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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아리랑 민족의 디아스포라

‘아리랑 민족의 디아스포라, 극동 러시아와 만주의 한인 ,1895-1937’이라는 긴 제목의 책을 마침내 다 읽었다. 저자 이혜옥 박사로부터 책을 받아 읽으며 가끔 덮어버리기도 하고, 한숨도 쉬고, 주먹도 불끈 쥐었었다.   책 제목은 칠십이 넘은 나이에 클레어몬트 대학원에 진학한 이 박사의 학위 논문 제목이기도 하다. 영어 원문을 번역한 각주만 59쪽에 달한다. 일본국립보관소,미국정부공문자료,러일 전쟁 정부 보고서,외교관 보고서,서양인 여행기 등 출처도 다양하다.   책에 빽빽하게 기록된 역사 자료들을 보다 서양인이 상투를 틀고 조선인 사이에 서 있는 ‘내 친구들…’ 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1904년에 러일 전쟁을 취재하러 한국에 와 5개월간 일본군을 따라 종군했던,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소속 잭 런던 기자가 남긴 기사와 사진들이었다. 그는 조선의 ‘게으른 양반들’, ‘가난한 일꾼들’,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글로 남겼다. 그보다 앞서 한국을 네 번이나 방문해 3년간 머물렀던 영국 귀족 출신의 이사벨라 비숍은 여행기에서 한국인에 대해 ‘체력이 강하고 외모가 뛰어나다’고 기록했다는 내용도 있다.   19세기 말 조선은 비참했다. 이로 인해 목숨을 걸고 러시아나 만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마을 전체가 이주하기도 했다. 계속된 홍수와 기근에도 농민들에게는 ‘백골징포’라는 무서운 세금이 있었다. 세금을 갚지 못하고 숨지면 자녀나 친척, 이웃에게까지 그 부담이 넘겨졌다. 또 1894-95 청일전쟁,1904-05 러일전쟁이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전국이 초토화되었다. 하지만 집권 세력은 고종 황제를 둘러싸고 파벌 싸움만 벌였다. 이때 일본은 이미 한반도 지도를 만들어 수탈과 징용 등의 자료로 활용했다.     책에는 흥미 있는 내용도 나온다. 잭 런던은 일본군과 함께 이동하며 간단한 한국어도 익혔다. 그는 ‘어서!(Osau!), 바삐(Papee), 얼른(Ol-run), 속히(Sok-kee), 얼핏(Oil-ppit), 급히(Koop-hee), 냉큼(Ning-kom), 빨리(Bal-lee), 잠깐(Cham-kan)’ 등의 방법으로 한국어를 영문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또 1894~1897년 사이 조선을 방문했던 이사벨라 비숍은 나룻배를 개조해 강을 따라 여행하며 ‘조선의 관리들은 백성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라고 기록했다.     조선인들은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로, 압록강을 넘어 만주로 떠나갔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중국인도 많았는데 조선인들은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고유의 생활 방식을 유지했다고 한다. 당시 이 지역의 조선인 디아스포라 형성과 유지에 여성의 역할이 컸다고 책은 소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시베리아에 러시아인을 정착시키기 위해 이주자에게 땅과 돈을 주기까지 했지만 혹독한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돌아갔다고 한다. 특히 금광에서 중노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조선뿐이었다. 1897년에 러시아를 찾은 비숍이 발견한 것은 비록 타향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감과 긍정적인 모습의 조선인들이었다. 그들은 피부색으로 인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아르메니아 등에서 온 러시아인, 그리고 유대인이나 독일인처럼 지역 사회에 쉽게 융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조인인들은 주로 군기지 근처에 거주하며 육류와 채소 조달 사업 등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만주에서 여윈 소를 사다 살을 찌운 후 양질의 소고기를 파는 등 사업 수완도 남달랐다. 비숍은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조국에서의 소심하고, 의심 많고, 움츠린 모습과 달리 솔직하고,남성적인 독립심을 보였다’고 썼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자 많은 디아스포라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 수백만 명의 디아스포라들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다. 한국에서 재외동포청도 출범한 만큼 한국인 디아스포라 역사도 발굴해 제대로 기록해야 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아리랑 민족 아리랑 민족 조선인 사이 조선인 디아스포라

2024-03-26

[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의 감옥

언어는 생각의 날개를 펼치게 해 주지만, 반대로 우리의 사고를 가둡니다. 그래서 종종 언어의 감옥이라는 비유를 합니다. 저는 이 비유를 아프게 받아들입니다. 제가 못 견뎌 하는 것은 제가 갇혀있다는 생각입니다. 생각이 고정되어 있다는 느낌은 저를 답답하게 합니다. 편견, 고정관념, 선입관은 모두 제가 멀리하고자 하는 표현들입니다. 그런데 언어는 종종 이런 갇힌 생각을 고착화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에는 의식하지 못한 채 나를 가두고 있는 표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남한과 북한이라는 말을 합니다만, 북한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습니다. 북쪽, 북한, 북조선, 조선은 모두 다른 관점을 나타냅니다. 한국어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어는 맞는 표현인가요? 나라에 따라서는 한국어과가 아니라 조선어과라고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명이 있기 때문에 배달말, 한어 등으로 불러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편 재외동포가 맞나요, 해외동포가 맞나요? 해외에는 바다라는 한정적인 표현이 있습니다. 사실 해외는 주로 섬나라가 쓰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포 대신에 교포라고 쓰는 경우도 있고, 한인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민족의 사람이지만 고려인, 조선족, 한인, 교포, 동포 등으로 표현이 갈립니다. 어떤 표현을 쓰느냐에 따라서 내 생각은 갇힙니다. 왜 이름이 달라졌을까요?   우리는 언어와 이데올로기의 감옥에 갇혀있기도 합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혐오합니다. 사회주의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무정부주의라는 말은 어떤가요? 민주주의의 반대가 공산주의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같은 말이 아님에도 같은 뜻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편 단일민족을 강조하면 할수록, 단일어를 강조하면 할수록 누군가에게는 차별이 됩니다. 민족, 나라, 혈통이라는 말이 주는 억압이 있기도 합니다. ‘다문화’라는 말이 차별어가 되었다니 씁쓸합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 중심의 사고를 갖습니다. 언어적으로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미중 관계, 미일 관계라고 표현하는데 항상 미국이 앞에 있습니다. 미국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것을 우리는 앞에 둡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미’라고 하는 겁니다. 미국은 어느 나라와 합쳐져도 늘 앞에 씁니다. 다만 북쪽의 경우는 북미라고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민족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본은 뒤에다 놓습니다. 미일 관계, 중일 관계라고 합니다. 한미일, 한중일이 자연스러운 것은 일본에 대한 감정이 담겨있는 겁니다. 분명 일본이 승리한 전쟁이지만 우리는 청일전쟁, 러일전쟁이라고 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도 많고, 말로 표현하였기에 생각을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까만 백조도 있다고 하고, 황소나 황새는 누런색이 아니라 크다는 뜻이지만 황이라는 소리 때문에 사고가 갇힙니다. 남자는 파란색이고, 여자는 빨간색이라는 편견도 여기저기에서 깨지는 요즘입니다. 양산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는 벽이 깨지고, 천정이 무너지는 수많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될 겁니다. 언어라는 사고의 벽이 우리 앞에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부수거나 무너뜨리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요? 넘어가는 것도 방법이 되겠네요. 하지만 제가 권하는 방법은 문을 만드는 것입니다. 때로는 닫아두고, 때로는 활짝 여는 겁니다. 문을 만드는 방법 역시 우리 사고의 한계를 넘는 이야기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 감옥 말로 표현하었기 민족 나라 한미일 한중일

2023-08-27

[하루를 열며] 민족의 노래 음악회

엊그제 6월의 따뜻한 주말, 북부 뉴저지의 한인 중·고등 학생들로 구성된 나눔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우리의 조국과 민족’이라는 주제로 음악회를 열었다. 내가 나가는 교회의 지휘자이기도 한 나눔하모니를 이끄시는 단장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런 음악회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날 우리 청중들과 같이 불렀던 곡들은 우리가 학교의 기념식 때마다 늘 부르던 곡들이라 몇십년이 지났으나 그냥 술술 불렸다. 애국가부터, 삼일절 노래, 유관순 누나의 노래, 광복절 노래, 6·25 노래 등으로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흙 다시 만져보자!‘로 시작되는 광복절 노래와, 6·25 전쟁의 참혹함이 노랫말에 들어 있는 ‘전우야 잘 자라’는 지금도 내 가슴 한쪽 언저리에 얹혀있다. 솔리스트들이 부른 고향 생각, 비목, 가고파 등의 가곡들도 고국의 산천을 그려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우리 세대는 나라 잃은 아픔을 잘 알지 못하고 살다가 이 미국으로 이민 와서 살고 있지만 ‘흙 다시 만져보자’라는 노랫말 속엔 나라를 빼앗기고 뿔뿔이 여기저기 떠돌며 내 나라를 찾아 내조국 땅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피 같은 한이 서려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라를 찾아 고국의 땅을 밟아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그 노랫말 속에 다 들어있음이다.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저 한인 2세들도 우리의 어릴 때처럼 연주하고 있는 그 노래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지도하는 어른들의 설명으로 조금은 알 수 있겠지만 지금 나처럼 아무 생각없이 불렀던 몇십년 전의 노래가 언젠가는 가슴으로 절절히 와 닿는 날도 있으리라. 한 번, 두 번, 기회가 닿는 대로 부르고 또 부르면 그들의 머릿속에도 자동으로 입력되고 어디서부터였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한국 사람의 피가 시작된 조국, 대한민국을 알게 될 것이다.   가톨릭 교황이 여러 나라를 순방할 때, 비행기 트랩을 내려와서는 그 방문국의 땅에 입을 맞추는 것을 보았다. 상징적이지만 방문하는 나라를 축복하며 사랑함을 몸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조국의 흙 속에는 우리의 DNA도 섞이어 있을 것이며, 그 땅엔 한배에서 태어난 형제가 사는 둥글고 넓은 따뜻한 모성이 있어, 길은 멀어도 바다를 향하여 기어가는 거북이처럼 늘 내 조국 동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진중 가요인 ‘전우야 잘 자라’라는 이 노래도 우리 어릴 때는 씩씩하고 명쾌한 행진곡처럼 신나게 불렀으나 오늘 다시 이 노래를 부르는데 눈물이 나의 목으로 차오른다. 죽은 전우의 시체를 묻어주지도 못하고 급박하게 앞으로 나가야 하는 나라의 존폐를 어깨에 짊어진 그들의 아픈 심정이 만져지는 시간이었다. ‘터지는 포탄을 무릅쓰고 앞으로 앞으로’(4절) 터지는 포탄을 몸으로 막으며 전진해야 하는 그 젊은이들의 목숨값이 아니었다면 선진국 반열에 선 지금의 자유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내 앞줄에 앉아 있는 연주하는 학생들의 학부모인듯한 젊은 부부를 자꾸 훔쳐보게 된다. 그 노래들을 아나, 모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역시, 따라 부르지 못하고 있었다. 내 아이들 또래인 그들을 보며 내 아이들도 우리 민족의 역사가 담긴 이런 노래들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대한민국을 전혀 모르는 손자들에게 이런 노래를 가르쳐 줄 기회를 어떻게 만들까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이경애 / 수필가하루를 열며 음악회 민족 광복절 노래 삼일절 노래 우리 민족

2023-07-03

스태튼아일랜드에서 다민족 추수감사절 행사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에서 한인을 비롯해 다양한 커뮤니티 시니어들이 참석하는 다민족 추수감사절 행사가 열렸다.     스태튼아일랜드 대뉴욕노인복지회(회장 이광호)와 참좋은 시니어 데이케어 센터(4EVER GOOD ADULT DAY CARE CENTER · 사장 이광환)는 지난 24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두 단체가 공동으로 '2022 다문화 민족 추수감사절 파티(2022 Thanks Giving Party)'를 참좋은 데이케어 센터 내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참좋은 데이케어 센터 주소는 2980 Richmond Terrace, Staten Island, NY 10303.   참좋은 데이케어 센터는 "한해의 결실을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지역 사회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민족 땡스기빙파티를 열었다"며 "이날 행사에는 한인 뿐만 아니라 아랍·필리핀 커뮤니티와 함께 주류사회 주민 등 4개 민족이 함께 참여해 성황리에 축제 분위기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인 시니어들이 주빈으로 행사를 주도하는 가운데 다른 커뮤니티 시니어들이 함께 참가해 미국의 대표적인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축하하고 성공적인 행사가 열린 것이다.   행사 1부 순서는 참좋은 데이케어 센터 이희수 회장의 축사, 대뉴욕노인복지회 이광호 회장과 이집트 커뮤니티 오사마 샘 대표의 축사에 이어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으로 진행됐다.   특히 애국가 제창은 한국 국가와 미국 국가는 물론 이집트 국가와 필리핀 국가까지 연주되고 합창이 이뤄져, 민족은 다르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미국의 한 부분으로서의 4개 민족(한국·미국·이집트·필리핀) 이 하나가 되고 화합하는 행사가 됐다.   이어 2부 순서는 인기 최고의 민족별 댄스자랑과 함께 ▶노래자랑 ▶장기자랑 등이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행사를 위해 주최 측은 시니어 참석자들을 위해 특별 터키(Special Turkey) 요리 등 부페 만찬을 준비해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더했다.   참좋은 데이케어 센터는 "올해 '2022 다문화 민족 추수감사절 파티'가 성황리에 마무리돼 감사하다"며 "참가한 시니어들 모두에게 의미 있고 뜻 깊은 다문화 민족 화합의 행사가 됐다"고 인사했다. 박종원 기자 [email protected]스태튼아일랜드 시니어 축제 참좋은 데이케어 센터 대뉴욕노인복지회 2022 다문화 민족 추수감사절 파티 이광환 사장 이광호 회장 이희수 회장

2022-11-27

[J네트워크] 중국민족

“중국은 역사상 한 차례도 한반도를 침략한 적이 없다.”   홍콩의 정치인 탕자화(湯家?·72, 영문명 로니 퉁)의 말이다. 탕자화는 과거 범민주파로 분류됐으나 2020년 친중 성향의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길(民主思路)’을 창당하며 정치색을 바꿨다. 홍콩의 내각 격인 행정회의의 민간 대표 중 한 명이다.   지난달 17일 탕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영국 왕관에 장식된 초대형 컬리넌 다이아몬드의 반환을 요구한다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퍼 날랐다. 남아공 광산에서 캔 보물이라면서다. 탕은 “많은 나라가 전성기에 약소국을 침략하거나, 종교·문명·민주를 구실로 전쟁을 시작해 식민지나 속국을 만들며 우월한 국력을 과시하길 좋아했지만 ‘중화민족’은 달랐다”고 했다. 이어 “동남아 국가·한국·일본은 문화, 적어도 문자에서 중국의 깊은 영향을 받았다”며 “하지만 중국은 이들 나라를 침입하지 않았다”고 호도했다.   지난 2020년 12월 중국 우주선 항아(姮娥)가 달 착륙에 성공하자 서구 여론은 중국의 달 식민화를 우려했다. 탕자화가 나섰다. “1900년 8국 연합군이 베이징을, 1930년 일본군이 중국을 침입했지만, 강성했던 당·명·청은 타국을 침입하지 않았고 식민지도 없었다.”   반발이 나왔다. 대만에 머무는 홍콩 국제정치학자 선쉬후이(沈旭暉) 옥스퍼드대 박사가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국과 북한 모두 중국 민족주의에 경계심이 가득하고, 특히 한반도 역사는 ‘사대주의’를 강력히 반대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수도의 중국식 이름을 ‘한성(漢城)’에서 ‘서울(首爾)’로 바꿨고, 북한은 ‘주체사상’을 앞세워 베이징 지령을 받던 당내 ‘연안파(延安派)’를 제거했다고 논박했다.   반면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국의 역사·문화재까지 ‘중국 조선족’이라는 ‘중국민족’과 애매모호한 ‘자고이래(自古以來·예전부터)’ 논리로 중국 역사로 바꿨다고 했다. 한족(漢族)과 55개 소수민족을 일컫는 이른바 중화민족은 ‘중국민족’이 보다 정확한 용어라는 게 선 박사의 설명이다.   과거 중국의 애국주의 누리꾼 주장을 홍콩 내각 인사가 퍼뜨린다. 중국 집권당은 이념보다 민족주의를 더 앞세운다. 5년 전 당 대회 정치보고는 중화민족을 43차례 외쳤다. 10년 전 18번보다 부쩍 늘었다.   선 박사는 탕 대표에게 한국이나 북한의 큰길에서 “중국은 한반도를 침입한 적이 없다”고 외쳐보라 했다. 관건은 우리다. 큰 나라를 따르려는 마음속 ‘중화’를 버리는 게 먼저다. 대신 중국민족과는 공생할 방안을 찾아보자. 신경진 / 베이징총국장J네트워크 중국 민족 모두 민족주의 대신 민족 한반도 역사

2022-10-23

[독자 마당] 은혜를 아는 민족

한국전 72주년을 맞으며 미군의 희생에 대해 생각한다. 미군은 약 3만7000명이 한국전에서 전사했다. 장병 뿐만 아니라 사령관이 전사했고 사단장이 포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장성들이 자신의 아들 142명을 참전시켰고 그들 중 35명이 전사했다.     전쟁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시골 병원이었던 우리 집에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길게 늘어선 행렬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군 입대 면제를 받기 위해 진단서를 받으려는 젊은이와 그를 데려온 부모들의 줄이었다. 자기 나라 전쟁인데도 말이다.     나는 미군의 희생과 그에 대한 감사를 마음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이나 단체가 봉사활동을 할 때 노란 유니폼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영어로 적을 것을 제안한다. ‘미국에 감사한다. 우리는 한국전 미군 희생자를 잊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은혜를 아는 민족인 한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자긍심도 커질 것이다. 애국정신 고취와 후세 교육 효과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라구나우즈 시니어 단지에서는 행사 때마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함께 게양하고 앞에 언급한 문구를 적은 배너를 설치한다. 이를 본 미국인들은 고마움을 잊지 않는 한인들이 오히려 감사해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혼자 외롭게 사는 미국인 할머니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우리 이웃에 많지만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이 불쑥 찾아가긴 쉽지 않다. 그래서 앞의 문구를 쓴 명함 같은 것을 만들어 한국전 때의 은혜를 보답하기 위함이라는 말하면 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다.     한국인은 지구상 어느 민족에게서도 볼 수 없는, 은혜를 망각하지 않는 정을 가진 민족이다. 이런 활동은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면서 보람찬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김홍식 / 은퇴의사독자 마당 은혜 민족 민족인 한인 한국전 미군 한국전 72주년

2022-06-26

[기고] 잊히지 않는 전쟁의 악몽

6.25전쟁 발발 72주년이다. 전쟁의 악몽은 일상의 생활을 우울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날을 맞아 기념할 때마다 그때 싸우다 전사한 군인들을 생각하고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 아직 새벽잠에서 꿈을 꾸고 있을 때 김일성 일당은 소련제 탱크 242대를 앞세워 38선을 뭉개고 남한을 침공해 왔다. 농사를 짓다 말고, 학교에서 학기를 다 마치지도 못한 채 가족을 집에 남겨두고 떠난 집안의 아들, 오빠, 동생, 형제들이다. 소총 하나로 힘겹게 싸웠다. 한강에서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지만 피로 얼룩진 강토에서 죽기 살기로 싸워 3개월 후 수도 서울을 수복했다.     전쟁으로 국군 13만8000명이 전사했고 45만 명이 부상 당했으며 2만5000명이 실종됐다. 100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사망, 학살, 부상 등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10만 명이 고아가 돼 거리에 나왔고 20만 명의 전쟁 미망인이 발생했다. 320만 명이 고향을 떠나고, 1000만 명의 국민이 이산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했고, 모두에게 경제적으로도 참혹한 피해를 안겨주었다. 도시와 산업 시설은 파괴됐고 국민의 재산은 잿더미가 되었다. 사회 경제의 기반과 국민 삶의 터전이 폐허가 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남과 북은 긴 세월 휴전선을 마주한 채 냉전의 최전방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다. 국방에 국력을 소모하면서도 6.25전쟁을 극복한 세대에 의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전쟁이 끝난 1953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에 불과했던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고 세계 6위권의 군사대국으로 우뚝 섰다. 최근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됐다.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의 존재 가치를 체감하면서 국민들의 애국심은 고양됐고 평화의 소중함도 자각했다.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도 6.25전쟁이란 민족 수난을 겪으면서 생겨났다.     휴전 후 참전 용사들은 전쟁을 이겨낸 자부심과 군에서 익힌 기술로 전후 재건의 주축이 돼 경제대국의 선도적 역군이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전쟁은 전선에서 흘린 용사들의 피로, 후방 건설은 재건의 용사들이 흘린 구슬 같은 땀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전쟁을 반대한다. 그러나 누구라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위협한다면 단호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일전에 윤석열 대통령도 “연명도 포격과 같은 북한의 도발은 사과가 아니라 원점을 타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때 자유민주주의가 훼손하고 국군의 위상이 실추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국가 안보 없이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건 진리다.     6.25전쟁은 자유와 평화, 번영의 뿌리가 된 수많은 희생에 대한 기억과 우리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다. 아직도 한반도 북녘에는 전쟁의 원죄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으로 이어진 인민에 대한 폭정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수없이 미사일 대남 도발도 감행하고 있다.     총소리가 멎었다고 전쟁이 끝난 게 아니다. 평화는 전쟁을 대비하는 국가에게 오는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전쟁 악몽 25전쟁이란 민족 전쟁 미망인 세월 휴전선

2022-06-22

우크라이나 평화 기원 라크마 심포니 콘서트

한인 음악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음악회를 개최한다.   라크마 심포니 오케스트라&코랄(LAKMA Symphony Orchestra & Choral, 대표 최승호·음악감독 윤임상)은 15일 오후 7시30분 세인트 폴 성당(1920 S. Bronson Ave)에서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기도’ 음악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한인 음악인이 우크라이나 영사관 관계자와 동방정교회 목사 등을 초청해 위로할 예정이다.     음악회 1부는 LA우크라이나 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멕심 쿠진 지휘로 우크라이나 멜로디와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 두 작품을 연주한다. 김경희 라크마 부지휘자는 가야금과 성악을 위한 오케스트라 편곡도 선보인다. 김향란 가야금 연주자와 테너 오위영도 협연한다.   음악회 2부는 전쟁에서 희생된 자들을 위로하는 기도를 주제로 모짜르트 레퀴엠을 연주한다. 라크마 합창단과 월드미션대학교 챔버콰이어가 합창한다. 소프라노 이영주, 메조 소프라나 에나 플라이게르, 테너 아놀드리빙스톤 등 다민족 독창도 선보인다.   주최 측은 “우리 민족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다같이 위로하고자 음악회를 준비했다”며 “큰 시련과 고통 속에 있는 우크라이나 민족을 위해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자”고 강조했다.     이날 음악회 모든 수익은 우크라이나 후원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음악회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thelakma.org)로 안내하고 있다.     ▶문의: (213)820-5737   김형재 기자우크라이나 심포니 la우크라이나 심포니오케스트라 우크라이나 평화 우크라이나 민족

2022-05-02

[시론] 우크라이나 지원의 ‘딜레마’

지난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참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민간인들의 생활 기반이 파괴됐다. 군사 시설이 아닌 대학, 기차역, 공항 등 시설들을 러시아군이 공격해 왔다”며 “지금까지 우리(우크라이나) 측의 집계로는 교육기관만 900곳 이상 파괴됐고 수많은 병원도 파괴됐다”고 참상을 고발했다.     또한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옥죄고, 우크라이나를 분리시키고자 한다”며 “우크라이나 민족, 문화, 언어 등을 없애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군에 장기간 포위된 남부 요충지 마리우폴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마리우폴 시민들 최소한 몇 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1950년대에 전쟁을 한번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결국은 이겨냈다. 당시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 배, 러시아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군사 장비가 한국에 있다”며 “우리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독립을 유지할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군사적 지원을 강하게 요청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초 군사·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 세계에 발송했다. 당시 소총과 대전차 미사일 등 살상 무기가 지원 요청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살상 무기 지원과 관련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국방부는 살상 무기를 제외하고 군수 및 의료 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지난달 지원했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최적의 협력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한국이 6.25전쟁으로 국가운명이 풍전등화였을 때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기에 우크라니아의 요청을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분단국가로 언제 어떻게 예기치 않은 북한도발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기로에 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북한이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핵실험까지 운운하는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원 요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간 평화협상도 몇 차례 있었지만 진정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집단학살 등 전쟁 범죄를 자행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전해오는 소식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규모 결전이 임박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급박한 상황에 한국도 국제 사회와의 공조가 불가피하다. 분단국가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분쟁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우방국가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져올 또 다른 분쟁에 휩싸이지 않도록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이 필요한 때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시론 우크라이나 딜레마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민족

2022-04-12

[수필] 흑 호랑이 해를 맞으며

새해는 임인년이다. 우리 민족의 기상과 혼과 용맹을 상징하는 호랑이 해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용맹함으로 우리 민족의 드높은 기상을 상징하는 영물 중의 영물로 알려져왔다.     특히 새해는 귀한 흑 호랑이 해다. 호랑이띠로 태어난 각계 인사들은 자기들 세상을  만났다고 웅비의 기지개를 켜며 큰 꿈이 성취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호랑이띠로 태어난 사람 대부분은 의리가 있고 추진력이 강하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로 용맹성을 발휘한다고 한다.   짐승 가운데 힘만 자랑한다면 사자가 으뜸이 될지 모르지만 사자는 영물이 못 된다.     호랑이는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이 유별나게 반짝이고 수정같이 맑다. 거울처럼 사람을 비출 것 같은 투명한 반사체처럼 보인다. 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신비한 영험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호랑이를 영물로 취급하여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무척 사랑하고 귀하게 다룬다.   고래로부터 우리나라 화가들이 그리는 벽화나 산수화나 묵화 등을 보면 호랑이 그림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문화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 민족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우리 민족의 기상과 혼과 용맹을 과시하는 동물로 묘사되어 있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들으면 어떻게 힘센 호랑이한테 잡혀서 살아남을 수가 있겠는가 하고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호랑이는 영물이기 때문에 인간의 눈빛을 통해서, 조용한 묵시를 깨닫고 호랑이가 뭔가 느끼고 깨달아 그 사람을 잡아 먹지 않고 살려준다는 놀라운 뜻이 담겨 있는 말이라고 한다.   호랑이는 힘이 매우 세다. 특히 호랑이의 앞발은 엄청난 위력이 있어서 소, 멧돼지, 노루 같은 덩치 큰 짐승도 단 일격에 두개골을 부수어 버릴 수 있다. 또 하루 저녁에 천 리를 달릴 수 있고 제 몸무게만큼 되는 먹이를 입에 물고 높이가 3m나 되는 담을 뛰어넘을 수가 있다.     호랑이의 이 엄청난 힘은 바로 뼈에서 나온다. 호랑이 뼈는 단단하기로 소문나 있다. 특히 호랑이의 앞 정강이 뼈는 강철만큼이나 단단하여 도끼로 내리치면 도끼날이 부러지고 쇠톱을 갖다 대면 톱날이 망가져 버린다고 한다. 조금은 과정일 수 있으나 그만큼 호랑이 뼈가 단단하다는 것을 뜻한다.     호랑이의 몸 전체의 힘이 앞다리에 모여 있기 때문에 앞 정강이 뼈가 이처럼 단단하다고 한다. 나도 호랑이띠라 호랑이 뼈를 닮았는지 내 나이에 골다공증도 없다. 특별히 뼈가 좋아지는 약을 먹은 적도 없는데 내 뼈는 참 튼튼하다.     마루가 미끄러워 대나무 마루로 바꾸어 깔았는데도 두 번이나 마룻바닥에서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져 응급실로 실려 가는 소동을 겪었었다. 이 정도라면  뼈에 심각한 손상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데 내 고관절은 금하나 간 데 없이 정상이었다.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내 나이에 비해 신기하리 만큼 뼈가 튼튼하다며 큰 축복이라고 했다. 고관절을 다치면 대부분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호랑이띠로 태어난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임꺽정이나 수호지에 나오는 호걸 무송이 호랑이처럼 기운이 세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얘기가 나온다. 호랑이처럼 통뼈나 고리 뼈를 이들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몇천만 명에 하나 꼴로 매우 드물게 태어난다는 얘기다.   우리 속담에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란 말이 있다. 호랑이는 종류도 많아 색깔도 다르고 털 무늬도 다르다. 또한 호랑이 털은 가죽과 함께 아주 귀한 털가죽으로 인간에게 애용되고 있다. 특히 표범 털가죽은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더욱 인간에게 사랑받는 털가죽이다.   다사다난했던 신축년 한해도 저물고 새해에는 아주 귀하게 찾아 온 흑 호랑이 해를 맞았다. 우리 민족의 웅지를 펴는 놀라운 한 해가 되기를 원한다. 흑 호랑이란 말에 걸맞게 우리나라가 도약하고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나에게도 얼마나 소망이 되는 해가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내가 호랑이띠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나에게 정녕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믿는 사람이 미신이라고 평생을 띠 얘기만 나오면 일축해 버렸지만 띠는 미신이 아니고 통계라고 얘기해준 어떤 목사님을 기억한다.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마음껏 호랑이처럼 활기차게 뛰어 보고 싶다. 코로나도 물러가고 소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수영 / 수필가수필 호랑이 산수화 호랑이 그림 표범 털가죽 우리 민족

2022-01-06

눈으로 먹는 맛있는 음식 다큐들

음식은 곧 그 민족의 역사다. 음식만큼 그 민족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잘 대변해 주고 있는 분야도 없다. 음식이 지니는 민족 문화적 가치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하나의 ‘인류 현상’임에 틀림없다.       추수감사절은 무엇보다도 음식의 풍요 속에 지내는 절기이다. 어차피 음식에 묻혀 사는 이 기간 동안, 가족들이 모여 있는 공간의 TV 스크린도 음식에 관한 영상물로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들과 음식을 즐기며 함께 볼만한 프로그램 몇 가지를 모아 소개한다.     ▶Taste the Nation   리얼리티 프로그램 ‘탑 셰프’ 의 호스트 파드마 락슈미(Padma Lakshmi))가 진행하는 ‘테이스트 더 네이션’ 시즌 2가 Hulu에서 스트리밍되고 있다.     미국 내 다양한 민족들의 고유한 음식을 찾아가는 프로그램. 음식에 얽힌 그 민족의 전통과 역사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한인들이 즐겨 요리하는 설음식을 다룬 에피소드 ‘K-town Countdown’도 눈에 띈다. 락쉬미와 한인 출연자들은 한국의 전통음식이 한인들에게 어떤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세대를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음식 주간(Food Week: Food, Glorious Food. OVID TV)   독립영화, 외국영화 전문 채널 Ovid TV는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을 맞아 ‘Food Week’ 스페셜을 스트리밍한다. 음식에 관한 다큐멘터리들을 모아 놓은 컬렉션이다. 음식과 관련된 문화, 트렌드, 디자인 그리고 와인 등에 관한 기록물들로 채워진 추수감사절 최고의 푸드 라인업이다.     ▶Eat This New York   ‘음식의 메카’ 뉴욕에서 식당 오픈을 꿈꾸는 2명의 젊은이가 유명 식당들을 찾아 성공한 셰프들로부터 식당 경영과 성공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다니엘 블러드(Daniel Boulud), 시리오 마치오니(Sirio Maccioni) 등 세계적 셰프들이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들과 메뉴를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     ▶Evolution of Organic   지구상에서 최초로 음식에 ‘오개닉’이라는 개념을 적용했던, 이른바 ‘오개닉 무브먼트’의 선구자들을 찾아간다. 그들은 단순히 화학비료 사용을 거부하고 유기농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에 그치지 않고 오개닉을 정신적인 문화 가치로 승화시켰던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미래의 오개닉 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전망한다.     ▶Our Blood is Wine   8000년의 와인 제조 역사를 지닌 조지아 공화국은 소련의 위성국으로 있는 동안 와인 생산을 중단했어야 했다. 그러나 조지아 사람들은 소련으로부터 독립된 이후, 다시 그들의 와인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필름메이커 에밀리 레일즈백은 현대화된 조지아의 와인 제조 과정을 그녀의 아이폰에 담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냈다. 민족정신의 향기와 그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겪었던 질곡의 흔적이 흠뻑 담겨 있는 조지아산 와인을 ‘음미’해 본다.      ▶The Goddesses of Food   2013년 타임지가 ‘음식의 신’(The Gods of Food) 셰프들을 선정, 발표했을 때만 해도 여성 셰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큐는, 남성이 주도해온 음식문화 속에서 홀연히 두각을 나타내며 ‘게임 체인저’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셰프들을 찾아간다. 미슐랭 스타 셰프 도미니크 크렌(Dominique Crenn), 바바라 린치(Barbara Lynch)를 비롯, 신세대 여성 셰프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들이 그들의 음식에 관한 생각과 성공담에 관해서 얘기한다. 음식 분야만큼은 아직도 남성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들은 한결같이 개척 정신을 강조한다.    ▶The Raw and the Cooked   일반적으로 중국 음식으로 통칭되지만 타이완 음식은 본토 음식과 많은 차이가 있다. 육류를 많이 사용하는 중국 음식에 비해 타이완 음식은 해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타이완 음식에도 타이완 사람들이 겪은 격동의 역사가 담겨있다. 오늘날의 타이완 음식은 중국 본토와 일본 음식의 영향이 많이 가미되었다. 타이완 음식은 대체로 중국 음식에 비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해 감미롭고 달콤하다. 타이완 사람들을 보면 저들도 우리만큼 먹는 걸 즐기는 민족이란 생각이 든다.       ▶Soul of a Banquet   ‘조이럭 클럽(The Joy Luck Club)’의 베테랑 감독 웨인 웡이 연출한 작품. 1961년 샌프란시스코에 중국식당 ‘더 만다린’을 오픈, 중국 음식을 미 대중에 소개하는 한편, 식당업에 새로운 지평을 연 세실리아 치앙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2020년 100세의 일기로 타계한 그녀의 인생이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과 함께 소개된다. 마담 치앙이 생전에 요리하던 모습, 식당 주인으로 손님들과의 유대 관계를 맺는 그녀의 능숙한 사교술을 엿볼 수 있다.     ▶Food Design   테이블에 올라온 음식의 맛에 도취되어 먹기 바쁜 와중에도, 앞에 놓여 있는 저 음식들도 누군가가 디자인을 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영화는 한 입 씹었을 때 나는 소리, 느껴지는 감촉, 재료들끼리의 상호 작용 등 하나하나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우리 입안에서 결국은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작품을 내어놓는 마음으로 음식을 서브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그들이 생각하는 범주가 일반의 상상을 넘어선다.      ▶Streit's: Matzo and the American Dream   유대인촌이 있는 뉴욕, LA 등의 대도시 사람들은 한 번쯤 유대인 식당에서 맛조불(Matzo Ball)이 들어간 수프를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유대인들은 유월절 절기 중에는 효모를 넣어 부풀린 빵을 먹지 않는다. 애굽을 급히 떠나야 했던 그들에게 누룩이 있었을 리 없다. 이 전통에서 유래하는 누룩 없는 빵이 맛조볼이다. 유대인들은 이 빵으로 수프를 만들어 먹는다. 1920년대 말 뉴욕 맨해튼에 유대인들이 처음 자리를 잡을 때 세워졌던 Streit’s matzo 공장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맛조불을, 그것도 그 90년 전의 그 재래식 기계를 사용해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토박이 유대인들이 모두 이 동네를 떠났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맛조볼을 만들고 있는 Streit패밀리의 이야기.   김정 / 영화평론가음식 다큐 민족 문화적 food week 세계적 셰프들

2021-11-26

전세계 사람들 “미국 내 인종차별 심각하다”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이 자국 내에서보다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본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의 심각성은 미국인 스스로가 인식하는 심각성 정도보다 더 높았다.       이는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2개월간 미국과 한국, 그리고 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호주·일본 등 총 17개국 성인 1만88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 대상인 17개국 중 대다수인 14개국의 사람들이 자신의 국가에서 인종·민족 차별이 매우 심각하거나 다소 심각한 문제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16개국 사람들이 인종·민족 차별이 자국보다는 미국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16개국 사람들이 본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은 미국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의 정도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제외한 조사 대상 국가의 평균을 살펴보면 89%가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변했고, 자국 내 인종·민족 차별에 대해서는 67%만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반면, 미국인의 74%가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변해, 16개국 평균 89%에 비해서 15%포인트 낮은 수준을 보였다.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에 대해 가장 심각하다고 답변한 것은 뉴질랜드 사람들이었다. 뉴질랜드 사람들 중 95%는 인종·민족 차별이 미국 내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답한 반면, 자국(뉴질랜드)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답한 사람은 63%를 차지했다.     한국인에 대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한국인의 93%는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한데 반해, 59%만이 한국내 인종·민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미국 인종·민족 차별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변한 사람이 90%를 넘은 국가는 16개국 중 7개국으로 뉴질랜드·한국·캐나다·일본·스웨덴·네덜란드·스페인 순이었다.     인종·민족 차별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고연령층 보다는 젊은층에서, 남성보다 여성에서, 그리고 고학력자에서 더 많았다. 정치적 성향으로는 진보 성향이 보수 성향보다 인종·민족 차별에 대해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장은주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인종차별 심각성 정도 민족 차별 전세계 사람들

2021-11-02

“미국은 인종·민족 차별 심각한 나라” 퓨리서치, 미국 등 17개국 조사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이 자국 내에서보다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본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의 심각성은 미국인 스스로가 인식하는 심각성 정도보다 더 높았다.      이는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2개월간 미국과 한국, 그리고 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호주·일본 등 총 17개국 성인 1만88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 대상인 17개국 중 대다수인 14개국의 사람들이 자신의 국가에서 인종·민족 차별이 매우 심각하거나 다소 심각한 문제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16개국 사람들이 인종·민족 차별이 자국보다는 미국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16개국 사람들이 본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은 미국인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의 정도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제외한 조사 대상 국가의 평균을 살펴보면 89%가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변했고, 자국 내 인종·민족 차별에 대해서는 67%만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반면, 미국인의 74%가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변해, 16개국 평균 89%에 비해서 15%포인트 낮은 수준을 보였다.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에 대해 가장 심각하다고 답변한 것은 뉴질랜드 사람들이었다. 뉴질랜드 사람들 중 95%는 인종·민족 차별이 미국 내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답한 반면, 자국(뉴질랜드)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답한 사람은 63%를 차지했다.     한국인에 대한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한국인의 93%는 미국 내 인종·민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한데 반해, 59%만이 한국내 인종·민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미국 인종·민족 차별에 대해 심각하다고 답변한 사람이 90%를 넘은 국가는 16개국 중 7개국으로 뉴질랜드·한국·캐나다·일본·스웨덴·네덜란드·스페인 순이었다.     인종·민족 차별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고연령층 보다는 젊은층에서, 남성보다 여성에서, 그리고 고학력자에서 더 많았다. 정치적 성향으로는 진보 성향이 보수 성향보다 인종·민족 차별에 대해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장은주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심각 민족 차별 심각성 정도 조사 대상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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