 몰락을 다룬 영화 ‘타르’는 제95회 아카데미상에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고 타르 역의 케이트 블란쳇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인 더 베드룸’과 ‘리틀 칠드런’으로 주목받았던 토드 필드 감독의 16년 만의 복귀작으로, 2022년 비평가들에 의해 가장 빈번하게 올해의 최고 영화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미 골든글로브상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블란쳇은 아나 데 아르마스(블론드), 안드레아 라이스보로(투 레슬리), 미셀 윌리엄스(더 파벨만스), 미셀 여(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과 함께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놓고 경합한다. 이변이 없는 한 그녀의 수상이 점쳐진다.     ‘타르’는 철저하게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의 존재감에 의존한다. 그 누구보다도 관객 장악력이 높은 배우로 평가받는 그녀가 턱시도를 입고 혼신의 힘을 다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습은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족하다.     영화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라는 위치가 얼마나 심리적 압박을 요하는 자리인지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이어가는 한편,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혼란스러운 사생활을 쫓아간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권력자의 위치에 오르지만 종국에는 수석 지휘자 자리에서 해고당한다. 타르의 몰락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블란쳇의 대체 불가한 마력이 가히 압도적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찾아온 클래식 음악계의 불황과 창작의 고통, 자기 파괴적인 자아와의 끊임없는 대립, 쟁취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끊임없이 짓누르는 가학적 성향이 타르의 불타는 예술혼과 사랑, 욕망, 배반, 증오의 감정들로 표출되면서 더욱 그녀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정점과 바닥을 오르내리며 무너져 내리는 마에스트로 타르의 삶의 과정에서 들려오는 힐뒤르그뒤드나도르(조커)의 음악이 영화의 무게감을 더한다. 그가 음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다소 의외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베를린 지휘자 수석 지휘자 베를린 필하모닉 인물 타르

2023-02-10

[수필] ‘베를린 장벽’과 표현의 자유

몇 주 전에 한국을 다녀 왔다. 1가·2가·3가·4가…충무로·청계로·삼일대로…. 길 이름이 쓰인 깨끗한 표시판들이 신호등과 함께 친절하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그런데도 어떤 때는 묵고 있는 호텔을 멀리 돌아서 찾아가기도 했다. 금방 눈에 띄고, 쉬이 보여야 할 반짝이는 하이라이즈 호텔이 내 눈에는 금방 보이지 않는 적이 많았다. 나의 인지력이 감소한 것일까. 서울이 너무 번화해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두 가지 이유 모두 때문이었을까.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바닥이 보일 만큼 맑고, 깨끗했다. 주위의 조경도 아름다웠다. 청계천을 따라 산책로를 만든 것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았다. 청계천과 평행한 인도(人道)로 올라와서 길을 따라 걷다가 ‘베를린 광장’이라는 곳에 다다랐다. 세 개의 시멘트 판 ‘베를린 장벽’과 독일을 상징하는 곰, 100여 년 된 독일 전통의 가로등이 함께 비치되어 있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전시품이 두 개의 큰 길이 가로지르는 코너에 있었다.   화려한 한국 서울의 도심지에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약간 더럽고 지저분해 보이는 오래된 시멘트 판으로 어른 키의 두 배 정도로, 폭은 1.2m, 두께는 0.4m로 바닥이 L자형이었다. 둔탁했다. 미국 국무부 보고에 의하면, 원래 어떤 부분은 5 정도로 높다고 한다. 독일이 통일되었을 때, 길이 165Km 길이의 장벽을 잘라서 여러 나라에 선물로 보내거나 팔았다. 미국에는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Diplomacy)과  LA카운티박물관 마당에 전시되어 있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어느 호텔의 남자 화장실에도 있는데, 중요한 역사적 유물이 왜 화장실에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베를린 장벽’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소련이 관할하는 동독일(東獨逸)과 미국, 영국, 프랑스가 관할하던 서독일로 양분되면서 생기게 되었다. 베를린시는 동독 지역에 있는 큰 브란덴부르크주 안에 자리하고 있는데, 독재로 약 350만 명의 동베를린 주민들이 서독으로 이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동독 정부는 1961년부터 1980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서 시멘트 200만 톤과 강철 70만 톤을 부어 이중의 ‘베를린 장벽’을 세워서 탈출을 막았다. 두 벽 사이는 장갑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나는 ‘베를린 장벽’을 두 번 보았다. 5년 전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을 보러 갔다가 처음으로 개선문 옆에 설치된 장벽을 보았고, 이번에 서울을 방문했을 때, 청계천 근방에 있는 ‘베를린 광장’이라는 곳에서 본 것이다.     함께 자리한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개선문’과 ‘베를린 장벽’의 일부는 역사적으로 관련이 없다. 분단의 극복과 평화통일의 염원을 상징하는 두 역사적 전시물은 각각 다른 세기에 세워졌다. 양분된 독일의 평화통일을 위해서 레오나르도 번스타인은 베토벤 심포니 9번을 그곳에서 연주했다. 케네디 대통령, 레이건 대통령,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등이 냉전 시기에 이곳에서 역사적인 연설도 했다. 이러한 분단의 세상이 올 줄 모르고 JS 바흐는 ‘브란덴부르크 콘체르토’를 작곡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독 쪽 벽면에는 분단되어 못 보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또는 평화를 염원하는 그라피티 낙서 메시지가 가득했다. 그러나 동독 쪽은 아무런 낙서 없이 깨끗한 벽면으로 남아 있었다.     한국에 기증된 ‘베를린 장벽’을 페인트 스프레이로 훼손한 사건이 있었다. 삼류 의류업체의 창업주라 했다. 그리고 이런 행위는 표현의 자유라고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례도  읽어 보았다. 요즘 환경보호단체가 루브르 박물관,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이외에 호주, 독일 등 유명 박물관에 전시된 명화들에 음료수나 음식물을 끼얹어 세상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는 아니다.     ‘브란덴부르크 콘체르토’를 쓴 JS 바흐는 뭐라 말할까. ‘이건 아니지~~~!’ 할 것 같다. 전월화 / 수필가수필 베를린 장벽 베를린 장벽 동베를린 주민들 베를린 광장

2022-12-08

베를린 필하모닉, 13년만에 시카고 공연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02년 이후 공식 명칭 베를리너 필하모니커)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중단했던 해외 순회공연을 재개하고 지난주부터 미국 청중들을 만나고 있다.   17일 시카고 언론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미국 순회공연 3번째 일정으로 전날 오후 8시부터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 연주홀에서 공연했다며 베를린 필의 미국 순회공연은 2016년 이후 6년 만, 시카고 공연은 2009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시카고에서 베를린필은 키릴 페트렌코(50)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의 지휘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7번을 연주했다.   시카고 심포니 센터를 가득 메운 청중에게 베를린필이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은 '눈이 휘둥그래질만한 경이로움과 끊임없는 발견, 끝없는 기쁨의 오딧세이였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베를린필은 앞서 지난 10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말러 교향곡 제7번으로 미국 투어를 시작, 12일까지 사흘간 공연했다. 이어 13일 보스턴, 16일 시카고에 이어 18일~19일 미시간주의 대학도시 앤아버, 21일과 22일 플로리다주 휴양도시 네이플스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베를린필의 첫 유대계 지휘자이자 첫 러시아 출신 지휘자로 2019년 8월 취임한 페트렌코는 첫 시즌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되는 비운을 겪었다.   페트렌코는 이번 미국 순회공연을 앞두고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콘서트 홀이 폐쇄되고 극장이 문을 닫고 우리는 집에 앉아 있게 됐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우리를 처참히 무너지게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12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모든 공연이 일제히 중단됐다가 금년 5월에야 객석을 채운 관객 앞에서 정상적인 공연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페트렌코는 "이 일을 계기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지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앞에서 또는 누군가를 위해 연주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전달할 뿐 아니라 관객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연주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며 "그런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될 날을 고대해왔다"고 말했다.   CSO 자료에 따르면 1882년 창단된 베를린필은 1955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미국 무대에 첫 데뷔한 후 23차례 미국 순회공연을 가졌다. 그러나 지휘 거장 사이먼 래틀(67) 재임 당시인 2016년 이후 한동안 미국 청중들과 만나지 못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필하모닉 베를린 시카고 공연 베를린 필하모닉 해외 순회공연

2022-11-18

[기고] 분단 속 보통 사람들의 삶

아르노 피셔(1927~2011)는 2차대전과 분단·통일로 이어지는 20세기 독일 역사를 몸소 겪고 이를 카메라에 담아낸 대표적 사진가다. 작가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프린트 흑백사진에 담긴 냉전기 인물 군상의 일상 풍경은 프로파간다와 사실주의라는 획일화된 미학으로만 치부됐던 사회주의권 사진의 다양성과 깊이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이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그가 동독 출신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곡미술관의 ‘아르노 피셔-동베를린의 사진가’전에서는 작가의 대표작 180여 점을 골라 이를 ‘베를린 상황’, ‘패션’, ‘뉴욕’, ‘여행’, ‘정원’ 등 5개의 주제로 나누어 전시 중이다(8월 21일까지).   베를린에서 출생한 피셔는 식자공이었던 부친을 일찍 잃고, 공산주의자로서 나치에 저항했던 삼촌 밑에서 소년기를 보낸다. 17살에 2차 대전에 참전해 영국군에 포로로 잡혔다 풀려난 그는 동베를린의 바이센제 예술대학에서 조각을 시작한다. 동·서 베를린 간 주민 왕래가 가능했던 1950년대 피셔는 당시 서독에 확산되던 ‘추상미술’에 이끌려 1953년부터 서베를린 조형미술대학으로 옮겨 조각 공부를 이어가지만, 곧 1920년대 아방가르드 사진과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영화에 심취하며 독학으로 사진에 입문한다.     1956년 동베를린으로 돌아온 피셔는 바이센제 예술대학에서 수석 조교로 동독 최초의 사진학 강의를 개설하는 한편 동·서 베를린 곳곳을 다니며 체제의 경계를 뛰어넘어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그 속에 내재한 불안, 여전히 남아있는 전쟁의 트라우마를 렌즈에 담았다. ‘동베를린, 플렌츠라우어 베르크(1956)’에서는 아이들의 천진한 움직임과 대조를 이루는 남성의 고정된 시선이 영화의 스틸컷처럼 속도감 있게 포착되었다. 남성을 태운 검은 차량은 시신을 운구 중인 장례 차량으로, 불안정하게 기울어진 지면, 포화로 갈라진 건물 외벽과 함께 도시에 드리운 전쟁의 상흔과 죽음의 그림자를 여실히 드러낸다.   냉전 속 치열한 이데올로기 각축장이던 베를린에 1961년 장벽이 세워지기 전, 수백만의 동독인이 서독으로 탈출하지만 피셔는 동베를린에 머물렀다. 1960년대 집권한 울브리히트 정부의 강화된 검열과 통제로 인해 8년간 준비했던 사진집 ‘베를린 상황’의 출판이 무산되지만, 그는 곧 여행잡지 ‘자유세계’와의 작업을 통해 소련과 동구권으로의 외유 기회를 얻었고, 패션잡지 ‘지빌레’와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미학적 돌파구를 찾았다. 피셔는 베를린의 공장지대, 비터펠트 화학단지 등을 자주 배경으로 삼았으며 모델이 아닌 일반 여성들을 거리에서 캐스팅함으로써 동베를린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1971년 집권한 호네커는 일시적으로 예술영역에서의 개방과 자유를 내세우며, 형식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작가들은 비로소 실존적 갈등과 혼란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었으며, 사진 역시 회화나 조각과 같은 조형예술로 격상되었다. 동독정부는 막스-엥겔스 기념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비석에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를 담은 사진을 새기기로 하고, 이를 피셔에게 의뢰함으로써 그는 세계 사진 아카이브를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자유로운 해외여행의 기회를 얻게 된다. 1975년부터 약 10년간 뉴욕을 비롯해 적도기니, 인도, 포르투갈, 소련 등을 여행하며 피셔는 노동하는 다양한 인간들과 예술가들을 촬영했다. 그의 흑백사진에는 한 인간이 모든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그 자신으로 돌아간 순간의 내면이 담겨 있다. 발레 공연이 끝난 후 탈의실에서 가운을 걸친 채 피곤한 모습으로 포착된 세계적 볼쇼이 무용수 마야 프리체스카야의 모습은 체제와 이념으로 가늠될 수 없는 한 인간의 실존적 깊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1989년 통독 후 피셔는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쫓겨나지만 서독의 도르트문트 대학에서 강의를 이어가게 되며, 그의 동독 시기의 작품들 역시 수십 차례의 전시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어 나간다. 피셔는 자신의 의지로 사회주의 동독을 선택했고, 교조주의적 동독 정부와 때론 협력하고 때론 부딪히며 분단체제 속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하고자 했다.     2000년에는 보도사진 분야의 영예로운 상인 에리히 잘로몬상을 수상하며 통독 후 뒤늦게 인정받은 몇 안되는 동독의 예술가다. 이런 그의 개인사적 이력이 독일 국제교류처가 동독 예술인의 작품을 2012년부터 세계 순회전으로 개최하기에 적절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이주현 / 미술사학자·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기고 분단 보통 서베를린 조형미술대학 베를린 상황 아르노 피셔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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